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천주교 '야훼' 표현 금한 이유는?

 

        

 

 



앞으로 한국 천주교 공식 전례에서 ‘야훼’라는 단어가 사라지게 됐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17일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자'는 취지에서 ‘야훼’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로마교황청이 ‘거룩한 네 글자’로 표현되는 하느님의 이름을 전례와 성가, 기도에서 사용하거나 발음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보낸 것에 따른 결정이다. 교황청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던 것일까.


◆유일신 지칭 “불경스럽다”


‘야훼’는 구약성서에 표기된 유일신 이름이다. 고대 히브리어로 쓰인 표기를 로마자로 변환한 것이 YHWH(또는 YHVH, JHWH, JHVH)이고, 야훼는 이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문제는 고대 히브리 글자에 모음 표기가 없다는 점. 성서에 자음 표기만 남은데다 유대인들이 이 이름을 거룩하다 여겨 발음하지 않았기 때문에 YHWH의 발음은 잊혔다. 십계 중 ‘하느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는 세번째 계명을 지키자는 취지였다. 이 때문에 현재 어느 누구도 그 정확한 발음을 알지 못한다.


유대인들은 구약성서를 읽다가 이 단어가 나올 경우 직접 발음하지 않고 ‘아도나이(Adonai: 나의 주)’라고 읽었다. ‘엘로힘(Elohim: 하느님/하나님)’이라고도 했다. 이는 성서를 번역할 때도 적용됐다. 그리스어로 번역될 때 YHWH는 ‘거룩한 네 글자(Tetragrammaton)’라는 표현이 사용됐고, ‘주님’을 뜻하는 ‘퀴리오스(Kyrios)로도 번역됐다. 라틴어 번역에서도 같은 뜻으로 ‘도미누스(Dominus)’로 바뀌었다. 이는 영어로 ‘로드(The Lord)’에 해당한다.


YHWH를 읽는 방법은 오랫동안 논란이 됐다. 그러다가 7~10세기 히브리어 성서 재간행 작업을 한 마소라 학자들이 YHWH에 ‘아도나이’를 표시하는 모음을 합쳐 읽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여호와(YeHoWaH, Jehovah)’다. 반면 초기 기독교 학자 중에는 YHWH를 ‘야훼(YaHWeH)’로 읽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19세기 이후 성서학자들도 ‘야훼’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야웨’나 ‘야베’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교황청의 경신성사성(敬信聖事省: 전세계 천주교 성사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은 지난 2001년 훈령을 통해 '히브리 말로 네 글자 YHWH, 라틴 말로는 Dominus라고 표현되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이름은 다른 언어로도 똑같은 뜻을 지닌 낱말로 표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어권에 따라 다양하게 발음·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 교황청은 결국 이를 바로잡겠다며 YHWH의 사용을 보다 강력하게 금지한 것이다. 가톨릭 교계에 따르면 “이는 언어학적 체계뿐만 아니라 언제나 교회 전승에 충실하려는 것”이다.


◆하느님과 하나님


YHWH 발음에 대해 그동안 천주교(일부 개신교 포함)에선 야훼, 대부분의 개신교는 여호와를 사용해 왔다. 이는 초기에 성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옮겼느냐에 따라 달라진 결과다. 천주교와 개신교는 절대자에 대해서도 ‘하느님’과 ‘하나님’으로 달리 칭한다. 그러나 조선에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기독교의 유일신을 옮기기 위해 사용한 호칭은 하느님이었다. 최초로 한국어로 번역된 성경 ‘예수성교 누가복음전서’에 이 용어가 처음 등장한다. 이 번역에 참여한 선교사 존 로스는 선교 보고서에서 “‘하늘(heaven)’과 ‘님(prince)’의 합성어인 ‘하느님’이 가장 적합한 번역어일 것”으로 적었다. 중국에서 들여온 한문 기독교변증서 ‘천주실의’에서 세상을 창조한 유일신을 뜻하는 단어 ‘천주(天主)’와도 뜻이 닿아 있다.


