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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만두와 서울 (미완성 글)

 

WCC 바로알기 17

 

1. 고려신학대학원 졸업식이 거행되는 강당 안에는 승려복을 입은 축하객들이 가끔 보인다. 목사후보생의 가족, 친구, 친지이다. 기독인과 타종교인은 상극관계인가? 서로 간의 대화 없이 원수처럼 여기면 담을 쌓고 살아야 하는가?

 

2. 우리는 종교다원성 사회에서 살고 있다. 종교가 다른 사람들까지 자기의 종교정체성을 부정하도록 요구하지 않으면서 상호 연대하고 친목을 가지는 만남과 대화도 가능하다. 나는 이것을 종교 간의 행동하는 대화라고 일컫는다. 이 경우의 대화는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만남, 사귐, 친교, 연대, 단합 개념을 포함한다.

 

3. 네팔은 힌두교 신자가 인구의 80퍼센트이고 불교인이 약 10퍼센트이다한국 정부는 2015년의 개신교 인구가 2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네팔과 한국의 종교 간의 대화 곧 종교적 자기정체성 포기를 강요하지 않는 '종교 간의 행동하는 대화시스템 구축과 활동의 증진이 요청된다.

 

4. 대한민국(이하 한국)과 네팔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지진피해이다. 한국은 지진피해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6년 가을에 발생한 강진으로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다학교가 수업을 중단하고대규모 회의가 갑자기 파회한 경우도 있다카트만두와 그 인근 지역에 2015년 봄 지진 때급히 달려와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한국인이 있었지만지원의 폭이 크지는 않았다신속한 지원 방법과 정보를 가지지 못한 탓도 있다.

 

5. 인간의 삶에 친구가 중요하다. 참화, 불행, 비극을 만날 때 필요하다친구는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 보다는 슬픔을 당한 자에게 희망을 준다. 용기를 가지게 한다환난을 당할 때 친구의 위로보다 더 큰 선물이 없다친구관계 형성과 잦은 왕래가 서로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평소에 쌓은 두터운 친분열린 대화협력 시스템 구축이 신속한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

 

6. 종교는 문화와 예술의 창의적 뿌리이다민속춤은 대부분 제의적(祭儀的성격을 지니고 있다네팔의 소설수필미술공예노래 등 여러 예술과 문학 분야는 힌두교와 불교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종교는 세계관과 정신문화의 산실이기도 하다.

 

7. 아시아는 종교들의 고향이며 텃밭이다인류의 가장 중요한 종교 사상들의 발상지이다역사적 종교들은 아시아의 정신적 개방성의 종교 전통에 뿌리내리고 그 토양에서 자라왔다세계 도처에서 종교 간의 불화가 심화되고 있다종교의 텃밭인 아시아가 자비평화조화협력의 모델이 될 것인지종교적 이데올로기로 말미암은 갈등참화부조화의사소통 단절의 표본이 될 것인지그 여부는 아시아인들의 종교적 만남과 대화의 폭, 깊이, 질에 달려 있다.

 

8. 네팔 정부는 2011년의 네팔 인구가 약 2 6백만 명이라고 발표했다한국 인구의 절반에 해당한다통계에 따르면네팔 국민 약 80퍼센트가 힌두교인이고 9퍼센트가 불교 신자이다석가모니 탄생지 아름다운 룸비니 동산이 네팔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네팔의 불자 수가 많지 않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이슬람 신도가 인구의 4퍼센트기독교 신자 1.4퍼센트이다네팔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힌두교인이고, 1명은 불자인 셈이다두 종교의 영향 아래서 네팔인 절대다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영혼이 불멸하며 끝없는 윤회 속에서 존재하고전생의 업보에 따라 다른 존재 형태로 계속 옮겨간다는 믿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9. 한국 정부는 2015년의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 명에 육박한다고 발표했다기독교인 약 9 700만 명불교도 약 7 600로마가톨릭교회 신자가 약 3 900만 명이라고 한다소수의 원불교유교천도교대종교무속신앙인들도 있다한국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기독교 개신교 신자인 셈이다.

 

10. 한반대륙에는 아주 오랫동안 비폭력과 자비정신을 천명하는 불교가 강세(强勢)였다 1500년 동안한국사회의 종교적 기반을 형성하고 있었다반세기 전까지도 한국이 불교국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이 땅에는 불자들이 많았다그러나 최근에는 기독교 신도 수가 다수이다교회당들이 불교 사원보다 훨씬 많다.

