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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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교인 언약과 바르멘 신학선언 


최덕성 교수의 <장로교인 언약과 바르멘 신학선언>(서울: 본문과현장사이, 2000)을 읽고/ 최병규  박사


1. 독일교회, 한국교회, 친일파 전통

 

독일에는 바르멘신학선언’(1934)이 있고, 한국에는 장로교인언약’(1940)이 있다. 전자는 게르만 민족주의라는 우상을 숭배하던 독일교회에 항거한 독일고백교회운동의 신앙고백문이다. 후자는 일본민족주의라는 우상을 섬기던 한국교회에 항거한 신사참배거부운동교회의 신앙고백문이다.

 

바르멘 신학선언장로교인 언약은 모두 불의한 정치권력과 타협하면서 사도성, 보편성을 가진 교회이기를 거부한 기존 교회의 탄압을 받으면서 타협과 저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서 기꺼이 저항을 선택하고 그 까닭을 고백문헌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저버리고 정치권력의 시녀가 된 교회, 민족주의 기독교가 수용하는 성경 외적(外的)인 가르침을 거짓 교리 혹은 우상숭배로 규정하면서 거부했다. 정치 권력자나 종교기구가 아니라 다만 그리스도와 성경 말씀에 따르라고 가르치고 있다.

 

독일고백교회 운동보다 신사참배거부운동이 더 탁월하다. 장로교인 언약은 바르멘 신학선언보다 더 큰 가지를 가지고 있다. 이족의 침략, 경찰 식민통치, 신도주의 정치 이데올로기, 독재자가 아닌 이른바 현인신(現人神)에 대한 목숨을 건 투쟁, 장기간의 옥살이, 다수 교회의 배반과 반대자들에 대한 교회의 극심한 박해 등이 있었다. 둘째, ‘바르멘신학선언은 약 2천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의 기독교의 산물인 동시에 신학박사가 작성한 것인 반면, ‘장로교인 언약은 반세기에 불과한 기독교 역사를 가진 한국교회의 신자들, 신학교를 다니지 않은 전도인 또는 전도사라는 이름을 가진 초보 신앙인들이 만들었다.

 

한국교회가 이같이 신앙운동과 자랑스러운 훌륭한 신앙고백 문헌을 유산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문서가 반세기를 넘기도록 대중에게 알려지지도 않았고, 신사참배거부운동은 냉소적으로 평가되어 왔다. 친일파 전통과 시각이 그만큼 한국교회를 강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교회사가들이 신사참배거부운동을 냉소적으로 평가해 왔다. 친일파 전통과 시각이 그만큼 한국교회와 한국교회사를 강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상은 최덕성 교수의 <장로교인 언약과 바르멘 신학선언>(서울: 본문과현장사이, 2000)의 논지와 개요이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학술회가 고려신학대학원에서 모였을 때 발표한 소책자 논문을 책으로 간행한 것이다. 부록에는 장로교인 언약 한글문과 한부선 선교사가 번역하여 미국에서 발행되는 어느 영어 잡지에 기고한 영문 그리고 바르멘 신학선언 한글 번역문이 실려 있다. 출간 준비가 마무리된 <신사참배거부운동>에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총 102쪽의 자그마한 책이지만, 최덕성 교수의 저작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독창적인 논지와 강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아래의 글은 위 책의 요점을 서평자의 관점으로 간추린 것이다.

 

2. 독일고백교회운동과 신사참배거부운동

 

우리나라 기독교 진보주계의 대표적인 신학자들은 일제 치하에서 신사참배거부운동에 앞장선 수진수난 성도들을 폄하해 왔다. 나치 치하의 독일 고백교회운동과 관련하여 신사참배거부운동을 언급하면서 진리의 증인들을 정통주의근본주의신학이라는 덧없는 신념체계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신학대학(현 한신대학교)의 정하은 교수는 주기철 목사의 죽음은 결코 제2차 대전시의 독일 나치즘하의 본회퍼와 같이 그 사회에 대한 교회의 사명과 책임에서 옥사한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 근본주의 신학에 의한 사상의 동결 내지 교회에 의한 자기 소외(疎外)의 희생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정하은의 주장은 같은 학교의 동력(動力) 김재준 교수의 사상을 반영한 것이다. 그들은 주기철을 비롯한 신사참배거부로 인한 수난자들을 덧없는 신념체계의 희생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우상에게 절하지 말라는 종교적 계율을 준수하는 데 일념이 경주된 노력의 결과이지 사회와 민족을 위한 투쟁을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한국교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이 신학자들은 반면에 나치치하의 독일 고백교회운동을 영웅적인 행위로 간주하면서 그 지도자들을 신앙적 용사,” “영웅적 전사라고 극찬해 왔다.

