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2016.10.06 10:51

Pick Me Up

조회 수 147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Pick Me Up


명절 때 TV 프로그램은 정말 볼 것이 없다. 집중해서 보는 사람이 없지만, 그래도 TV는 켜놓았다. TV가 뭐라 하든 상관하지 않고 우리는 서로 지나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여행한 이야기, 읽었던 책 이야기, 자신에게 큰 감명을 준 스승 이야기, 조카들 이야기, 주애가 쓴 논문 이야기, 아무 관련 없는 이야기들이 순간순간 주제를 바꿔가며 쏟아져 나와도 아무도 당황하지 않고 웃고 떠든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모두 마음 문 열고 받아주는 것이 가족이다.

“오빠! 저 아이가 우리 반 아이야!”
학교 선생을 하는 동생의 소리에 모두 TV를 보았다. 걸그룹이 되고 싶어 하는 101명의 소녀 연습생들이 경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소녀들이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과 연습을 하며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사회자는 어린 여학생들에게 냉정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우리 프로그램은 약한 모습, 욕심이 없는 모습, 싸울 의지가 없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럴 거면 빠져라!"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서늘해졌다. 호전적 태도는 경쟁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미덕이다. 일등에서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는 사회에서는 화합과 협력은 오히려 장애요소가 될 뿐이다. 함께 연습하면서 친구가 얼마나 고민하고 힘들어하는지 다 보았지만, 경쟁 앞에서 그 모든 인간적 감정은 힘겹게 삼켜야 한다. 친한 친구를 밟아야만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가르쳐 주는 이 프로그램은 잔인하다.

동생의 제자는 참 밝은 아이였다. 반에서 모든 학생에게 사랑받는 어여쁜 아이였다. 그 아이가 자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칭찬을 받고 자랐을까? 보지 못했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주변에서 주는 모든 긍정적인 신호가 아이에게는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듯하였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점점 변하여갔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아니 다른 친구와 싸워 이기기 위하여 없던 호전성을 키워야 했다.
니체는 그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말한다. “적을 갖되, 증오할 가치가 있는 적만을 가져야 한다. 너희들은 너희들에게 걸맞은 적을 찾아내어 일전을 벌여야 한다.” 니체는 치열한 싸움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더욱 강해지라고 권면한다.

몇 년 전 카이스트 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는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징벌적 등록금 제도를 운용하였다. 학생을 절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평가하여 하위권 학생에게 벌을 주는 것이다. 상대평가에는 반드시 뒤에 서는 학생이 생기기 마련이다.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줄세우기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현상이다. 집안의 축하와 기대를 받고 입학한 학생에게 이것은 너무나 가혹한 경쟁체제였다. 그러나 총장은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였다.
“경쟁 사회는 불필요하고 나약한 자는 걸러내는 법이다." 
"그런 나약한 자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살 수 없다.”

현대 사회는 폭력적 경쟁사회다. 나에게 손해가 되면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원수가 되고, 나에게 이익이 된다면 어제의 원수와도 얼마든지 손을 잡을 수 있다. 이 싸움터에는 도덕도 윤리도 필요 없다. 철저하게 이익 위주의 사회다. 이것이 돈의 논리이고, 경쟁의 논리이고, 적자생존을 말하는 진화론의 논리다.

