삶과문화

조회 수 11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제목 없음-1.jpg

 

 

영혼의 그림자 드리운 왕좌: 자기 높이기

 

 교만에 대한 한 편의 묵상 (칠거지악, 1-2)

 

다른 죄들은 벼룩에 물린 자국에 불과하다그러나 교만은 영혼을 태우는 불이다.

 

고대의 신화에 나오눈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불을 훔쳤다그는 인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하늘의 불을 주머니에 숨겨 내려왔다불은 따뜻함이었고문명이었으며지혜였다.

 

그러나 그 불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신의 힘이었다제우스는 분노했고프로메테우스는 바위에 묶인 채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았다간은 다시 자라고독수리는 다시 돌아왔다불을 훔친 인간은 결국 불에 삼켜졌다.

 

이 오래된 신화의 그림자는 오늘의 세계에도 남아 있다프로메테우스는 실리콘 밸리의 연구소에 앉아 유전자를 재편집하는 과학자의 얼굴로 돌아왔고인공지능을 훈련시키며 신의 언어를 해독하려는 프로그래머의 손끝에 깃들어 있다그는 자신이 만든 불빛 아래에서 점점 어두워지는 자신의 영혼을 모른 채그 불꽃을 진보라 부른다.

 

교만은 단순히 자신을 높이는 행위가 아니다그것은 하나님을 밀어내고 스스로 신의 자리에 앉으려는 욕망이다하늘을 향해 탑을 쌓던 바벨의 사람들처럼인간은 더 높이라는 주문 아래 살아간다더 높은 빌딩더 강한 권력더 큰 영향력그러나 탑이 높아질수록 마음의 평지는 사라진다그때부터 인간은 자신이 만든 탑 아래 깔려 산소를 잃은 존재로 전락한다.

 

성경은 교만을 모든 죄의 뿌리라 말한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되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이 말씀은 마치 천둥처럼 귓가에 울린다교만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인간 자신을 폐허로 만든다신의 자리를 탐할 때마다 불은 다시 타오르고독수리는 다시 날아온다.

 

오늘의 젊은 세대는 자기 확신의 시대를 산다자기계발자기표현자기실현이 인생의 표어가 되었다그러나 자기의 중심에 하나님이 사라질 때그 확신은 교만으로 변한다교만은 처음엔 향기로운 향수처럼 느껴지지만끝내 숨을 막히게 한다반면겸손은 처음엔 무색무취 같지만그 향은 오래 남는다.

 

잃어버린 진짜 자유는 내가 중심이 아님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하나님을 하나님으로인간을 인간으로 인정할 때 인간은 비로소 인간다워진다교만은 불을 훔쳐 스스로 신이 되려는 길이지만겸손은 불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 빛에 감사하는 길이다.

 

하나님은 지금도 묻고 계신다. “누가 너에게 그 불을 맡겼느냐?” 그 물음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순간독수리의 날개가 멎고타오르던 불은 빛으로 변한다그때 인간은 더 이상 신을 흉내 내지 않고신의 형상으로 회복된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웅장한 왕좌가 하나 있다. 본래 그 자리는 만물의 근원이시며 창조주이신 하나님께 바쳐져야 할 지성소였으나, 타락 이후 그림자가 드리워진 채 비어 있거나, 가장 위험한 찬탈자인 로 채워지곤 한다. 이 어두운 충동, 자기 높이기는 인간 역사의 가장 오래된 비극이며, 영혼의 최초 균열에서 피어난 치명적인 꽃이다.

 

자기 높이기는 하늘을 향한 오만과 영적 반역이다. 교만을 뜻하는 라틴어 수페르비아’(Superbia)(supra)에 자신을 둔다는 의미를 내포하듯, 자기 높이기는 본질적으로 수평적 관계가 아닌 수직적 침범의 죄이다. 이는 피조물로서 감당해야 할 한계를 잊고, 창조주의 권위에 도전하는 우주적인 오만이다.

 

태초에, 빛의 천사 루시퍼가 "내가 나의 보좌를 하나님의 뭇 별 위에 높이리라" 선언했을 때, 그는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에서 가장 추악한 반역자가 되었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향해 손을 뻗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욕망은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너희가 하나님처럼 되어" 스스로 진리의 기준이 되고자 하는 마음, 곧 자기숭배였댜.

 

자기 높이기는 영혼의 제단 위에서 하나님을 끌어내리고 자신을 올려놓는 행위, 스스로를 절대적인 존재로 둔갑시키려는 고독한 시도이다. 이 죄는 우리 안의 ''를 우상으로 섬기게 만들며, 세상 모든 것을 나의 영광을 비추는 도구로 전락시킨다. 그 마음의 독배를 마시는 순간, 영혼은 창조주와의 교감을 잃고 고독한 절벽 위에 선 채 허공을 향해 소리치는 존재가 되고 만다.