 

11.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다불교가 4세기에 들어왔고유학이 15세기에 유입되었다로마가톨릭교회는 1770년대 말에기독교 개신교회는 1880년대 초에 들어왔다첫 개신교회는 한국인 스스로 세웠다뒤를 이어서 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선교사들이 찾아와 외세침략과 부패한 정부에 의해 삶이 피폐해 진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해 주었다학교와 병원과 고아원을 세우는 등 사회복지에 이바지했다한국인들은 그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이 전하는 종교 진리를 환영했다.

 

12. 한반대륙의 북쪽에는 약 2 500만 명의 동족이 살고 있다공산주의 무신론 국가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고 가르친다모든 종교를특히 기독교를 억압한다북한은 핵무기로 미국과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강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인 것 같아 보이지만 가난한 나라라는 오명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13. 한국은 현재 5천년 민족 역사 가운데서 가장 풍요로운 문화적 경제적 삶을 누리고 있다교육수준의 향상사회복지의 발달체육과 문화의 도약의술의 발전을 경험하고 있다신장(身長)과 평균 수명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14. 한국이 경제와 삶의 질을 포함한 여러 면에서 발전한 시기와 기독교인 인구가 증가된 시기가 일치한다한국기독교인들은 나라의 발전과 복지향상이 자신들이 하나님께 올리는 기도 덕분이라고 믿는다한국이 이족침략동족상잔의 전쟁천연자원 부족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용감하게 일어나 윤택한 나라로 발전한 것은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자살률과 이혼율이 높고국민행복지수가 낮은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15. 유럽기독교 사회는 힌두교불교이슬람교 신자들이 기독교인들보다 더 경건하고 신앙심이 독실함을 알고 있다그래서 그들에게 “예수 믿으라,” “개종하라고 말하지 않는다진리를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라고 생각한다한국기독인들에게이러한 태도와 발상은 매우 낯설다한국기독교는 유럽기독교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백인 전용이라는 딱지가 붙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공원시설과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태도에 거부감을 느낀다기독교의 진리와 예수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의 기쁜 소식이 모든 인류에게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16. 한국기독교인들은 무슬림이 기독교인보다 더 기도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고불자들이 만물의 생명에 대한 더 깊은 자비심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다한국기독교인들에게 “우주의 창조자 하나님께서 힌두교도불자의 기도를 듣고 응답하는가?” 하고 물으면일부의 사람들은 답변을 회피하거나주저하거나, “잘 모르겠다고 말할 것이다다수는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17. 한국기독교는 모든 종교가 동등한 종류의 구원의 길이라고 보는 종교다원주의를 환영하지 않는다모든 종교가 궁극적 진리를 계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하나님의 구원하는 은총과 능력에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교회연합운동을 경계한다진리의 배타적독립적 소유 주장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곧 종교적 자아 정체성을 포기하는 종교 간의 대화를 거부한다.

 

18. 기독교 종교다원주의는 서로 다르고 다양한 각 종교의 의례상징교리체계성직제도윤리 계명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가치가 같다고 말한다이는 신앙과 행위의 절대 규범의 존재 가능성을 부정하는 발상이다주관주의·상대주의의 결과이다현대판 자유주의 신학인 종교다원주의가 이스라엘 역사와 선지자들과 사도들에 준 하나님의 초자연적 신탁(神託, oracle) 곧 특별계시를 죄 때문에 영적으로 어두워진 자연인의 계시와 동일시함은 부당하다성경 내용을 유태인들의 종교경험 기록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는 자유주의 신학 사조는 기독교의 핵심 진리를 부정하는 단계로 발전했다유럽북미대양주의 주류 교회를 쇠잔하게 만들었다.

 

19. 종교다원주의자의 눈에는 한국기독교의 태도가  한 가지 진리에만 몰두하는 광신성(being fanatical)의 이미지로 보인다. 실체가 없는 절대적 진리에 연연하는 것으로 비친다.

 

 

20. 한국기독교가 자기 정체성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에도 타종교들과 큰 갈등 없이 조화롭게 지내고 있다불교유교로마가톨릭교회 등 타 종교인들과 일상생활에서 평화롭게 더불어 지내는 법을 알고 있다같은 교실에서 함께 배우고같은 사무실과 노동현장에서 함께 일하고정치무대에서 함께 정치활동을 한다타종교와 대화를 희망하고조화협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1. 한국기독교의 확신은 기독교 진리가 바깥세계로부터 온창조주 하나님의 특별계시로 주어진 것이라고 믿는데 있다인간의 이성과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하나님의 특별계시만이 이 한계를 뛰어넘는다기독교 성경은 하나님의 특별계시와 인간 구원 지식을 담고 있다참 진리는 배타적이며유일하며불변하다고 믿는다.

