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저널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314839702_493484719473480_6732362804206243030_n.jpg

 

 

김경재의 등정로(登頂路) 이론

 

고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어느 학생이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어느 날 급우들과 함께 교정에 있는 이 학교의 조직신학 교수 댁을 방문했다. 그 교수는 그 학생에게 보수계 대학 신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진보계 신학교에 입학하여 목사 수업을 하는 까닭을 물었다. 그 학생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여 사람들이 예수 믿고 구원 받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답했다.

 

그 교수는 그렇다면 예수 믿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자, 교수는 예수 믿지 않고 죽은 자네 선조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었다. 학생이 머뭇거리자 그 교수는 벌컥 화를 내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이 후레자식아, 조상들은 지옥에 두고 네 혼자 천당에 가겠다는 말이냐?” 그 학생이 이 이야기를 필자에게 직접 들려주었다.

 

김경재 박사(1942-)는 종교다원주의자이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을 35년 동안 가르치고 은퇴했다. 김경재는 저서 이름 없는 하느님(2002)에서 배타적이며 이기적인 기독교가 우리 조상이 기독교를 모르고 예수 이름을 듣지 못했다고 하여 모두 지옥에 갔다고 가르친다고 질타한다. 그러한 가르침이 조상을 구원받지 못한 자리로 내몰고 만다고 혹평한다.

 

종교다원론을 적대시하거나 비진리로 규정하는 신학이야말로 하나님을 욕되게 하고 하나님을 아주 편협하고 공격적이고 무자비하고 인정사정 없는 신으로 소개하고 만다고 한다. 한국의 신학자와 목회자 상당수가 종교다원론을 성도들에게 가르칠 용기가 없는 탓으로 한국교회 안에 무지와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고 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불교경영자 최고위과정(2004. 5. 12)에서 불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이 알려졌을 때, 김경재는 조용기 목사 같은 지도자가 자신의 생각을 뒤늦게나마 솔직하게 표현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 한국의 종교 간의 협동에 큰 디딤돌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 기독교 역사에 큰 전환점을 마련한 사건이다고 말했다.

 

김경재는 기독교인들이 지구라는 행성과 수천억 대은하 세계를 창조한 하나님을 기독교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어 놓고 자신들만 사랑하는 옹졸한 신으로 제약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한다. 하나님은 모든 종교를 합한 것보다 더 크고 높고 영원하며 신비한 분이므로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그를 독점하고 있다고 하는 망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한다. 기독교가 일신론적(一神論的) 유일신관을 버리고 종교다원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김경재에 따르면,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성경의 강렬하고도 배타적 유일신 신앙을 수용하는 지독한 종교적 이기심에 젖어 있다.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역사적 종교들은 다양하고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형성되고 고백된 구원의 길이다.

 

불교,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어떤 종교도 자기 종교를 다른 종교보다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종교 간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기독교의 배타성이다. 이 배타성은 기독교 목회자들과 신도들의 편협성, 보수성, 근본주의 신학, 성경무오설, 성경 권위 절대화 등으로 나타난다.

 

김경재는 타종교에 대한 열린 마음과 존경심을 갖되, 자기가 귀의하는 종교에 깊이 헌신하는 것이 진정한 신앙의 자세라고 본다. 유일신 신앙을 신이 한 분이라는 숫자에 사로잡힌 일신론적 신화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모든 역사적인 것들과 유한한 것들에서 드러나는 무한하고 절대적인 진리 자체를 증언할 수 있다.

 

하나님은 이름이 없는 존재이다. 신의 이름은 인간이 자신들의 살아온 역사, 문화, 풍토, 환경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실한 언어로 붙인 것이다. 하나님, 알라, 비로자나불, 브라만, 한울님, 로고스, , 태극 등으로 명명한 것이라고 한다.

 

김경재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일신 사상이 강한 셈족계 종교(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에서 하느님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사용되어왔는가를 검토한다. 한국의 전통 속에 등장한 불교, 유교, 동학, 원불교 등의 하느님 신앙과 그 존재 의의가 무엇인가를 논한다.

 

노자가 갈파한 절대적 진리 자체유일하신 하느님또는 참 도()’는 인간 역사 속에서 형성된 문자나 발음에 매여 있는 제한된 하느님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 속에 나타난 다양한 유일신의 이름들은 절대 포괄자이다.

 

이 이름들은 궁극의 신적 실재가 구체적인 인간 공동체들의 삶의 자리에서 계시된 형태의 해석학적 반응이다. 도덕경명가명 비상명(名可名非常名: 이름 할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이라는 말은 유일하신 참 신은 이름 없는 하느님이라는 뜻이다.

