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22222222222222.jpg

 

 

서두르지 않는 마음의 여유

 

 

이규태의 <한국인의 의식구조>는 한국 사람들은 식사 시에 빨리, 더 빨리 먹어야 미덕으로 여겨왔다고 지적한다. 한국인은 천천히 먹는 아이들을 다그쳐 식사를 빨리 끝내게 했다. 그 짧은 식사 시간마저 단축하고자 세계에서 유례없는 국물이나 숭늉 같은 액체에다 밥을 말아 빨리 목구멍으로 내려 보내는 스피드 식사패턴을 선호하고 이 관습을 오래 동안 유지해 왔다.

 

 

어느 취업 포털 사이트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 조사했다. 놀랍게도빨리 빨리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식당 등 가게 전화번호 중에 8282가 유독 많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고 앞 차가 출발할 때까지 참아주는 시간, 즉 빵빵 경적을 울릴 때까지의 시간을 조사했더니 한국인은 1초였다. 독일인은 7.8초 이태리인은 4.3초였다. 걷는 속도도 한국인은 1분에 90-120보 영국인은 40-60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보면 한국인은 역시 급히 서두르는 성향이 강한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이 시대에 다만 한국인만이 빨리 서두르며 사는 것일까? 오늘날 대다수 현대인들은 알게 모르게 서두르는 삶을 살고 있다. 초스피드 시대에 운전도 과속, 식사도 패스트푸드, 인터넷도 초고속, 성공도 빨리...를 지향하고 있다. 심지어 교회도 급성장하는 것이 하나의 우상이 되어 있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샴푸 중의 하나는 샴푸와 컨디셔너를 함께 섞은 것이다. 두 번 따로 씻는 것보다 한 번에 씻는 것이 만사를 서두르는 현대인들에게 더 어필했기 때문이다. 도미노 피자의 사업성공 비결도 아무리 늦어도 “30분 이내라는 배달 원칙 때문이었다고 한다.

 

 

빨리 서둘러 일을 처리하는 것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 느릿느릿한 행동은 답답해 보이고 일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많은 경우, 서두름은 우리에게 염려, 스트레스, 좌절, 실망을 야기한다. 서두르다 보면 인생도 대충대충 피상적으로 살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속담에 서두르면(Hurry) 염려가 생기고(Worry) 죽는다(Bury)’는 말이 있다. 이른바, Hurry-Worry-Bury 공식이다.

 

 

일반적으로 서두르는 사람은 시간이 부족하고 아깝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서두르면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성취하고 얻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멀타이 태스킹”(Multi-Tasking)의 효율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운전하면서 샌드위치 먹고, 커피 마시며, 화장하고, 전화, 문자 메시지, 라디오 청취 등을 동시에 하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아무리 바쁜 세상 속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정규적인 조용한 시간을 가지며 깊은 사색과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여유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생각의 깊이는 서두르지 않을 때에라야 가능하다. 현대인들은 인터넷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정보의 홍수에 파묻혀 있다. 그러다 보니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한 지식 습득과 사색이 많이 결여돼 있는 편이다.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은 깊은 사색과 기도의 시간을 가졌던 정치가였다. 그의 전기를 쓴 데이빗 도날드에 의하면 링컨은 어려서부터 읽을 책을 구할 수 없어서 거저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성장했다. 그는 성경책과 이솝의 우화 책을 애독했고 그것을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이와 같이 깊이 있는 좋은 독서와 사색은 그로 하여금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인용된 게티즈버그 연설을 할 수 있게 했고 노예제도 폐지와 같은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했다.

 

 

어느 듯 우리는 7월 말로 접어드는 여름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사람들은 바쁘게 살며 달려오다가 무더운 여름철을 맞이하여 걸음을 잠시 멈추고 휴가 바캉스를 갖는 시즌이다. 서두름에서 벗어나 여유를 갖고 여가를 가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참 좋은 것이다. 그럴 때 창조적인 사색을 할 수 있고 인생을 좀 더 큰 안목으로 내다 볼 지혜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가라고 하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여가라는 단어를 스콜라”(Schola)로 표현했다. 여기서 학교(School)라는 말이 나왔다. 신기하지 않은가? 서로 무슨 관계가 있길 래 여가를 학교로 표현했을까? 보통 우리가 학교라고 하면, 정해진 시간에 등교하여 수업에 참석하고 선생님이 내어주는 많은 과제물들을 땀 흘려 완성하여 제출하는 것을 연상한다.

