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관제민족주의의 함정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소박한 자유인’ 대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아니라 관제 민족주의의 함정이다가속페달만 있을 뿐 브레이크가 없는 관제 민족주의의 함정 속으로 미친 듯 뛰어들고 있다도쿄를 여행금지구역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150명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일본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더불어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당장 지소미아(-일 군사정보보호협정)를 파기하길 주문한다며 굳이 일본의 패전일인 815일에 통지서를 보내자고 한다.


횟집 스시가 공격의 빌미가 되고 사케냐 국산 청주냐로 다투는 한국 정치의 수준은내년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하겠다는 여당에서 다시금 확인되고 있다한 민족주의와 다른 민족주의는 적대적 공존관계를 이룬다한목소리로 아베를 규탄하지만 대부분 아베를 돕고 있다박근혜를 물리친 주체가 한국의 시민이었듯이아베를 물리칠 주체는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 시민이다일본 시민들과 척지는 대신 연대할 길을 모색하고 실천할 일이다.

 

가속페달만 있고 브레이크가 없는 민족주의는 핸들도 마구잡이로 틀기 쉽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일본의 무역 도발에 대한 돌파구로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제기했다. “일본 경제가 우리 경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경제규모와 내수시장입니다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평화경제라는 말에 낯설어할 나 같은 국민을 위해서였을까문 대통령은 평화경제야말로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질 수 없는 우리만의 미래라는 확신을 가지고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나갈 때 비핵화와 함께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눈앞에 잠시 북한 땅을 지나 유라시아대륙을 달리는 철마의 모습과 함께 장밋빛 전망이 그려지는 듯했으나금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지 못한 현실 앞에서 가뭇없이 사라졌다.

 

조급하거나 강박적인 목적의식은 합리적 사유 과정을 배제하거나 왜곡한다나의 얕은 경제지식은 경제의 관건이 규모나 내수시장의 크기가 아닌 생산성에 있다고 말한다나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쇼비니즘 민족주의에 젖어 있는 비서진에게서 나왔다고 믿는다그렇다고 하더라도 허황된 발상과(“세계 어느 나라도 가질 수 없는 우리만의 미래라는 확신을 가지고”) 경제에 관한 기본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내용이 대통령의 공식 발언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오롯이 남는다그런데 과문의 탓인지아니면 모두 열두 척의 배” “죽창가” “의병으로 표상되는 관제 민족주의에 줄을 선 탓인지 비판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여기서 우리는 청와대 권부의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어빙 재니스의 집단사고’ 개념을 참조할 만하다그에 따르면집단사고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만장일치를 이루려고 하는 사고의 경향이다집단사고는 낙관론에 집단의 눈을 멀게 하는 현상으로 외부를 향해서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취하게 한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학습을 게을리하여 실력이 부족하면서도 지적 우월감윤리적 우월감으로 무장한 민주건달이 되지 않을 것을 자경문의 하나로 삼고 있다우리의 민주화 과정은 지난했다길고 지난했던 민주화운동 대열의 일원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하는 이른바 ‘86세대의 대부분은 윤리적 우월감을 갖고 있다반민주적 독재체제이며 매판적인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에 맞서 싸운 당사자로서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대부분은 선배의 권유로 몇 권의 이념서적을 읽은 경험이 있는데이로써 지적 우월감도 갖기 쉽다그리고 민족주의자들이다지적 우월감과 윤리적 우월감으로 무장한 민족주의자에게서 자기성찰이나 회의하는 자아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와 같다나침반은 자리를 옮길 때마다 방향을 지시하기 전에 바르르 바늘을 떨지만이들에게선 그런 면을 조금도 기대할 수 없다분단 상황은 시민사회운동의 모든 장에서 민족주의세력에게 다수파를 형성해 헤게모니를 장악하도록 작용했다그들의 대척점에 있는 <조선일보>나 자유한국당의 조악한 담론 수준은 학습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했다상호 간 토론하고 설득하는 관계가 아니라 힘으로 제압하거나 제압당하는 관계일 뿐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촛불에 힘입어 기적처럼 정치권력을 장악하게 되자이들 중 적잖은 현실정치 예비군에게 공공부문의 괜찮은 일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생겼다정서적으로 끈끈히 연결돼 있는 이들 사이에도 일종의 우리가 남이가!”의 문화가 있다나는 공교육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걸 목도하면서 이들의 집권 목표가 정치철학의 실현에 있기보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있지 않은가 생각되기도 했다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는 양정철 씨는 민주당의 민주연구원장이 되었는데이 여당 싱크탱크의 연구 역량으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한-일 갈등이 내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뿐이다.

