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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보살인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종교학자이며 서울대와 서강대에서 가르친 김희성 박사는 <예수보살>(2004)이라는 책을 남겼다. 어느 교회에서 10차례에 걸쳐 진행한 '불교와 그리스도교'란 제목의 강의를 다듬어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불교와 기독교의 핵심 사상을 비교하면서 불교의 공사상과 그리스도교의 신관 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깊이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논한다길희성은 종교다원주의 시각으로 종교 간 대화의 기반을 다진다.  구원론 시각으로 보살과 예수의 역할을 비교한다불교와 기독교라는 두 종교의 접점을 찾아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피고 서로 배워야 할 점을 짚는다.

 

최근, 서울기독대학교 손원영 교수는 지난 해(2022) 6월 경, "예수는 보살"이라는 발언으로 '이단(異端)' 논란에 휩싸였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소속 목사이다. 그는 2018년 한 불교 법회 강연에서 "예수님은 육바라밀(六波羅蜜·6가지 수행덕목)을 실천한 보살"이라고 발언했다.

 

 

독교대한감리회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는 손원영을 불러 이단성 논란에 대한 의견 청취를 하고, 최종적으로 이단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불자들의 언어로 예수를 나타내는 말을 찾다가 '보살'이라는 용어를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대위는 그에게 "신학적인 용어와 목회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 간 차이가 있으니 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손원영은 2016년 어느 개신교인이 경북 김천의 개운사 법당 불상을 훼손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신교계를 대신해 사과하는 글을 올리고, 불당 복구를 위한 모금에 나섰다. 이 일로 재직했던 학교에서 신앙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결국 교수직 파면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손원영은 법적 소송 끝에 부당 해고 판단을 받아냈다. 그러나 예수는 보살"이라는 발언을 문제 삼은 학교 측은 재임용 불가로 맞섰다. 그는 학내 연구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장기 복직 투쟁을 벌인 끝에 이듬해 강단으로 복귀했다.

 

 

손원영은 "이단 혐의에서 해방이 됐다""개신교가 더 열린 마음으로 (이웃 종교를) 만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종교학자 한승훈(한국학중앙연구원)은 어느 글에서 손원영이 어느 사찰에서 행한 설교가 단순한 종교 다원주의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일개 제도종교 전통인 기독교의 교리적 언어 따위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예수의 위대함에 대한 찬가였다고 평가한다. 한승훈의 글은 아래와 같다.

 

 

나는 대학생 때 본 <교육방송>(EBS) 시사프로그램 <똘레랑스>의 한 장면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 목사 자격을 가진 기독교인 교수라는 사람이 어느 불교 사찰에서 절을 하고 있었다. 이웃 종교에 대한 예의와 존경을 표현하는 것이라 했다. 종교학 전공 선택을 고려하며 종교 간 대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나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근사해 보였다. 몇 년이 지난 후 나는 그가 강남대학교의 이찬수 교수이며, 강의 내용과 종교 화합을 위한 실천이 문제가 되어 2006년에 대학에서 해직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맡았던 강좌는 종교학적 관점에서 기독교를 다루는 교양 강의였다. 기독교의 배타성과 편협함에 질려서 교회를 떠났던 학생들은 그 강의를 듣고 다시 교회에 출석할 마음을 가졌고, 비기독교인 학생들도 기독교의 진리에 대한 관심과 통찰을 얻었다고 한다.

 

 

그런 학생들에게 사찰에서 예의를 표했다는 이유로 교수를 대학에서 쫓아내는 모습은 어떻게 비쳤을까. 종교 간 화해와 관용을 위한 몸짓이, 배타적 교의에 영혼까지 얽매여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고작 우상숭배정도로 비쳤던 것일까. 오랜 복직 투쟁이 시작되었고 2010년 대법원 판결로 그는 강단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무리하고 불법적인 부당해직 사건은 한국 개신교의 배타주의가 위험수위를 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다.

 

 

근래에 이와 대단히 유사한 상황이 재현되었다. 20161월 한 개신교인이 경북 김천 시내의 불교 포교당에 난입한 일이 있었다. 그는 불교는 우상을 따르는 집단이라며 불상을 바닥에 내팽개쳐 파손하고 승려들을 마귀라고 불렀다. 그는 이것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동이며 법당에 불을 질러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범인에게는 다른 원한 관계나 정신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명백한 종교적 테러 사건이었다.

 

 

서울기독대학교의 손원영 교수는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개신교계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는 것을 안타깝고 부끄럽게 여겼다. 그래서 공개 사과문을 올리고 법당 복구를 위한 모금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러자 소속 대학에서는 그의 신앙적 정체성을 문제 삼아 파면을 결정하였다.

 

 

무리한 부당해직이었지만 대법원 판결까지는 수년이 걸렸다. 복직이 결정된 뒤에도 학교 쪽은 재임용을 미루고 연구실을 폐쇄하는 등 괴롭힘을 이어나갔다.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대학에서 추방하는 길이 막히자 이단 시비가 시작되었다.

 

 

2018년 서울 은평구 역촌시장에 있는 열린선원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예수님 오신 날 축하 법회를 개최하고 해직 중이었던 손원영 교수에게 불자들에게 예수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예수와 육바라밀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하였다.

 

 

설교문에서는 기독교와 불교 두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영적인 통찰이 느껴진다. 그는 대승불교의 핵심에 보살 사상이 있으며, 대승의 보살이란 모든 인류가 해탈 혹은 구원을 이룰 때까지 다른 이들을 돕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그런 점에서 예수는 불교의 언어로 보았을 때는 보살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살예수라는 표현은 아주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종교학자 길희성의 <보살예수>2004년에 발간되어 화제를 모았다.

