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는 두려움이 없는 영혼의 숨결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며
한 사회의 건강함은 사람들이 얼마나 같은 생각을 하는가에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진리는 침묵 속에서 자라지 않는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만나고, 질문이 이어지고, 양심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리는 더욱 분명해진다.
대한민국 헌법은 이러한 자유를 소중한 가치로 선언한다. 언론과 출판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그리고 종교의 자유는 국가가 베푸는 특권이 아니라 국민에게 본래 주어진 기본권이다. 국가는 그 자유를 허락하는 존재가 아니라 보호하는 존재다.
2026년 7월 7일부터 시행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많은 국민에게 깊은 우려를 안겨 주고 있다. 허위정보를 막겠다는 목적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거짓은 사람을 상처 입히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누가 허위를 판단하는가? 역사는 오늘의 소수 의견이 내일의 진실이 되었던 수많은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한 시대에는 금지되었던 말이 다음 시대에는 정의로운 외침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렇기에 표현을 제한하는 권한은 언제나 가장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여 스스로 침묵하기 시작한다면, 자유는 법률 조항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먼저 사라진다. 검열은 언제나 외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양심 안에서 시작된다.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사람들의 입을 닫게 만들고, 결국 사회는 토론보다 침묵을 선택하게 된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의견을 요구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토론을 요구한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을 때 사회는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힘을 갖게 된다. 표현의 자유가 약해지면 언론의 자유도 흔들리고, 언론의 자유가 흔들리면 민주주의 역시 건강함을 잃게 된다.
그리스도인에게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양심을 따라 말할 자유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신앙을 고백하고, 믿음에 근거하여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에 속한다.
만일 성경적 가치관에 따른 표현까지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이는 단순한 법률 논쟁을 넘어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에 관한 중대한 문제가 될 것이다. 신앙은 국가가 허락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양심의 영역이다.
국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하는 권력이 아니다. 국가는 자유를 보호하는 울타리다. 법은 국민의 입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의를 세우기 위해 존제힌다.
우리는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두려움보다 자유를 선택해야 한다. 침묵보다 진실을 선택해야 한다. 권력보다 양심을 선택해야 한다. 자유를 잃어버린 사회는 겉으로는 질서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서는 인간의 존엄이 조금씩 사라진다.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모든 입법에 대하여 헌법이 요구하는 과잉금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더욱 엄격하게 살펴 주기를 요청한다. 허위정보를 방지하려는 목적과 국민의 표현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 사이의 균형이 충분히 고려되기를 바란다.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폐기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 주기를 요청한다
자유는 소란을 만들기 위한 권리가 아니다. 서로를 존중하며 진리를 찾기 위한 공간이다. 종교의 자유는 갈등을 만들기 위한 특권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양심을 따라 살아갈 권리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더욱 굳건히 지켜 나가기를 소망한다. 또한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 앞에서 진리를 말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자유와 정의가 함께 살아 있는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고 행동할 책임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진정한 자유는 다른 사람의 침묵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 서로의 양심을 존중할 때 더욱 깊어진다. 그리고 그러한 자유를 지키는 일은 어느 한 사람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책임이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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