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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와 질투의 부메랑: 시기 5

 

시기에 대한 한 편의 묵상 (칠거지악, 2-6)

 

인간의 마음속에는 모방의 불꽃이 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서로를 비추며 배우고, 닮으려 하며,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형성한다. 아이는 부모의 말투를 따라 하고, 제자는 스승의 걸음을 따라 하며, 연인은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을 닮는다.

 

모방은 배움의 언어이고, 사랑의 형식이며, 인간관계의 가장 근원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이 순수한 불꽃이 욕망의 바람을 만나면, 그 불빛은 금세 녹색의 불길로 변한다. 그때부터 모방은 시기가 된다.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지라르는 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타인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거울적이며, 타인의 욕망을 반사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드러낸다. 우리는 스스로 원하는 것보다, 남이 가진 것, 남이 받은 것, 남이 된 것을 더 간절히 원한다.

 

그래서 시기는 언제나 가까운 곳에서 피어난다. 멀리 있는 사람의 부는 부럽지만, 견디기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친구의 성공, 형제의 행복, 동료의 칭찬은 심장 가까이에 박힌 작은 가시처럼 아프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바로 이 심리의 본질을 꿰뚫는다. 시기는 타인의 빛을 보는 순간 자신이 어둠 속에 있음을 자각하는 감정이며, 그 어둠이 도리어 상대의 빛을 향해 던지는 부메랑 같은 분노가 된다.

 

시기의 대상은 언제나 이웃이다. 십계명의 마지막 계명,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는 말씀은 인간의 욕망이 결코 추상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탐내는 것은 언제나 가까운 사람의 것이다. 그가 가진 집, 그가 누리는 평안, 그가 소유한 사람과 지위, 그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 시기는 익명의 욕망이 아니라, 관계 속의 죄다.

 

그래서 윤리학자 윌리엄 메이가 시기를 형제에게 짓는 죄라고 불렀던 것이다. 시기는 타인의 복을 부정하며, 결국 하나님의 주권에 도전하는 죄로 발전한다. 왜냐하면 그 속에는 나는 그보다 더 받아야 한다는 내밀한 불평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시기는 이렇게 하나님께 말한다. “당신은 잘못 나누셨습니다.”

 

지라르가 말한 모방욕구의 가장 큰 함정은, 모두가 같은 것을 누려야 한다는 거짓된 평등의 욕망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을 같게 만들지 않으셨다. 각자의 손에는 서로 다른 악기가 쥐어졌고, 각자의 심장에는 다른 박동이 새겨졌다.

 

접시는 국을 담을 수 없고, 잔은 밥을 퍼 담을 수 없다. 시기는 이 질서를 거부하는 행위이며, 접시가 국그릇을 보고 불평하며 자기 모양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그 불평은 결국 자신을 깨뜨린다. 시기는 타인을 미워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감정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기와 질투를 구별하여 사용했다. 질투(ζλος, zēlos)그처럼 되고자 하는 열망을 뜻하며, 때로는 열정이라는 말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 반면 시기(φθόνος, phthonos)그가 가진 것을 없애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의미했다. 질투가 자기 성장의 불꽃이라면, 시기는 타인을 태우는 독기이다.

 

질투는 동경에서 시작되어 노력으로 나아가지만, 시기는 비교에서 시작되어 파괴로 향한다. 질투는 나도 저만큼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시기는 그가 그만큼 안 되었으면 좋겠다고 속삭인다. 이 미세한 차이가 인간 영혼의 생과 사를 가르는 결정적인 선이 된다.

 

시기는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이다. 사울이 다윗을 시기하며 창을 던졌을 때, 그 창의 날은 이미 그의 심장을 향하고 있었다. 가인의 살의는 아벨을 쓰러뜨렸지만, 그 자신을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시기는 타인을 향한 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파괴의 기도이다. 시기하는 자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나는 왜 그가 아니라 나인가?” 그러나 그 속에는 더 깊은 절규가 숨어 있다. “나는 내가 되는 것이 싫다.” 이 불평은 하나님께 향한 반역이며, 창조의 조화를 깨뜨리는 독이다.

 

시기의 불길은 비교에서 자라나지만, 감사는 그 불길을 진정시키는 맑은 샘물이다. 내가 가진 것, 내게 주어진 것, 나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 하나를 사랑하는 순간, 시기의 독은 사라진다. 감사는 시기를 해독하는 유일한 약이다. 성경은 네가 가진 것으로 만족하라고 말한다. 이 말씀은 단순한 윤리의 명령이 아니라, 창조 질서 속에서의 평화의 초대이다. 모방 대신 감사로, 경쟁 대신 축복으로 살아가는 사람만이 시기의 부메랑을 피할 수 있다.

 

세상의 빛은 모두 같은 색으로 빛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푸르고, 누군가는 붉고, 누군가는 투명하다. 하나님은 이 차이를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이의 빛을 빼앗으려 하지 말고, 그 빛으로 세상이 더 환해졌음을 기뻐해야 한다.

 
시기는 결국 나는 나로서 충분하지 않다는 절망의 고백이다. 그러나 사랑은 그 절망에 답한다. “너는 이미 하나님의 손끝에서 완성된 작품이다.” 이 진리를 받아들이는 순간, 시기의 부메랑은 더 이상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 대신, 감사의 빛이 우리의 눈을 채운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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