초기 개신교에서는 상제, 천주, 하느님, 하나님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했으나 개역성서를 펴내는 과정에서 아래아(·)가 홀소리 ‘ㅏ’로 일괄적으로 변경되면서 하나님이란 호칭을 쓰기 시작했다. 천주교에서는 원뜻과 맞춤법을 참고해 하느님으로 표기하고 있다. 1977년 천주교와 개신교가 함께 번역한 현대어 공동번역성서에는 신의 호칭으로 하느님이란 표현이 쓰였다. 그러나 대부분 개신교 교파가 하나님이라는 표기를 고수하고 있다. 정중호 계명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하나님이란 명칭이 유일신의 의미가 강한데다 하나님이라 부르던 기존 습관을 바꾸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공회에서는 하느님으로 표기한다. 한편, 한글맞춤법 통일안은 하느님을 표준어로 삼고있으며 하나님을 개신교에서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조문호 기자




?

  1. No Image

    천년왕국은 존재하는가?

    천년왕국은 존재하는가? 황대우 (고신대학교 교수) <개혁정론> (2015. 10. 5.) 세례 요한과 예수님, 그리고 제자들에게 이어지는 천국 도래, 즉 하나님 나라의 도래에 대한 가르침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 부활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다시 오셔서 세상을 심...
    Date2015.11.06 Bydschoiword Reply0 Views3802
    Read More
  2. 르네 자라르 별세

    르네 자라르 별세 영국의 정치사상가 이사야 벌린은 사상가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했다. 다양한 비밀을 아는 여우와 단 하나의 비밀을 파고드는 고슴도치. 20세기 후반 프랑스 사상가는 대부분 여우에 가까웠지만 르네 지라르(사진) 만큼은 고슴도치였다. 인...
    Date2015.11.06 Bydschoiword Reply0 Views2681 file
    Read More
  3. 엄청나게 중요한 여자의 역할

    엄청나게 중요한 여자의 역할 - 존 맥아더 목사 하나님은 인생을 관계 중심으로 디자인하셨으며 그 관계 간에는 각기 다른 역할들을 주셨다. 교회, 가족, 그리고 공통체에서 남자와 여자가 하나님께서 주신 역할을 거부하는 것은 그들이 이들 기관과 모든 인...
    Date2015.11.03 Bydschoiword Reply0 Views3427 file
    Read More
  4. No Image

    이혼과 재혼

    이혼과 재혼 원제: 이혼과 재혼에 대한 몇 가지 견해 분석: 절대 불가론의 입장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목사) 서론 성경이 가르치는 주제와 관련하여 그 어떤 주제라 하더라도 다양한 입장은 항상 존재한다. 똑같은 성경본문을 가지고 이야기하면서도 서로 다...
    Date2015.10.29 Bydschoiword Reply0 Views3763
    Read More
  5. No Image

    성찬이 은혜의 방도되게 하라

    성찬이 은혜의 방도되게 하라 원제: 주의 만찬을 은혜의 방도로서 시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의 만찬과 제자의 도 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1. 서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성찬을 은혜의 방도로서 바르게 기념할 수 있습니까? 개혁 신자들은 개신교도로...
    Date2015.10.28 Bydschoiword Reply0 Views3023
    Read More
  6. No Image

    목회자의 상한 감정, 이렇게 처리하라

    목회자의 상한 감정, 이렇게 처리하라! 글/송승용 목사 목회자가 대인 관계가 악화됨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목회자의 상한 감정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혹은 목회자 자신이 느끼는 좌절의 골이 깊이 느껴질수록 당사자는 심리적 불안정 혹은 공황 상태를 경험하...
    Date2015.10.24 Bydschoiword Reply0 Views3137
    Read More
  7. 유대인은 예수 믿지 않아도 구원을 받는가?