 

쟈기높이기는 무거운 짐을 진 자의 고독이다. 자기 높이기는 타인과의 관계를 파괴하는 냉기이기도 하다. 교만한 자의 눈에는 타인이 더 이상 사랑과 섬김의 대상이 아닌, 내가 얼마나 뛰어난지 증명해 줄 '비교의 거울'이거나, 내가 딛고 올라설 '경쟁의 계단'이 될 뿐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다른 이들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탁월함을 확인하려 애쓰지만, 그 높은 자리는 곧 고독한 요새가 된다.

 

중세의 시인 단테는신곡에서, 교만한 영혼들 등 뒤에 무거운 바위를 지고 천천히 걷게 한 형벌을 언급한다. 교만 죄의 본질을 섬뜩하게 보여준다. 세상에서 마음과 눈을 높이고 다른 이들을 얕잡아보던 그들은, 연옥에서 고개를 들 수조차 없게 만드는 자부심의 무게에 짓눌려야 했다. 이 무거운 짐은 교만이라는 것이 결국 자기의 의(義)와 공로를 스스로 짊어지는 고독하고 무거운 형벌임을 상징한다. 그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지 않기에, 자신의 힘으로 그 무게를 감당하다가 결국 좌절하고 만다.

 

파멸로 이끄는 자기 높이기의 길에 맞서 성경이 제시하는 유일한 해독제는 바로 겸손(謙遜)이다. 그리고 이 겸손의 가장 완전한 형상은 나사렛 예수에게서 발견된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경이로운 '자기 비움‘(Kenosis)을 노래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2:6-7). 우주에서 가장 높은 분이 가장 낮은 곳까지 내려오셨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굴욕까지 감수하셨다. 이 극단적인 낮아짐이야말로 자기 높이기에 대한 영원한 반명제이자 승리의 선언이다.

 

예수님은 선언하셨다.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14:11). 이 말씀은 역설적 진리이다. 인간의 영광은 스스로 왕좌에 앉으려 할 때 사라지지만, 주님 앞에서 무릎 꿇고 자신을 비울 때 비로소 하나님의 영광에 의해 채워진다.

 

진정한 자유와 완성은 자기 높이기를 포기하고, 나의 모든 영광을 창조주께 되돌려 드리는 겸손의 자세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우리의 왕좌를 비울 때, 비로소 우리의 영혼은 무거운 바위의 짐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의 가벼운 멍에를 지고 평안을 얻는다. 가장 낮은 곳, 흙먼지가 쌓인 순종의 자리에서만, 우리는 비로소 참된 높임과 영원한 안식을 발견할 수 있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 아래의 SNS 아이콘을 누르시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습니다.

 

 

 

?

  1. 시기와 질투는 사랑을 왜곡한다: 시기 7

        시기와 질투는 사랑을 왜곡한다: 시기 7   ― 시기에 대한 한 편의 묵상 (칠거지악, 2-7)   윌리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Othello)는 인간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시기가 어떻게 사랑을 왜곡시키고, 진실을 파괴하며, 결국 자기 자신을 삼켜버리는가를...
    Date2025.10.25 Byreformanda Reply0 Views96 file
    Read More
  2. 시기와 질투의 부메랑: 시기 5

        시기와 질투의 부메랑: 시기 5   ― 시기에 대한 한 편의 묵상 (칠거지악, 2-6)   인간의 마음속에는 모방의 불꽃이 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서로를 비추며 배우고, 닮으려 하며,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형성한다. 아이는 부모의 말투를 따라 하고, 제...
    Date2025.10.25 Byreformanda Reply0 Views114 file
    Read More
  3. 깊이 뿌리내린 은밀한 그림자: 시기심

          깊이 뿌리내린 은밀한 그림자: 시기심   ―시기 대한 한 편의 묵상 (칠거지악, 2-3)     ‘시기’(猜忌, Envy)는 다른 사람이 잘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미워함이다. 고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타인’에게 초점을 맞춰서 “시기가 갖지 못한...
    Date2025.10.25 Byreformanda Reply0 Views98 file
    Read More
  4. 철사로 꿰매진 눈: 어둠이 시기를 치유한다

        철사로 꿰매진 눈: 어둠이 시기를 치유한다   ―시기 대한 한 편의 묵상 (칠거지악, 2-2)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1265-1321)는 이탤리 피렌체의 하늘 아래 태어나, 인간의 영혼이 하늘과 지옥 사이를 오가던 중세 말의 시인이다. 그는 단순한 ...
    Date2025.10.25 Byreformanda Reply0 Views92 file
    Read More
  5. 영화 아마데우스 이야기: 시기의 원천

          영화 아마데우스 이야기: 시기의 원천   ―시기 대한 한 편의 묵상(칠거지악, 2-1)       영화 〈아마데우스〉(Amadeus, 1984)는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그를 질투한 궁정 작곡가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이야기이다. ‘시기(嫉忌)’라는 ...
    Date2025.10.25 Byreformanda Reply0 Views117 file
    Read More
  6. 빛 안으로 걸어가는 영혼: 교만 극복의 길