 

독일 고백교회의 저항 활동은 게르만민족주의라는 우상숭배에 맞섰다. 우리나라의 군사정권 시대의 진보주의계 인사들의 저항 활동으로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을 각성시킨 점에서 궤를 같이 한다. 진보주의계 기독교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사회참여 활동과 전후 복구 작업에 적극성을 보인 것은 나치 치하의 실패에 대한 반성적 동기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의 해방신학, 민중신학의 기원은 독일의 경우와 같지 않다.

 

우리나라의 신사참배거부운동은 유럽의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진행되어 왔지만, 사건의 성격, 진행과정, 저항, 저항의 대상, 저항의 동기, 신학적 주지, 수난, 순교, 사회참여적 결과 등이 일치한다. 만주지역 신사참배거부운동의 구성원들이 작성한 장로교인 언약은 이 점에서 독일고백교회 총회가 발표한 바르멘 신학선언”(1934)과 놀랄 만큼 닮았다.

 

신사참배거부운동은 일제의 우상숭배 강요와 일본민족교회로 거듭난 한국교회에 항거한 신앙운동이었다. 일제말기의 수진수난 성도들은 신앙고백 문헌들을 남겼다. 평양지방법원이 작성한 “21인 예심종결서”(1945)와 만주지방 신사참배거부운동 지도자들이 작성한 장로교인 언약등이다. 전자는 고등교육을 받은 일제 검사가 소상히 받아 적은 것으로, 그리스도의 충직한 종들이 민족의 수난기에 겪은 복음전도와 신앙투쟁의 행적을 담고 있다.

 

후자는 당시 기독교의 존립을 위협하는 혹독한 시험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신학문서인 동시에 신앙고백 문서다. 불의한 정치권력과 그 권력과 야합하고 배교하는 한국교회에 항거하면서 신사참배의 종교적 성격과 우상숭배를 행하는 당시 교회의 성격을 규정했다. 정치 권력자나 종교기구를 따를 것이 아니라 다만 그리스도와 성경 말씀에 따르라고 가르친다. 신사참배거부 항쟁자들이 신앙고백서 작성에 무관심하지 않았고, 현실문제에 대해서도 결코 도피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르멘 신학선언은 독일 루터파, 개혁파, 연합교회에 속한 고백교회운동 지도자들이 바르멘-부페탈에 총회로 모여 작성한 것이다. 독일민족-국가교회에 항거하면서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을 고취시킨 문헌이다. 기독교의 존립을 위협하는 혹독한 시험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3. 만주지역 신사참배거부운동

 

한국의 신사참배거부운동은 우상숭배를 거부한 신앙운동일 뿐만이 아니라 일제에 대한 항거운동이며 국가(일본)의 시녀가 된 한국교회에 대한 저항 운동이었다. 이 운동의 동력(動力) 한상동 목사는 이것을 공개적인 정치운동으로 전개했다. 전국적인 연락망을 구축하고 지역운동과 연결시켰다.

 

한국사에 편입되는 만주의 할빈, 봉천, 안동의 한국인들 사이에 일어난 신사참배거부운동의 주역은 김윤섭(할빈), 박의흠(봉천), 박인지(무순), 김경락, 최용삼, 계성수, 김성심(이상 안동) 등이었다. 이들은 미국정통장로교회의 선교사 한부선 목사의 도움과 지도를 받던 신학교육을 받지 않은 전도사들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1938년에 신사참배 시행을 결의하자 봉천노회는 그 결의를 따르지 않는 한부선을 제명했다. 목회자, 선교사로 활동하는 것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교인들과 만나는 것까지 단절시켰다. 총회와 노회의 지시를 거부하는 전도사들과 신자들에게도 이런 저런 모양으로 제재를 가했다.

