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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국기도운동

 

대한민국 구국기도회는 한 시대의 종교 행사로 시작되지 않았다. 그것은 전쟁의 먼지가 채 가라앉지 않은 땅에서, 냉전의 긴 그림자가 골목마다 드리워지던 시절에, 그리고 공장 굴뚝이 밤하늘을 처음으로 밝히기 시작하던 격변의 한복판에서 조용히 자라난 한국 교회의 공적 기도였다.

 

많은 그리스도인은 나라의 위기를 정치적 불안 이전에 영적 징후로 읽어 냈다. 그래서 그들은 전략보다 먼저 무릎을 꿇었고, 계산보다 먼저 회개를 택했다. 민족의 죄를 가슴에 품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이 집단적 기도는, 나라를 붙드는 보이지 않는 버팀목처럼 이해되었다.

 

이 운동은 거대한 연합집회의 함성 속에서도, 그리고 이름 없이 이어지던 철야 기도의 숨결 속에서도 자라났다. 전국 교회의 강단과 산속 기도원의 새벽 공기는 늘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한 교회는 이 기도를 거쳐 자신이 개인의 영혼을 돌보는 공동체가 아니라, 나라 앞에 책임을 지는 신앙 공동체임을 몸으로 증언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거대한 흐름의 가장 깊은 자리에는, 아무도 기록하지 않은 눈물들이 고여 있었다. 특히 사업하는 남편을 둔 아내들이 있었다. 그들은 산길을 더듬어 기도원에 올랐고, 빈 예배당의 의자 사이에서 밤을 지새웠다. 가정의 생계를 위해, 남편의 사업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이 나라의 회복과 풍요를 위해 손을 모았다. 그들의 기도는 역사책의 각주에조차 남지 않았지만, 한국교회의 영적 풍경을 가장 또렷하게 그려 내는 장면이었다.

 

물질적 번영은 진공 속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성장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영적 토양 위에서 자란다. 오늘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의 반열에 서기까지의 여정도 단순한 정책의 결과나 국민의 근면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밤을 건너며 나라를 붙들었던 성도들의 끈질긴 기도 그리고 그 기도에 귀를 기울이는 하나님의 섭리적 응답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전쟁의 폐허에서 시작되어 오랜 세월 이어진 구국기도운동은 국가 재건 의지의 숨은 동력이었다. 주일 예배의 공적 기도마다 나라와 위정자의 이름이 불렸고, 전국의 교회와 기도원에서는 민족을 위한 간구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한 종교적 의식이 아니었다. 절망의 시대 한복판에서 하나님께 나라의 미래를 맡겨 드리는, 믿음 공동체의 떨리는 고백이었다.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은 통치자의 정책과 국민의 헌신 위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의 배후에는 눈물로 나라를 붙들었던 수많은 그리스도인의 기도가 있었다.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진 구국기도의 전통은 결코 주변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 발전을 떠받친 영적·정신사적 토양이었고, 하나님이 베푸신 은총의 밭이었다.

 

교회가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일은 넓은 의미에서 공적 책임의 표현이며, 공동체를 향한 신앙의 사회적 실천이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한 가지 태도가 있었다. 정치적 영향력을 얻으려는 계산이 아니라, 하늘의 은총을 구하는 겸손이었다. 교회의 기도는 권력의 문을 두드리기보다, 하늘의 자비를 구하는 낮은 목소리였다.

 

성경 역시 이 길을 분명히 비춘다. 사도 바울은 모든 사람을 위한 기도에 더하여, 특별히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권면한다(딤전 2:12). 그 목적은 거창한 정치적 승리가 아니라, 성도들이 경건하고 단정하게, 고요하고 평안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여기서 기도는 개인의 내면에 머무는 경건 행위가 아니라, 사회의 질서와 평화를 위한 신앙의 시민적 책임으로 확장된다.

 

하나님은 바벨론으로 끌려간 백성에게도 그들이 머무는 성읍의 평안을 구하라고 명하셨다. 성읍이 평안해야 그들 역시 평안할 것이기 때문이다(29:7). 이 명령은 하나님의 백성이 어떤 정치적 환경에 있든, 자신이 속한 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기도해야 함을 보여 준다.

 

솔로몬의 성전 봉헌 기도(왕상 8:2353), 느헤미야의 눈물 어린 회개(1), 다니엘의 민족적 중보(9)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하나님의 백성은 개인의 구원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하나님 앞에 서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통치자와 나라를 위해 드리는 기도는 권력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안녕을 지키는 영적 보루이며, 정치 권력에 예속되지 않으면서도 공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믿음의 방식이다. 이 기도는 하나님의 주권을 고백하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공적 지평을 여는 신앙의 통로다.

 

페르시아 왕 다리오가 예루살렘 성전의 제사장들에게 자신과 왕자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6:10), 그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하늘의 하나님이라 불렀다. 고대의 정치적 계산 속에서도, 통치자는 하늘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이 장면은 교회가 단지 내세만을 바라보는 공동체가 아님을 조용히 증언한다.

 

교회는 시대의 한복판에서 깨어 기도하는 영적 파수꾼이다. 위정자를 위해 지혜와 생명을 구하는 중보자이다. 기도는 개인의 마음을 넘어, 나라의 운명과 통치의 질서를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토대가 된다.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이러한 기도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뿐 아니라, 이방의 통치자와 정치 질서까지도 일반 은총 아래서 다스리신다는 믿음 위에 서 있다. 통치자를 위한 기도는 공의로운 통치가 이루어지도록 하나님께 간구하는, 가장 조용하면서도 깊은 정치 참여이다. 위정자의 마음이 정의와 자비의 길로 기울도록 돕는 간접적 섬김이다.

 

 

 

 

 

 

국가의 평안이 교회의 평안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나라와 통치자를 위한 기도는 선택이 아니라 부르심이다. 교회는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생명을 보호하도록 맡겨진 권력이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바르게 사용되도록 조용히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그 낮은 자리에서, 역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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