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댓글 0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로마 가톨릭재세례파그리고 개혁신학성례(sacrament)’.

 

장대선 (장대선 블로거에서 옮김)


오늘날 많은 기독교인들이 개혁주의 신학에 대해 갖는 대표적인 오해는 개혁신학이 교조주의적이며 편협한 시각을 지닌 신앙의 체계라는 비판일 것이다. 그러나 개혁신학에 바탕을 두는 개혁신앙은 가장 보편적일 뿐 아니라 가장 넓은 입장에 서 있는데, 개혁주의 신앙이 얼마나 넓고 보편적인지를 잘 드러내는 주제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성례(聖禮, Sacrament)’에 대한 이해다.

 

우선 로마 가톨릭의 성례관은 기본적으로 예식 자체의 필연성과 절대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성례를 통해 얻게 되는 모든 은혜의 유익은 절대적으로 예식 그 자체에 따른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원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세례를 받아야 하며, 그러한 성례관을 바탕으로 사제들이 전쟁터에까지 달려가서 죽어가는 병사들에게 성례를 시행하는 것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반면에 재세례파의 성례관은 예식 자체의 필연성이 아니라 참된 믿음의 고백과 신앙에 근거할 때에 비로소 성례의 실제적인 유익이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재세례파들은 참된 믿음과 신앙을 보증할 수 없는 로마 가톨릭의 성례를 인정하지 않고, 그들만의 순수한 신앙고백에 바탕을 둔 성례의 시행을 주장했는데, 그처럼 그들이 참된 신앙이 결여된 세례를 인정하지 않고 다시 세례를 받도록 한다는 점에서 재세례파(再浸禮派, Αναβαπτιστές)’라 불리게 된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유아들에 대한 세례조차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는 이성과 판단력을 발휘할 수 없는 아이들이 순수한 믿음을 고백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들에게 있어서 모든 은혜의 근거는 철저히 그들 자신의 순수한 신앙과 고백에 있었다.

 

그러나 로마 가톨릭과 재세례파의 성례관은 사제의 권위 혹은 신자들의 믿음을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 공히 동일하게 인간에 바탕을 두는 맥락 가운데 있는 성례관이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개혁주의자들은 그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바탕위에 있는 성례관을 주장했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언약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사제의 권위 혹은 신자의 믿음 에 바탕을 두는 인간중심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적인 선택에 바탕을 두는 것이다.


이러한 개혁주의자들의 성례에 대한 입장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일관되게 잘 명시되었는데, 성례에 대해 다루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27장 제1항은 성례는 은혜 언약에 대하여 인()치는 표라고 했다.


또한 제2항에서는 성례에 있어서 표호(票號)와 실제(표호의 실물과 그 효과) 사이에는 영적 관계가 성립되며, 그 관계는 그 둘 사이의 신비적 연합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제3항에서는 이르기를 성례가 올바로 시행되는 데서 나타나는 은혜는성례 자체에 고유하게 내제된 능력이나 집례자의 경건, 혹은 그의 의도 때문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오히려 성례에 은혜가 임하게 되는 원인은 첫째, 성령의 역사 때문이고, 둘째, 성례의 제정과 함께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처럼 개혁신학에 있어서 성례의 유익은 시행하는 예식 자체에 고유한 능력과 효과가 있다거나 사제의 경건하고 순전한 의도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로마 가톨릭과 확연히 구별되며, 동시에 성례에 참여하는 신자의 신앙과 믿음의 고백에 고유한 능력과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역사와 하나님의 말씀을 근거와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재세례파 혹은 경건주의의 패턴과도 명백히 구별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개혁신학의 독특하고 차별되는 성례에 대한 이해는 실천적으로 신앙에 있어서의 넓은 융통성과 보편성으로 연계된다.

 

실례로 로마 가톨릭의 경우처럼 꼭 세례예식에 참여하여야만 구원이 확실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록 세례예식에 참여하지 못했을지라도 구원에 있어서는 그것 자체가 결정적이지 않으며, 재세례파의 경우처럼 반드시 참된 믿음과 신앙의 고백이 있어야만 참된 세례예식이 되는 것도 아니므로 로마 가톨릭에서 영세(領洗)를 받은 경우라도 은혜 언약을 나타내는 표로써 인정해 주는 것이다.


