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저널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송도 1 송도 2.jpg

 

선거의 무결성과 국가 신뢰도

 

국가는 법과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가는 보이지 않는 신뢰 위에 세워진 공동체이다. 국민은 서로를 신뢰하고, 국가의 제도를 신뢰하며, 선거를 통해 형성된 권력을 신뢰하기 때문에 하나의 정치 공동체를 이룬다.

 

선거는 이러한 신뢰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단순히 지도자를 뽑는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여전히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으며, 같은 규칙 아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서로 확인하는 약속의 행위이다.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정부의 정당성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총칼에서 나오지 않는다. 국민의 동의에서 나온다. 정부는 선거를 거쳐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는다. 그런데 국민이 그 선거 과정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권위 역시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 국가 권력자의 법률상 권력은 유지될 수 있어도, 도덕적 권위와 정치적 정당성은 약화된다.

 

사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선거에 대한 불신은 사회의 영혼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민주주의는 승자만의 체제가 아니다. 패배한 사람도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작동한다. 패배를 수용하게 만드는 힘은 승자에 대한 호감이 아니라 절차에 대한 신뢰이다. 국민은 "내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과정은 공정했다"고 믿기 때문에 결과를 받아들인다.

 

그 믿음이 사라지면 정치적 경쟁은 곧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투쟁으로 변질된다. 상대는 경쟁자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이 된다. 공동체는 점차 하나의 나라 안에 공존하는 두 개의 나라로 갈라진다.

 

선거에 대한 신뢰 상실은 법치주의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국민은 선거관리 기관과 법원, 헌법기관이 공정하게 기능한다고 믿을 때 국가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그 신뢰가 무너지면 사람들은 특정 결정만이 아니라 제도 전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의심은 불신을 낳고, 불신은 냉소를 낳는다. 결국 시민들은 법과 제도를 공동선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게 된다. 민주주의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적은 격렬한 분노보다도 차가운 냉소일지 모른다.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시장은 숫자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뢰로 움직인다. 투자자는 돈을 투자하기 전에 먼저 그 나라의 미래를 평가한다. 기업은 공장을 세우기 전에 정치적 안정성을 살핀다.

 

국민은 미래를 신뢰할 때 소비하고 투자한다. 선거를 둘러싼 혼란이 장기화되고 국가 제도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 경제 주체들은 점점 방어적으로 변한다. 투자는 줄어들고 소비는 위축된다. 국제 금융시장은 이러한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한다. 결국 국가 신용도와 통화 가치와 환율에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국제사회 역시 한 나라를 평가할 때 경제 규모만 보지 않는다.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과 제도의 신뢰성을 함께 살핀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의 건강성을 보여 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이다. 선거의 무결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 국제사회는 그 나라의 정치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된다. 신뢰를 잃는 것은 하루아침이지만,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더 깊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선거의 무결성이 왜 중요한가? 그것은 단지 대통령 한 사람, 국회의원괴 시장 몇 사람을 뽑는 사안이기 때문이 아니다. 선거의 무결성은 우리 공동체가 여전히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결국 민주주의는 투표함 속에 있는 종이 몇 장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는 여전히 한 공동체이며, 같은 규칙 아래 살아간다"는 믿음을 공유할 때 유지된다.

 

상처받은 공동체가 치유되려면 먼저 상처를 인정해야 한다. 음모론 프레임을 씌우는 것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공동체의 상처를 외면한다고 하여 치유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처를 정직하게 바라보고 함께 아파할 때 회복의 길이 열린다. 선거를 둘러싼 의혹과 불신도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의혹을 확대하거나 침묵시키는 것이 아니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제도를 개선하며, 다시 신뢰를 세우는 일이다. 선거의 무결성을 보장하는 방법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잠시 동안의 번거로움을 피하려고 결과 조작이 가능한 형태의 방식에 연연하면 신뢰가 무너진다.

 

국가는 신뢰를 잃을 때 무너진다. 그러나 국가는 신뢰를 회복할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민주주의의 힘은 완벽한 제도에 있지 않다. 잘못을 인정하고 제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에 있다.

 

선거의 무결성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이 서로를 신뢰하고 미래를 함께 꿈꿀 수 있게 하는 민주주의의 심장이다. 그 심장이 건강하게 뛰고 있을 때, 비록 정치적 갈등이 존재하더라도 국가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심장이 약해지면 법과 제도, 국가 경제와 외교마저 서서히 활력을 잃게 된다. 결국 선거의 무결성을 지키는 일은 특정 정파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한 공동체의 영혼을 지키는 일이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 아래의 SNS 아이콘을 누르시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습니다.

 

 


  1. 선거의 무결성과 국가 신뢰도

      선거의 무결성과 국가 신뢰도   국가는 법과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가는 보이지 않는 신뢰 위에 세워진 공동체이다. 국민은 서로를 신뢰하고, 국가의 제도를 신뢰하며, 선거를 통해 형성된 권력을 신뢰하기 때문에 하나의 정치 공동체를 이룬다.  ...
    Date2026.06.08 Byreformanda Reply0 Views31 newfile
    Read More
  2. 포퓰리즘 정치는 민주주의를 망친다

        포퓰리즘 정치는 민주주의를 망친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현 대한민국 정치 행위들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허물고 있는 역설적인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민생’을 명분으로 내건 전 국민 현금 지급 카드가 등장했다. ...
    Date2026.05.10 Byreformanda Reply0 Views1711 file
    Read More
  3. 재판장의 선택

        재판장의 선택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누구도 쉽게 언성을 높일 수 없다. 더구나 법복을 입고 평생 법과 양심 사이를 걸어온 한 판사의 마지막이라면 더욱 그렇다. 생명은 무엇보다 귀하다. 한 인간이 스스로 삶의 문을 닫는다는 것은, 그 영혼 안에 이...
    Date2026.05.06 Byreformanda Reply0 Views1771 file
    Read More
  4. 특별검사: 합법의 외피를 쓴 위헌의 그림자

