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아피시트 기독론
중동과 동북아프리카의 여러 교회들, 곧 아르메니아, 시리아, 콥트, 에티오피아 등 오리엔탈 정교회 전통은 오랫동안 미아피시트(Miaphysite) 기독론을 고백해 왔다. 이 전통은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이 분리되거나 혼합되지 않고, 성육신 이후 하나로 연합된 단일한 본성(μία φύσις) 안에 온전히 존재한다는 알렉산드리아 신학, 특히 키릴의 표현을 따른다.
‘미아피시트’는 흔히 ‘단성론(Monophysitism)’으로 오해되어 왔다. 단성론은 유티케스의 주장처럼 인성이 신성에 흡수되어 사라진다고 본다. 미아피시트 전통은 참 신성과 참 인성이 모두 완전하게 존재함을 고백한다. 이 점에서 미아피시트 기독론은 칼케돈 공의회의 양성론과 본질적으로 충돌하지 않는다.
차이는 교리의 내용보다 표현의 방식에 있다. 칼케돈 신경은 “두 본성으로 존재하되 분리되거나 나뉘지 않는다”고 말하며 구별을 먼저 강조하는 반면, 미아피시트 전통은 연합을 먼저 말하고 그 안에 두 본성이 온전히 존재함을 고백한다. 두 전통 모두 그리스도를 두 인격으로 나누지 않으며, 하나의 인격 안에 신성과 인성이 완전하게 존재한다고 믿는다.
1960년대 이후의 학문 연구와 에큐메니칼 대화는 미아피시트 교회가 단성론 이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 왔다. 로마가톨릭, 동방정교, 다수의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오늘날 이 교회들을 정통적 고대 교회의 한 전통으로 인정한다. 따라서 미아피시트를 ‘단성론’으로 번역하거나 이해하는 것은 부정확하며, 실제로 오늘날 단성론을 고백하는 교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 아래의 SNS 아이콘을 누르시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