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종교다원주의―WCC의 신앙고백을 해부하다
최덕성, 『종교다원주의: WCC의 신앙고백』(서울: 본문과현장사이, 2025, 852쪽)
20세기 후반, 세계 신학계에 낯설면서도 기이한 사조가 부상했다. 종교다원주의—모든 종교가 궁극적 실재로 향하는 동등하고 유효한 길이라는 주장은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역사적 기독교 신앙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진리의 상대성, 궁극적 실재의 초월성, 구원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이 사조는 인류의 평등을 외치지만 동시에 기독교 복음의 중심을 희미하게 만든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는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에는 제한이 없다”는 선언으로 화답한다. 타종교인의 진리 탐구 안에도 하나님의 창조적 사역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공식 문서—예컨대 “바아르선언문”(1990)과 “종교다원주의와 기독교인의 자아정체성”(2006) 등은 그 방향을 명확히 드러낸다. WCC 초대 총무 비셔트 후프트 박사조차 이 단체가 출범 초기부터 강력한 종교통합주의와 종교혼합주의의 흐름을 내포하고 있었음을 증언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단순히 ‘종교 간의 대화’ 목적이 아닌 신앙고백으로 수용한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자유주의 신학, 20세기 후반의 시대정신(나치 학살·식민주의 반성, 평등전제주의), 그리고 아드바이타(Advaita)라는 힌두교의 비이원적 세계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증명한다. 그래서 종교다원주의자들이 숫자 개념의 유일신이 아닌 다신론적 유일신, 곧 “잡신 총합 유일신”을 신봉하는 신학적 전환을 경험했음을 밝힌다.
흥미로운 것은, WCC에 참여하는 일부 교회들이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부인하는 점이다. 한국 예장 통합 제106회 총회(2021)는 이를 공식 선언하고, 금주섭 박사는 『복음과 에큐메니칼 신앙』(2021)에서 이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저자는 풍부한 사료와 논증을 거쳐 이러한 해명이 사실 은폐에 지나지 않음을 밝힌다.
이 책은 무엇보다 이 단체의 종교대화국의 유급 전임 신학자 스탠리 사마르타 박사와 웨슬리 아리아라자 박사의 이름과 종교다원주의 이론에 집중한다. WCC의 종교다원주의 신앙고백을 설계하고 이론화한 이 핵심 인물들의 구상은 WCC가 1960년대에 수용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이론과 1970년대의 종교 간 대화 이론이 결합하여 역사적 기독교의 구원의 복음을 점차 배제하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그 결과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유일 신앙은 변두리로 밀려나고, 성경이 증언해 온 신론-성령론·기독론·구원론·선교론은 해체되었다.
저자는 종교다원주의를 “기독교의 블랙스완”(Black Swan)이라 부른다. 이 사상에 물든 설교자는 십자가의 복음을 선포하지 않고, 비평적 성경관·동성결혼·성소수자 인권·차별금지법·사회주의 이념·문화 마르크스주의 등과 쉽게 손을 잡는다. 852쪽에 걸쳐 정밀하게 짜인 33편의 논문은 종교다원주의가 WCC의 실질적 신앙고백임을 입체적으로 입증한다.
이 책은 단순한 비판서가 아니다. 학문적 고증과 방대한 문헌 조사를 거쳐 오늘날 교회가 어느 길목에 서 있는지를 냉철하게 묻는다. 역사적 기독교 복음과 진리를 붙들 것인가, 종교다원주의의 매혹에 기울 것인가? 그 물음 앞에서 독자들은 더 이상 중립에 머물 수 없을 것임을 밝힌다.
글쓴이 최덕성의 약력
예일대학교 졸업 (STM)
에모리대학교 졸업 (Ph.D.)
하버드대학교 객원교수(1997-19980)
고려신학대학원-고신대학교 교수(1989-2009)
에모래대학교 총장 (2013-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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