 

 

손원영의 설교에서 독특한 점은 보살행의 세부적 실천 덕목인 여섯 바라밀을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의 어록과 행적에 대응시킨 것이다. 예수는 모든 인류를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내놓았으며(보시) 신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율법을 철저하게 지켰고(지계) 극한의 모욕과 배신을 이겨내었을 뿐만 아니라(인욕) 끊임없이 공생애의 실천을 이어나가는 한편(정진), 깊은 기도를 수행하고 가르치며(선정) 궁극적인 지혜를 제시하였다는 것이다(반야). 나에게는 이 설교가 단순한 종교 다원주의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일개 제도종교 전통인 기독교의 교리적 언어 따위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예수의 위대함에 대한 찬가로 들린다.

 

 

손원영 교수의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이단대책위원회는 그에게 제기된 이단 혐의를 기각하였다. 교계 일각에서는 이 결정이 신앙에 대한 타협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신앙을 도그마의 수호와 혼동하는 치졸한 믿음이다. 2000년 전 예수는 그러지 말라고 가르쳤고,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은 그를 살해했다(인용 끝).

 

 

한편, 기독교대한감리회 떠오르는 복음주의 신앙의 별 김요환 목사(구성감리교회 담임)는 아래의 글에서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손원영의 주장이 불자들에게 알기 쉽게 복음을 전하고자 선교적 측면의 도전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예수님을 보살에 비유한 것은 진리에 대한 타협, 종교다원주의로밖에 볼 수 없다고 한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손원영 목사는 2018129열린선원마지종교대화가나안교회(손원영 목사가 세움)’ 교인들과 함께 사찰에 모여 연합으로 성탄 축하행사를 하였습니다.

 

 

그는 예수 보살과 육바라밀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였는데 예수는 보살이며 성탄축하를 하는 이유는 예수가 훌륭한 보살이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육바라밀은 불자들의 대표적인 수행도로서 예수가 이를 실천했다는 것입니다. ‘바라밀이 세상을 끝내고 해탈의 세계인 저 너머로 간다는 뜻인데, 수행을 하되 임계점을 넘는 지경에까지 해야 하며, 예수는 이 여섯 가지의 일을 수행한 보살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웃종교와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든가 친목하는 걸로 이단이라 정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유일성을 부정하거나, 그리스도 예수를 보살이라고 한다거나 하는 주장은 교회 공동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입니다.

 

 

어떤 이들은 손원영 교수가 학자로서 유연한 사고를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주장을 매우 불편하게 여깁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학문적 유연함을 위해 교회 공동체에 심각한 상처를 주고 엄격한 교리를 모호한 영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손원영 교수의 주장이 불자들에게 알기 쉽게 복음을 전하고자 선교적 측면의 도전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만일 기독교에 대한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는 제3세계 원주민 불교도에게 저런 설교를 했다면 그럴법한 주장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예수님을 보살에 비유한 것은 진리에 대한 타협, 종교다원주의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을 보살과 육바라밀로 설교하는 것은 우리 교회 전통의 신앙의 언어와 맞지 않습니다. 불자들에게 복음을 이해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토착화했다는 말은 지금 이 현대 사회에는 핑계가 됩니다. 이미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는 성경과 신앙의 언어를 누구나 접할 수 있고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회 공동체의 언어를 가르쳐주고 그 용어로 설명해야 오해가 없지 않겠습니까?

 

 

바울이 야훼를 "알지 못하는 신"이라고 했지, ‘바알이나 제우스라고 하지 않았고, 로고스 개념 역시 당시 통용되던 그리스 헬라 철학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뜻하는 말로 아예 뒤집었습니다. , 바울과 요한은 그리스 헬라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들과 종교다원주의를 하기 위해서 그런 언어 사용을 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을 설명하기 위해 그런 노력을 한 것입니다.

 

 

반면에 손원영 교수는 종교 간 화합이나 대화에 더 관심이 많고, 복음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변증하는 것이 주된 취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평소에도 요한복음과 화엄경을 동등하게 비교하는 시도로 자주 일삼았는데, 이는 기독교와 불교 모두에게 좋지 않습니다.

 

 

더불어서 "보살""육바라밀"을 통해 예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불자들에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 신앙의 독특성과 유일성으로 접근하는 게 그들에 대한 예의이며, 기독교 신앙 공동체 사람들에 대한 배려입니다.

 

 

따라서 신학자와 목회자는 그 전달 대상이 불자든, 무슬림이든 하나님의 아들 예수의 "십자가""부활" 사건 자체를 전해야 합니다. 또한 참되고 바른 목회자는 이웃 종교에 대한 존경과 배려 이전에, 소속된 교회 공동체와 성도들 먼저 돌보기 마련입니다.

 

 

분명하게 구원에 대한 참된 진술은 "예수 그리스도도 구원자이시다."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자이시다"입니다.

 

 

신학적 엄밀함이 없어서 지나친 관용을 베풀면 이단 사상에 교회가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 일이 정치적 타협으로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고, 교리와 신학을 기준으로 단호하게 처리되기를 소망해 봅니다.(인용 끝)

 

 

오늘날의 최대의 신학적인 토론의 주제는 종교다원주의이다. 이 배교적 사상은 한국교회 안에도 깊숙이 들어왔고, 예수 보살이라는 이름으로 확산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유일성을 부정하는 주장이다. 기독교는 종교학 차원으로 상대화 하는 발상이다. 예수는 보살이 아니라 그리스도이다. 예수는 인류 구원의 길이다. 그리스도 예수를 보살이라고 하는 발상은 r기독교 공동체가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이지 않아야 하는 주장이다.

 

 

최덕성, 리포르만다 운영자

 

<저작권자 © 리포르만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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