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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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 Alberto Luccaroni

 

신학도들, 로마가톨릭교회로 전향하다

 

 

미국에서 간행되는 내셔널가톨릭레지스터(National Catholic Register, 2016.7.10.)는 최근 "왜 많은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이 로마가톨릭교회로 전향하는가?"(Why Are So Many Evangelicals Turning to the Catholic Church?)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위 기사는 지난 10여 년 동안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롯 시 인근의 서더런복음주의신학교(Southern Evangelical Seminary)의 신학생 12, 졸업생들, 교수들이 로마가톨릭교회로 개종한 사건을 다루면서 다양한 배경과 동기를 소개한다.

 

위 학교의 설립자 노만 가이슬러 박사(Norman Geisler)는 저명한 복음주의 신학자이다. 한국교회에도 잘 알려졌다. 윌리엄틴데일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휘튼대학에서 문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로마가톨릭대학인 로욜라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직신학, 철학, 변증학을 가르쳤다. 창조론, 칼빈주의, 로마가톨릭주의, 성경무오성, 성경난제, 윤리학 주제에 대한 많은 책과 논문을 저술했다. 위 학교는 그가 세운 두 개의 초교파 신학교 가운데 하나이다.

 

가이슬러는 로마가톨릭주의를 비판하는 두 권의 책과 여러 편의 저명한 학술 논문을 저술했다. 그런데 가이슬러의 조교로 활동하거나 그의 학생으로 배움을 얻은 제자들이 로마가톨릭교회로 전향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왜 개신교 신학도들이 사역지, 가족, 친구, 스승을 떠나 로마로 갔는가? 이 특이한 사건을 주도한 인물은 더그라스 버몬트 교수(Douglas Beaumont)이다. 그는 <복음주의자들의 출애굽: 복음주의 신학도들과 로마로 가는 길>(Evangelical Exodus: Evangelical Seminarians and Their Paths to Rome, Ignatius Press. 2016)을 출간했다.

 

위 보도문에 따르면, 버몬트는 자신이 가이슬러에게서 조직신학을 공부했지만, 로마가톨릭교회로 개종을 결심한 까닭은 다름 아닌 교리 때문이라고 한다. (1) 정경관-전통론, (2) 기독교 정통성의 정체, (3) 프로테스탄트 신앙의 상징인 '오직성경''오직 믿음'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성경을 신앙과 행위의 최고 표준으로 천명하지 않는다. 종교개혁신앙의 기본 원칙인 오직 성경원리를 거부한다. "기록되지 않은 성경"이라고 일컫는 전통(전승, 유전)을 성경과 대등하게 보거나 더 높은 권위를 지녔다고 본다. 교회는 이 권위를 따라 가경들을 정경에 포함시켰다. 어느 것이 성경인지 아닌지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전통의 빛 아래서 성경을 해석한다.

 

기독교 정통성은, 이른바 '천국열쇠'를 가진 베드로의 교좌(The See)가 모든 나머지 교회들과 세상 전체에 대한 절대 통치권을 가지고 있다고 믿음을 의미한다. 지상의 유일무이한 교회는 교황을 최고 정점으로 삼아 구성된 로마가톨릭 교계(敎階)이다. 교황이 천하를 호령하고 황제도 무릎 꿇게 한 중세후기의 우남상탐(Unam Sanctam, One Holy)이라는 끗발은 아직도 유효하다. 프로테스탄트는 참 교회가 아니다. 오로지 로마가톨릭교회만이 진정한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본다는 뜻이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종교개혁 구원관의 표지인 '오직 믿음''이신칭의'를 거부한다. 바울의 제시한 구원교리를 배척하고 신인협동이론에 기초한 행위 구원을 천명한다.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선행의 결합으로 주어진다. 신자는 심판대에 설 때까지 자신의 구원을 확신할 수 없다. 구원은 유보적이다. 그것은 마지막 날의 심판대에서 확정된다. 구원을 받으려면 선행을 쌓아야 한다.