어린 소녀들이 치열한 경쟁 프로그램에서 힘겹게 버티는 모습이 안쓰럽고 애처로웠다. 소녀는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렸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아이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 사이 아이는 변하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도 없이 들어야 했던 사람들의 평가는 잔혹하였고, 그 아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들어야 했던 악플은 아이의 마음을 갉아먹었다. 어린 소녀는 우울증에 빠졌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에서 배웠던 폭력성은 곧 자기 자신에게 독이 되었다. 폭력은 외부로만 향하지 않는다. 폭력은 자기 자신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힌다. 세상이 주는 교훈은 좀 더 강해지라는 의미로 문제의 원인을 밖에서 찾지 말고 바로 자기 자신에게 찾으라고 말한다. 아이는 자존감에 큰 상처를 받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평가절하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넌 패배자야!. 넌 실패자야!'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정말 모든 문제의 원인이 자기 자신에게만 있을까? 치열한 경쟁 사회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지혜가 호전성과 폭력성뿐일까? 서로 협력하고 서로 아껴주며 사랑하는 방법으로는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일까? 뛰어난 능력을 갖춘 한 사람보다 못나고 부족하지만, 함께 하는 팀워크가 훨씬 큰 성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남과 싸워 이겨야만 살아남는 세상 같아 보이지만 사실 다른 사람을 품어 안고 보듬어 주는 사람이 승리하는 경우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여기저기 피 튀기는 싸움이 치열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누군가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누군가 나를 이해해주고 받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있는 모습 그대로, 실패한 모습 그대로, 야단치지 않고 그냥 품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마5:5) 단 한 사람의 독불장군이 세상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가슴으로 품어주는 사람이 세상을 차지하는 지혜도 배워가는 사회였으면 정말 좋겠다.
t1.daumcdn.jpg
?

  1. 호남이 변하면 나라가 바뀐다

      주동식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     호남이 변하면 나라가 바뀐다   주동식의 전라도 논평   아래는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의 세이브코리아 광주 집회의 연설 전문이다. 광주 출신인 그는 “친북·종중에서 벗어나 대한민국과 함께 가야 호남도 살아...
    Date2025.04.20 Byreformanda Reply0 Views1256 file
    Read More
  2. 오늘은 성숙을 향한 민주주의의 여정의 날이다

        오늘은 성숙을 향한 민주주의의 여정의 날이다   오늘은 난리와 폭동이 예상되는 날이다. 대규모 집단 불복과 반발이 시작될 모양이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간판을 뗄 것이라고 하는 자들도 있다. 성숙을 향한 민주주의의 여정의 ...
    Date2025.04.03 Byreformanda Reply1 Views3351 file
    Read More
  3. 헌법재판소의 10가지 탄핵 위법 재판

      헌법재판소의 10가지 탄핵 위법 재판   허영 교수(대한민국의 법조인, 헌법학자, 1936-)는 위법한 헌재 탄핵심판 결정이 오히려 국민 저항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가지가 넘는 이런 불공정하고 졸속으로 진행된 탄핵심판을 우리 국민이 용납하겠...
    Date2025.03.07 Byreformanda Reply0 Views1485 file
    Read More
  4. 대통령의 귀환을 고대하는 사람들

      대통령의 귀환를 고대하는 사람들   아래의 글은 <기독일보>에 게재된 김민호 목사(회복의 교회, 예장 대신)의 글을 옮겨 실은 것이다. 한국의 현 사태에 대한 한 기독인의 관점을 담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다수 목사들의 지지 이유로 보인다...
    Date2025.01.18 Byreformanda Reply0 Views1313 file
    Read More
  5.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께 드리는 글”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께 드리는 글”    (2025.01.14.)   (현대한국사 자료)     국민께 드리는 글     국민 여러분, 새해 좋은 꿈 많이 꾸셨습니까? 을사년 새해에는 정말 기쁜 일 많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작년 12월 14일 탄핵소추되고 나서 혼자 생각...
    Date2025.01.15 Byreformanda Reply0 Views1106 file
    Read More
  6. 성소수자 혐오집회, 개탄스럽다/ 경향신문

        ‘성소수자 혐오·차별’ 대규모 도심 광장 집회, 개탄스럽다   경향신문 사설 2024.10.27   기독교 단체들의 대규모 차별금지법 반대 집회가 27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개신교 임의단체인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Date2024.10.28 Byreformanda Reply0 Views1382 file
    Read More
  7. 현대판 보쌈문화, 키르기즈스탄 납치혼

      현대판 보쌈문화, 키르기즈스탄 납치혼   선시대의 ‘보쌈’은 여성을 강제로 납치해 아내로 삼는 악습 문화이다. 이와 비슷한 ‘납치혼’ 폐습이 미미하나마 아직도 남아 있는 나라들이 있다.  이 인권 유린의 문화를 연구한 논문들도 있다. 키르기즈스탄과 카...
    Date2024.09.07 Byreformanda Reply0 Views1660 file
    Read More
  8. 한국인은 어느 나라 국민이었는가?