 

그 무렵, 한부선은 만주 지역의 몇몇 교회 교인들에게 신사참배의 종교적 성격을 가르쳤다. 하나님이 싫어하는 우상숭배이므로 그것을 행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장로교회에 속한 약 다섯 그룹의 사람들과 적지 않은 개인들이공식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로 그의 지도를 요청했다. 그들은 한국장로교회를 떠난 사람들로서 한부선의 지도를 따랐다.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만주 지역 신사참배거부운동은 점차 확산되었다.

 

만주지역 신사참배거부운동 참여자들과 교회들은 신사참배를 행하고 강요하는 기존의 장로교회를 떠나서 예배를 드렸다. 우상숭배를 행하는 당시의 교회는 기독교회의 보편성을 상실했으며, 진리와 사랑에서 떠나있었다. 건전한 교리를 통한 일치와 형제 사랑에서 떠남으로써 그리스도의 교회에서 분리된 상태였다. 그래서 신사참배거부 항쟁자들은 우상숭배자들과 교제를 끊고 분리하는 것이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주지역 신사참배거부운동교회는 순식간에 23개 회중으로 증가했다. 규모가 커져 감에 따라 그들은 교회 조직을 만들었다. 목사, 장로의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치리회를 조직하는 대신에 협회 성격의 교회(association)를 구성했다. 선교사, 전도사, 일반 신도들로 구성된 신앙고백 공동체를 구성한 것이다. 신사참배거부운동은 노회 조직은 가지지 않았으나 교회의 본질적 조건을 갖춘 교회 그 자체였다.

 

만주지역 신사참배거부운동은 경상도와 평안도에서 진행되고 있던 신사참배거부운동과 연결되었다. 전국 연락책 이인재 전도사가 평양에 주재하면서 남쪽에서 일어난 소식들을 이들에게 소상히 전했다.

 

봉천의 박의흠 전도사와 평안북도 선천의 김린희 전도사는 한상동을 중심으로 한 경남 방면의 신사참배거부운동 상황을 듣고, 본 운동은 경남 일부 지방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전선(全鮮)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평북에서는 아직 개인적 동지의 불참배운동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김린희의 말을 듣고, “금후는 상호 협력하여 일층 불참배 운동에 매진하도록 협의했다.

 

신사참배거부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신사참배를 행하는 기존 교회의 멤버십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신사참배를 묵인할 것인지, 자녀들을 신사참배를 행하는 학교에 계속 보낼 것인지 등의 문제로 고심했다. 회원 상호간의 의견이 달랐다.

 

이러한 문제는 새로운 신앙고백공동체의 조직과 일련의 고백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만주지역 지도자들은 19401월에 하르빈에서 회합을 가졌다. 김윤섭, 박의흠, 박인지, 김경락, 최용삼, 계성수, 김성심 등이 참석했다. 한부선도 동석했다. 한부선은 신사참배 문제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 해석을 그들에게 지침으로 제공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몇 사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것을 한국인들 스스로 작성토록 했다.

 

장로교인 언약 작성자들은 대부분 시골교회 전도사들이었다. 당대의 기라성 같은 기독교 지식인, 신학자, 지도자들이 배도하거나 비겁한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정통 한국기독교는 대부분 지적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다. 세상의 미련한 것이 하나님께는 지혜로운 것이었다. 장로교인 언약은 한국교회 지식인들이 일제와 야합하면서 황민화의 도구로 출범한 조선신학교와 평양신학교를 개교하던 그 무렵에 만든 것이다.

 

신앙고백문 작성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김윤섭 전도사였다. 신사참배에 반대하다가 왜경에게 10차례 붙들려 수난을 당했고, 마지막에는 16년 형을 언도 받고 만주 감옥에서 고문과 추위와 씨름하다가 끝내 순교했다. 또 다른 작성자 박의흠 전도사도 체포되어 옥살이를 하다가 순교했다.