 

실력이 부족하면 겸손하기라도 해야 한다정신승리를 위해서일까상대적으로 필적할 만하다고 보여서일까지금 관철되는 관제 민족주의는 미국에 대한 자발적 복종에 비추어볼 때 지극히 선택적이다문재인 정부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아베 정권의 경제도발 가능성을 8개월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그럼에도 모든 외교력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집중하면서 이를 무시했다정부는 한-일 관계의 위기 대응에 소홀했던 과오를 인정하고 관계 복원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관제 민족주의를 동원하여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극일의 정신승리는 잠깐이고 경제 쓰나미가 민생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할퀼 수 있다멈춰야 한다민주당 어느 최고위원의 말처럼 이 땅에 친일정권을 세우겠다는 일본의 정치적 야욕이 실현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자유한국당이나 <조선일보>와 같은 수구적 매판세력보다는 그래도 현 집권세력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이미 흔들리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노동존중 사회가 완전히 물 건너가선 안 되기 때문이며국민연금을 탈취한 삼성재벌의 이재용이 극일경제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 강남 한복판만 60살의 김용희 씨는 한 평도 안 되는 철탑 위에서 60일 넘게 농성하고 있다노동조합을 결성하려다 삼성재벌의 잔혹한 탄압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있다그가 소멸하도록 놔둔 채 일본 전범기업에 강제동원된 조선 노동자의 인권을 말하려는 것인가우리 자신부터 돌아보자


<한계레> (2019.8.10.) 옮김

?

  1. 고신영성의 특징과 개혁주의 신학적 조명과 평가

    고신영성의 특징과 개혁주의 신학적 조명과 평가 김순성 (고려신학대학원, 실천신학) I. 들어가는 글   금년은 고려신학대학원 개교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8.15 해방직후 1946년 개교된 고려신학교 설립은 한국 교회사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 사건이...
    Date2020.02.11 Bydschoiword Reply0 Views8100 file
    Read More
  2. 샬롬나비 시국선언서

    샬롬나비 시국선언서 간추린 요점 1. 문재인 정권이 촛불 시위에 힘입어 정권을 잡은 후 ‘아무도 가보지 못한 국가’라는 종북주의적 국가주의로 나가자 자유주의 좌파들은 점차 문재인 정권의 정국 운영에 대하여 회의를 가지기 시작했다. 2. 자유주의적 좌파...
    Date2020.02.11 Bydschoiword Reply0 Views309 file
    Read More
  3. No Image

    네이버와 다음

    네이버와 다음 1. 저는 비록 치우치는 인간이지만 분별하고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포털에 접속할 때 네이버와 다음에 함께 접속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 굳이 보수 신문과 진보 신문을 골고루 살펴봅니다. 2. 그렇다고 제가 균형을 잡고...
    Date2020.02.11 Bydschoiword Reply0 Views423
    Read More
  4. No Image

    그리스도는 의의 요구를 만족시켰다

    그리스도는 의의 요구를 만족시켰다 정이철 목사의 주장 신자는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로 구원 받습니다. 우리를 의롭게 한 그리스도의 의는 성육신하실 때부터 그리스도 안에 본질로서 존재했던 의입니다. 그리스도는 처음부터 하나님의 '의로운 종'으로 오셨...
    Date2020.02.11 Bydschoiword Reply0 Views305
    Read More
  5. No Image

