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저널

F171022YS41.jpg

Sephardic Chief Rabbi Yitzhak Yosef attends a ceremony in Jerusalem, October 22, 2017. (Yonatan Sindel/Flash90)/ Photo: The Times of Israel

 

 

바울은 이단의 괴수이다

 

 

이단 판별의 기준·주체는 무엇인가 2

 

 

교회라는 조직의 이단 판별과 정죄는 항상 정당한가? 자기집단 보호 목적의 이단 정죄도 유효한가교회사는 진리성 부재의 이단정죄가 무효임을 알려준다.

 

 

기독교 출범기부터 정통신앙은 종종 이단으로 매도됐다. 유대인들은 기독교를 대역병과 같은 이단 운동으로 보았다. ‘나사렛 이단집단이라고 폄하했다(24:5).

 

 

유대교 장로들과 변호사들은 기독교라는 이단 무리들을 총독에게 고소했다. 예수의 사도 바울을 이단의 괴수라고 했다. 바울도 자신이 이단이라고 일컫지는 무리의 사도임을 자인했다(24:14).

 

 

유대인들이 기독교를 이단 집단으로, 바울을 이단의 괴수로 본 까닭은 유대교의 관점을 이단 판별과 정죄의 주체와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에는 바울에게 유감을 가진 많은 기독교인들이 있었다. 바리새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기독인들이었다. 그들은 열성적으로 율법을 지켰다. 그들은 바울이 디아스포라들에게 두루 다니며 다음 세 가지를 가르쳤다고 생각했다. 모세를 배반하라 유대인 아들들에게 할례를 행하지 말라 유대교 관습을 지키지 말라.

 

 

바울은 예루살렘의 기독교인들이 들은 것은 소문이며, 자신이 모세의 율법을 지키며 유대인 전통을 따른다고 했다. 그는 예루살렘의 형제들의 지혜로운 권유를 따라 성전에서 정결례를 드림으로써 자신에 대한 유대 기독교인들의 오해를 풀었다.

 

 

예루살렘 공의회는 이방인 개종자에게 할례를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15:19) 이 결정은 율법을 지키고 전통을 따름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생각한 유대교 배경을 지닌 기독교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하나님의 구원은 율법의 행위로 말미암지 않고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음으로 주어진다는 의미를 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단 판별의 주체가 기독교 진리임을 천명한 것이었다.

 

 

기독교는 출범 단계에서 유대교 율법주의, 에피쿠로스 철학의 쾌락주의, 스토아 철학의 금욕주의를 경계했다.(17:18) 지중해 연안에 편만한 플라톤주의와 이원론 세계관에 기초한 영지주의를 배격했다. 영지주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를 지니셨음을 부인했다.(요이 1:7) 예수가 육체를 지니지 않았으므로 그의 출생, 수난, 죽음, 부활 이야기는 모두 허구라고 보았다. 영지주의 적그리스도들은 예수께서 그리스도라는 사실도 부인했다(요일 2:22).

 

 

바울은 이단에 대해 단호했다.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한다”(5:20~21)고 했다. 베드로는 교회 안에 이단을 몰래 끌어들여 부활한 주를 부인하고 기독교를 파멸로 몰고 가는 자들을 견책했다(벧후 2:1). 디도는 이단에 속한 사람을 한두 번 훈계한 후에 멀리하라”(3:10)고 했다.

 

 

사도들의 이단 판별과 정죄의 기준은 기독교 진리성이었다. 예수와 사도들의 가르침을 포함한 성경이 담고 있는 하나님의 특별 계시에 근거해 있었다.

 

 

교회는 진리성이라는 이단 판별의 기준에 따라 마르시온주의와 몬타누스주의를 이단으로 정죄했다. 2세기 중반에 등장한 마르시온은 유대교적 요소를 담은 성경들은 제거하고, 복음서 일부만을 편집하여 정경이라고 했다. 유대교가 말하는 창조자 하나님은 물질을 창조한 악신이라고 했다. 마르시온주의에 대한 응전으로 기독교는 정경 66권을 확인했다.

 

 

몬타누스주의는 AD 150~170년 경 소아시아 지역에 성행했다. 성령에 대한 그릇된 사상, 거짓계시 운동, 영적 체험, 시한부 종말론 등을 외쳤다.

 

 

몬타누스주의는 일종의 영적인 개혁운동 측면을 지니고 있었다. 저명한 라틴 신학자 터툴리아누스는 정통교회의 영적인 무기력함과 도덕적 해이를 탓하면서 몬타누스교회로 전향했다. 몬타누스주의의 이단 여부에 대한 학자들의 시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니케아공의회(AD 325)는 아리우스주의를 이단으로 정죄했다. 아리우스주의는 예수를 하나님의 피조물로 보는 오늘날의 여호와증인회와 동일한 기독론을 믿었다.

