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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여, 경계를 넘어서라!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박사,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 겸 한국고등과학원 석학 교수가 2022713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과학기술원 부설 고등과학원에서 경계와 관계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수학자로서 한 특별강연이지만, 신학자인 나에게 신선한 충격과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무엇보다 순수 수학이 기존의 경계, 편견을 허무는 일을 끊임없이 요구한다는 점이다. “본질적인 문제들은 경계를 넘어설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는데, "순수 수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중요한 가치는 타고난 편견을 넘어설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명제 공간 내에서 수많은 명제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 관계의 지도를 최대한 자세하게 그려냄으로써 인간이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수학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경계는 유효하고 필요해서 만든 곳이지만 필요하지 않을 때는 그 경계를 넘어갈 줄 아는 것이 유용하다라는 말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경계를 허물고 넘어가서 새 영역에서 발견한 새 대상에 대해 이름을 붙여주고 새로운 경계를 만들고 새 관계를 찾아가고 또 그 경계를 부수고 이름을 붙여주는 이런 과정을 요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허 교수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만난 한국 학생들에게서 느낀 점을 말했는데, “다는 아니지만 좁은 범위에서 정확하고 완벽하게 푸는 능력은 뛰어나다." 그런데 "넓고 깊게 공부하는 준비는 비교적 덜 준비된 것 같다고 했다.

 

이 지적은 비교적 정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는 수학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문제뿐 아니라, 좁고 깊게 파고드는 현대 학문의 경향성이기도 하다. 만약 특히 한국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경우라면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말이라 할 것이다.

 

종교개혁신학에 매달리는 필자에게 와 닿는 말이 있다. "경계는 유효하고 필요해서 만든 것이지만 필요하지 않을 때는 그 경계를 넘어갈 줄 아는 것이 유용하다"라는 말이다.

 

물론 허준이 교수는 수학이라는 영역에서 한 말이지만, 신학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신학에서 경계란 교의(Doctrine) 곧 도그마라 하겠다. 도그마는 텍스트(text)인 성경을 근거로 한다. 문제는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도그마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허 교수는 "본질적인 문제들은 경계를 넘어설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다"라며, "순수 수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중요한 가치는 타고난 편견을 넘어설 기회를 준다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교리는 성경해석에 관한 문제이며, 아울러 신앙고백에 관한 문제이다. 곧 텍스트인 성경의 21세기 적용의 문제이다.]=

 

사실 21세기 신학은 16세기 종교개혁 신학을 근간으로 형성되었지만, 5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예측불허의 다양한 도전에 처해있다. 서구교회뿐 아니라, 역사가 150년도 되지 않은 한국교회이지만 벌써 세계교회와 거의 같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 유럽 기독교처럼 기독교 후기 시대(Post-Christianity)의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한국교회가 서구의 신학과 교회를 일란성 쌍둥이처럼 따라갔기 때문이리라. 직수입한 신학과 교회가 같은 현상을 보여주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다. 한국이라는 특수 상황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서구신학에 미래지향적 독창성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예로 한국 장로교회는 17세기 영국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채택된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을 오늘의 신앙고백으로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은 장로교의 소중한 영적 유산이며, 늘 되씹어야 할 중요한 역사적 교훈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이 역사적 유산을 간직한 한국교회가 오늘 21세기 성경에 서서 우리의 특수 상황에서 고백하고 지향해야 할 신앙고백이 없다는 것이다. 곧 살아있는 한국 신앙고백’ (confessio koreana)가 요구된다는 말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400년 전, 17세기 영국인들이 고백한 신앙고백을 21세기 한국인들이 살아있는 신앙고백으로 가져오는 것은 오늘 한국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개혁교회는 시대, 장소, 상황에 따라 텍스트인 성경에 근거를 둔 성도의 마음의 고백을 늘 새롭게 요구한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 한국교회는 정신을 차리고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우선 인식해야 한다. 거대한 문제가 산더미처럼 몰려옴에도 불구하고 인식하지 못한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절망적이고 암담하다 하겠다.

 

 

16세기 종교개혁은 중세교회가 철학에 근거해 쌓아놓은 경계를 성경을 근거해 허무는 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역사를 이룩했다. 그렇다면 종교개혁신학이 오늘 한국교회에게 가르쳐주는 중요한 교훈은 성경에 근거해서 얼마든지 굳어진 경계를 뛰어 넘어설 용기를 가지라는 것이다.

 

개혁된 교회는 지금도 늘 새로워져야 한다!’

 

주도홍 박사 (백석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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