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고신 대사회관계위원회, ‘정교분리의 원칙과 한국교회의 정치참여’ 논의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최덕성 박사는 “개혁교회의 목사는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든 하나님의 말씀 선포자로, 국가가 직면한 정치적 주제들에 대해 성경적 원리를 신도들과 국민들에게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올 초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가 한 대형교회에 방문해 예배 시간에 담임목회자와 질의응답식의 대담을 진행했다. 이에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해당 교회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해당 교회 소속 교단은 “정교분리 원칙과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위반한 종교탄압이자 자유민주주의의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적 혼란과 갈등이 극심한 오늘날 한국교회 역시 이로 인해 진통을 겪는 일이 잦다. 위 사례는 그러한 상황의 단적인 예다. 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예장 고신총회 대사회관계위원회(위원장 박석환 목사)가 ‘정교분리의 원칙과 한국교회의 정치참여’를 주제로 한 정기세미나를 6월 26일 경남 김해시 소금과빛교회에서 개최했다.
세미나는 1부 예배와 2부 세미나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최덕성 교수(브니엘신학교 총장)가 ‘개혁교회와 정치참여’ ▲전윤성 박사(미국변호사, 미국 종교자유 박사학위)가 ‘정교분리의 역사와 이해(미국 건국부터 한국 건국과 오늘날까지)’ ▲이상원 교수(전 총신대 신대원장 겸 부총장)가 ‘교회론적 관점에서 본 한국교회의 정치 참여’를 각각 발제하며 정교분리의 의미와 한국교회의 사회 참여 방향을 고찰했다.
대사회관계위원회는 이 세미나 목적에 대해 “교회가 정치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정교분리의 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실천적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관점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교회가 감당해야 할 공적 책임과 올바른 정치 참여의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손에 성경, 한 손에 신문 든 개혁교회 목회자”
▲최덕성 박사는 “개혁교회의 목사는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든 하나님의 말씀 선포자로, 국가가 직면한 정치적 주제들에 대해 성경적 원리를 신도들과 국민들에게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개혁주의 신학적 입장에서 발제한 최덕성 박사는 “초대교회 신자들은 부패한 세상을 떠나 사막에 칩거하며 영적인 행복을 추구했지만, 개혁교회의 신자는 부패한 세상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부패를 막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한다. 개혁교회의 목사는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든 하나님의 말씀 선포자로, 국가가 직면한 정치적 주제들에 대해 성경적 원리를 신도들과 국민들에게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교회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는 옳지 않으나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정치 권력이 국민의 생명, 안녕, 복지를 심대하게 위협하고, 기독교를 말살하는 정책을 펼치고,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고, 헌법을 지키지 않으며, 국가를 존망의 기로로 몰고 가는 경우, 교회는 교회의 이름으로 권력자에게 충고, 조언, 경고, 질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목사가 설교단에서 정치에 직결된 사회 현안과 정치 주제를 성경의 지도에 따라 설교하는 것은 지당하다. 기독교인들이 기독 시민 단체와 정당을 만들어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은 정당하다. 교회 안에 다양한 정치 성향의 교인들이 있기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설교자의 기준은 성경이다. 기독교인이 아스팔트 광장에서 구국기도회와 정치적 시위를 하고 정의를 외치는 자유도 국법이 보장한 것이다. 세속 권력이 하나님의 법, 하나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역할 때,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지 않을 때 공적인 질서 안에서 제한적 저항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성경의 복음은 억압받는 사람들과 정의와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 젊은이와 노인, 약자와 강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모두에게 기쁜 소식”이라며 “개혁교회 목회자는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부여하신 천부적 권리와 자유가 온전히 구현되는 정의롭고 자유로운 공동체를 이룩하기 위한 하나님의 뜻을 선포하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 기독교인이 국가의 입법·사법·행정부는 물론, 정당과 사회 전반에 대하여 성경적 세계관과 통찰을 제시하는 것은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신앙의 자연스러운 표현이자 그 살아 있는 증거”라고 역설했다.