 

장로교인 언약 작성자들은 대부분 체포되어 상당 기간 옥살이를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체포된 만주지역 한국인들은 70명이 넘었다. 장로교인 언약은 그들이 국체변혁(國體邊革)과 국가전복(國家全復)을 기도했다는 어마어마한 죄목의 증거물로 법정에서 채택되었다. 일제는 이들을 가혹하게 다루었다.

 

한부선은 체포되어 옥살이를 하다가 본국으로 추방되었다. 포로교환의 일환으로 아프리카를 거쳐 1942년 여름에 미국에 돌아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미국의 이곳저곳에서 강연, 설교, 라디오 대담, 신문과 잡지 기고를 통해 한국과 한민족의 상황을 미국에 알렸다.

 

4. 장로교인 언약(1940): 분석

 

일제는 신사참배가 종교의식이 아니라 국민의례라고 하는 그 같은 기만적 해석을 교회가 수용하도록 했다. 장로교 총회는 그것을 받아들여 신사참배가 기독교 신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성명하고, 애써 국민의례, 애국활동이라고 변명하면서 신사참배를 시행했다. 신자들과 교회들에게 그것을 강요했다. 기독교의 근본을 파괴하는 이러한 일이 이른바 교회에 의해 강요되고 있었다.

 

장로교인 언약은 이와 같은 심각한 교회적 과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제시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7가지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세 가지로 집약된다. (1) 신사참배는 우상숭배이므로 기독교인은 절대로 행하지 않아야 한다. (2) 우상숭배를 행하는 교회로부터 분리해야 한다. (2) 우상숭배 하는 자를 권면하고 돌아서지 않으면 교제를 단절해야 한다.

 

신사참배는 우상숭배인가? 기독교인은 죽은 자를 장사지내지만 신으로 섬기지 않고, 제사하지 않고, 의지하지 않는다. 사람을 신으로 섬기지 않는다. 신사참배는 죽은 조상을 신으로 섬기고 예배하고 의지하며, 또 살아있는 왕을 신으로 섬기는 행위이다. 기독교인은 하나님은 한 분뿐이라고 믿는다. 우상숭배를 하지 않고 일월성신에게 절하지 않는다. 신사참배는 우상숭배이며 신사에서 절하고 예배하는 것은 죄이다.

 

우상숭배를 행하는 교회로부터 분리해야 하는가? 기독교 신앙의 근본은 제1, 2 계명이다. 우상숭배를 행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사실을 지적해 주어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들과 교제를 단절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여호와 하나님과 이른바 천조대신을 함께 섬긴다. 우상에게 절하고 하나님의 계명을 거역한다. 기독교의 기본 도리를 포기하고, 교회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우상숭배를 행하고 있다. 우상숭배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도리어 처벌하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장로교 신경과 헌법에서 떠났다. 잘못을 지적해 주어도 수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까닭으로 교제를 단절하고 새로운 교회를 형성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마땅한 일이다.

 

우상숭배 하는 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먼저 권면을 하라고 하는 마태복음 18장의 가르침에 따라 권면해야 한다. 그래서 먼저 권면을 했다. 신사참배가 우상숭배이며 계명을 어기는 죄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러나 듣지 않았다. 도리어 알려주는 사람들을 핍박했다. 목회직을 박탈하고, 사임압력을 가하고, 제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들과 멍에를 같이 하지 않는 것이 그리스도의 제자의 의무이다.

 

장로교인 언약은 간단한 주장을 내세우고 그것을 증명하는 성경구절을 나열한다. 알아보기 쉽게 간명하게 만든 것은 무지한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성경구절을 많이 나열한 것은 작성자들이 주장하는 바가 자신들의 개인적 견해나 성경 해석의 차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성경이 명백하게 가르치는 것이며, 기독교 신앙의 근본에 속하는 것임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장로교인 언약 작성에 참여한 자들은 모두 그 신앙고백서를 자신의 신앙고백으로 수납했다. 신사참배거부운동에 동참하는 교회들은 그것을 교회의 신앙고백으로 채택했다. 교역자들은 그것을 가지고 교인들을 지도했다.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교역자, 전도사, 전도인(Bible Women)으로 임명하지 않았다. 교인들이 그것을 읽도록 했다. 목사나 전도사가 그것을 읽고서 목회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일제나 기존 교회의 눈치를 살피거나 그 신앙고백문의 진술 내용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교회와는 관계를 끊었다.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새롭게 조직된 고백교회언약교회는 신앙고백문을 가졌고 자신들이 처한 현실과 시국에 대한 태도를 분명하게 밝혔다.

