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법 위에 있지 않다
대대한민국 헌법 제84조는 국가 최고 권력자로 하여금 안정적인 국가 경영과 통치를 하도록 일시적 특권을 부여한다. 그러나 이 법은 최고 권력자에게 법 위에 있을 수 있는 권한 부여를 의미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다만,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한다.
우리나라 사법부는 이 조항을 확대 해석하여 대통령 취임 전에 기소된 최고 권력자의 형사 재판을 중단시키려 하며, 이를 입법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이 시도는 법치주의에 반하며, 법 위에 있는 권력자를 만들어내는 위헌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0조(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피고인에게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피고인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이 조항은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는 매우 중요한 규정이다. 재판 지연으로 말미암아 피고인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며, 동시에 사법기관에는 재판을 지연시키지 않고 신속히 진행할 책임이 부과한다.
형사소송법의 이 조항은 법원이 심판을 지체하지 않고 신속히 진행해야 함을 규정한다. 국가(사법부)에 신속한 재판을 할 의무를 부여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입법부가 신속한 재판을 할 의무를 소홀히 하게 하는 법을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그 법을 지켜야 할 의무자가 법 위에 설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하는 행위이다. 위 형사소송법은 정당한 사법부의 재판 진행을 무력화할 수 있는 법이 없음을 시사한다. 권력자에 대한 헌법의 위 특권 조항은 특정인 권력자에 대한 의무 해제를 말하고 있지 않다.
국회(입법부)가 새 법을 만들고, 그 법이 적용될 당사자인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이에 서명하면, 이 법은 법적으로 정당한가? 그렇지 않다. 이는 민주주의 원칙, 권력 분립, 법치주의의 핵심에 도전하는 위헌적인 악법이다. 이러한 행위를 하는 입법부와 이를 주도하는 정당 그리고 위헌적인 법안에 서명하는 행정부의 수장의 행위는 악 중의 악이다.
국회가 새 법을 만들어 통과시키고, 최고 권력자가 이에 서명하면 그 법은 정식으로 제정되어 효력을 갖는다. 이는 헌법에 따라 국회의 입법권과 대통령의 공포 권한이 부여된 절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식적 정당성과 실질적 정당성은 다른 사안이다. 헌법의 기본 이념, 곧 법치주의, 권력 분립, 평등원칙 등에 위배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함은 위헌이다.
자신이나 특정인을 위해 형사처벌을 면제하거나 재판을 중단하게 만드는 내용이면 이는 실질적으로 자기면죄법(lex personalis)에 해당한다. 헌법 제11조(법 앞의 평등), 제10조(인간의 존엄과 가치), 제27조(재판 받을 권리)에 역행한다.
이러한 법 제정과 시행 과정은 아래와 같은 헌정적 모순과 악을 내포한다.
첫째, 입법권한의 남용이다. 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에도 특정 최고 권력자의 형사책임을 면하게 하려는 목적의 법 제공은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입법이며,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
둘째, 권력분립의 훼손이다. 입법부(국회)가 사법부의 기능(형사재판)을 무력화하고, 최고 권력자가 이에 서명함으로써 행정부까지 결탁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악이다. 결국 사법 독립을 침해하고, 권력자를 법 위에 두는 결과를 초래한다.
셋째, 법치주의에 대한 배신이다. 법치주의 원칙은 권력자에게 법에 따라 통치할 것과 법에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 특정 권력자의 형사적 책임을 배제할 목적으로 법을 만드는 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라 악한 동기를 가진 인치(人治) 행위이다. 이는 국가적인 퇴보이다. 전제정치나 독재로 가는 첫 관문이다.
넷째, 신뢰 원칙과 국민의 권리 침해이다. 국민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 시민은 법 집행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과 평등성을 기대한다. 일반 시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법 제정과 최고 권력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법 시행은 차별적이다. 국민 기본권 침해이다.
국회가 형식적 절차를 거쳐 입법을 하고 대통령이 이 법안 시행을 허락하더라도 그것이 특정 권력자의 기소를 막거나 재판을 중단시키는 내용이면 이는 명백한 위헌 행위이다. 권력자는 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모략, 그리고 사법부의 결탁은 악 중의 악이다. 혁명을 일으켜서라도 제거해야 할 악한 행위이다.
법치주의 원칙은,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며, 권력 남용을 수단으로 형사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악으로 규정한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의 독재 권력 장악과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 국가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
푸틴은 2000년부터 실질적으로 약 25년 가까이 권력을 유지해 오고 있다. 현대 정치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정상적으로 장기 집권 행위를 하고 있다.
푸틴은 독재자이다. 야권 인사 체포, 언론 탄압,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 등 정적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 국제 감시기구들이 러시아 선거의 공정성에 반복적으로 의문을 제기해도 선거 조작 의혹을 해소하지 않고 있다. 푸틴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를 장악하고 견제와 균형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비정상적인 권력의 장기집권 야욕을 불태우고 있다.