 

 

그러나 아리우스주의자들은 술수, 계략, 정치세력과의 결탁 등으로 정통과 이단의 자리를 바꿨다. 공의회 3년 뒤에 파면당한 아리우스의 감독직 사면운동을 펼쳤다. 교회를 이용하여 맹렬히 정통신앙인들을 이단으로 정죄했다.

 

 

그리스도의 교회의 안디옥 총회(AD 328~329)는 아리우스의 감독직 복권 결의를 했고, 이단자를 받아들였다. 황제의 권력을 두려워하는 성직자들과 평화주의 성향을 지닌 다수의 성직자들은 포용주의, 신앙무차별주의 태도를 취했다.

 

 

교회의 티루스총회(AD 335)는 정통신앙의 선두주자 아타나시우스를 성토하고, 그의 알렉산드리아교회 대감독직을 해임시켰다. 예루살렘으로 장소를 옮겨 속회한 이 총회는 아타나시우스를 이단자로 몰아 추방하기로 결정하고 아리우스주의자들을 받아들였다. 중도파 화평주의자들은 이 모임에서도 대세에 편들었다.

 

 

황제 콘스탄티누스 사후, 아타나시우스는 니케아 정통신앙을 지지하는 새로운 황제 아래서, 우여곡절 끝에 알렉산드리아교회의 감독으로 복직했다(AD 341). 뒤바뀐 정통과 이단의 자리는 콘스탄티노플공의회(AD 381)가 열리는 시점에 이르러 정상화됐다.

 

 

교회는 이처럼 정통을 이단으로 단죄하고 이단을 정통으로 뒤바꾼 전례를 지니고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이단판별 기준을 바꾸었다. ‘교회라는 자기 집단의 이익, 기득권 유지, 구성원의 이탈을 막을 목적으로 행하는 이단 정죄는 호소력을 지닐 수 없다. 대어(大漁)는 놓아주고 피라미만 정죄하는 결과를 보일 수 있다.

 

 

초대교회가 겪은 이단정죄의 경험은 진리성 중심의 이단 논의와 판별이 절실함을 일깨워 준다. 정치적 동기가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 진리에 기초한 정죄만이 호소력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교의학 교수

 

<저작권자 © 리포르만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아래의 SNS 아이콘을 누르시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습니다.

 

 

 


  1. [이단판별 4] 교회는 이단자들에게 신세 지고 있다

        교회는 위대한 이단자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이단판별의 정당한 기준·주체는 무엇인가? 4     교회의 적반하장격의 이단 판별과 정죄는 16세기 종교개혁운동 시대와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당시 교회는 기득권 보호, 자기 정당화, 파당적 정치적 ...
    Date2023.09.08 Byreformanda Reply0 Views132 file
    Read More
  2. [이단판별 3] 진리고백자조차 ‘이단자’로 정죄했다

          교회는 성경적 진리 고백자조차 ‘이단자’로 정죄했다   이단판별의 정당한 기준·주체는 무엇인가? 3     프로테스탄트교회는 지난 달 말에 종교개혁운동 505주년을 기념했다. 16세기 종교개혁운동은 이단자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지어진 ‘장려한 건축물...
    Date2023.09.07 Byreformanda Reply0 Views139 file
    Read More
  3. [이단판별 2] 바울은 ‘이단의 괴수’이다

    Sephardic Chief Rabbi Yitzhak Yosef attends a ceremony in Jerusalem, October 22, 2017. (Yonatan Sindel/Flash90)/ Photo: The Times of Israel     바울은 ‘이단의 괴수’이다     이단 판별의 기준·주체는 무엇인가 2     ‘교회’라는 조직의 이단 판별...
    Date2023.09.04 Byreformanda Reply0 Views149 file
    Read More
  4. [이단판별 1] 이단판별의 기준과 주체

          이단 판별의 기준과 주체   [이단판별 1] 정당한 기준부터 세우라      ‘이단’이라는 주제는 교계의 뜨거운 감자다. 올해도 적지 않은 교단이 이단 문제를 다뤘다. 교회는 이단 판별, 이단 정죄라는 엄중한 과제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이단 판별의 기...
    Date2023.09.04 Byreformanda Reply0 Views201 file
    Read More
  5. 김세윤 교수의 로마카톨릭 칭의론

      김세윤 교수의 로마카톨릭 칭의론    아래의 글은 기독교사상연구원 리포르만다 주최 학술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 “트렌트공의회 칭의론과 칼빈의 해독문: 김세윤의 로마가톨릭 칭의론과 관련하여” 도입과 개요 소개 내용이다. 유뷰트 동영상으로도 시청할...
    Date2023.08.30 Byreformanda Reply0 Views182 file
    Read More
  6. 김세윤 교수의 ‘유보적 칭의론’ 유감

