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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학적 물음

최덕성 해석학 강의록 2

 

1. 팩트 체크의 함정

 

현대 사회의 양극화는 날이 갈수록 심하다. 좌파-우파, 사회주의-자유민주주의, 여당-야당, 진보-보수, 맥락적 이해와 정통적 이해 모두가 사실(fact)에 대한 해석의 과제이다.

 

언론사 기자들의 '팩트 체크'를 선호한다. 팩트가 언제나 검증가능하고 진실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팩트라고 하는 것은 생각만큼 순수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 팩트의 생산과정에 개입되는 여러 가지 상대적인 요소들과 그것을 체크하는 해석자의 한계 때문이다. 해석자는 팩트보다 그 팩트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팩트 체크는 대부분 인문학적 함정에 빠진다. 참과 거짓, 올바름과 그릇됨, 이를 확인하는 팩트 체크는 모두 해석학적 통찰이 필요한 영역이다. 

 

정통신학을 지향하는 기독인들 가운데서도 서로 간엔 견해를 달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두 이해 또는 해석과 관련되어 있다. 신학, 문학, 철학, 역사 등 인문과학의 첫 번째 도전은 해석학적 질문이다. 해석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학문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해석학과 기독교 성경해석학은 구분된다. 유럽에서 발달된 해석학은 신학과 성경해석과 관련이 깊다. 성경 해석자와 주석 학자는 모두 해석학적 토대 위에서 활동을 한다. 자신이 의식하든지 못하든지 간에 일련의 전제, 원리, 해석 작업을 동원한다. 해석과 전제-관점-환경-선이해 등은 상호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훌륭한 해석학자도 한계를 지니고 있다. 글쓴이 개인과 그가 속한 집단의 이해, 전통, 그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논의는 필수적이다.

 

해석학은 텍스트와 그 텍스트를 생산한 저자 그리고 그것을 읽고 해석하는 독자의 관계를 비평적으로 규명한다. 본문이 가진 언어학적, 회화적, 기타 인간 표현 형태들에 대한 적절한 해석방법들을 고찰한다. 텍스트를 해석하는 개인의 해석학적 사고 발전에 끼친 영향들과 해석이 이루어지는 상황과 해석자의 중요한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조망한다.

 

2. 기독교와 해석학

 

해석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동서양 고전 작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석활동은 인간의 이해 방식들을 반영하는 모든 문화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과 영미의 해석학 활동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성경해석 유형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두 종교는 오랫동안 해석학에 관심을 가져왔다. 항상 성경 본문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뜻을 담고 있다. 해석자는 성경에 담긴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을 정확하게 안전하게 해석하고 싶어 한다. 이 목표에 도달하려면 성경이라는 텍스트 해석에 적합한 기준이 필요하다.

 

성경에 대한 유대교와 기독교의 해석 이론의 출현은 고전적 그리스 문학이론과 철학의 영향 아래 이루어졌다. 해석학의 본격적인 작업은 계몽주의 운동의 영향 아래서 종교적 본문에까지 확장되었다. 현대 해석학 시대를 열고 해석학의 중요성을 각성시킨 인물은 프리드리히 슐라이에르마허(1768-1834)이다. 텍스트 해석이론을 의미하는 해석학을 출범시켰다.

 

해석학 담론은 고전 그리스 문화에서 시작되었다. 그리스는 해석학이라는 단어(hermeneia)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해석학적 성찰이라는 유산을 남겼다. 이 유산은 호머(Homer)의 서사시들과 같은 고대 그리스 사회의 문학 텍스트가 지니고 있는 의미, 역할, 기능을 규명하는 문화적 필요 때문에 발전했다. 호머비평은 문학이론의 요람이다. 유럽과 영미에서 전개된 모든 문학비평의 방법론적 토대, 용어, 범위를 제공했다.

 

3. 호머비평

 

그리스 사회는 호머의 일리아드(Iliad)와 오디세이(Odyssey)를 젊은이 교육의 기초 텍스트로 삼았다. 호머의 작품들을 해석했다. 텍스트는 고전 그리스 문화의 배경과 모습을 알려 주었다. 그리스인들은 올바른 해석 방법을 모색했다. 이 노력은 텍스트의 문학적 의사전달 과정을 파악하는 깊은 통찰력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문법과 본문비평이 차츰 정교해졌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뚜렷한 비평적 독해방법 곧 문법적 해석과 풍유적 해석이 등장했다. 문법적 해석은 텍스트의 언어공식과 연관성을 연구하여 본문의 의미에 도달하려 한다. 풍유적 해석은 텍스트 밖에 있는 해석 열쇠의 도움을 얻어 본문의 숨은 의미를 찾으려 한다. 이 둘은 동시에 적용되었다.