 

 

장로교인 언약의 공개적인 교리 진술은 [신사참배] 문제를 분명하게 알도록 했고, 또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적과 더불어 싸우도록 도왔다.” 하나님, 교회, 우상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갖도록 했고, 불의한 정치권력과 야합하고 우상숭배를 행하는 교회에 항거하게 했다. 믿는 바를 분명한 말로 고백하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정치권력의 신앙 간섭교회 간섭에 대해 저항하고 우상숭배를 행하는 한국교회의 강압에 항거하는 데 일조했다.

 

5. 바르멘 신학선언

 

바르멘신학선언은 독일의 루터교회, 개혁교회, 연합교회에 속한 고백교회들이 파송한 대표들이 19345월 바르멘-부페탈에서 총회로 모여 작성, 발표한 것이다. 나치 통치하에서 독일 개신교가 직면한 시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바르멘 신학선언은 민족주의와 혼합된 독일교회의 오류를 여섯 개의 복음적인 진리들을 고백함으로써 지적했다. 각 사례마다 성경에서 발췌한 성경본문을 제시하여 신학적으로 확증했다. 성경과 그리스도가 계시한 것 외의 사건, 능력, 인물, 신념을 하나님의 계시로 보는 일, 삶의 영역들 가운데서 그리스도에게 속하지 않고 다른 주에 속한 영역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그리스도를 통한 칭의와 성화가 필요 없는 삶의 영역이 있다고 가르치는 일, 교회가 자신의 메시지를 망각하고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이념이나 정치적 확신들로 인하여 변질되어 버린 일, 교회의 고유한 직책을 수행하지 않고 권세를 가지고 군림하는 특수 지도자들을 따르는 일, 국가가 교회의 과업에 관여하는 일이나 교회가 국가나 위엄을 침해하는 일, 주님의 말씀과 사역을 인간적인 욕망과 목적과 계획에 예속시키는 일 등이다.

 

바르멘 신학선언은 이처럼 성경 외적(外的)인 것을 설교하거나 그리스도가 아닌 주, 능력, 인물을 섬기는 것을 거짓 교리로 규정한다. 창조주 하나님 이외의 어떤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상숭배라는 것이다. 독일교회가 독일 민족과 독일 역사, 이성, 문화, 심미적 감정, 권력 등을 수용하면서 그리스도의 교회이기를 포기한 것에 대한 거부의 외침이었다. 기독교와 국가, 교회와 민족, 복음적인 것과 독일적인 것 사이에 그 어떤 연결도 용인할 수 없다는 단호한 선언이었다.

 

독일기독교는 독일민족교회라고 하는 새로운 토착교회를 창설했다. 지도자 라인홀드 클라우스(Reinhold Krause)는 민족교회를 외치면서 구약성경과 이와 함께 유태교적 도덕 보상율과 소 거래상들과 뚜쟁이들의 이야기를 제거해야 토착교회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신약성경에서 희생양 개념과 희생양의 저급성을 나타내는 랍비 바울의 신학을 포함한 미신적인 구절을 제거해야 한다. 십자가에 달리신 분에 대한 과장된 견해를 피하고 영웅적인 예수의 모습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했다. 나중에는 예배의식에서 아멘,” “할렐루야라는 단어까지 제거했다. 유태교적인 용어라는 것이 이유였다.