 

 

그러나 고대 희랍인들에게 학교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학교는 배우는 자유”(Freedom to Learn)를 의미했다. 그 당시에는 어느 정도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자들만이 학교에서 배우는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그 자유를 가진 자들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기 인생과 세상에 대해 사색하고 큰 안목으로 볼 수 있는 여가를 가짐이 가능했었다. 그래서 여가를 학교로 표현한 것이다.

 

 

반면에 희랍의 가난한 노동자들은 주 90시간 이상 밤낮 일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므로 배울 수 있는 자유와 여가를 가질 수 없었다. 그렇게 살다보면, “배우는 자유와 여가를 가지는 자들이 갖는 안목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여가와 여유는 인류 문명 발달에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그는 인간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여가와 여유의 시간을 갖고 인생과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사색하는 것이야말로 자기 자신과 인류사회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역설했던 것이다.

 

 

우리 크리스천들의 영적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예수님은 수시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 기도하셨다(1:35). 제자들에게 너희는 따로 조용한 곳에 와서 잠시 쉬어라”(6:31)고 당부하셨다. 예수님의 제자로 성장하는 것도 서둘러서 급히 속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제자화는 성급히 돌을 떡으로 만드는 것이 결코 아니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말씀으로 인격을 다져가야 비로소 온전한 제자화가 가능하다.

 

 

서두르는 병을 고치고 여유를 갖는 연습이 필요하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속도를 덜 내는 바깥 차선에서 운전해 보라. 차 경적을 자제하라. 음식도 최소한 15번 씹고 삼켜라. 쇼핑할 때 일부러 긴 줄에 서서 기다려 보라. 그리고 무엇보다 조용한 시간을 갖고 사색하고 기도하라. 하나님은 24시간 7일 일하면 우리가 지치고 병나기 때문에 안식일을 주셨다. 주일날 교회에 나가서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영혼의 안식을 얻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 모세는 홍해 앞에서 서두르며 공포에 질려 원망 불평하던 백성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너희는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날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14:13).

 

 

가만히 서서는 곧 서두르지 않고 깊은 영적 생각을 하면서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바라보라는 뜻이다. 조용히 말씀의 큐티(QT)를 가지라는 말씀이다. 이것은 홍해 앞에서 서두르던 이스라엘 백성들뿐만이 아니라, 21세기 초 스피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들을 향해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이다.

 

 

황현조 목사(IRUS 교수, 커네티컷비전교회 담임)

 

World Gospel Times, (22 July 2022)

 

 

▶ 아래의 SNS 아이콘을 누르시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습니다.

?

  1. 성직을 떠난 목사는 목사직을 내려놓아야

        성직을 떠난 목사는 목사직을 내려놓아야   목사(牧師)를 성직자라고 한다. 하나님께로부터 거룩한 직임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는 이름이나 명칭이 아니다.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약 10년 정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학대학(일반대학 4년)을 졸업하고 신...
    Date2024.01.31 Byreformanda Reply0 Views292 file
    Read More
  2. 변호사 정광진의 인생 이야기

          변호사 정광진의 인생 이야기     서울의 삼풍백화점이 굉음을 내던 날은 1995년 6월29일이었다. 당시 정광진(64) 변호사는 네 딸 중 세 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시각장애를 딛고 미국 버클리대를 졸업하고 모교인 서울국립맹학교 교사로 일하던 윤민(당...
    Date2024.01.07 Byreformanda Reply0 Views556 file
    Read More
  3. 전영창 교장의 십계명

          전영창 교장의 십계명     전영창 선생(全永昌, 1917~1976)은 거창고등학교 교장으로 봉사했고, 예장 고신교회와 관련을 가진 분이며, 현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설립에 이바지한 분이다. 전영창의 감동적인 교훈은 '십계명'이다.     첫째, 월급이 적은 ...
    Date2024.01.04 Byreformanda Reply0 Views202 file
    Read More
  4. [고백록 2.1] 청년기의 죄

        청년기의 죄   이제 나는 지나간 나의 추잡한 잘못들과 육체로 떨어졌던 내 영혼의 타락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오, 하나님, 그것은 내 과거가 좋아서가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서 입니다. 당신의 사랑을 사랑하기 위한 자기 성찰의 쓴 괴로움을 지니...
    Date2023.11.16 Byreformanda Reply0 Views221 file
    Read More
  5. [고백록 1.20] 어린 시절에 받은 은혜에 감사하다

        어린 시절에 받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다     오, 주님, 우주를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가장 높으시고 선하신 하나님, 내가 당신의 뜻에 따라 소년 시절에 머물러 있다고 할지라도 나는 우리 하나님이 되신 당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 ...
    Date2023.11.16 Byreformanda Reply0 Views178 file
    Read More
  6. [고백록 1.19] 부패한 행동보다 말 실수를 피하려 하다

