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엘 러더퍼드: 법은 국왕 위에 있다
러더퍼드는 존 칼빈, 데오도르 베자, 익명의 프랑스 위그노의 개혁주의 정치신학을 종합한 스코틀랜드 언약도 신학자이다. 영국 17세기 개혁주의 정치신학의 이정표를 세운 사무엘 러더퍼드의 『법과 국왕』(Lex, Rex)은 군주제의 본질과 성경적 저항권의 정당성을 파헤치기 위해 총 44개의 정교한 질의응답을 전개한다. 국왕은 번 이래에 있으며(법은 국왕 위에 있으며), 따라서 국가 통치자도 법의 제재를 엄격하게 받아야 한다고 한다. 법 아래 모든 국민은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고 한다. 이 방대한 논박서는 내용의 흐름과 신학적 논지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 주제의 목차로 일목요연하게 구성되어 있다.
책의 문을 여는 제1부 ‘정부와 통치 권력의 기원’(제1장~제14장)에서 러더퍼드는 정치 권력의 신학적·자연법적 뿌리를 추적한다. 통치 권력 자체는 하나님이 제정하신 신성한 영역이지만, 특정 인물을 왕으로 세우는 주체는 인민의 합의와 언약임을 밝혀 당대 왕권신수설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특히 Question 9와 14를 통해 주권의 원천이 국민에게 있으며, 폭정은 하나님의 뜻이 아닌 사탄과 죄에서 비롯된 실체임을 천명한다.
이어지는 제2부 ‘왕과 인민, 그리고 대의기구의 관계’(제15장~제21장)는 백성이 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왕이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는 원리를 다룬다. 러더퍼드는 왕의 권력을 지배가 아닌 봉사와 신탁의 개념으로 규정하며, 의회와 하급 관원들이 국왕의 단순한 하수인이 아니라 왕의 폭정을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정당한 신적 권한을 지녔음을 명시한다.
책의 제목과 직결되는 제3부 ‘왕과 법의 관계: 법치주의의 확립’(제22장~제29장)은 이 책의 가장 위대한 학술적 하이라이트이다. 러더퍼드는 “왕이 곧 법이다”(Rex Lex)라는 절대주의적 궤변을 정면으로 뒤집고 “법이 곧 왕이다”(Lex Rex)라는 위대한 선언을 던진다. 군주 역시 신명기 17장의 규례처럼 법 아래 종속되는 청지기일 뿐이며, 법을 초월하거나 면제받을 수 있는 사적 특권은 존재하지 않음을 단호히 논증한다.
제4부 ‘폭정에 대한 정당한 저항과 방어 전쟁’(제30장~제41장)은 당대 스코틀랜드 언약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치렀던 주권 전쟁의 정당성을 신학적으로 변호하는 구간이다. 러더퍼드는 맹목적인 수동적 복종론을 거부하며, Question 32를 통해 히브리 산파, 다니엘의 친구들, 그리고 다윗을 대면해 죄를 꾸짖은 예언자 나단의 책망 등 풍부한 성경적 선례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불의한 권력에 불복종하고 예언자적으로 책망하는 행위는 설교자와 백성의 거룩한 성경적 의무임을 입증한다.
마지막 제5부 ‘기독교적 군주관과 결론’(제42장~제44장)은 국가 권력이 교회를 통제하려는 에라스트주의(Erastianism)를 격파하며 정점에 이른다. 러더퍼드는 Question 42와 43을 중심으로 지상의 왕을 교회의 머리가 아닌 그리스도의 양무리 일원인 ‘교회의 아들’로 전복시킨다. 따라서 왕은 강단 위에 군림하는 지배자가 아니라, 설교자를 통해 선포되는 하나님의 모든 뜻 앞에 두려움으로 무릎 꿇고 복종해야 하는 청중일 뿐임을 천명하며 대단원의 결론을 맺는다.
Ⅰ. 정부와 통치 권력의 기원 (Question 1 ~ 14)
Q. 1 통치(정부)의 권력은 신성한 법에 의해 정당화되는가?
Q. 2 통치 권력은 자연법에 의해 보장되는가?
Q. 3 왕의 권력과 특정한 정부 형태(정체)는 하나님으로부터 유래하는가?
Q. 4 왕은 인민을 통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으로부터만 직접적으로 권력을 부여받는가?
Q. 5 왕당파 저자(맥스웰 주교)는 주권이 인민을 매개하지 않고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온다는 사실을 입증했는가?
Q. 6 왕은 주권과 왕위 계승에 있어 인민의 단순한 ‘승인’ 외에는 인민으로부터 그 어떠한 권력도 받지 않는가?
Q. 7 왕의 제도적 수립과 군주 지명권이 인민에게 없다는 왕당파의 주장은 타당한가?
Q. 8 인민에게는 정부를 스스로 구성할 그 어떠한 권력도 존재하지 않는가?
Q. 9 왕의 권력은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오는가, 아니면 백성으로부터 오는가? (주권이 인민에게 속해 있어서 국가적 위기 시에 인민이 그 권력을 회수할 수 있는가?)
Q. 10 왕족의 혈통(세습)은 신성한 기름 부음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가?
Q. 11 혈통에 의해 계승된 왕과 인민의 자유로운 선거로 선출된 왕 중 누가 더 본질적인 왕인가?
Q. 12 오직 정복이라는 명분과 군사적 점령만으로 한 국가를 합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가?
Q. 13 왕의 존엄성은 자연에서 기원하는가? "모든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다"는 선언과 노예제도가 자연법에 반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참인가?