      특별검사법: 합법의 외피를 쓴 위헌의 그림자   러시아의 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작품 <부활>(1899)은 오늘의 공적 제도를 성찰하게 만드는 불편한 고전이다. 법정은 엄숙하고, 의회는 장중하다. 판사는 법복을 입고 판결을 선고하며, 국회의원...
    Date2026.05.03 Byreformanda Reply0 Views1734 file
    Read More
  5. 거룩한 불복종의 길: 하나님의 뜻과 국가명령

      거룩한 불복종의 길: 하나님의 뜻과 국가명령   기독교인은 두 시민권을 가진 존재다. 하나는 발을 딛고 사는 이 땅의 국가며, 다른 하나는 영원한 하늘나라다. 성경은 기본적으로 위로부터 나지 않은 권세가 없음을 천명하며, 기독교인이 국가의 법과 질서...
    Date2026.04.01 Byreformanda Reply0 Views1531 file
    Read More
  6. 정치설교와 정치적 설교

        정치설교와 정치적 설교   참고: <크리스천투데이>가 만든 위 섬네일의 문구는 정확하지 않다. "정치 주제의 설교" (정치설교)로 표기해야 옳다. 아래의 글은 "정치적 설교"가 부당함을 지적한다.   정통 신학은 언제나 역사 속의 논쟁 속에서 형성되어 ...
    Date2026.03.16 Byreformanda Reply0 Views1172 file
    Read More
  7. 먼저 네 눈 속의 들보를 빼라

        먼저 네 눈 속의 들보를 빼라   산상보훈은 단순한 도덕 교훈이 아니라, 인간 인식 구조와 자기의식의 왜곡을 단도직입적으로 드러내는 날카로운 통찰이다.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
    Date2026.03.03 Byreformanda Reply0 Views1227 file
    Read More
  8. 욕쟁이 설교자, 욕쟁이 신학자

    이천석 목사   욕쟁이 설교자, 욕쟁이 신학자   지난 며칠간 이천석 목사가 나의 머리에 자주 스쳐간다. 상이용사 출신 이천석은 70-80년대 한얼산기도원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의 성령운동, 심령부흥운동을 이끈 부흥사다. 불꽃과 같은 삶을 살았던 그는 설교 ...
    Date2026.02.24 Byreformanda Reply2 Views1829 file
    Read More
  9. 윤석열 무기징역, 1심 판결문을 읽으며

          윤석열 무기징역 1심 판결문을 읽으며     법의 언어 앞에서 우리의 마음을 낮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졌고,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판결의 무게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그것은 한 사람의 운명뿐 아니...
    Date2026.02.20 Byreformanda Reply0 Views1184 file
    Read More
  10. 통치자의 정교분리 원칙 오독

    대한민국 대통령 이재명 (당선 초기 사진)   통치자의 정교분리 원칙 오독   원제: 국가보다 먼저 있었던 종교와 예배의 자유: 권력의 한계와 침묵하지 않는 양심에 대하여 (제주 강연)   프랭클린 델라노 루즈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1882-1945)는 ...
    Date2026.02.08 Byreformanda Reply0 Views1052 file
    Read More
  11. 사법의 독립과 제자도의 책임 엄명

    현 대한민국 대통령 이재명   사법의 독립과 제자도의 책임 엄명   재판 중단, 사법의 독립, 인치(人治) 위험에 대하여   성경 신명기 1장 17절은 민주주의의 심장부인 사법 정의를 향한 정조준한다. “너희는 재판할 때에 외모를 보지 말고 귀천을 차별 없이 ...
    Date2026.02.03 Byreformanda Reply0 Views1120 file
    Read More
  12. 침묵의 시간, 광장을 잃어버린 파수꾼들에게

      침묵의 시간, 광장을 잃어버린 파수꾼들에게   신학은 결코 차가운 학문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를 향해 고동치는 하나님의 심장 박동이며, 인간의 고통이 들려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게 하는 부르심이다. 신학은 언제나 사람을 안락한 자리에서 불러내어, ...
    Date2026.01.31 Byreformanda Reply0 Views1270 file
    Read More
  13. 사법 정의를 잃은 나라의 마지막 언어

      사법 정의를 잃은 나라의 마지막 언어     사법은 나라가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는 언어이다. 거리의 언어가 거칠어지고, 정치의 말이 서로를 찢을 때에도 사람들은 마음 한켠에서 이렇게 기대한다. “법정만큼은 아직 숨을 고르고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
    Date2026.01.24 Byreformanda Reply0 Views1510 file
    Read More
  14. 바람이 오기 전에, 마음이 먼저 눕는 나라에서

        바람이 오기 전에, 마음이 먼저 눕는 나라에서 — 양심을 잃어버린 법정을 바라보며 드리는 탄식   요즘 나는 “태풍이 불기도 전에 풀이 먼저 눕는다”는 말을 자주 떠올린다. 바람을 견디기 위해 미리 몸을 낮추는 풀의 모습은 자연의 지혜처럼 보일지도 모...
    Date2026.01.21 Byreformanda Reply0 Views1531 file
    Read More
  15. 정교분리는 교회를 침묵시키는 제도가 아니다

      김민석 총리, 안수집사   정교분리는 교회를 침묵시키는 제도가 아니다   요점: 국가는 하나님이 아니다. 정교분리, 교회 침묵 위한 제도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 없이 말하도록 보호하는 원리여야     국가가 자신을 중립적 조정자로 소개할 때, 우리는 종...
    Date2026.01.19 Byreformanda Reply0 Views1632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6 Nex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