또한 세례예식 자체가 필연적인 은혜의 효과가 내재된 것이 아니므로 시행되는 예식 자체는 일종의 상징적인 표(, Sign)이며, 따라서 로마 가톨릭의 경우와 같이 전쟁터에까지 나가서 꼭 성례를 베풀어야만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전쟁의 비상적인 상황에서 임시로 예배를 드리는 경우는 있어도 성례까지 시행하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당장에 믿음을 보일 수 없거나 참된 신앙의 고백을 할 수 없는 사람(대표적으로 영아(嬰兒)들의 경우)이라도 얼마든지 성령 안에서 은혜 언약에 속한 하나님의 백성일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신앙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28장 제6항이 잘 드러내주고 있는데, 6항에 따르면 세례의 효과는 세례를 시행하는 그 시각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무런 신앙고백도 할 수 없는 유아(영아)와 같은 사람이라도 그 당시가 아니라 나중에, 심지어는 죽음을 맞아 우리로서는 구원의 근거로 확신할만한 어떤 것도 확인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서까지도 성례를 통해 얻게 되는 효과가 얼마든지 동일하게 수반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단회적인 세례외에 성찬의 경우에는 그러한 의미와 효과가 조금 다르게 적용되는데, 성찬의 은혜와 유익은 기본적으로 세례의 경우와 동일한 성례로서의 이기는 하나 세례와 달리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서의 유익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유아들이나 초신자들의 경우에는 충분한 믿음과 신앙의 고백 가운데서 교회의 회원으로 인정된 이후에 비로소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성찬의 경우에도 예식 가운데서 나누는 떡이나 음료 자체에 은혜의 유익을 주는 어떤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근본적으로 세례의 경우와 동일한 맥락(가시적인 것들 자체에 그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맥락) 가운데 있다 하겠다.

 

이처럼 개혁신학과 그에 바탕을 두는 개혁신앙의 실천적인 측면들은 당장 사람의 눈앞에 있는 상황이나 현실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언약과 성령님의 역사 안에서 얼마든지 열려 있을 수가 있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고려하는 넓이와 깊이, 그리고 높이를 지닌 참으로 광활한 은총의 신앙관이다. 당장 우리 눈앞에는 아무 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견고하게 인내할 수 있는 견인(堅忍)의 신앙은 바로 개혁신앙의 바탕에서 가장 강력하게 바라볼 수 있으며, 그 어떤 자유주의적인 사상이나 가치관들이 주지 못하는 무한한 자유의 원리를 깨우쳐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개혁신학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각 가운데서 우리 개혁주의 신자들은 비로소 이제 막 태어난 어린아이의 눈에서도 전적인 부패와 죄에 대한 무능력을 직시하고, 천박하게 웃는 창기(娼妓)의 눈에서 오히려 숭고하고 영광스런 하나님의 은총을 볼 수 있는 무한한 깊이와 넓이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신학으로서의 개혁신학이야말로 갈수록 퇴락해가는 개신교의 현실을 극복할 거의 유일한 신앙의 체계라는 사실을 확신하며 잊지 말도록 하자.




?

  1. 영원한 그리움

        영원한 그리움     예수의 사도 바울은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일생 동안 예수님을 몹시 그리워했다. 바울 서신의 ‘키워드’는 “그리스도 안에서”(En Xristow)였다. 얼마나 주님을 그리워했던지 주님을 위해 죽기까지 하겠다고 선언했다. “내...
    Date2022.09.17 Byreformanda Reply0 Views430 file
    Read More
  2. WCC, '앙꼬 없는 찐빵’ 기독교'

    zm   ▲WCC 제11차 총회가 열리는 독일 카를스루에 전경     WCC, '앙꼬 없는 찐빵’ 기독교'   “복음 빠진 WCC 제11차 총회, ‘앙꼬 없는 찐빵’ 기독교”   독일 카를스루에 총회 직접 찾아가는 최덕성 총장   <크리스천투데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Date2022.08.31 Byreformanda Reply0 Views520 file
    Read More
  3.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 기념 학술회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 기념 학술회   2025년 6월 19일 (목) 기독론과 신경 관련 논문발표회   리포르만다(기독교사상연구원)는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회를 가진다. 신학자들이 고대기독론(Classical Christology)과 신경(Creeds) 관련 ...
    Date2022.08.27 Byreformanda Reply0 Views707 file
    Read More
  4. 실패는 실패 아니다

        실패는 실패 아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유대인의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온갖 시련과 실패를 딛고 일어선 유대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유대인들은 오래전부터 어떠한 역경이 올지라도 실패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패를 밝은 미래...
    Date2022.08.05 Byreformanda Reply0 Views548 file
    Read More
  5. 서두르지 않는 마음의 여유

        서두르지 않는 마음의 여유     이규태의 <한국인의 의식구조>는 한국 사람들은 식사 시에 “빨리, 더 빨리 먹어야 미덕”으로 여겨왔다고 지적한다. 한국인은 천천히 먹는 아이들을 다그쳐 식사를 빨리 끝내게 했다. 그 짧은 식사 시간마저 단축하고자 세...
    Date2022.07.23 Byreformanda Reply0 Views690 file
    Read More
  6. 얘수님의 터치