      빛 안으로 걸어가는 영혼: 교만 극복의 길   ―교만에 대한 한 편의 묵상(칠거지악, 1-6)     인간 영혼의 뜰에는 뱀처럼 은밀하고 교활한 손님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이름은 교만이다. 교만은 스스로를 높이려는 끊임없는 욕망이며, 눈을 가린 채 낡은 허상...
    Date2025.10.25 Byreformanda Reply0 Views80 file
    Read More
  7. 교만의 어두운 계단: 영적 우월감

        교만의 어두운 계단: 우월감  ―교만에 대한 한 편의 묵상(칠거지악, 1-5)     인간의 영혼은 깎아지른 절벽과 같아서 늘 추락의 위험을 안고 산다. 그 추락을 유혹하는 가장 달콤하고도 단단한 땅이 바로 교만이다. 권력의 비탈에서, 명예의 높은 봉우리...
    Date2025.10.25 Byreformanda Reply0 Views108 file
    Read More
  8. 영혼을 기만하는 흐릿한 거울: 교만

        영혼을 기만하는 흐릿한 거울: 교만   교만은 자기기만의 덫이다. 교만은 단순한 자부심 과잉이 아니다. 인간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드리워진 그림자이다. 스스로를 속이고 타인과의 연결을 끊으며, 모든 선한 노력의 끝자락에서 다시 고개를 드는 뿌리 ...
    Date2025.10.25 Byreformanda Reply0 Views99 file
    Read More
  9. 스스로 진 왕관의 무게: 하나님 되기

        스스로 진 왕관의 무게: 하나님 되기   ― 교만에 대한 한 편의 묵상 (칠거지악, 1-3)   교만은 단순한 자아도취나 오만한 태도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가장 깊은 심연에서 터져 나오는 비극적인 선언이며, 피조물로서의 숙명을 거부하는 장엄하고도 슬...
    Date2025.10.25 Byreformanda Reply0 Views123 file
    Read More
  10. 영혼의 그림자 드리운 왕좌: 자기 높이기

        영혼의 그림자 드리운 왕좌: 자기 높이기   ― 교만에 대한 한 편의 묵상 (칠거지악, 1-2)   다른 죄들은 벼룩에 물린 자국에 불과하다. 그러나 교만은 영혼을 태우는 불이다.   고대의 신화에 나오눈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불을 훔쳤다. 그는 인간을 위한...
    Date2025.10.25 Byreformanda Reply0 Views113 file
    Read More
  11. 단테와 일곱 가지 죽음의 죄

      서울서부법원 복도에 걸려 있던 그림   단테와 일곱 가지 죽음의 죄 — 사랑이 잿빛으로 변한 자리   ―일곱가지 죽음에 이르는 죄에 대한 묵상  (칠거지악 1-1)   1. 단테, 어둠의 숲에서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1265–1321), 그의 『신곡』(La ...
    Date2025.10.24 Byreformanda Reply0 Views135 file
    Read More
  12. 자유는 서서히 무너진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      자유는 서서히 무너진다   공산화는 총칼로 오지 않는다. 법의 이름으로, 제도의 얼굴로, 언론의 포장지에 싸여 조용히 스며든다.'   먼저, 방송이 변한다. 진실은 편집되고, 불편한 질문은 사라진다. 국민은 “그게 전부”라고 믿으며...
    Date2025.10.23 Byreformanda Reply0 Views221 file
    Read More
  13. 환율이 오르면 어떻게 되는가?

      대한민국 대통령 이재명      환율이 오르면 어떻게 되는가?   환율이 개박살났다. 이제 1400원대가 뉴노멀이 됐다.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 내리락하던 환율이 이제는 1400원 밑으로 더 이상 내려가질 않는다. 이재명 정권 출범 이후 환율은 사실상 1400원...
    Date2025.10.11 Byreformanda Reply0 Views252 file
    Read More
  14. 오세택 목사님께

        오세택 목사님께   손영광 (울산대학교 교수)   제목: 손현보 목사님 징계를 요구하는 예장 고신 두레교회와 오세택 목사님께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고사모(고신교단을 사랑하는 모임)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기독교 좌파들이 손현보 목사님 징계...
    Date2025.09.27 Byreformanda Reply1 Views1183 file
    Read More
  15. '오빠와 누나' 이야기

        '오빠와 누나' 이야기   오빠와 누나 이야기 – 노래로 부르는 한국 현대사   황석영의 <장길산> 읽을 때 싱긋 웃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 목 비틀기를 예사로 하는 험상궂은 장정들이 상대방을 부를 때 ‘언니’라고 부르는 거예요. 어려서 사촌 누나에게 ‘...
    Date2025.09.04 Byreformanda Reply0 Views351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 Nex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