“美 자료 오역해 ‘제헌헌법’에 적용… 차별적 규제 계속돼”
▲전윤성 변호사는 미국 「연방 수정헌법」 제1조는 법률로 국교를 설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어디에도 교회와 정치의 분리라는 법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법과 법제도적 관점에서 분석한 전윤성 변호사는 “미국 「연방 수정헌법」 제1조는 법률로 국교를 설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어디에도 ‘교회와 국가의 분리’나 ‘교회와 정치의 분리’라는 법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1947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Everson 판결에서 해석으로 ‘교회와 국가의 분리(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가 등장했지만, 종교의 정치로부터 분리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새뮤얼 칼호운 교수는 그 근거로 토머스 제퍼슨과 같은 미 건국의 아버지들이 결코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의도한 적이 없었다는 점,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노예제 반대는 미국 건국 이래로 종교와 정치가 계속적으로 혼합돼 왔음을 보여 준다는 점, 그리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공적 영역에서 신앙에 근거한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한 금지를 정당화하는 어떠한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미군정청이 「Proclamation on the Rights of the Korean People」을 「조선 인민의 권리에 관한 포고」로 국문 번역하는 과정에서, ‘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를 ‘종교와 정치의 분리’로 오역한 것이 「제헌헌법」에 그대로 옮겨진 이후 현행 헌법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근·현대사의 질곡을 거치며 정교분리의 개념이 정치와 종교의 완전한 관계 차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요 국가들 대다수는 헌법에 국교 부인이나 종교와 국가의 분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헌법에 명시한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로 인해 차별적인 종교의 정치 참여 규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논란이 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의 ‘종교적 기관·단체’ 부분은 종교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동시에 종교단체에 대한 차별적인 선거운동 규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현실적으로 종교와 정치의 분리는 가능하지 않고, 우리의 헌법 현실과도 맞지 않다. 국교분리와 정교분리를 혼동하고 있는 오류를 바로잡지 않으면 자칫 종교단체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종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교회, 국가의 ‘공정성 원리’ 감시·격려·비판할 책임”
▲이상원 교수는 “유형의 교회는 국가의 영역이 동해보복의 원칙인 공정성의 원리에 따라서 운영되고 있는가를 긴밀하게 살피고, 격려하고 지원하거나 말씀 선포와 도덕적 권고로 비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회론의 관점에서 분석한 이상원 교수는 “유형 교회는 인간의 마음의 영역에서 영혼의 구원과 죄악을 제어하기 위하여 설립된 예배 공동체로 ‘원수 사랑=이웃 사랑’의 원리에 따라 운영돼야 하는 반면, 국가는 법적 강제력으로 공동체를 운영하며, 죄의 세력을 제어하며, 재판을 시행하는 소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국가는 신명기 19장 21절의 동해보복법(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원리를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가와 함께 ‘죄악의 세력에 대항해 싸우는’ 공통 소명을 가진 유형 교회는 기도와 말씀 선포라는 영적이고 도덕적인 방법으로 대항한다. 뿐만 아니라 국가의 영역이 동해보복의 원칙인 공정성의 원리에 따라서 운영되고 있는가를 긴밀하게 살피고, 격려하고 지원하거나 말씀 선포와 도덕적 권고로 비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무형 교회의 신자들은 국가 공무원 등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국가의 영역에서 사는 자들로 ‘동해보복의 원리’, 곧 ‘공정성의 원리’를 국가의 영역 안에서 구현하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은 모든 인류의 마음속에 도덕법을 새겨 주셨고(롬 14, 15) 이 도덕법에 근거하여 시대와 지정학적 위치에 맞는 실정법인 헌법을 비롯한 각종 법률들을 제정하여 운용하는 권한을 국가에게 위임하셨다”며 “하지만 공정성의 원리를 구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권력 집단의 이기적인 야욕을 정당화하는 편당적 법률로 전락하는 때가 많다. ‘공정성의 원리’에 비춰서 비판적으로 점검돼야 하며, 잘못 제정됐을 때는 폐기 또는 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천투데이>(2025.06.26.) 송경호 기자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