 

클라우스를 따른 독일기독교는 민족교회 운동에 협조하지 않는 목회자들을 사퇴시켰다. 반대자들이 교회 행정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이나 논쟁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독일교회의 집행부는 교회법이 아니라 독재적인 권력에 기초하여 움직이고 있었다. 교회의 신앙고백을 옹호하기보다는 손상을 끼쳤으며, 신앙의 원수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올바른 신앙을 가진 신자들을 반대했고 박해했다. 독일민족주의기독교 운동에는 다수의 저명한 신학자들과 지도자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민족과 기독교 신앙의 결합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바르멘 신학선언 작성자들은 그 시기에 히틀러에 반대하면서 개신교 자유주의 신학에 반기를 들고 인간의 죄와 타락과 하나님의 말씀을 강조했다. 구원자는 유일 주권자 하나님뿐이다. 구원은 독일 민족 국가나 히틀러의 사회주의에 있지 않다. 오직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있다. 예수 외에는 세상을 구원하는 말씀이 없다. 그리스도의 구원의 말씀은 성경을 통해 들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바르멘 신학선언 초안자 칼 바르트는 교회가 독일이라고 하는 국가(민족)가 아닌 독일 백성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족교회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바르멘 신학선언은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말씀이 아닌 다른 어떤 것, 곧 민족, 정부, 정치 지도자에게서 기원한 의도, 목적, 계획을 따르는 것은 잘못이라고 선언한다. 독일기독교가 민족과 기독교를 혼합하여 민족주의적 정치권력을 지지하는 것이 교회의 의무라고 이해하는 것을 반대했다.

 

바르멘 신학선언이 만들어진 독일의 상황과 장로교인 언약이 만들어진 한국의 상황은 놀라우리만큼 일치한다. 우상숭배, 정치권력의 신앙 간섭, 민족주의 기독교, 유대교적 요소를 성경에서 제거하고 성경을 편집한 일, 교회의 신학을 바꾸고 민족주의 기독교로 개종한 일, 신학자들과 지도자들이 정치권력과 야합하고 앞장서고 지지한 일, 교회가 이단 집단이 된 일, 이러한 움직임에 항거하는 고백교회운동신사참배거부운동, 제명과 수난, 핍박과 순교, 성경과 그리스도의 가르침에만 순종하겠다는 동기에서 신앙고백서를 작성한 것 등이 서로 일치한다.

 

6. 비교

 

장로교인 언약과 바르멘 신학선언은 전혀 다른 정치적, 지리적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두 가지 모두 민족교회/민족주의기독교에 대한 경고, 우상숭배에 대한 저항, 정치권력의 신앙 간섭에 대한 저항, 종교개혁 전통에 대한 신념, 교회의 보편성과 교회조직에 대한 교회론적, 신학적 통찰을 담고 있다.

 

바르멘신학 선언과 장로교인 언약은 모두 우상숭배에 대한 저항이었다. 우상숭배는 피조물에게 궁극적인 존경을 보내는 일이다. 하나님께 바쳐야 할 흠모와 존경과 경배를 피조물에게 바치는 그릇된 공경 행위이다. 민족, 국가, 국가적 명예, 가족, 돈 등, 그 어떤 것이라도 하나님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우상숭배이다.

 

일제말기에 한국교회를 시녀로 삼았던 순()일본기독교는 일본 민족주의 기독교라고 하는 일종의 혼합종교였다. 일본기독교는 오늘날까지도 민족주의와 혼합된 민족교회로 자리 잡고 있다. “나라가 있고 교회가 있다는 식의 사무라이(武士) 기독교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복음이 일본 민족을 개혁한 것이 아니라 일본 민족주의가 복음을 일본화했다. 일제말기의 일본기독교는 일본 민족주의와 일본종교, 곧 신도주의와 그 정치 이데올로기가 혼합된 것이었다.

 

신사참배는 우상성을 가진 종교 의식일 뿐만이 아니라 신도(神道) 이념을 근본으로 하는 일본 민족주의의 핵심 제례 의식이다. 일본인이 아닌 사람이 신사참배를 했다는 것은 우상숭배를 한 것뿐만 아니라 자기 민족 정체성을 포기한다는 것을 뜻했다. 일본 민족주의에 기초한 정치적, 종교적 이데올로기를 수용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장로교인 언약은 신사참배거부운동의 신학적 기초와 이해를 문서로 표현으로, 직접적으로 우상숭배를 거부한 고백문서이다. 일제의 정치 지배 이데올로기에 편승하여 그 정치적 확신을 따르며 교회의 고유한 직책은 수행하지 않고 천조대신을 흠모와 숭배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우상숭배라고 규정한다. 바르멘 신학선언과 장로교인 언약은 모두 정치권력과 야합한 교회가 저지르는 우상숭배를 거부한다. 국가와 교회가 강요하는 성경 외적(外的)인 교리를 신학적 근거를 가지고 거부한다.