        한국인은 어느 나라 국민이었는가?     김문수의 근대 한국사관은 옳은가? 2024년 8월 26일, 대한민국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 대한 국회 청문화가 파행하다가 산회했다. 김문수는 “일제통치 시기의 한국인의 국가는 일본이었다...
    Date2024.08.27 Byreformanda Reply0 Views1734 file
    Read More
  9. 태국 태권도 선수 파니팍 옹파타나키트

    태국선수 웅파타나키트가 태권도 여자 49kg급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최영석 감독을 향해 무릎 꿇고 인사하는 모습이다.   태국 태권도 선수 파니팍 옹파타나키트    파리 올림픽 보도 사진  가운데는 사람의 마음을 숙연하게 하는 정경(情景)을 담...
    Date2024.08.09 Byreformanda Reply0 Views1660 file
    Read More
  10. 검찰총장과 대법원장, 국회의원 출마 금지법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국회의원 출마 금지법     현직 검찰총장과 대법원장은 정치권력자의 힘이고 보호자이기도 하다. 자신들을 임명한 권력자 편에 유리한 이념적이고 편향적인 사법 행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자리을 맡고 있다. 그리고 몇 해 동안의 직...
    Date2024.07.23 Byreformanda Reply0 Views3367 file
    Read More
  11. 솔로몬의 재판은 정말 지혜로웠는가?

    솔로몬의 반지   솔로몬의 재판은 정말 지혜로웠는가?     솔로몬은 이스라엘 왕국의 제3대 왕( 971-831, BC)이었습니다. 어머니 밧세바와 나단 예언자의 도움으로 왕위에 오른 솔로몬은 부왕 다윗이 준비해둔 땅과 재물을 이용하여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합니...
    Date2024.07.02 Byreformanda Reply0 Views3147 file
    Read More
  12. 유럽의회에는 수상한 정당들이 많다

        유럽의회에는 수상한 정당들이 많다     올해 6월 9일에 거행될 유럽 의회 선출 날짜가 다가왔다. 이번에는 우파(우파포퓰리스트, 극우들)의 대거 의회에 입성할 것이 예상된다. 그래서 좌파들이 장악한 독일 언론은 계속 이를 경고했다. 독일에서 정부와...
    Date2024.05.31 Byreformanda Reply0 Views1264 file
    Read More
  13. 이승만은 조지 워싱턴보다 훨씬 더 위대했다

        이승만은 조지 워싱턴보다 훨씬 더 위대했다     원제: 왜 한국인은 어리석은가? (뉴스타운의 글)     한국은 20세기 기적의 나라이다. 1990년대 세계학계는 북-중-러의 위협과 자원빈곤이란 최악의 상황에서 건국, 호국, 산업화를 이룩한 한국의 위대한 ...
    Date2024.04.22 Byreformanda Reply1 Views1695 file
    Read More
  14. 김활란(金活蘭)

      김활란(金活蘭) 일제강점기의 교육자, 친일파 (1899–1970)   아래는 위키백과의 김활란에 대한 소개의 글이다.   생애   김활란(1899년 2월 27일~1970년 2월 10일)은 일제강점기 대한여자기독교청년회연합회 재단이사장, 대한기독교교육협회 회장 등을 역임...
    Date2024.04.05 Byreformanda Reply0 Views1336 file
    Read More
  15. 히잡 거부한 용감한 이란 여성

        히잡 거부한 용감한 이란 여성     히잡 착용을 거부한 용감한 이란의 젊은 여성이 74차례 태형 처벌을 받았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 착용을 거부한 33세의 젊은 여성이 74대의 태형(笞刑)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024년...
    Date2024.01.09 Byreformanda Reply0 Views1314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 Nex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