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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일강리도 시각

어리석은 나라는 분노하기 위해, 현명한 나라는 강해지기 위해 역사를 이용한다. 우리는 어느 쪽일까?


600여년 전 조선이 만든 ’혼일강리도’란 세계 지도가 있다. 여러 지도를 짜깁기해 엉성하지만 유럽·중동·아프리카까지 그려져 있다. 당시 지식인이 그린 나라 크기는 실제 크기가 아니다. .인식의 중요도에 따라 나라 크기를 그렸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가장 크고 다음 조선이다. 두 나라를 합한 크기가 세상 절반이 넘는다. 일본은 조선의 4분의 1 정도로 그렸다. 실제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놓았다. 당시 선비들은 일본을 칼이나 휘두르는 벌거벗은 야만의 나라로 인식한 듯하다.


조선이 일본의 국력을 어렴풋이 안 건 큰일을 겪고 나서였다. 임진왜란이다. ’간양록’은 전란 때 일본에 끌려갔다 돌아온 유학자 강항이 일본의 실상을 조정에 알리려고 쓴 보고서다. "왜국의 크기를 말할 때 우리나라만 못하다고 하였는데 그렇지 않았다. 난리 때 왜인이 조선의 토지대장을 모두 가져왔는데 일본의 절반도 안 됐다고 한다."


실제 반도 크기는 일본의 59%다. 인구는 1920년 근대적 방식으로 처음 조사했을 때 일본의 30%를 약간 넘겼다. 한국의 생산력은 근세 이후 일본에 가장 근접해 있는 지금이 일본의 34% 수준이다.


숙주는 전란 이전 일본의 실체를 알았던 조선의 극소수 지식인이었다. 일본에 사신으로 간 경험이 그의 인식을 바꾸었다. 혼일강리도 제작 70여년 후였다. 돌아와 일본의 실체를 알리는 ’해동제국기’를 썼다.


훗날 류성룡은 전란의 교훈을 담은 ’징비록’ 서문(序文)에 신숙주가 임금 성종에게 남긴 유언을 적었다.
’바라건대 우리나라는 일본과 화의하기를 잃지 마소서.’


그러나 조선은 관심이 없었다. 대다수는 왜 그런 유언을 남겼는지도 몰랐다. 일을 당하고야 뜻을 알았다.

하지만 조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피눈물로 쓴 간양록과 징비록은 조정의 서가에서 먼지를 뒤집어썼다.


징비록은 오히려 일본에 건너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순신 병법을 근대 전술로 계승한 것도 일본이었다.
그때도 경고음을 울린 이들이 있었다. 일본을 직접 경험한 사신들이 중심에 섰다. 그들은 일본이 무(武)는 물론 문(文)에서도 조선을 앞선다고 했다. 실학자도 가세했다.


정약용은 "일본의 학문이 우리를 능가하게 되었으니 심히 부끄럽다"고 했다. 나라가 망하기 백 년 전 일이다.

우리 역사에서 일본을 중요시한 지식인의 말로는 비참했다.


조선 말 일본 근대화를 현장에서 목격한 젊은 엘리트 다수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말려 목숨을 잃었다.
개혁과 정변을 시도했다가 목이 잘리고 백성에게 맞아 죽은 이도 많았다.


일제강점기 이후 ’지일(知日)’은 일제에 기생하는 ’친일(親日)’과 같은 뜻이 됐고, 해방 후 이 말은 ’사회적 매장’과 동의어가 됐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금기(禁忌)에 다가가 역사를 객관화하는 모험은 지뢰밭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무모함과 비슷하다. 그럴수록 리 인식이 일본의 실체로부터 멀어지는 걸 느낀다.


일본을 현장에서 7년 가까이 경험했다. 일본은 강한 나라다. 경제 강국이고 문화 강국이다. 헌법을 고치는 순간 바로 군사 강국이 된다. 국제적 존경까지 받는다.


우리는 이런 나라 대사관 앞에 70여년 전 잘못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조형물을 설치했다.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약속하고도 총영사관 앞에 또 하나를 설치했다.


과거 일본은 잘못했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고난을 겪은 어떤 나라도 상대에게 이러지 않는다. 한국은 그래도 되는 나라인가 ​?​ 지금 일본이 숨을 고르는 이유는 내가 아는 범위에서 오직 하나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한국이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각에선 동맹까지 흔들고 있다.


여기저기 찾아가고 이것저것 읽으면서 공부했지만 여전히 일본의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무시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건 분명히 안다. 일본을 무시할 때마다 고난을 당한 역사를 알기 때문이다. 그들의 유전자엔 칼이 있다. 어리석은 나라는 분노하기 위해 역사를 이용한다. 현명한 나라는 강해지기 위해 역사를 이용한다. 지금 우리는 어느 쪽일까 ​?


선우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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