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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젊은지구론'을 넘어서야 한다

 

과학의 성취가 오히려 창조의 신비 발현...과학과 신앙 통합적 시각 필요

 

뉴스앤조이 (2015.3.4.)

      

<뉴스앤조이>가 창조과학 논쟁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을 취재했습니다. 창조과학과 이를 반대하는 입장 젊은지구론에 대한 창조과학회의 주장 젊은지구론에 대한 우종학 교수의 반론 논쟁을 통해 보는 바람직한 창조론 이해를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번 기획의 3번째 글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우종학 교수의 글로,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월드뷰> 3월 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우 교수는 138억 년 된 우주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 창조의 신비로움을 말하고 있다며 '과학과 신학(신앙)의 대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과학과 신학의 대화' 페이지를 만들고 활발히 소통하고 있습니다(바로 가기). - 뉴스앤조이 편집자 주

 

*이 글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월드뷰> 20153월 호에 게재되었다[www.worldview.or.kr (02-754-8004)]. 이 글의 내용은 <리포르만다> 운영자의 견해와 다를 수 있다.

 

 

 

블랙홀과 우주 여행이 소재가 된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에 1000만 관객이 들었단다. 우주와 블랙홀을 연구하는 일을 업으로 삼다 보니 다양한 질문을 받는다. 웜홀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블랙홀을 통한 여행이 가능한지, 블랙홀 근처에서는 정말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영화를 보면 밀러 행성에서 보낸 1시간이 지구의 7년에 해당된다는 점이 신기하긴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시간 지연 효과에 따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인터스텔라(interstellar)'라는 말은 별들 사이의 공간을 의미한다. 광대한 우주 공간은 사실 대부분 인터스텔라라고 할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인류는 우주로부터 영감을 받고 우주를 탐구했지만 여전히 우주는 신비롭다. 그러나 과학은 우주 역사를 조금씩 밝혀 왔고 우리는 장구한 우주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과학은 우주가 진화한다고 알려 준다. 시간에 따라 변했다는 뜻이다. 매우 작았던 우주는 점점 팽창하여 빛의 속도로 100억 년을 날아간 거리보다 더 커졌다. 그 긴 역사 동안 우주는 마치 아기가 성인으로 성장하듯 암흑 물질이 중력으로 뭉쳐져 우주의 뼈대인 거시 구조를 이루었고, 뭉쳐진 가스에서 태어난 수많은 별들과 은하들이 우주 공간을 오색찬란하게 수놓기 시작했다. 별들의 죽음에서 탄생한 블랙홀들은 신비한 현상들을 일으킨다. 우주가 시작된 후 약 138억년이 지난 현재, 우주 공간은 수천억 개의 은하와 별, 그리고 블랙홀이 역동적인 드라마를 펼치는 무대가 되었다.

 

인터스텔라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영화에 암시된 외계인이 신적 존재는 아닌지, 우주를 초월한 신이 정말 존재하는지. 물론 과학이 모든 것에 답할 수는 없다. 과학은 데이터에 기초해 자연현상의 인과관계를 설명해 낼 뿐이며, 경험적 현상 너머에 있는 모든 종교적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주의는 분명 우리가 경계해야 한다.

 

과학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된다. 하나는 과학을 적대적으로 보는 견해다. 대표적 입장으로 창조과학을 꼽을 수 있다. 젊은지구론(young-earth creationism)이 주류 입장인 창조과학은 극단적인 문자주의에 입각해서 성경을 과학 교과서처럼 읽으며 그에 따라 지구와 우주의 나이가 1만 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천지창조의 연대가 약 1만 년이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 입장은 과학을 통해 오히려 신앙의 풍성함을 얻는 견해다. 성경과 자연은 하나님이 인류에게 선물한 두 가지 책이라는 전통에 입각해서, 과학을 통해 하나님이 창조하신 과정을 하나하나 이해한다. 이들은 138억년이라는 긴 시간을 통해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셨고, 하나님이 자연 세계에 부여한 물리법칙을 통해 우주의 구성원들이 하나하나 창조되었다고 본다. 과학은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요로움을 드러낸다고 믿는다.