          예수님의 터치         미국의 전설적 인기 여배우 마릴린 몬로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미혼모인 어머니의 버림을 받고 어린 아이들을 대리 양육하는 포스터 홈(Foster Home)을 전전하며 자랐다.     마릴린 몬로가 나중에 여배우로 성공하여 스타덤에...
    Date2022.07.14 Byreformanda Reply0 Views631 file
    Read More
  7. 6.25전쟁 참전국과 참전 인원

        6.25전쟁 참전국과 참전 인원     사진: 포화 속 예배 인도자(Army Chaplains in Korea, 1950)   6.25전쟁 참전 인원수 (괄호내 사망자 수)   대한민국 국군 외 ----- 미국 1,600,000 (36,492) 영국 56,000 (1,177) 캐나다 27,000 (516) 터키 14,936 (1,0...
    Date2022.06.25 Byreformanda Reply0 Views1379 file
    Read More
  8. 죽은 사무엘은 귀신이 되었는가?

        죽은 사무엘은 귀신이 되었는가?   버림 받은 메시아 사울이 마녀를 통해 죽은 사무엘과 만나는 장면은 구약성서 중에서 해독이 어려운 전승 중의 하나이다. 1) 마녀가 죽은 선지자도 불러낼 수 있는가? 2) 사무엘이 죽어 간 곳은 어딘가? 3) 만약 사무엘...
    Date2022.04.19 Byreformanda Reply0 Views1264 file
    Read More
  9. 장로교회 분열이 고신 때문인가?

    최덕성 박사 (사진 이대웅 기자 찍음)   장로교회 분열이 고신 때문인가? 자학적 사관 탈피해야   제2회 고신포럼 ‘전환기의 한국교회와 고신의 역할’ 신사참배 거부운동 선봉장, 주기철 아닌 한상동교권주의자들, 입지 흔들릴까 출옥성도 제거해우상숭배에 ...
    Date2022.04.06 Byreformanda Reply0 Views767 file
    Read More
  10. 바울종교의 기원/ 메이첸

        그레이스앰 메이첸       바울종교의 기원/ 그레이스앰 메이첸   제1장  서론   기독교의 기원     본서의 의도는 어떤 특별한 관점 하에서 기독교의 기원문 제를 취급하려는 것이다. 그 문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문제인 동시에 실제적으로도 중요한 문...
    Date2022.04.03 Byreformanda Reply0 Views1151 file
    Read More
  11. 강원룡 목사와 WCC의 용공성 시비

          강원룡 목사   강원룡 목사와 WCC의 용공성 시비     밴쿠버총회 후유증 앓는 진보교회 보고회서 뒤늦게 강원룡 목사 비난벽보사건 등 드러나     중앙일보 입력 1983.09.29 00:00     한국 진보교회들이 제6차 세계교회협의회(WCC) 밴쿠버총회(7월 24...
    Date2022.03.24 Byreformanda Reply0 Views895 file
    Read More
  12. 바아르선언문 배경 설명

        바아르선언문 배경 설명   뱅쿠버 회의(1983) 이후 적극적으로 추진된 6년 간의 종교 간의 대회를 거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산하의 대화 담당 소위원회는 스위스 취리히 근방에 있는 작은 마을 바아르(Baar)에서 1990년 2월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WCC ...
    Date2022.03.14 Byreformanda Reply0 Views920 file
    Read More
  13. WCC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2013)

        WCC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2013)     한국교회는 지난 130년 동안 민족의 고난과 역경을 함께하며 괄목할만한 영적 성장과 대한민국의 성장과 성숙을 이끄는 중심에 있었으며, 환난과 전쟁 속에서도 민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에 대하여 ...
    Date2022.03.11 Byreformanda Reply0 Views708 file
    Read More
  14. 로마가톨릭교회의 만인보편구원주의

      부산 신사(용두산신사, 1915)     로마가톨릭교회의 만인보편구원주의   원제: '예수 없이도 구원 받는다'는 로마가톨릭교회   로마가톨릭교회는 예수 없이도 구원을 받는다고 한다. 예수를 믿지 않는 유태인과 무슬림도 구원받고, 미지의 신을 찾는 사람들...
    Date2022.02.22 Byreformanda Reply0 Views1011 file
    Read More
  15. 독립선언문(1919, 원문번역)

        독립선언문(1919, 원문번역)       오등은 자에 아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차로써 세계만방에 고하야 인류평등의 대의를 극명하며 차로써 자손만대에 고하야 민족자존의 정권을 영유케 하노라.   반만년 역사의 권위를 장하야...
    Date2022.02.15 Byreformanda Reply0 Views1034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53 Next
/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