        부패한 행동보다 말 실수를 피하려 하다       나는 소년 시절에 가엾게도 부패한 행동보다 말의 실수를 피하려고 열중하는 풍습에 던져져 있었습니다. 그곳은 내 경기장인 학교였습니다. 나는 거기서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게 말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
    Date2023.11.16 Byreformanda Reply0 Views178 file
    Read More
  7. [고백록 1.18] 하나님의 법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교육

        하나님의 법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교육   오, 나의 하나님, 그러므로 내가 당신을 떠나 이렇게 헛된 것을 향해 빠져 들어가게 된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내가 나의 모범으로 삼고 추종했던 사람들은 자기들의 행동 곧 그다지 나쁘지 않 은...
    Date2023.11.12 Byreformanda Reply0 Views141 file
    Read More
  8. [고백록 1.17] 허망한 교육

          허망한 교육     오, 하나님, 나로 하여금 당신의 선물인 나의 재능과 그것을 쓸모 없는 일에 낭비한 나의 어리석음에 대하여 잠깐 말하게 허락하여 주소서.     그때 나의 마음을 심히 불안하게 한 과제가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잘하느냐 못하느...
    Date2023.11.12 Byreformanda Reply0 Views217 file
    Read More
  9. [고백록 1.16] 신화에 대하여

        신화에 대하여     아, 화 있을 지어다, 인간 풍습의 급류여! 누가 너의 흐름을 막을 수 있겠느냐? 네가 말라붙을 날이 언제이겠느냐? 언제까지 너는 하와의 자녀들을 저 넓고 무서운 바다로 휘몰아 넣으려고 하느냐? 나무 방주에 오른 자들도 그 바다를 ...
    Date2023.11.11 Byreformanda Reply0 Views172 file
    Read More
  10. [고백록 1.15] 하나님께 기도하다

        하나님께 기도하다     오, 주님, 나의 기도를 들으소서. 내 영혼으로 하여금 당신의 징계로 말미암아 실망하지 않게 하시고, 당신의 자비를 찬양하기에 피곤하지 않게 하소서.     당신은 자비로 나를 그릇된 길에서 구해 주셨습니다. 이제 당신께서 내...
    Date2023.11.11 Byreformanda Reply0 Views129 file
    Read More
  11. [고백록 1.14] 그리스어와 라틴어 학습담

          그리스어와 라틴어 학습담     나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 그리스 문학을 싫어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호메루스(Homems)는 이야기를 엮어 가는 데 능란했습니다. 그의 글은 흥미로웠지만 허구였습니다. 그래서 소년인 나에게는 맞지 않았습니다.    ...
    Date2023.11.09 Byreformanda Reply0 Views170 file
    Read More
  12. [고백록 1.13] 헛된 공부를 더 좋아하다

        [고백록 1.13] 헛된 공부를 더 좋아하다     어릴 때부터 그리스어(헬라어) 공부했지만 내가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 그 까닭을 지금도 모릅니다. 초보 공부인 읽기, 쓰기, 셈하기는 그리스어를 배우는 것에 못지않게 나에게는 무거운 짐이요, 고역이었습니...
    Date2023.11.09 Byreformanda Reply0 Views95 file
    Read More
  13. [참회록 1.12] 억지로 공부를 하다

        억지로 공부를 하다     나는 소년기에 공부하기를 싫어했습니다. 또한 강제로 공부시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시기를 청년기보다는 덜 무섭게 생각했지만 말입니다. 나는 억지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공부를 잘하지 않았어도 그...
    Date2023.11.07 Byreformanda Reply0 Views82 file
    Read More
  14. [고백록 1.11] 세례를 연기하다

        세례를 연기하다   아직 소년이었을 때 나는 영생에 대한 가르침을 들었습니다. 그 영생이란 교만한 우리들에게 친히 내려오신 우리 주 하나님의 겸손을 통해서 약속된 것이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굳게 믿고 있었던 어머니 의 모태에서 태어난 후 바로 십...
    Date2023.11.07 Byreformanda Reply0 Views113 file
    Read More
  15. [고백록 1.10] 놀려고 부모의 말씀을 거역하다

          놀려고 부모의 말씀을 거역하다     내 주 하나님, 당신은 자연의 모든 것을 지으시고 다스리십니다. 그러나 당신이 죄악을 창조하시지 않으셨기에 다만 다스리시기만 하십니다.     내 주 하나님, 그런데 나는 죄를 지었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
    Date2023.11.05 Byreformanda Reply0 Views128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1 Next
/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