 

 

 

과학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된다. 하나는 과학을 적대적으로 보는 견해이고, 두 번째 입장은 과학을 통해 오히려 신앙의 풍성함을 얻는 견해다. 위 이미지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웜홀'을 연출한 장면. (이미지 출처 인터스텔라 공식 홈페이지)

 

지구 나이 논쟁은 더 이상 과학의 이슈가 아니다

 

젊은지구론 창조과학은 기독교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평생 창조과학만 알고 지지했던 크리스천에게는 이 질문 자체가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창조과학을 무조건 지지할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점검하고 평가해야 한다.

 

17세기 아일랜드의 주교 어셔는 창세기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 창조가 기원전 4004년에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10월 23일 일요일에 창조가 시작되었고 11월 10일에는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고 계산했다. 과학이 발전하기 전 사람들은 지구의 연대를 수천 년 정도로 매우 짧게 생각했다. 17세기까지 사람들이 천동설을 믿었던 것을 상기해 보면 젊은지구론을 믿었던 당대의 상식은 이해가 된다. 물론 현대의 구약성경 신학자들은 이 해석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근대과학이 성립하고 자연현상을 인과관계로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의 탈신화화가 이루어졌다. 지구 연대에 관해서도 자연을 탐구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이 쌓이기 시작했다. 18세기와 19세기 초를 거치면서 지구 나이가 6,000년가량 된다고 생각했던 전근대적 상식에 반하는 다양한 과학적 증거들이 나왔다.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지질학계에서는 지구가 매우 오래 전에 생성되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 된다.

 

젊은지구론의 오류가 점점 확실해지자, 창세기 1장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입장이 등장했다. 6일 창조로 해석하던 젊은지구론을 넘어 간격 이론, 날-시대 이론, 성숙한지구론 등이 등장한다. 이런 노력들은 과학이 보여 주는 오래된 지구와 창세기의 문자적 해석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었고 흔히 조화주의 혹은 일치론적 관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일치론적 관점을 취하여 과학적 발견과 성경의 내용, 특히 창조의 순서와 연대를 조화시키려했던 내용들을 보면 작위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20세기가 되면서 지구가 오래되었음은 명백해진다. 대륙 이동이나 빙하층에 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 측정으로 지구 나이가 수십억 년이 된다는 것이 알려졌다. 지구뿐만이 아니다. 달 탐사에서 가져온 달의 운석과 소행성에서 떨어진 운석의 나이를 측정해 보면 46억년을 가리킨다. 지구와 태양계가 46억 년 전에 창조되었다는 말이다. 태양계를 넘어 우주를 다루는 천문학에서는 수십억 년 전 과거의 은하들을 직접 관측하고 연구한다. 지질학, 천문학, 생물학을 비롯한 과학 전반에 오랜 지구를 가리키는 압도적인 증거가 있다. 하나님이 지구와 태양계, 그리고 우주를 매우 오래 전에 창조하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타깝게도 20세기 중후반에 창조과학 운동이 일어나면서 젊은지구론이 부활했다. 극단적 문자주의로 창세기를 해석하는 안식교에서 성장한 조지 프라이스는 그랜드캐니언과 같은 지질 현상들이 노아 홍수로 인해 생성되었다는 홍수지질학을 주장했다. 과학자들에게 전혀 인정받지 못한 홍수지질학은 헨리 모리스를 중심으로 한 창조과학의 핵심 주장이 된다.

 

젊은지구론이 맞다면 천문학, 물리학, 지질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과학이 거짓이며 폐기되어야 한다. 물론 과학을 부정하는 창조과학의 입장에서는, 관련 분야 과학자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 창조과학자들은 지구 나이가 만 년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 그 대신 지구가 매우 오래되었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찾아내어 과학을 흠집 내기에 열중한다.

