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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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교회 판 분서갱유(焚書坑儒) 사건

"왜 고신교회인가?: 고신교회의 계승과 도전" 8


4.5 환원, 고신교회 참회책임론

 

4.5.1 고신교회는 1960년에 예장 승동측과 통합하여 합동이라는 교단을 태동시켰다. 교회의 합동은 신중하고 재분열의 가능성을 제거한 뒤에 해야 하거늘, 고신교회는 박형룡 박사계열 인사들의 합동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이혼을 전제로 한 결혼과 같은, 성급한 통합에는 고신교회가 분리주의 집단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어 한 의도가 드러난다.

 

4.5.2 고신교회는 1963년 예장 합동과 결별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합동 기간 동안, 생사의 험난한 과정에서 신앙의 순결을 지킨 자들의 기질과 친일파 습성을 가진 교권주의자들의 교활한 행습이 대립되었다. 서로의 삶의 세계와 사고 양식이 달랐다. 환원(還元)의 핵심 이유는 총회가 통합 계약 조건을 위반한 것이었다. 계약의 핵심은 하나의 총회 안에 총회신학교와 고려신학교를 모두 유지, 경영한다는 것이었다. 총회는 합동한 지 1년 뒤에 일방적으로 고려신학교를 폐교하기로 결정했다. 고려신학교를 구심점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해 오던 고신교회계 인사들이 총회에 항의를 했고, 합동 총회는 총회 석상에서 항의하는 자들을 처벌하는 위원회를 구성했다.

 

4.5.3 고신교회의 환원이 중추적인 교리 때문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지상의 교회들은 삶의 세계의 차이와 행정상의 갈등과 상이한 교리 등 여러 가지 까닭으로 다양한 외형적 조직체로 존재한다. 반면 합동 총회의 계약위반은 제9계명 위반이며, 신학적인 범주에 속한다.

 

4.5.4 교회는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 아래에 있다. 고신교회계 인사들이 합동총회의 행정적인 불법행위, 합동계약 위반, 수치와 모욕을 감내하고 하나님의 주권에 희망을 걸고 단일교회를 유지했더라면 하나님이 더 좋은 미래를 허락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1970년대의 예장 합동의 헤아릴 수 없는 분열은 이러한 생각이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시사한다. 고신교회의 환원을 교회분열이라고 하거나 정당하지 않다고 함은 이론적, 신학적, 교회론적 근거가 빈약한 판단이다.

 

4.5.5 이상규는 고신교회의 환원이 비신학적 이유로 이루어진 재분리였다고 지탄한다. 비신학적인 이유로 교회를 분열시킨 전례를 남겼다고 한다. “고신측에서 말하는 불만이 정당했다고 하더라도 재분열해야 할 신학적 혹은 신앙고백적 이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고신의 환원은 정당성이 없었다고 한다.

 

4.5.6 양낙흥은 고신교회가 예장 승동측과 합동함으로써 지구상에서 사라졌고, 따라서 환원은 교회분열이었다고 한다. 환원을 감행한 고신교회는 교회분열의 죄를 범했다. 이 죄를 참회해야 하며, 현재의 고신교회는 조속히 해체하고 없어져야 한다. “고신측의 환원에는 중추적인 교리는 고사하고 지엽적인 교리적 차이조차 제시된 것이 없었다.” “이를 정직하게 직시하고 과거의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잘못을 하나님 앞에 자백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한다. 고신교회 측과 예장 승동 측의 합동은 조급했지만 합법적이었고, 고신측이 환원을 한 것은 인간 사회의 큰 두 단체 간의 계약과 합의, 보편적 규범과 법 감정을 깡그리 무시하고 아무런 객관적 근거 없이 단 한 사람의 독단에 의해 강행된 거사였다고 지탄한다.

 

4.5.7 고신교회 총회(61, 2011)는 고신교회 정체성을 폄하하는 양낙흥의 한국장로교회사(2008)를 검토하고 그가 극도의 부정적인 심성을 가지고 고신교회의 자긍심을 짓밟고 역사를 부당하게, 냉소적으로 기술했다고 결론지었다. 교회사를 역하기오그래피 방식으로, 자학적 시각으로 기술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고신교회의 교역자를 양성하는 고려신학대학원 교회사 교수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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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 양낙흥은 교수직 해임의 위기 상황에서 총회 앞 사과”(2012.9.)라는 글과 함께 총회 석상에서 모호한 내용의 사과를 했다. 자신의 불찰로 오해의 소지를 제공하고, 글의 톤이 과도히 강하여 독자들에게 지나치게 신랄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하고, 충격과 당혹감을 주고 자긍심에 상처를 준 데 대하여 사과했다. 양낙흥이 총회 석상에서도 사과를 함으로써 이른 바 고신교회 판 분서갱유(焚書坑儒) 사건은 종결되었다.

 

4.5.9 양낙흥은 총회에 제출한 사과문과 총회 석상의 구두 사과에서 장차 고신교회의 역사와 지도자들의 밝고 긍정적인 부분을 조명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위 사과문을 보면 그가 고신출범과 환원 그리고 한상동 목사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역사왜곡이 정당하지 않음을 시인한 것이 아니다. 고신교회의 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부당한 평가를 고쳐 쓰겠다고 약속한 것도 아니다.

 

4.5.10 고신교회와 관련이 있는 이근삼 박사, 허순길 박사, 김영재 박사 그리고 필자의 저술들에 나타난 고신교회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런데 왜 고신교회에 속한 일부 지식인들의 자기 교회에 대한 역사평가는 역()하기오그래피인가? 자성(自省)이라는 구실로 왜 자학적 기술과 평가를 일삼는가? 첫째, 고신교회는 학문의 자유의 공기가 넉넉한 곳이다. 무례한 자학적 폄론과 응석(spoil)을 방임한다. 둘째, 해석학적 조건과 역사의 본질에 대한 학문성의 결여이다. 역사 연구에는 사관이 가장 중요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고장난 도량형기, 부적합한 잣대를 사용한다. 셋째, 규범공동체인 교회사를 성경, 개혁 교회론, 진리성의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넷째, 고신교회의 순교정신, 투쟁정신, 저항정신을 자기의 부정적 심성, 반골기질, 변종 순교정신 또는 투쟁정신과 결합시켜 고신교회의 역사를 냉소적(cynically)으로 투영한다. 다섯째, 자기가 속해 있는 교회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교계에서 비판정신을 가진 존경할만한 학자라는 평가를 도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2회 고신포럼 학술회(20200217, 프레지덴트호텔 서울) 에서 발표한 "왜 고신교회인가?: 고신교회의 계승과 도전"(미출간)의 일부이다.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고려신학대학원 교수, 1989-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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