 

김경재에 따르면 유일신에서 ()’이라는 단어는 하나라는 숫자 개념이 아니라 무한 궁극의 실재, 우주적 초월성을 나타내는 원() 또는 존재의 시원(始原), 순환, 지고선(至高善)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야훼(여호와)를 포함한 어느 한 신이 다른 신들보다 우월하거나 지존의 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유대교의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은 유태 민족의 신이며, 한국 민족의 하느님과 내재적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

 

김경재는 궁극의 신적 실재라는 철학 개념을 바탕으로 각 종교의 신들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기독교의 하나님을 종교철학의 실험관 속에서 풀이한다. 성경이 말하는 신은 존재의 시원(始源)이나 지고의 선이나 무한의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야훼 하나님은 무속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신이 아니다.

 

김경재의 이름 없는 하느님은 관념에 지나지 않는, 속성 없는 신이다. 하나님 말씀이 제시하는 여호와 신은 초월적인 동시에 내재적이고, 인격적인 동시에 역사적이며, 지존의 존재인 동시에 비천한 인간의 형태로 역사 안에 찾아왔다. 김경재는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이 종교철학의 시험관 속에서 완전히 분석되는 유한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

 

김경재는 한국의 보수계 기독교인들이 외래 신, 수입된 신, 배타적 종파의 신을 믿고 있다고 질타한다. 예수께서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다고 말했는데, 그가 자신만을 통한 구원 진리를 선포한 것은 매우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주장이라고 한다. “기독교가 다른 종교에 대한 열린 마음이나 포용적 태도를 가지지 않는 것은 성경이 주장하는 강렬한 배타적 유일신 신앙의 색깔 때문이다고 한다.

 

김경재는 다양한 구원의 길이 있다고 본다. 마치 산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등정(登頂)하듯, 각각의 종교를 거쳐 모든 인간은 동일한 구원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길이 다를 뿐, 궁극의 신적 실재에 이르는 것은 다 마찬가지라고 한다. 등정로마다 산의 풍광이 다르고 산세나 기후 변화도 다르지만 일단 정상에 오르면 호연지기가 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종교를 통하든 절대자를 만날 수 있고,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김경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남노회에서 목사로 장립을 받았고, 1970년부터 현재까지 장로교 목회자들을 양성해 왔다. 유서 깊은 기독교가 구원을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사역을 거쳐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지는 것으로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른 구원의 길을 말하고 있다. 기독교 구원의 유일성을 부정한다.

 

김경재가 주장하는 종교다원론은 서양 세계의 종교다원주의자들의 주장을 모자이크한 것이다. 칼 라너의 익명의 그리스도론’, ‘신은 이름을 가지지 않았다고 하는 존 힉의 신중심주의’, 라이문도 파니카의 보편적 그리스도론’, 폴 니터의 신중심주의 그리스도론등을 엮은 것이다. 현대신학의 신론과 기독론 그리고 자유주의 기독교가 무엇을 고백하고 있는가를 알아 엿볼 수 있게 한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교의학 교수

 

▶ 아래의 SNS 아이콘을 누르시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습니다.

 

 

 


  1. 종교다원주의의 핵심

          종교다원주의의 핵심   종교다원주의의 핵심은 만사가 비이원적으로 하나라는 사고방식이다. 모든 종교는 동일동가이며, 평등성, 동등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종교의 하나님은 한 분 하나님의 다양한 현현이다. 각 종교의 예배는 결국 한 분 하...
    Date2024.12.04 Byreformanda Reply0 Views16 newfile
    Read More
  2. Rick Warren's 10 Suggestions at the 4th Lausanne Conference

        Rick Warren's 10 Suggestions at the 4th Lausanne Conference     The 4th Lausanne Conference, held in Seoul-Incheon, concluded. Pastor Rick Warren who recently retired from leading Saddleback Church, presented "10 Suggestions for Fulfill...
    Date2024.09.28 Byreformanda Reply0 Views206 file
    Read More
  3. 종교다원주의의 기초는 힌두교 사상이다

        종교다원주의의 기초는 힌두교 사상이다     종교다원주의가 기독교계에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였다. 우리가 아래에서 논의할 종교다원주의 사상가 라이문도 파니카, 존 힉, 폴 니터 그리고 WCC 신학자 엠 토마스, 스탠리 사마르타, 웨슬...
    Date2024.09.06 Byreformanda Reply0 Views273 file
    Read More
  4. 킹 제임스판 성경 초판은 몇 권을 담고 있는가?

        킹 제임스판 성경 초판은 몇 권을 담고 있는가?     킹 제임스 판 영어 성경(1611)은 초판에 담긴 성경은 모두 80권이다.로마가톨릭교회가 성경으로 보는 가경 14권이 포함되어 있다.     현대 가톨릭교회 성경에는 모두 73권의 성경이 담겨 있다. 가경들...
    Date2024.08.27 Byreformanda Reply0 Views378 file
    Read More
  5. 개혁주의 산학자의 세대주의 반박

        개혁주의 산학자의 세대주의 반박   -세대주의에 대한 95개조 반박문-   로버트 레이몬드 박사   (전 커버넌트신학교 조직신학 교수)     머리말     우리는 사람들이 이 세대주의 반박문을 보고 니케아카운슬닷컴이나 역사적으로 성경을 믿는 교회들이 ...
    Date2024.08.09 Byreformanda Reply0 Views614 file
    Read More
  6. 칼빈은 사람을 죽였는가?