 

고대 그리스 작품을 읽는 고대 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과연 우리가 읽고 있는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는가? 우리가 텍스트의 메시지를 올바로 이해하는가? 둘째, 우리가 그 텍스트의 고유한 가치를 평가할 목적으로 텍스트 바깥에서 어떤 기준을 그것에 적용시켜야 하는가?

 

4. 풍유적 해석, 문법적 해석

 

풍유적 방법은 두 번째 방법에 따른다. 텍스트 자체가 독자들에게 텍스트 이해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와 관점을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텍스트 이해의 열쇠를 텍스트 바깥에서 찾게 한다.

문법적 해석은 본문의 의미 이해의 열쇠를 텍스트 자체에서 찾게 한다. 독단적인 독해관점을 가지고 텍스트를 마음대로 요리하려는 독자로부터 그 텍스트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풍유적 해석과 문법적 해석은 모두 텍스트와 독자 사이에 원초적인 간격이 있을 수밖에 없는 해석학적 차이를 인정한다. 이 간격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으려 하는 학문적 노력이 해석학의 출발점이다.

 

텍스트는 독립적이지 않다. 텍스트는 이해관계를 배제한 진공상태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본문은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정치적인 차원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텍스트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그것이 만들어진 사회와 문화 등에 대한 해석학적 고찰과 이해관계와 항상 씨름을 해야만 한다.

 

텍스트는 그것이 만들어진 것과 전혀 다른 문화 배경 속에서, 대부분 전혀 다른 도덕적 규범과 인습이 가운데서 해석된다.

 

풍유적 방법은 본문의 통합성과 합리성을 보존하고 문화적 간격을 넘어서는 매우 유용한 도구로 인정받아 왔다. 텍스트의 우스꽝스럽고 심지어 외설스런 내용의 문자적 메시지에 골몰하지 않으면서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문학작품 텍스트에 대한 문자적 해석과 풍유적 해석은 지속적으로 해석학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이 방법들은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텍스트 해석에 동원되고 있다.


5. 자유인의 기개

 

모든 인문학은 해석학이라는 관문에 이른다. 해석학은 철학, 신학 등 모든 인문학, 사회학, 법학 등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여러 분야에서 해석학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이 해석학 강의록(transcript of lectures)은 베르너 진론드가 저술한 <신학적 해석학: 해석학의 역사와 특성> , 최덕성 역 (서울: 본문과현장사이, 1997)을 대본으로 만든 것이다. 필자는  Werner G. Jeanrond, Theological Hermeneutics: Developments and Significance (Macmillan Publication Company, 1991)를 판권 소유 출판사와 특별협약에 따라 한글로 독점 번역, 출판했다.


해석학 지식은 인문학의 관문이다. 해석학은 난해한 학문이라는 인상을 준다. 철학과 신학이 혼재되어 있다. 그 내용이 일상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진론드는 방대한 해석학 주제들을 간추려 소개한다.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위 책을 대본삼아 그 내용을 풀고 간추려 정리하고 독자적인 생각을 첨가하고 다듬어 옮기고 어떤 부분은 필자의 생각을 담아 풀어내는 형태로 강의록을 만들었다. 한글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고 해석학의 영양소를 얻도록 할 목적이다. 필자는 기독교사상사 전공자라는 전문성 덕분에 해석학 대본을 상대적으로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비평적 논의에 필요한 정확한 개념, 전거, 각주, 인용은 위 책의 영어 원본이나 한글 번역본을 참고하기 바란다.


인문학은 비평적 텍스트 읽기를 요구한다. 독자들이 이 강의록을 읽고 기독교사상사, 신학사, 해석학 영역의 지식을 습득하여 설교자, 신학자, 인문학자로 봉사하는 데 필요한 지적 능력과 통찰을 구축하기를 바란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독자들에게 오로지 봉사할 목적으로 이 강의록을 작성하고 있다.


필자와 진론드의 교회 전통과 신학적 노선은 동일하지 않다. 성경의 본질과 권위에 대한 이해도 차이가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저명한 학자들에 대한 평가도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필자는 통섭적 학문을 중요하게 여긴다. 다소 견해가 다르고 교회와 신학 전통이 동일하지 않다고 하여 저 수많은 지성인들과 탁월한 학자들의 이론들을 맛보는 것조차 거절하는 것은 지식인, 학자의 태도가 아니다. 신학과 관련된 해석학 지식은 신학도들의 비평적 사고 훈련에 유익하다. 일단 배우고 담아 영양소를 섭취한 뒤에 나머지 것들을 취하거나 버리는 것은 자유인의 기개이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교의학 교수)

 

저작권자 리포르만다, 무단 전재-재배포-출처 밝히지 않는 인용 금지


choicolle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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