 

장로교인 언약은 일본 민족주의기독교(순일본기독교: 순정일본적기독교, 황도기독교, 신도기독교)와 그 신앙을 수용하고 따르던 한국교회의 악마성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을 때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스도의 왕권, 하나님의 통치, 임박한 종말, 천년왕국에 대한 가르침을 금지하고, 유태교적인 요소를 성경에서 제거하고, 성경과 교회의 신학을 재편집하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교회가 마르시온주의 같은 이단성을 가진 집단이 될 것을 예견한 것이었다. 신사참배거부운동과 장로교인 언약의 전체적 구도는 국가의 교회간섭, 신앙 간섭에 대한 거부와 불의한 정치권력에 대한 항거를 전제로 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당시의 한국교회가 신사참배를 국가의 신앙 간섭, 교회간섭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도리어 그들은 국가신학적 해석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일제는 단지 행정적인 필요에 따라 신사참배를 국민의례라고 해석했다. 한국교회는 그 해석을 수용했다. 신사참배거부운동은 바로 이러한 한국교회의 불성실한 실천과 배도에 대한 항거인 동시에 국가권력의 신앙 간섭에 대한 항거였다.

 

7. 맺음말

 

독일고백교회 지도자들과 신사참배거부운동 지도자들의 통찰과 예견은 놀라울 만큼 일치한다. 사건의 성격, 진행과정, 저항, 저항의 대상, 저항의 동기, 신학적 주지, 수난, 순교, 사회참여적 결과 등에서 크게 일치한다. 장로교인 언약과 바르멘 신학선언은 모두 우상숭배를 행하는 교회에 대한 교회론적 전망을 담은 신학선언이다. 국가와 교회로부터 이중으로 공격을 받던 신자들이 교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답을 하고 시대와 교회가 요청하는 하나님 말씀을 명료하게 제시한 신앙고백 문헌이다. 민족주의 기독교, 우상숭배, 정치권력의 교회간섭을 거부하면서 진리와 교회의 보편성을 근거로 오직 성경원리와 종교개혁 전통을 따라 충실하게 작성된 것이다.

 

바르멘 신학선언은 교회가 민족주의적 사회주의에 의해 잠식되는 것을 배척하는 데 국한하고 있다. 나치통치에 대한 부분적인 저항이었을 뿐이며, 사회주의 전제통치에 대한 전체적인 저항선언은 아니었다. 그러나 장로교인 언약은 한국교회가 배교하여 일본 민족주의의 시녀로서 우상숭배를 강요하는 것에 항거한 신앙고백 문헌이다. 일제의 정치 이데올로기에 항거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사참배의 우상숭배적 본질 규명과 새로운 교회 조직의 교회론적 근거를 진술하는 데 그쳤다.

 

순교나 생명을 건 신앙투쟁은 신념체계의 산물이다. 불의한 정치권력과 배교하는 한국교회에 항거하고 순교할 수 있었던 것은 정통주의 신학이라는 신념체계 때문이다. 진보주의계 신학자들이 불의 앞에 침묵하고 악과 야합하거나 타협하고 있을 때, 정통주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충직한 증인이 되었다. 사회참여에도 성공했다.

 

바르멘 신학선언과 장로교인 언약은 모두 신앙고백적인 동기로 만들어졌다. 사회참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결과적으로 성공한 사회참여 활동이 되었다. 역사는 동기만이 아니라 결과에 의해서도 평가된다. 뒷날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진보주의계 신학자들이 일제말기의 성공한 사회참여를 단지 정통주의 신념체계 때문에 불필요한 희생을 당한 것으로 본 것은 그들의 역사관, 민족의식, 사회참여 개념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최병규 박사 (포체프스트롬대학교 Th.D., 교회사, 예장 고신 이단대책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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