        김세윤 교수의 ‘유보적 칭의론’ 유감 (재차 기고문)     신약신학자 김세윤 교수(풀러신학교)는 “행함 있는 믿음으로 구원받는다”고 역설한다. “믿음만으로 구원받는다”는 종교개혁자들의 이론에 결함이 있다고 본다. 자신이 주장하는 새로운 칭의론이 종...
    Date2023.08.30 Byreformanda Reply0 Views208 file
    Read More
  7. 유아세례 비판에 대한 칼빈의 논박

      유아세례, 카타콤 벽화(주후 150년 경)    유아세례 비판에 대한 칼빈의 논박   하나님은 자비하사 세르베투스의 유아세례에 대한 비판들을 개혁교회들을 대표하여 칼빈으로 하여금 잘 반박하게 하셨다.   칼빈은 세르베투스의 유아세례에 대한 견해를 논박...
    Date2023.08.16 Byreformanda Reply0 Views254 file
    Read More
  8. 능동-수동 순종, 머레이와 맥클라우드의 견해

        능동-수동 순종, 머레이와 맥클라우드의 견해     최근 한국교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그리스도의 수동 순종과 능동 순종 논의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리스도의 두 가지 순종을 찬성하는 분들의 글들을 읽어보면 최근에 이 주...
    Date2023.07.28 Byreformanda Reply0 Views432 file
    Read More
  9. 종교다원주의 신학자들의 핵심이론

          종교다원주의 신학자들의 핵심이론     기고: <선교와 교회>(Vol. 11, 2023 Spring), 20-44   A. 들어가는 말     종교다원주의(Religious Pluralism)는 현대판 자유주의 신학의 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탈구조주의, 혼합주의, 민족문화 그리고 종교의...
    Date2023.07.08 Byreformanda Reply0 Views646 file
    Read More
  10. 천상어전회의, 하나님의 뜻

          천상어전회의, 하나님의 뜻   창세기는 창조자 하나님이 인간을 만들 때의 기록을 단수가 아닌 복수로 표현한다. “나의 형상을 따라 나의 모양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사람을 만들고"로 기록한다.  "하나님이 이르시...
    Date2023.05.04 Byreformanda Reply0 Views546 file
    Read More
  11. 만유구원론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만유구원론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예수를  믿지 않아도 구원을 받는가? 역사가 어떻게 끝날 것이며, 세계사의 종말과 관련하여 신학에는 대략 두 가지 답이 있다. 첫째는 심판의 이중결과설이고, 둘째는 만유구원론(Universal Salvation)이다.    심판의...
    Date2023.04.01 Byreformanda Reply0 Views490 file
    Read More
  12. CHAT GPT와 신학교육

        CHAT GPT와 신학교육     1. 즉답인공지능   인류는 즉답인공지능 ChatGPT(Chat Generated Pre-trained Transformer, 사전 훈련된 생성 변환기) 시대로 진입했다. 시간이 갈수록 인공지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즉답인공지능은 신학교육과 목회현장를 ...
    Date2023.03.12 Byreformanda Reply1 Views1290 file
    Read More
  13. 주기철 목사복권과 ‘교회교’ 전통

        주기철 목사복권과 ‘교회교’ 전통     1. 신사참배거부운동     신사참배거부운동(신사불참배운동)은 우상숭배를 하지 말라는 계명을 지킨 기독교 신앙운동이면서, 애국애족적인 항일운동이었다. 일제의 황민화(皇民化) 정책에 저항한 운동이자 민족정신...
    Date2023.03.01 Byreformanda Reply0 Views398 file
    Read More
  14. 불가항력적 은혜를 거부하다

            불가항력적 은혜를 거부하다   구원론을 공부하는 목적은 하나님이 어떠한 방법과 위대한 절차로 우리를 구원하였는지를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구원지식으로 예전의 나처럼 비기독교인인 사람들에게 구원의 복음을 전하고 예수를 믿게 하고 하나님과 ...
    Date2023.01.08 Byreformanda Reply0 Views667 file
    Read More
  15. WCC 제11차 총회에 바라는 4가지 신앙고백

      WCC 제11차 총회 개회 기도회(20220831, 독일 카를스루에)   WCC 제11차 총회에 바라는 4가지 신앙고백   “하나님의 구원에 제한이 없다”는 그들에게, 예수님께서 WCC 총회에 참석하면, 뭐라고 하실까?   1.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1차 총회가 독일 카를스...
    Date2022.09.01 Byreformanda Reply0 Views483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