푸틴은 2020년에 새 헌법 개정에 개입하여 사실상 종신 집권이 가능한 법을 만들었다.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푸틴의 이러한 행위는 형식적 민주주의 절차를 가장(假裝)한 권위주의 체제, 곧 독재 정치의 핵심적인 근거이다.
푸틴의 장기집권과 독재는 민주주의 절차를 따른 결과가 아니다. 겉으로는 민주주의 절차를 따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정기적으로 선거를 치러지더라도, 야당과 언론이 이 사건을 자유롭게 다루지 못한다. 국민으로 하여금 공정한 선택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제도는 자연적인 절차를 밟아 시행되는 민주주의가 아닌 권위주의 정치 체제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선거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권력 분립, 법의 지배, 표현의 자유, 정치적 경쟁 등 복합적인 요소로 구성된다. 시민의 자유와 정치적 다양성을 억압하면서 유지되는 장기집권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이것이 다름 아닌 독재이다.
푸틴은 헌법 개정과 선거 절차를 거쳐 장기집권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권위주의적 독재 통치자이다. 이 상황은 형식적 민주주의가 어떻게 독재로 전락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편, 아돌프 히틀러가 통치한 독일은 전면적이고 노골적인 전체주의 독재 체제였다. 히틀러의 독일은 수권법(授權法, Ermächtigungsgesetz, Enabling Act)을 만들어 독재권력이 입법권을 장악하고, 헌법적 절차를 따라 그 권력을 합법화했다. 이 법은 입법부가 1933년에 비상시 입법부가 행정부에 입법권을 위임하는 법이다. 히틀러의 독일은 입법·행정·사법을 모두 통제해 전체주의 국가를 만들었다.
히틀러의 나치는 법치를 파괴하고 인치(人治) 제도를 도입했다. “국가가 법이다”라는 논리를 폈다. 자기 면죄법(Lex personalis) 제정을 주저하지 않았다. 독일은 나치의 범죄를 면책하려고 국가의 법을 고쳐 범죄 자체를 합법화했다. 특정 권력자의 형사 책임을 없애는 자기면죄법을 만들어 시행함은 법 구조를 악용한 위헌적 악행이다.
히틀러의 수권법처럼, 법을 통해 권력을 정당화하고 통제 장치를 제거하는 방식은 겉으로는 ‘합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주적 원칙의 파괴이다. 특히, 자기면죄법 입법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법치주의의 핵심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한다. 이러한 입법은 특정 권력자에 대한 형사 책임을 사후에 없애며, 결국 법은 권력자의 방패이자 면죄부로 전락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러한 법적 절차를 통한 권력 집중과 통제 장치의 무력화를 감시하고 저지할 수 있는 시민사회, 언론, 사법부, 국제사회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기관들의 역할이 약화되면, 민주주의는 쉽게 후퇴하거나 무너질 수 있다.
특정 권력자가 국회의 입법과 대통령의 서명을 통해 형식적 정당성을 내세워 자신에게 유리한 법을 만드는 것은 법적 외피를 쓴 자기면죄법 제정행위이다.
대한민국은 다당제, 사법 독립, 표현의 자유가 존재하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국제사회, 언론, 시민의 감시와 견제가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의 특정 권력자를 위한 입법 시도나 권력 남용은 “독재로 가는 초기 징후”이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결탁하고 사법부가 이에 동조하면서 독자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의 법치주의와 권력분립 장치는 붕괴된다. 이는 독재로 가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푸틴의 러시아와 히틀러의 독일 그리고 대한민국의 법을 통한 권력 정당화 시도는 동일하다.
민주주의는 자동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시민의 참여, 비판, 적극적 행동이 필수적이다. 끊임없는 시민의 감시와 견제 그리고 저항이 수반되어야만 유지될 수 있다. 법적 형식을 갖췄다고 해서 그 내용까지 정당하거나 헌법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한국은 러시아의 푸틴이 독재자로 등극하여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히틀러의 독일처럼 법을 통해 독재를 합법화하는 경로를 걷고 있다.
현실 상황과 시대적 맥락은 다르지만, 법의 형식적 정당성을 이용해 실질적 불의를 감추는 권력 남용, 권력 분립과 법치의 파괴, 특정인을 위한 법 제정 등은 푸틴과 히틀러가 독재로 가는 길에 사용한 핵심 수단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어느 지점에 있는가? 자유민주주의 체체의 붕괴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국가권력자를 바꾸는 혁명이 일어나도 정당화 될 형국 아닌가? 권력자가 자기의 신변보호를 목적으로 법을 개정하여 장기집권하려 하지 않을까?
, 브니엘신학교 총장
▶ 아래의 SNS 아이콘을 누르시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