Q. 14 왕은 절대적인 존재인가, 아니면 왕의 권력은 제한되어 있는가? (인민은 왕을 조건부로 세우며, 왕과 백성을 동시에 구속하는 언약이 존재하는가?)
Ⅱ. 왕과 인민, 그리고 대의기구의 관계 (Question 15 ~ 21)
Q. 15 왕이 백성의 아버지라는 표현은 일의적(개념이 같음)인가, 아니면 단지 유비적(비유적) 의미인가?
Q. 16 폭압적이고 전제적인 지배가 단지 그가 왕이라는 이유만으로 왕에게 걸맞거나 용인될 수 있는가?
Q. 17 군주는 지배자가 아니라 후견인, 남편, 보호자, 대리인처럼 ‘신탁적이고 봉사하는 권력’을 가진 존재인가?
Q. 18 사무엘상 8장에 나오는 ‘왕의 제도(왕의 규례)’의 참된 성경적 의미는 무엇인가?
Q. 19 왕에게는 국민을 능가하는 본질적인 위엄과 권세가 있어서 인민보다 우위에 서는가?
Q. 20 하급 관리(지방관)들은 본질과 본성에 있어 왕과 다른 존재이며 단지 왕의 대리인일 뿐인가, 아니면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권한을 부여받은 본질적인 재판관인가?
Q. 21 인민과 대의기구(의회)는 국가 내에서 국왕에 대해 어떠한 통제 권력을 가지는가?
Ⅲ. 왕과 법의 관계: 법치주의의 확립 (Question 22 ~ 29)
Q. 22 왕의 권력은 절대적인가, 아니면 하나님이 처음에 제정하신 왕의 기준(신명기 17장)에 의해 제한되고 종속되는가?
Q. 23 왕에게는 국가의 법을 면제하거나 어길 수 있는 사법적 특권이 존재하는가?
Q. 24 왕은 법과 어떤 관계를 가지며, 법을 따르는 ‘왕’과 법을 짓밟는 ‘폭군’은 어떻게 구별되는가?
Q. 25 최고의 법인 “인민의 안전이 최고의 법이다”라는 원칙은 국왕의 권력을 능가하고 구속하는가?
|Q. 26 왕은 법을 능가하는 존재인가, 아니면 법 아래 종속되는 존재인가?
Q. 27 왕은 국가 법에 대한 유일한 최상의 해석자이자 최종적인 판결자 인가?
Q. 28 귀족들과 신민들이 왕의 잔혹한 특사들에 맞서 정당한 방어를 위해 일으킨 전쟁은 합법적인가? (이때 누가 최종 재판관이 되어야 하는가?)
Q. 29 방어적 전쟁에서 신민들에게 적대 행위를 일삼는 ‘폭군’과, 하나님과 국민으로부터 받은 ‘왕의 직분’을 구별하는 것은 가능한가? (폭군적 군주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양심의 의무인가?)
Ⅳ. 폭정에 대한 정당한 저항과 방어 전쟁 (Question 30 ~ 41)
Q. 30 수동적 순종은 거룩한 계명의 힘으로 양심에 종속된 유일한 방도인가, 아니면 폭정에 맞서는 저항과 도피 역시 정당한 방도인가?
Q. 31 불의한 폭력에 맞서 무력으로 자기를 지키는 자기방어(자위권)는 하나님의 법과 자연법에 의해 합법적인가?
Q. 32 방어적 전쟁과 저항의 합법성은 성경(다윗, 요나단을 구한 백성들, 엘리사, 웃시야에게 맞선 80인의 제사장들, 히브리 산파, 다니엘의 친구들, 사도들의 불복종)으로 증명될 수 있는가?
Q. 33 로마서 13장 1절("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은 방어적 전쟁과 저항권의 합법성을 반대하거나 부정하는가?
Q. 34 왕당파들이 방어 전쟁의 비합법성을 증명하기 위해 제시하는 각종 신학적·논리적 근거들은 타당한가?
Q. 35 초기 교회의 순교자들이 무력 저항 없이 박해를 견디고 순교한 선례들이 오늘날 방어 전쟁의 합법성을 반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가?
Q. 36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공적 권한은 오직 왕 한 사람에게만 독점되어 있는가?
Q. 37 스코틀랜드의 신분회의(의회)가 왕당파에 맞서서 그들의 형제인 잉글랜드의 개신교도들을 돕기 위해 왕의 동의 없이 군사적 행동을 취하는 것이 합법적인가?
Q. 38 군주제는 인류에게 최고의 정치체제인가? (군주가 국가를 파괴하려 할 때 의회는 도울 의무가 있는가, 저항할 의무가 있는가?)
Q. 39 법을 초월하여 군주에게 귀속되는 그 어떠한 초법적 특권이나 절대적 주권의 권리가 존재하는가?
Q. 40 백성에게는 왕의 맹세나 서약, 혹은 언약적 신무를 근거로 왕을 통제하고 능가할 수 있는 정당한 권세가 있는가?
Q. 41 왕당파가 우리의 정당한 방어 전쟁 교리를 예수회(Jesuits)의 과격한 군주 시해 사상과 같다고 비난하는 것은 타당한가?
Ⅴ. 기독교적 군주관과 결론 (Question 42 ~ 44)
Q. 42 모든 기독교 왕들은 그리스도께 종속되어 있는 그분의 대리자이며, 왕이 교회 위에 군림하려는 특권은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오는가?
Q. 43 스코틀랜드의 왕은 법과 의회 위에 군림하는 절대 군주인가? 왕이 교회와 세속의 모든 사안을 재판하는 유일한 최상의 재판관(에라스트주의)인가?
Q. 44 앞서 논증한 교리들로부터 도출되는 신학적 귀결(코롤러리)들과 22개의 세부 하위 질문에 대한 총괄적 결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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