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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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ng’s Gallery, Edinburgh

 

스코틀랜드 자유교회의 눈물

 

원제: 

예배당에 미술관 간판이 걸리게 된 사연

 

Scotland 수도 Edinburgh에는 군사 요충지 역할을 하던 에든버러성이 있고 거기에서부터 동쪽으로 1마일 거리에 스코틀랜드 왕실의 공식 거처인 Holyrood House가 있다. 에든버러성과 홀리루드 하우스 사이의 거리를 Royal Mile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전통의상을 입은 백파이프 연주자 등 각종 공연자의 버스킹이 이어지며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홀리루드궁 입구에는 The King’s Gallery라는 이름의 웅장한 미술관이 있는데 여기는 왕실 소장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어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런데 The King’s Gallery는 그 외관이 누가 보아도 예배당 건물이다. 사실 이 화려한 건물은 원래 Holyrood Free Church & School, 즉 자유교회와 신학교 건물이었다. 한때 복음을 외치고 예배하던 곳이 지금은 그림 액자와 기념품으로 채워진 갤러리가 된 것이다.

 

이 건물은 19세기 중반, 스코틀랜드 자유교회(Free Church of Scotland)가 세운 대표적인 예배당 가운데 하나였다. 1843, 스코틀랜드 국교회에서는 대분리 사건(The Disruption)이 있었다. 국가 권력이 목사 임명권을 행사하며 교회 행정에 간섭하자, 말씀의 권위와 교회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1,200명의 목사 중 474명이 눈물을 흘리며 국교회를 떠났다. 목사들이 교회 건물과 재산, 월급을 포기한 채 거리로 나서자, 백성들은 자발적으로 헌금해 새로운 교회당을 세웠는데 이것이 자유교회의 시작이었다.

 

1846년에 건축된 Holyrood Free Church는 그러한 역사적 결단의 산물 중 하나였다. 여기에는 자유교회 신학교도 함께 들어서 말씀에 기초한 목회자 양성의 중심지 역할을 감당했다.

 

그러나 교회가 제도적으로는 자유를 얻었지만, 시대의 조류는 비껴가지 못했다. 19세기 후반부터 독일에서 유입된 성경비평학이 스코틀랜드 자유교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그 결과 1900년에 자유교회는 진보적인 연합장로교(United Presbyterian Church)와 통합하여 자유연합교회(United Free Church)’가 되었다.

 

그리고 1929년에는 다시 스코틀랜드 국교회(Church of Scotland)와의 합병을 이루었다. 이 통합의 흐름 속에서 원래의 자유교회 정신과 신학을 지키고자 한 교회는 고작 20개뿐이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남아있는 ‘Free Church Continuing(계속자유교회)’의 모태가 되었다.

 

이러한 격동의 역사 속에서, 홀리루드 자유교회는 1920년경부터 예배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창고로만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말 영국 왕실이 예배당 건물을 매입했고, 리노베이션을 거쳐 2002년에 The King’s Gallery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복음을 외치던 강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예배당의 높은 천정은 오디오 가이드와 전시 조명 아래 조용히 가려졌다.

 

그런데 홀리루드 자유교회의 몰락은 단지 한 예배당의 전용 문제만이 아니다. 현재 영국 전역의 수많은 교회당이 술집, 레스토랑, 공연장, 또는 부동산 사무소로 사용되고 있다. 고딕 양식의 웅장한 교회 건물이 겉모습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도 그대로지만, 그 속은 예배와 말씀 선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곳이 되었다. 교회가 진리를 버리고 시대정신과 타협한 결과, 예배당 껍데기만 남게 된 것이다. 이것은 말씀을 떠난 교회가 어떻게 허물어지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경고이자 예시다. 예배당은 결코 미술관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오늘날 일부 교회는 불신자와의 접촉점을 주장하며 스스로 예배당을 문화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영국 교회가 그러하다면 우리 한국교회라고 이러한 길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지금도 여러 신학교에서는 성경비평학과 자유주의 신학이 독버섯처럼 고개를 쳐들고 있으며, 교회 안에는 인본주의와 만담식 설교가 말씀을 대체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모든성경의신적권위수호운동협회(성수협)’와 같은 신실한 모임들이 성경의 완전축자영감설과 하나님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연구와 강의를 이어가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성경이 하나님의 완전한 말씀이라는 확신 없이는 바른 교회, 바른 신학, 바른 설교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가 교회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말씀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교회에서 말씀 선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 교회의 강단은 지금 성경의 신적권위를 전하고 있는가? 아니면 성경을 난도질하는 성경비평학을 전하고 있는가? 혹은 현대인들의 귀에 달콤한 이야기로 인기를 추구하고 있느가? 교회가 계속 교회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교회가 말씀 위에 굳게 서 있을 때, 성도의 피와 눈물로 봉헌한 예배당이 미술관도 술집도 아닌 영원한 하나님의 집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최광희 (목사, 설교학박사, 악대본 사무총장, 성수협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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