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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와 질투는 사랑을 왜곡한다: 시기 7

 

시기에 대한 한 편의 묵상 (칠거지악, 2-7)

 

윌리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Othello)는 인간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시기가 어떻게 사랑을 왜곡시키고, 진실을 파괴하며, 결국 자기 자신을 삼켜버리는가를 보여주는 비극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질투나 오해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기가 인간 영혼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지를 드러내는 심리적 서사시다.

 

오셀로는 베니스의 장군으로, 흑인이었지만 용맹과 지략으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귀족 가문의 딸 데스데모나와 결혼하면서 자신의 신분과 인종의 차이를 의식하게 된다.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과 같은 흑인을 택했다는 사실은 그에게 자부심을 주었지만, 동시에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사랑이 깊을수록 그는 자신이 그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심했고, 그 의심의 틈으로 시기의 그림자가 스며들었다.

 

그의 부하 이아고는 그런 오셀로의 마음을 간파했다. 그는 오셀로의 성공과 명성을 시기했고, 자신보다 낮은 지위의 부관 카시오가 오셀로에게 총애를 받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이아고는 복수를 결심하고, 오셀로의 행복을 파괴하기 위해 교묘한 거짓의 씨앗을 심는다. 그에게 시기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복수의 논리였으며, 자신이 덜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병적인 집착이었다.

 

이아고는 오셀로의 귀에 거짓을 속삭인다. “장군님, 카시오와 데스데모나가 함께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한마디는 폭풍의 씨앗이 된다. 오셀로의 마음속에서 의심은 순식간에 불길로 번져간다. 그는 처음에는 믿지 않으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이미 불신의 재가 깔려 있었다. 흑인으로서의 자격지심, 출신의 낮음, 그리고 사회적 차별이 그 불신의 연료가 되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의 눈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찌 그녀가 나 같은 자를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질문은 사랑의 의심으로 바뀌고, 의심은 시기로, 시기는 파멸로 이어진다.

 

이아고의 거짓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오셀로의 상상은 점점 더 어두워진다. 그는 데스데모나의 손수건 하나를 불륜의 증거로 믿어버린다. 그 순간 그의 눈은 더 이상 사랑하는 눈이 아니라, 시기의 눈으로 변한다. 그 눈은 진실을 볼 수 없고, 오직 상처만 본다. 사랑의 눈이 시기의 눈으로 바뀌는 순간, 오셀로의 영혼은 이미 어둠에 삼켜졌다.

 

오셀로의 시기는 단순한 질투가 아니다. 그것은 인종적 열등감, 사회적 차별, 자존심의 상처가 얽혀 있는 복합적인 감정이다. 그는 아내의 사랑을 믿고 싶었지만, 그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사랑은 그에게 구원이 아니라 불안이 되었고, 그 불안은 시기의 칼날로 바뀌었다.

 

그는 마침내 데스데모나의 목을 조르며 이렇게 속삭인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에 죽인다.” 이 모순된 말 속에 시기의 본질이 숨어 있다. 시기는 사랑을 모방하지만 사랑을 파괴한다. 시기는 너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너를 없애겠다고 행동한다. 그것은 사랑의 뒤틀린 그림자이며, 타인의 행복을 없애야만 자신이 안심할 수 있다고 믿는 병이다.

 

데스데모나를 죽인 뒤 오셀로는 진실을 알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이아고의 거짓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는 그제야 깨닫는다. 자신이 아내를 죽인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시기를 죽이지 못했기 때문에 아내를 죽였다는 사실을. 그는 절망 속에서 무너진다. 이아고의 거짓이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이미 거짓을 믿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셀로는 데스데모나의 차가운 시신 옆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나 자신을 죽인다. 나의 마음이 이미 나를 배반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칼로 자신을 찌르며 쓰러진다. 오셀로는 시기로 아내를 죽였고, 결국 그 시기로 자신까지 죽은 것이다. 그 칼날은 처음부터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오셀로는 인간 내면의 시기심을 해부한 작품이다. 이아고는 타인을 시기했지만, 오셀로의 마음속에도 이미 그 시기가 잠들어 있었다. 그는 남보다 덜 가지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덜 인정받았다는 생각만으로 미쳐버렸다. 시기는 이렇게 부족함이 아니라 비교에서 생겨난다. 사랑은 상대를 바라보지만, 시기는 상대를 견디지 못한다오셀로의 시기는 한 사람의 거짓말 때문이 아니라, 평생 쌓여온 불안과 교만이 만든 폭풍이었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깊은 심리를 그려냈다. 시기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불안에서 자라난다. 이아고는 거짓을 말했을 뿐이고, 그 거짓을 믿게 만든 것은 오셀로 자신이었다. 그의 시기는 사랑과 진실, 신뢰와 믿음을 모두 집어삼켰다.

 

이 비극은 사랑의 반대가 미움이 아니라 시기임을 말해 준다. 시기는 사랑의 그림자로 태어나 결국 사랑을 질식시킨다. 오셀로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 우리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사람의 빛을 견디지 못할 때가 있고, 친구의 성공을 축하한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어두워질 때가 있다.

 

시기는 그렇게 사랑의 옆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언젠가 우리를 향해 고개를 든다. 그러나 사랑은 비교하지 않는다. 사랑은 너의 행복이 곧 나의 기쁨이다라고 말하지만, 시기는 너의 행복이 나의 상처다라고 말한다.

 

오셀로는 사랑을 의심하는 순간 이미 시기의 노예가 되었다. 그는 사랑하는 이를 죽였고, 그 손으로 자신을 죽였다. 그러나 그 칼끝은 처음부터 한곳을 겨누고 있었다. 그것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 시기의 어두운 심연이었다. 이 작품은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시기의 비극을 그린 서사이자, 사랑과 불안, 교만과 불신이 얽힌 영혼의 전쟁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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