        칼빈은 사람을 죽였는가?     삼위일체 하나님 신앙을 부정하는 이단자 세르베투스와 관련하여 종교개혁 신학자 존 칼빈을 폄하하는 영상이 나돈다. "칼빈이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고 한다. 칼빈이 58명을 직접 살해했다고 한다. 그가 살인자이며, 끔찍한...
    Date2024.06.26 Byreformanda Reply0 Views572 file
    Read More
  7. 종교간의 대화운동의 목적은 '대화'가 아니다

        종교 간의 대화운동의 목적은 '대화'가 아니다   류현웅 (2005년의 글)   원제: WCC의 종교간의 대화가 기독교 선교에 미친 영향: 종교다원주의를 중심으로     I. 서론     기독교에서 타종교에 대한 입장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것은 선교학적인 맥락에서...
    Date2024.06.01 Byreformanda Reply0 Views328 file
    Read More
  8. 천년왕국, 이해하기 어려운가?

          천년왕국, 이해하기 어려운가?     성경에는 ‘천년왕국’(Millennial Kingdom)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예수님의 사도 요한은 계시록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다가 목 베임을 받은 자들 곧 순교자들과 짐승에게 경배하지 않은 자들과 짐승의...
    Date2024.04.05 Byreformanda Reply0 Views605 file
    Read More
  9. 동정녀 수태 교리의 진수

      동정녀 수태 교리의 진수   크리스마스ㅡ성탄절은 단순한 생일이 아니라 대강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성령강림절과 함께 기독교 세계에서 여섯 명절 중 하나다. 흔히 성탄절이 태양절에서 유래했다 하여 경시하는 풍조가 있으나, 여섯 절기는 “유대인...
    Date2023.12.24 Byreformanda Reply0 Views504 file
    Read More
  10. 공공신학의 의미와 목표 재고

        공공신학의 의미와 목표 재고     최근 몇 년 동안 공공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몇몇 신학자들은 그 한계와 보완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로 공공신학을 강조한다.     "공공신학"이라는 용어는 1974년 마틴 마티(Martin Marty)의 논문 "R...
    Date2023.12.11 Byreformanda Reply0 Views524 file
    Read More
  11. 신인(the God-man) 찬미

    성 마티아스 교회, 부다페스트, 헝가리   신인(the God-man)  찬미   나는 해마다 성탄 카드를 쓰면서 "성탄의 큰 의미로 가득한 성탄이 되시기를" 기원하는 문구를 넣는 습관이 있다. 오랫동안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성탄 맞음에서 성탄의 큰 의미가 퇴색된 ...
    Date2023.12.07 Byreformanda Reply0 Views415 file
    Read More
  12. 신학자 최갑종, 권연경, 김세윤

          신학자 최갑종, 권연경, 김세윤      마르틴 루터는 1517년 10월 말에 독일 비텐베르크 성채 교회당 문에 95개조의 대자보를 붙였다. 신학 교수이자 수도사였던 그는 로마가톨릭교회의 비성경적 요소들에 대해 강력히 항거(Protest)하며 교회 개혁의 필...
    Date2023.11.05 Byreformanda Reply0 Views714 file
    Read More
  13. 김경재의 등정로(登頂路) 이론

        김경재의 등정로(登頂路) 이론   고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어느 학생이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어느 날 급우들과 함께 교정에 있는 이 학교의 조직신학 교수 댁을 방문했다. 그 교수는 그 학생에게 보수계 대학 신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진...
    Date2023.11.03 Byreformanda Reply0 Views424 file
    Read More
  14. 종교다원주의 신학자들의 핵심이론

      Rev. Westy Ariaraja, theologian of Religious Pluralism of WCC, and Rev, Doug Choi at the 10th WCC General Assembly, Busan, Korea     종교다원주의 신학자들의 핵심이론   서론     종교다원주의(Religious Pluralism)는 현대판 자유주의 신학의 꽃...
    Date2023.11.03 Byreformanda Reply0 Views453 file
    Read More
  15. 경건주의는 자유주의 신학의 온상이다

        경건주의는 자유주의 신학의 온상이다     독일의 17세기 경건주의는 자유주의 신학의 온상이었다. 신앙체험, 종교적 체험을 강조하는 현대 자유주의의 선구자였다.     경건주의가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의 형성에 미친 영향은 두 가지였다. 첫째, 자유주...
    Date2023.10.28 Byreformanda Reply0 Views67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 Nex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