 

한국의 진보계 교회들인 통합, 기장, 감리교, 성공회에 소속한 상당수 신학생, 목회자, 신학교수들은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부산)를 계기로 로마가톨릭교회와 일치를 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WCC는 신학적으로 동방교회와 프로테스탄트 교회들을 교황의 권좌 아래로 귀정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프로테스탄트교회들을 로마가톨릭교회에 복속시키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에큐메니칼운동의 로마행 열차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

 

로마가톨릭교회를 형님 교회’ ‘형제 교회라고 말하는 신학자, 교회 지도자들도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2014년에 공동으로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 협의회를 창립했다. 오래 전부터 한국개신교회와 한국천주교회는 정례 행사로 프로테스탄트와 로마가톨릭교회의 일치기도회를 가져왔다. 김삼환 목사, 이영훈 목사 등 주목할 만한 보수계 교회 지도자들이 이 일에 앞장서고 있다.

 

로마가톨릭교회가 개신교회와의 일치를 원하는가? 그렇지 않다. 로마는 프로테스탄트교회를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니라고 보며, 효력 있는 성례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황청은 로마가톨릭교회가 이미 그리스도께서 주신 단일성 곧 유일한 일치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한다. 따라서 프로테스탄트교회와 그 신도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로마가톨릭교회로 귀정(歸正)하는 것뿐이라고 본다.

 

로마가톨릭교회로 개종하는 프로테스탄트 신자들 대부분은 그 교회의 음악, 예술, 성당의 아름다움, 엄숙함, 장엄한 분위기 등에 끌려 전향했다. 서더런복음주의신학교의 신학교수들과 신학도들이 교리적 확신 때문에 로마가톨릭교회로 전향한 것은 특이하다.

 

김세윤 교수(풀러신학교)는 개신교 신학을 로마가톨릭교회 신학 구도에 따라 개혁하려고 진력하는 것 같이 보인다.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cia semper reformanda)는 명제를 주창하지만, 실제로는 로마가톨릭교회의 반()종교개혁의 칭의론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그의 '유보적 칭의론'이 종교개혁운동을 억제하고 정죄하려고 회집된 반()종교개혁 공의회의 칭의론과 대부분 일치한다.

 

김세윤은 한 때 예장 고신에 속한 어느 교회의 협동목사였다. 아시아연합신학대학교와 총신대학교의 교수를 역임했다. 이와 같은 신분의 김세윤이 종교개혁 신학과 개혁주의 신학과 상반되는 신학사상을 펼치고 정통신학을 이단시하는 로마가톨릭주의 칭의론과 여러 면에서 일치하는 반종교개혁적 칭의론을 대담하게 표방하고 있다. 김세운이 로마가톨릭교회로 전향하지 않나 하는 걱정은 지나치지 않은 듯하다.

 

신학은 신앙하는 것에 대한 성경적 합리적 까닭을 찾는 작업이기도 하다. 변화를 예측하고 교회가 필요한 답을 제공한다. 믿어야 할 것과 믿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한다. 신학은 "우리를 새롭게 하소서""옛날 같게 하소서" 사이에서 발전한다. “구르지 않는 돌에 이끼 낀다는 속담도 옳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속담도 틀리지 않다.

 

주전자 안의 개구리처럼, 위험 적응에 익숙해지면 목숨을 읽게 된다. 한 번 자리를 떠나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는 마당에 프로테스탄트 신학자 김세윤은 반()종교개혁 칭의론 곧 로마가톨릭교회의 신학으로 한국교회를 '개혁'하려고 진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세윤의 신학은 몰락하고 있는 유럽 교회의 신학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교회의 윤리의식 강화와 실천은 그리스도의 제자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이다. 복음과 윤리는 모두 중요하다. 윤리 부재의 기독교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복음 없는 기독교 윤리 또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을 왜곡하는 윤리 실천 강조는 무의미하다. 예수 그리스도께 인정받는 충성된 종은 시대정신, 시대의 조류에 영합하지 않는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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