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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철학자, 연세대 명예 교수

 

늙어서도 존경받는 방법

 

 

나이가 점차 많아지면 나는 새롭게 느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은 자신이 나이 들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어렵다는 사실이다.

 

 

내가 20대일 때는 40대의 선배들이 어른으로 보였다. 내가 40대일 때는 60대의 선배들이 늙은이로 보였다. 그런데 내가 60대가 되니 60대는 아직 청춘이고 80대나 되어야 늙은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과 마음이 이렇게 펄펄한데 어찌 내가 늙었다는 생각이 들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후배들이 나를 보는 시각은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젊을 때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도 나 같은 60대를 늙은이로 보고 있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적어도 꼰대 짓은 하지 않아야 같이 놀아줄 텐데 어떻게 해야 늙어서도 젊은이들과 놀 수 있고 더 나아가 존경받을 수 있을까?

 

 

그 비결은 주위에 있는 선배들의 모습을 분석해보는 방법으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주위에는 두 부류의 선배들이 있다. 한 부류는 시간 나면 만나고 싶고 같이 놀고 싶은 선배들이다. 다른 한 부류는 전화 오면 전화기를 엎어버리고 싶은 선배들이다.

 

 

먼저 전화 받고 싶지 않은 선배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주로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이분들의 전화를 받으면 언제 끝날지 모른다. 대화 내용은 전에 한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며 나의 의향은 무시하고 자기주장을 강요한다.

 

 

또 물어보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자기의 과거의 이력을 주저리주저리 나열한다. 이 특징은 흡사 예의를 갖춘 종업원 앞에서 진상 고객이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하는 것을 연상시킨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남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여 혼자 오해하고 섭섭해 하며 삐지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전화 받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선배는 후배가 느끼는 불편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반면, 간 나면 같이 놀고 싶고 중요한 모임에 초대하고 싶은 선배가 있다. 그런 노인은 속칭 꼰대 짓을 하지 않는다. 후배들이 자신과 함께 놀아주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한다.

 

 

그래서 만남의 주도권도 언제나 바쁜 후배의 일정에 맞추고 후배에게 일정 변경의 사유가 생기는 것도 당연히 받아들인다.

 

 

이런 노인 선배는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가 어떤 생애를 살아왔는지 궁금해 물어봐야 최소한으로 대답한다. 자기 이야기 대신에 후배가 어떻게 지내며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 듣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유형의 노인 선배의 지식과 사고방식은 시대의 트렌드를 열심히 따라잡고 있다. 젊은 사람들과도 대화가 잘 된다. 그 이유는 중단하지 않고 계속 공부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은 나이와 과거 경험을 권위로 내세우지 않고 더 멀리, 더 넓게 내다보는 안목을 후배들에게 나누어줌으로 매력을 유지한다. 이런 선배는 중요한 모임에서 그의 지혜를 타인에게 베풀어주는 기회를 얻는다.

 

 

그래서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나이 들면서 공부를 중단하고 수십 년 전에 배운 지식을 사골처럼 우려먹으면 분은 진짜 늙은이라는 사실이다.

 

 

나이 든 사람에게 정말 중요한 것 하나는 자기 건강은 자기가 챙기는 것이다. 최근에 90세가 넘어서도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며 멀쩡한 정신력을 가지고 뛰어난 언변으로 후배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다.

 

 

최근 나는 이러한 어느 선배를 만났다. 그래서 후배들이 그분을 중요한 자리에 모시고 한 말씀할 기회를 드렸다. 그분이 자신의 건강을 타고났는지 피나는 노력으로 관리했는지 모르지만,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면 지식이나 돈이 다 소용이 없어진다.

 

 

우리가 몇 살까지 살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사는 동안에는 멋을 유지하고 존경받다가 주님이 부르실 때 기쁘게 달려가면 좋겠다.

 

 

존경받는 선배의 또 다른 한 가지 특징은 같이 식사할 때 식사비는 언제나 선배가 계산한다는 사실이다. 은퇴하고 일선에서 물러나면 당연히 돈이 궁할 터이다. 그런데도 밥은 형님이 사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경제력을 유지해야 존경을 잃지 않는구나 하고 느낀다. 일선에서 은퇴한 사람이 경제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지만 하여간 그것이 늙어서도 존경받는 방법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그래서 만일 내가 솔로몬이었다면 잠언에 이런 문장을 추가했을 것 같다. “입을 여는 선배는 경멸을 받아도 주머니를 여는 선배는 존경을 받느니라.”

 

 

최광희 목사.jpg

 

최광희, 행복한교회 목사

 

<저작권자 © 리포르만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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