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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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검사법: 합법의 외피를 쓴 위헌의 그림자

 

러시아의 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작품 <부활>(1899)은 오늘의 공적 제도를 성찰하게 만드는 불편한 고전이다. 법정은 엄숙하고, 의회는 장중하다. 판사는 법복을 입고 판결을 선고하며, 국회의원들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표결 버튼을 누른다. 모든 것은 계획된 규정에 맞게 진행된다. 회의록은 남고, 판결문은 정리되며, 절차적 하자는 없다. 겉으로 보기에 국가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듯하다. 그러나 바로 그 완벽해 보이는 형식의 내부에서 정의가 무너지고 양심이 침묵하는 순간, 합법성은 진실을 가리는 외피로 전락한다.

톨스토이가 묘사한 카추샤 마슬로바의 재판은 불법한 난동 속에서 벌어진 비극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정돈된 절차 속에서 이루어진 완벽한 비극이었다. 판사도 있었고, 배심원도 있었고, 법률 조문도 있었다. 다만 없었던 것은 인간을 향한 책임감과 진실을 향한 두려움 그리고 하늘을 향한 경외심이었다. 그 결과 법정은 사람을 살리는 칼이 아니라, 무감각하게 사람을 베어 내는 기계가 되었다.

오늘날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의와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결의가 다수결을 통과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도 아니다. 판결은 합법의 형식을 갖추고도 실질적으로 편향과 왜곡의 산물일 수 있으며, 의회의 결의는 절차를 통과하고도 실질적으로 당파적 이해와 정치적 보복의 결과일 수 있다. 법률 문장은 정교할 수 있으나 내용은 불의할 수 있고, 의사봉 소리는 장엄할 수 있으나 그 결론은 완벽한 타락의 결과일 수 있다.

무너지는 제도는 늘 폭력적 혼란의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위험한 타락은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판결문이라는 형식, 표결 결과라는 숫자, 적법절차라는 언어가 불의에 가득 찬 얼굴을 가려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법대로 했다”, “절차를 지켰다”, “다수결로 결정했다고 말하며 그 말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한다. 그렇게 합법은 책임 회피의 기술이 된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의 판단이라 하여 언제나 옳은가? 국회의 결의라고 하여 언제나 공공선을 담보하는가? 답은 분명하다. 합법이라는 외피를 썼다고 해서 불의가 정의로 바뀌지는 않는다. 절차를 정당하게 통과했다고 하여 타락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법과 정치가 양심을 잃는 순간, 판결과 결의는 제도의 산물이 아니라 조직된 불의의 문서 기록일 수 있다. 진정한 정당성은 형식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진실, 책임, 그리고 공동선을 향한 양심에서 비롯된다.

국가가 법률의 형식을 갖추었다고 하여 언제나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법률은 단지 절차를 통과한 문서가 아니라, 헌법 질서 안에서만 생명력을 갖는다. 헌법의 한계를 넘어선 법률은 이름만 법일 뿐, 실질은 권력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금 논란 중인 특검법안이 만약 피고인인 최고 권력자 자신에게 자신의 형사재판을 담당할 검사 임명권과 공소유지 통제권을 사실상 부여하는 구조라면, 그것은 합법의 외피를 쓴 명백한 위헌이다.

형사재판의 본질은 대립 구조에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검사가 공소를 유지하고, 피고인은 이에 맞서 방어권을 행사하며, 법원은 중립적 심판자로서 판단한다. 이 삼각 구조가 무너지는 순간 재판은 더 이상 호소력을 가진 판결일 수 없다. 그런데 피고인이 자신을 기소하고 공소를 유지할 주체를 임명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면 어떠한가? 이는 경기의 선수에게 심판 선임권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외형은 경기지만 실질은 승부조작이며, 외형은 재판이지만 실질은 절차의 희화화(戲畫化).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는 권력이 법 아래에 있다는 선언이지 권력이 법을 자기 편의대로 재단할 수 있도록 하는 허가장이 아니다.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자연법적 원칙은 근대 헌정주의의 출발점이다. 하물며 재판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공소취소권과 항소 포기 권한을 가진 검사 선임권까지 피고인에게 귀속된다면, 이는 피고인이 재판관이보다 더 강한 지위를 가지는 셈이다. 법은 공정성을 제도화하려고 존재하지, 이해충돌을 제도화하려고 존재하지 않는다.

국회가 특정 사건의 공소 취소 목적으로 특별검사단을 구성함은 권력분립 원칙을 허무는 아주 위험한 선례다. 입법부가 특정 사건을 겨냥하여 특별법을 만들고, 행정부가 그 법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리한 수사·기소를 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 결과 사법부가 진행 중인 재판의 실질을 상실한다면, 이는 세 권력이 서로 견제하는 체제가 아니라 특정 목표에 도달하려는 답합 체제로 바뀐다. 이런 경우를 일컬어 권력 카르텔이라고 한다.

권력분립은 국가 운영의 장식품이 아니라 자유를 지키는 방파제다. 그 방파제가 무너지면 다수의 힘만 남는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평등원칙의 침해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자신의 형사사건을 담당할 검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일반 시민은 국가가 정한 절차에 따라 수사를 받고 기소되며 재판받는다. 그런데 오직 최고위 권력 지위에 있는 자가 자신의 사건을 담당할 주체를 자기가 좌우할 수 있다면, 이는 법 앞의 평등이 아니라 권력 앞의 예외다. 헌법이 금지하는 특권의 다른 이름의 부활이다.

헌법 국가에서 가장 위험한 불법은 노골적 무법이 아니라, 적법절차의 형식을 빌린 권력 남용이다. 역사상 많은 민주주의 국가의 후퇴는 탱크가 아니라 법률안으로 시작되었다. 정치 권력은 때때로 총칼보다 조문을 더 능숙하게 사용한다.

대한민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진영의 승리가 아니라 헌정질서 유지다. 최고 통치자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동일한 원칙의 유지다. 피고인이 검사 선임과 공소 통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도는 그 자체로 금단의 선을 넘는다. 오늘 특정인을 고려하여 허용된 예외는 내일 모든 시민의 권리를 위협하는 전례로 바뀐다.

법은 강자를 보호하려고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강자조차 법 아래 두려고 존재한다. 만약 이번 국회의 특검법이 그 원칙을 뒤집는다면, 그것은 법률의 형식을 갖추었을지언정 헌법의 정신을 잃은 문서에 지나지 않는다. 합법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정당성을 가질 수는 없다. 민주공화국은 그런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절차를 갖춘 입법이라도 내용이 정의를 해치면 악한 법일 수 있다. 성경은 제도의 외형보다 정의의 실질을 묻는다. 이사야서는 불의한 법령을 꾸짖는다. “불의한 법령을 만들며 불의한 말을 기록하며 가난한 자의 재판을 굽게 하는 자는 화 있을진저”(10:1). 잠언은 재판하는 곳에도 악이 있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출애굽기는 다수를 따라 악을 행하지 말라 명한다. 위헌 입법이든, 정치적 특검이든, 사법 권력의 월권이든, 그 판단 기준은 오직 헌정질서와 공의여야 한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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