 

물론 반증을 찾는 일은 과학적 방법이다. 하지만 반증처럼 보이는 데이터를 과학자들이 연구하면 바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과학을 뒤집는 데 혈안이 된 과학자들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면 당장 뛰어들 것이다. 그러나 천동설을 입증하려는 과학자가 없듯이, 압도적인 증거로 결론이 난 지구 연대 문제 역시 더 이상 과학의 이슈가 아니다. 심하게 표현하면 젊은지구론은 거의 천동설 수준이다. 오십 평생을 살았지만 지구의 움직임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며 지동설이 틀렸다고 주장한다면, 과학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 광대한 우주를 하나님의 창조물로 믿는 기독교인들이 현대 과학의 성취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과학은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요로움을 드러내는 것으로, 믿는 자들에게는 과학이 창조의 신비를 드러내고 오히려 하나님을 더 찬양하게 만든다. 인터스텔라의 우주에 담겨 있는 창조주의 손길이 경이롭고 신비하지 않은가? (이미지 출처 Pixabay)

 

신앙과 과학에 관한 강의를 하다 보면 젊은지구론의 증거들이 많다고 들었다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창조과학자들이 교회들을 돌며 젊은지구론을 퍼뜨렸기 때문에, 많은 기독교인들은 젊은지구론과 현대 과학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매우 심각한 정보의 불균형이다.

 

만일 창조과학의 주장처럼 동위원소 연대 측정법이 틀렸고 지구와 우주의 연대가 정말 1만 년밖에 되지 않는다면, 과학을 잘 모르는 교인들 앞에서 그런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과학 연구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 사실로 드러나면 노벨상은 물론이거니와 과학 전체를 뒤집을 수 있는 획기적인 결과가 될 것이다. 과학계가 자연주의에 물들어 타락했기 때문에 그런 노력은 소용없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기가 차는 음모론이다. 창조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밝힐 수 없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관련 분야 과학자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성의 부재는 창조과학의 태생적 한계다.

 

성경은 창조의 방법이나 순서를 과학적으로 알려 주는 책이 아니다. 성경은 창조주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책이다. 성경 저자가 의도하지 않은 내용까지 읽어 내려고 하면 종교개혁자들이 경고한 것처럼 오류를 범하게 된다. 하나님이 주신 또 하나의 책, 자연을 보라. 자연은 창조 세계가 매우 긴 시간 동안 놀라운 하나님의 지혜를 통해 창조되었음을 알려 준다.

 

흔히 기독교인들은 성경과 과학을 대비시켜 성경이 옳고 과학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나님이 쓰신 성경이라는 책과 자연이라는 책은 모순될 수 없다. 그러나 자연이라는 책을 읽어 낸 해석인 과학이 불완전하듯, 마찬가지로 성경이라는 책을 읽어 낸 해석인 신학, 혹은 우리의 성경 읽기도 불완전하다. 과학과 성경을 대비시켜 우월을 가리는 시각은 격에 맞지 않는다. 젊은지구론과 현대 과학의 충돌은 성경과 자연 사이의 충돌이 아니라 근본주의 성경 해석과 현대 과학의 충돌이다.

 

창조과학의 잘못된 주장은 하나님의 창조 역사를 왜곡하기 때문에 신학적인 문제를 안고 있으며 오히려 신앙에도 걸림돌이 되고 만다. 이름만 과학인 창조과학 때문에 많은 지성인들은 예수의 삶과 죽음과 부활도 젊은지구론 수준의 쓰레기로 취급하여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과학을 배우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은 젊은지구론을 가르치는 교회가 거짓을 했다고 판단하고 교회를 떠난다. 이런 걸림돌은 이제 심각히 돌아봐야 한다.

 

광대한 우주를 하나님의 창조물로 믿는 기독교인들이 현대 과학의 성취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창조과학처럼 비과학적인 주장을 받아들여야만 기독교인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과 신앙, 그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자연과 성경의 저자가 한 분 하나님이라는 점에서 분명하다. 믿는 자들에게는 과학이 창조의 신비를 드러내고 오히려 하나님을 더 찬양하게 만든다. 인터스텔라의 우주에 담겨 있는 창조주의 손길이 경이롭고 신비하지 않은가?

 

(이글은 최근 <밴쿠버크리스천신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우종학 /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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