    유대인은 예수 믿지 않아도 구원을 받는가? 이필찬 박사(웨신대)는 <백투예루살렘 운동, 무엇이 문제인가>와 <이스라엘과 교회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저자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또는 정치적 지지를 거부하면서 유대인도 예수를 믿어야 구원을 받...
    Date2015.10.12 Bydschoiword Reply0 Views3893
    Read More
  8. No Image

    길희성의 괴변

    길희성의 괴변 어떤 얼간이 종교학자의 헛소리 유행렬 우연치 않게 한 일간지에 실린 어떤 얼간이 종교철학자의 헛소리 기사를 읽게 되었다. 중앙일보 2015년 10월 8일자 25면 ‘기독교 본질에 대한 물음’에 실린 “성경에서 예수는 자신만이 하나님 아들이라 ...
    Date2015.10.10 Bydschoiword Reply0 Views3059
    Read More
  9. No Image

    돈, 그 끝없는 유혹

    돈, 그 끝없는 유혹 (서울: IVP, 2001) 황호찬 (세종대학교 교수) 제1장 다르게 사는 사람들 성장 지상주의 정책과 이로 인한 고도 산업 사회로의 신속한 진입은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많은 귀중한 것들, 예를 들어 정직, 사랑, 책임의식 등을 희생시켰다. ...
    Date2015.10.10 Bydschoiword Reply0 Views2493
    Read More
  10. No Image

    십자가의 인류 요약: / 정일권

    요약: 기독법률가회(CLF)(성경적인 법학연구, 대안적인 법률가의 삶, 법을 통한 섬김을 모토로 하는 모임) 십자가의 인류: 미메시스 이론과 르네 지라르/ 정일권 8월 15일 오후에 열렸던 연구위원회 독서공방 모임에서는, 정일권 선생님이 쓰신 '십자가의 인류...
    Date2015.10.04 Bydschoiword Reply0 Views3396
    Read More
  11. No Image

    산정현교회와 신사참배거부운동/ 이덕주

    평양 산정현교회의 신사참배 반대운동에 대하여 이덕주(감신대 교수/ 한국교회사) 1. 머리글 이 글은 일제 말기(1938∼40년) 평양 산정현교회를 중심으로 전개된 신사참배 반대운동의 내용과 성격을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지금까지 산정현교회의 신사참배 ...
    Date2015.09.28 Bydschoiword Reply0 Views2959
    Read More
  12. No Image

    성경은 방언을 신비한 언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김종명

    성경은 방언을 신비한 언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김종명 창세기 2:18-19를 보면, 하나님께서 아담을 지으시고 혼자 거하는 아담을 위해 돕는 베필을 만드실 때 생겼던 일을 기록하고 있다. 흙으로 각종 들짐승들과 새들을 만드시고 아담이 어떻게 이름을 짓나(...
    Date2015.09.27 Bydschoiword Reply1 Views2910
    Read More
  13. No Image

    목회자들의 조건부 자진 납세

    목회자들의 조건부 자진 납세 <뉴스앤조이> 이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안만길 총회장)이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개최된 100회 총회에서 목회자의 자발적인 납세를 결의했다. 얼핏 들으면 한국기독교장로회와 같이 종교인 납세에 교단이 공식적으로 ...
    Date2015.09.26 Bydschoiword Reply0 Views2762
    Read More
  14. No Image

    예장 합동 지도자들에게

    가톨릭이 이단이라는 예장합동 지도자들에게 박철수 목사 뉴스앤조이 글 [아래의 글은 문제점이 너무 많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그 이후의 로마가톨릭교회의 변화, 대화의 자세 등에 대한 이해는 사실과 다르다. 다만 합동교단이 참고할 글이라 생각되어 아...
    Date2015.09.22 Bydschoiword Reply0 Views2659
    Read More
  15. 하나님, 하느님

    하나님, 하느님 뉴스앤조이 옥성득 sungoak@hotmail.com | 2015.09.15 17:20:41 많은 한국 개신교인이 '하나님'을 사용한다. 왜 하느님이 아닌 하나님인가 질문하면, 그저 하나+님으로 유일신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어떻게 숫자에 '님'이 ...
    Date2015.09.15 Bydschoiword Reply0 Views323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51 Next
/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