 

22. 이 종교적 인식론적 전제하에서 한국기독교는 역사적 인물 예수를 그리스도 곧 구원자라고 믿는다그분만이 구원의 길이라고 본다( 14:6;  4:12; 딤전 2:5). 그리스도 예수 밖에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役事)가 없다하나님의 구원하는 은총은 대속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주어진다인간이 예수를 믿어야 할 까닭이 있다예수 그분이 하나님과 인간을 갈라놓은 죄의 문제를 해결할 분은 십자가에 달려 대속제물이기 때문이다이런 점에서 진정한 진리는 배타적이다참과 거짓은 배타적일 때 드러난다.

 

23.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죄 사함과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의 시민다운 통치를 받는 데 있다기독인이 되는 목적은 죄 사함과 영원한 생명(zoe) 취득이다한국기독교는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와 함께 이웃과의 수평적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윤리적도덕적정신적 측면에서만 아니라 인권침해폭력고문불평등 등에 맞섬평화와 조화를 향해 종교 간의 행동하는 대화종교의 사회를 향한 예언자적 제언 기능을 중요하게 여긴다.

 

 

24. 종교 간의 갈등은 이데올로기 충돌보다 더 끔직한 참화를 가져온다한국의 기독인들은 종교적 자아 정체성을 포기하도록 하는 대화를 환영하지 않는다인간의 생명에 대한 이해인간관계의 위기 해소환경 개선핵 억제인권신장 등의 주제에 종교 간의 상호신뢰와 협력을 위한 대화의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인민의 비참한 빈곤퇴폐억압적인 지배정부의 타락많은 사람들을 열등한 인간으로 보는 천민사상여성차별노동자에 대한 착취행위 등이 인간 사회의 조화를 깨뜨리고 있다. 종교인들이 연대하여 이에 항거함이 마땅하다.

 

25. 한국기독교는 타종교인과의 만남상호신뢰좋은 관계향상된 생활에 서로 도움을 주는 높은 가치와 풍부한 규범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대화공동체마음 공동체(community of heart and mind) 구축을 원한다서로를 존중하고 세계평화와 사회정의 실현에 이바지하고 싶어 한다.

 

26. 종교 간의 상호존중과 대화는 무비판적인 종교혼합주의(uncritical religious syncretism)를 낳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행동하는 대화(dialogue of action)가 필요하다실제적인 협력공동사역연대행동이 절실하다앞에서 언급한 종교 간의 협력 주제들만이 아니라 기아자연재해지진피해 지역에 대한 긴급원조를 하고 그것을 할 수 있는 행동하는 대화문화 증진과 협력 시스템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27. WCC가 주도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교리는 분리시키고 봉사는 일치시킨다”(doctrine divides, but service unites)는 구호를 즐겨 사용한다이 슬로건은 종교다원주의 상황의 기독교에 적합하지 않다. 종교 간의 대화협력에 관계에만 적합하다. 행동하는 대화가 다른 신조신념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연대감을 형성하고 조화와 협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28. 사귐이 신뢰를 구축하고신뢰가 조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조화가 상호 협력을 만들어 낸다재난을 당한 이웃에 대한 도움과 원조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려면 평소에 적극적인 대화신뢰친교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국가기업학교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국가와 국가 간에 상부상조할 수 있는 대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아시아인에게는 물질적 도움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 사랑이다친구 되기이며친구와 함께 함이다친구가 됨은 사귐 시스템이 구축되었음을 의미한다.

 

29. 긴급한 도움의 필요를 알게 하는 시스템을 가진 ‘행동하는 대화는 종교인들을 조화롭게 만든다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선결 과제는 행동하는 대화문화의 증진이다. ‘행동하는 대화는 종교의 다원성(religious plurality)을 인정하고상대방을 해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타인의 종교적 자기 정체성을 버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상호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 조화롭고도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협력적인 대화이다.

 

30. 대화는 자기를 고립시키지 않는다타인의 확신을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대화는 서로를 신뢰하고서로에게 자신을 개방한다타종교인과 공동의 선행과 구체적 실행을 위해 협력한다행동하는 대화 시스템 구축은 종교 간의 평화와 협력과 조화를 보장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교의학 교수, 유유미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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