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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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간, 광장을 잃어버린 파수꾼들에게

 

신학은 결코 차가운 학문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를 향해 고동치는 하나님의 심장 박동이며, 인간의 고통이 들려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게 하는 부르심이다. 신학은 언제나 사람을 안락한 자리에서 불러내어, 책임이 요구되는 자리로 이끈다. 그래서 신학은 본질적으로 불편하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강단과 신학교는 지나치게 평온해 보인다. 마치 폭풍이 오지 않는 나라에 서 있는 것처럼, 모든 질문을 유보한 채 고요를 미덕이라 부르고 있다.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 있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말이다. 신중함이라는 말이고, 본질에 집중하자는 말이다. 겉으로 보면 성숙해 보이는 이 언어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안락한 감옥이 되었다. 중립은 더 이상 균형을 의미하지 않고, 책임을 미루는 기술이 되었다. 광장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세운 방음벽이 되었고, 폭력이 법의 언어로 포장될 때 눈을 감기 위한 명분이 되었다.

 

신학에는 진공 상태가 없다. 말하지 않기로 선택한 순간, 그 침묵은 이미 하나의 정치적 행위이다. 권력이 법의 옷을 입고 인간의 존엄을 훼손할 때, 교회가 침묵한다면 그 침묵은 중간 지대에 머무르지 않는다. 언제나 강자의 편으로 기울어진다. 중립과 침묵은 정치적 행위이다. 침묵과 중립은 무색무취하지 않다. 그것은 누군가의 고통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우리는 지금 대가 없는 은혜, 고통 없는 고백의 시대를 살고 있다. 개인의 내면을 위로하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이웃의 삶이 짓밟히는 현실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종교적 언어가 넘쳐난다. 예배는 정교해지고 제도는 안정되었으나, 그 평안이 약자의 침묵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그것은 평화가 아니라 도피다. 강단에서 선포되는 사랑이 광장의 정의와 만나지 못할 때, 그 사랑은 쉽게 위선으로 변한다.

 

이 침묵은 신앙의 깊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것은 두려움에서 나온다. 직을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 공동체가 겪을 파장에 대한 불안, 가족의 안전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인간적인 염려 때문이다. 이 두려움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그 두려움이 우리가 평생 따라왔다고 고백한 그리스도의 길보다 무거운가. 제자도는 언제부터 안전을 전제로 한 선택이 되었는가.

 

성경은 이런 시대를 이미 알고 있었다. 예레미야는 나라가 무너지는 징조를 외적 침략에서 찾지 않았다. 그는 집 안에 가득 찬 속임을 보았다. 거짓이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되고, 정의의 왜곡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의 성격이 되었을 때, 그 나라는 이미 멸망의 문턱에 서 있다. 그의 고발은 특별히 법정을 향한다. 고아의 송사가 외면당하고, 빈민의 재판이 거래되는 사회. 그곳이 바로 붕괴의 중심이다.

 

오늘 우리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법은 정의의 보루가 아니라 권력의 흉기가 되어가고, 법치는 질서를 세우는 기준이 아니라 비판을 봉쇄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국가는 정교분리라는 언어를 들어 교회의 입을 막으려 한다. 이것은 정교분리가 아니라 종교통제이며, 신앙 보호가 아니라 간섭이다. 우리는 신앙이 권력의 허락 아래 숨 쉬어야 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교회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강단은 고요하다. 사자처럼 포효해야 할 설교자들이 중립이라는 이름의 수의를 입고 침묵한다. 그들의 신중함은 누구의 비리를 덮고 있는가. 그들의 침묵은 누구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가. 설교자가 침묵할 때, 그 공백은 비어 있지 않다. 언제나 거짓과 폭력이 그 자리를 채운다. 침묵은 금이 아니라, 공범의 언어이다.

 

신학은 강단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논문과 각주 속에서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신학은 언제나 광장에서 질문을 받는다. 인간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폭력이 질서로 둔갑하는 자리에서 신학은 시험대에 오른다. 그곳에서 말하지 않는 신학은 이미 죽은 신학이다. 광장에 서지 않는 신학은 배신이다.

 

교회는 정권을 장악하려 하지 않는다. 정치체제를 다시 설계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교회는 선지자의 심장으로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비판의 외침은 정치적 기술이 아니라, 신앙의 최소한의 양심이다. 하나님이 교회와 설교자들에게 부여한 신중한 분부이다. 설교자가 권력을 향한 외침을 유예할 때,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언제나 어둠이다.

 

오늘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중립은 누구를 보호하고 있는가? 우리의 침묵은 누구의 고통을 연장하고 있는가? 대답은 복잡하지 않다. 광장을 잃은 신학은 이미 생명을 잃었다. 고통의 한복판에 서지 않는 설교자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아니다.

 

주님은 지금도 제자를, 선지자를 찾고 있다. 말해야 할 때 입을 여는 교회, 무너진 성벽의 틈새를 제 몸으로 막아서는 파수꾼을 찾고 있다. 침묵이 권력의 시간을 벌어주고 중립이 마지막 방어선을 넘게 하는 동안, 이 땅의 공의는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다. 이제 다시 깨어날 시간이다. 신학이 다시 숨 쉬어야 할 자리는, 여전히 광장이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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