    한복협 정치성명서

    조선일보, 2020.1.10. 기사 [文정권의 '민주주의 파괴'] 목사 250여명 한복협, 오늘 발표 개신교 목회자 단체인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회장 이정익 신촌성결교회 원로목사)가 10일 “현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질서와 중심 가...
    Date2020.02.11 Bydschoiword Reply0 Views277
    Read More
  6. No Image

    이영훈의 ‘반일종족주의’를 읽고

    이영훈의 ‘반일종족주의’를 읽고 Han Yi(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페이스북 글 이영훈의 ‘반일종족주의’를 읽을 젊은이들에게 주는 독서 조언 1. 이영훈 교수님과 그의 지인들이 최근 펴낸 <반일 종족주의 - 대한민국 위기의 근원>는 예감처럼 적대적인 한...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676
    Read More
  7. No Image

    관제민족주의의 함정

    관제민족주의의 함정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소박한 자유인’ 대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아니라 관제 민족주의의 함정이다. 가속페달만 있을 뿐 브레이크가 없는 관제 민족주의의 함정 속으로 미친 듯 뛰어들고 있다. 도쿄를 여행금지구역으로 정해야 한다고 ...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624
    Read More
  8. No Image

    한 스타 목사의 실족에서 배우다

    한 스타 목사의 실족에서 배우다 http://www.newsm.com/news/articleView.html?idxno=22474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720
    Read More
  9. No Image

    조국 교수에 대한 반론 / 이영훈

    조국 교수에 대한 반론(2019년 8월 6일) 이영훈 전 청와대 민정수석인 조국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어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와 동료 연구자들이 출간한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정통성과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일본정부...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411
    Read More
  10. 남북경협 '평화경제' 되면 일본 단숨에 따라잡는다.

    남북경협 '평화경제' 되면 일본 단숨에 따라잡는다. 文대통령 "日, 우릴 막을 수 없어… 경제강국으로 가는 자극제될 것" 문재인 대통령은 5일 "남북 간 경제 협력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593 file
    Read More
  11. No Image

    Dr Hana Kim, Lead Pastor of Myungsung Church

    Revd Dr Hana Kim, Lead Pastor of Myungsung Church, South Korea The Revd Dr Hana Kim had an upbringing that truly reflects the global nature of his current ministry at Myungsung Church, the largest Presbyterian church in the world. Born and r...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8722
    Read More
  12. No Image

    손봉호 교수ㅡ “동성애 반대, 승산 없다”

    손봉호 교수ㅡ “동성애 반대, 승산 없다” “이미 전세는 기울어졌다... 여성 목사 안수처럼 <파워뉴스> (2019.7.22.)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보수교인들의 동성애에 대한 전쟁은 승산이 별로 없다. 이미 전세는 기울어졌다.“며 ”여성 안수와 같이 될 ...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763
    Read More
  13. No Image

    김기홍의 설교학강의: 논지에서 설교까지

    김기홍의 설교학강의: 논지에서 설교까지 김기홍 목사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교회와 신앙> (2018.2.12.)에서 올김 복음의 내용을 논지로 삼아서 요지와 본문을 만들어보자. 언제나 기본적으로 마음에 가지고 진행할 내용이 있다. 예수께서 내게 해 주신 ...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683
    Read More
  14. No Image

    중년 행복 10계명

    중년 행복 10계명 제1. 1일이 따지지 말고, 일일이 알려고도 하지 말라. ㅤ 제2. 2해하고 살며, 이말 저말 여기 저기 옮기지 말라. ㅤ 제3. 3삼오오 모여 식사하고, 가끔 계산도 하라.ㅤ 제4. 4생결단 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살라. 제5. 5기 부리지 말고(OK),...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1205
    Read More
  15. No Image

    한국정부 제 무덤 파고 있다

    [외신] 착각 속에서 허우적대는 한국정부 제 무덤 파고 있다 한국 ‘화이트국’ 제외는 당연한 조치, ‘착각’ 문정, 한일관계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15일 반도체 소재 수출관리를 강화한 일본에 대해 반세기 동안 쌓아온 한일 경제협력의 ...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63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51 Next
/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