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선 목사의 제안
2026년 새해, 한국교회에 던져진 불편한 질문
1. 새해 벽두부터 박영선 목사를 둘러싼 하마평이 뜨겁다. 남포교회 원로목사인 그는 “80평을 얻는 데 80억이 든다. 1월 셋째 주까지 당회원들을 모아 결론을 내라. 원로목사는 교회에서 법이 정한 것 이상의 존재다. 제대로 못 하면 기획위원장 직책을 내려놓고 장로직도 사퇴하라”는 취지의 엄포성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새해 첫날부터 한국교회를 술렁이게 만든 말들이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2. 같은 새해 첫날, 청와대 주방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대통령이 구내식당으로 내려가 일일이 수고하는 주방 식구들에게 환한 얼굴로 인사하고 악수하며, 화기애애한 웃음 속에 새해를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그 장면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과 먹먹한 울림이 있었다. 지도자의 태도가 공동체의 공기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원로라 불리는 한 목사의 언사는 정반대의 파문을 일으켰다. 연초부터 실망과 분노, 슬픔을 동시에 안기며 교회를 향한 사회의 시선을 다시 차갑게 만들었다.
3. 대학 시절을 떠올리면, 박영선 목사는 한마디로 한국 교계의 베스트셀러 저자였다. 그의 대표작 ‘하나님의 열심’과 ‘구원 그 이후’는 기독서점가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하나님의 열심》은 인간의 노력이나 공로와 무관하게 전적으로 하나님에게서 비롯되는 은혜와 구원을 강조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설득하시며, 우리가 그분께 돌아오기를 끊임없이 열망하신다는 메시지다.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내려는 ‘열심’은 진정한 믿음이 아니며, 구원의 원인이 전적으로 하나님께 있음을 깨닫고 그 은혜에 감사하며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4. 《구원 그 이후》는 신앙의 성숙, 곧 성화를 다루며 그리스도인의 현실적 삶의 문제를 설교 중심으로 풀어낸 책이다. 필자 역시 학창시절 없는 살림에 그 책들을 사서 읽었다. 그 책을 읽고 소장한 것을 나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길 정도였다. 그런데 그가 새해 초두에 자신의 아들 개척자금을 교회에 요구했다는 논란은, 성경은 물론 그가 평생 주장해온 신학과 저술의 내용을 스스로 뒤엎는 모순처럼 보인다.
5. 그의 말대로라면,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열심은 진정한 믿음이 아니다. 물론 이는 구원에 관한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와 주권을 말한 것이지만, 참으로 은혜를 아는 자의 삶은 재물과 하나님을 겸하여 두 주인을 섬기지 않는다. 그렇게 은혜로 구원을 입은 자의 ‘구원 그 이후’는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성화의 길이어야 한다. 지금의 논란은 그 주장을 자기 자신이 부정하는, 세속화의 전형으로 읽힌다. 말년의 자기초상화가 참으로 씁쓸하다.
6. 그래서 성경은 경고한다. 사람은 외모로 판단할 수 없다. 우리는 흔히 학력과 경력, 교회 규모와 저술의 숫자로 사람을 평가한다. 그러나 심령의 폐부까지 감찰하시는 하나님은 중심을 보신다. 하나님은 목사인지, 신자인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교회를 몇 개 세웠는지, 책을 몇 권 썼는지, 사례비와 판공비가 얼마인지 같은 외형을 묻지 않으신다. 말년의 노욕으로 추한 모습을 드러낸 순간, 과거의 명성과 베스트셀러는 오히려 더 엄중한 평가의 근거가 된다.
7. 계시록을 주제로 약 천 권의 책을 썼지만 삶은 그 계시록의 가르침과 전혀 동떨어져 말년에 탐욕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교회 분열을 아픈 상처를 남긴 또 다른 목사의 사례도 나는 보아왔다. 더구나 박영선의 저작 일부가 유학 시절 수집한 자료의 번역과 차용 문제로 표절 의혹에 휘말렸던 일까지 떠올리면, 지금의 논란은 결코 가볍지 않다.
8. 이 지점에서 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책을 백 권, 천 권, 만 권 썼다 한들, 하버드 도서관에 소장된 만큼의 책을 읽었다 한들, 삶의 작은 열매로 구현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지금은 이력서 한 줄과 저술 목록 한 권을 더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벌써 AI를 통해 더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9. 그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책 한 권 쓰지 않았어도, 우리가 구원받은 것은 오로지 하나님의 열심과 주권적 은혜였음을 입술과 삶으로 고백하며 끝까지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결코 값싸지 않은 그리스도의 생명의 대가가 지불되고 주어진 구원이라면, 구원 그 이후의 삶은 사도바울의 고백처럼, 끝까지 자기를 쳐서 복종하고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는 길로 나타나야 한다. 2026년 새해 벽두에 터진 한 원로목사의 ‘80억 요구설’이 한국교회의 자성과 회개와 대각성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어려운 시대에 무명의 그리스도인들, 무명의 개척교회 목회자들과 교인들이 한 영혼이라도 더 바른 복음과 진리로 인도하려 애쓰는 동안, 대형교회 목사와 사회적 명사 반열에 있는 신자들이 잇따른 대형 사고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막고 있는 현실은 참담하다. 예수의 말씀처럼, 그들은 귀한 영혼들을 배나 지옥의 자식으로 만드는 배도와 배교에 앞장서고 있다.
10. 더욱 부끄러운 것은 내란 수괴를 아직도 옹호하며 ‘윤 어게인’과 ‘윤의 부활’을 외치는 한국 극우 기독교의 민낯이다. 박영선 목사는 오정현 목사의 초청을 받고, 그 강단에서 극우적 발언으로 그의 정체를 드러낸 바도 있다. 참된 복음과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소양이 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이다. 그들은 신앙적으로도 배도자이며, 한 나라의 시민으로서도 비민주적이고, 몰상식하며, 반지성의 끝을 보여준다.
과연, 한국교회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아, 이 땅 교회의 슬픈 현실이여!
문병금 알보리툼 숲속교회 목사
이 글의 시각은 본지의 견해와 불일치합니다. 페이스북 글은 옮겨 게시합니다.
▶ 아래의 SNS 아이콘을 누르시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