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친일파 전통의 충격
나는 브니엘신학교가 2020년 가을 학기에 개설한 신학대학원 과정의 교회론(최덕성 교수)과 한국교회사(황대우 교수)를 수강했다. 교회사를 교회론의 관점으로, 한국교회사를 성경과 개혁신학을 기준삼아 평가하는, 교회론을 교회사 지식과 관점으로 이해하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들에게 교의학(교회론)과 교회사(한국교회사) 두 학문 영역을 접목시켜 지도하는 저명한 책이 있다. 한국교회사를 진리성 곧 개혁교회론의 관점으로 분석한 저서이다. 최덕성 교수의 <한국교회 친일파 전통>(서울: 본문과현장사이, 2000, 재판 지식산업사, 2006)이다. 한국교회사를 개혁교회론의 관점으로 검토한 역작이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저자에게 신학자대상(2001)을 수여한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한국교회가 교회론적으로 평가되고 그리스도께서 기뻐하는 건전한 교회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목표에 도달하려면 한국교회가 우상숭배와 배교와 친일행각이라는 과거사를 회개하고 솔직히 인정, 반성, 청산하는 중차대한 과제갸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자각했다.
나는 위 강의들을 수강하기 전까지 한국교회사에 관심이 없었다. 교회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내가 태어난 1960대의 한국교회는 부흥기였다. 양적 부흥에 도취해 있던 시대였다. 그 맥락에서 한국교회는 자신의 불행한 과거사에 대하여 말하지 않았고, 참회와 양심선언과 역사 청산의 필요를 언급하지 않았다.
주기철 목사는 한국교회가 존경하고 주목하는 순교자이다. 한국교회는 그가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순교했다고 가르쳤다. 한동안 한국 기독교계의 베스트셀러였던 안이숙 선생의 <죽으면 죽으리라>를 통해 일제 강점기에 한국교회가 일본의 박해를 받았다는 정도로 막역하게 언급했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출석한 교회는 예장 합동 소속이었다. 성인 시기에는 예장 통합 교회에 출석했다. 브니엘신학교에 입학할 시점까지, 내가 접한 교회들은 한국교회의 친일행위와 우상숭배와 배교 행위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끝까지 믿음을 지켰던 선배들의 아름다운 믿음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분들의 숭고한 믿음을 본받아 우리도 순교의 정신으로 살아가자며 성도들의 신앙을 고무시킬 목적으로 역사를 약간 언급하는 정도였다.
나는 최덕성 교수의 위 책을 읽고 한국교회가 저지른 잘못과 해방 후의 과거사 청산 실패와 친일파 전통에 대하여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저자는 한국교회가 일제 말기에 행한 우상숭배, 민족배신, 배교 등을 상론하고 진정한 공적 회개와 역사 바로 세우기를 촉구하고 있다. 자세히 읽어보면 그 시대에 한국교회가 그같은 범죄를 저지른 사실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범죄들과 관련하여 광복 후의 한국교회(주로 장로교회)가 저지른 잘못들이다. 참으로 충격적이다. 비통함을 느끼게 한다.
한국교회는 일제말기에 어떤 류의 범죄를 저질렀는가? 저자는 위 책 마지막 장의 제목을 “청산해야 할 과거사, 새 시대를 향한 비전”으로 정하고, 과거사 청산 과제와 관련하여 한국교회의 참회고백 과제들을 열거한다(567-568쪽). (1) 우상숭배-신사참배, (2) 황거요배, (3) 교역자들의 신도세례(미소기)-천조대신 외에는 참 신이 없다고 한 신앙고백ㅇ이다. (4) 배교-기독교 신학을 신도주의에 맞게 개조한 일, 여호와 하나님과 천조대신을 함께 섬긴 일, 일본왕을 현인신(인간으로 나타난 하나님)으로 인정하고 천조대신이 여호와 하나님보다 더 높다고 고백한 일, 각 교회의 대표자들이 그 같은 진술에 서명한 일,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포기한 일, 그리스도의 통치를 불신하고 거부한 일, 그리스도의 재림을 부정한 일, 그리스도의 왕권, 통치, 재림, 천년왕국에 관한 성경 일부를 삭제한 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찬송가를 삭제한 일, 그리스도의 교회를 훼파한 일, 교회의 신조와 신앙고백을 배약한 일, 각종 배도 신앙고백서를 발표한 일, 발표한 배도신앙고백서대로 실천한 일, (5) 민족배신을 포함한다.
그리고 (6) 백귀난행-황군의 전승기도회, 전승축하예배, 전쟁무기 제공, 지원병과 정신대에 나가도록 강연한 일, 헌금을 병기구입에 바친 일, 교회당 종과 철문을 뜯어 병기제작에 바친 일, 교회당을 팔아서 전비로 사용하도록 바친 행위, (7) 한국교회 조직을 신도주의 종교단체, 곧 이단으로 개편한 일, 순정일본적기독교라고 하는 신도교로 개종한 일, (8) 국가의 교회간섭에 항거하지 않은 일, 시대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일, 악의 세력에 항거하지 않은 일, (9) 우상숭배를 거부하는 동역자들을 파면, 해직, 제명, 추방한 일, 그 가족을 추방한 일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동료를 왜경에게 고박하여 체포되게 한 행위 (10) 신자들에게 우상숭배를 강요한 일, (11) 형제자매, 동족, 동료 교역자와 그 가족에게 무정했던 행위, (12) 무고히 핍박받는 신앙 동지와 동족을 돌아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통신앙인들을 어리석은 신앙을 가졌다고 깎아내린 일 등이다.
한국장로교회가 해방 후 저지른 잘못들은 무엇인가? 우리가 참회하고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할 과제들은 무엇인가? 저자는 아래와 같이 열거한다(568-569쪽). (13) 과거사청산, 역사바로세우기, 참회고백, 공적참회권징(자숙) 등의 거부, (14) 우상숭배를 거부한다는 까닭으로 제명당한 한부선 목사에게 해벌을 통고한 교권 횡포, (15) 치리회 질서(헌법)을 무시하고 위반한 일, (16) 기존의 경남(법통)노회를 불법으로 단절한 일, (17) 총회가 불법을 행하면서 경남친일파의 손을 들어주어 교회를 분열시킨 일, (18) 교권주의ˑ형식지상주의ˑ교회주의에 빠진 일, (19) 개체 교회를 분열시키고 이간한 일, (20) 교회분열의 책임을 고신계 출옥성도들에게 뒤집어씌운 일이다.
그리고 (21) 출옥성도들은 자칭 의인, 독선주의자, 신성파, 분리주의자. 바리새주의자로 몰아 부친 일, 우물에 독 뿌리기 식으로 헐뜯고 무고히 독설을 내뱉으며 깎아내린 일, (22) 신사참배의 죄를 다만 행정상의 실수로 여겨 ‘취소성명서’를 채택한 일 (23) 신앙 승리자들을 향하여 적대감을 가지고 시기한 일, (24) 교회의 기초를 허무는 미신적 결정을 하고 행사를 가진 일-주기철 목사복권 결의와 선포, (25) 순교자를 상품화하고 순교자 영웅주의를 조장한 일, (26) 가룟 유다의 은전 헤아리기-주기철을 자파의 위상 향상과 정통성 확보 수단으로 이용한 일, (27) 한국교회사를 당파적 시각으로 기술하고 아전인수격,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한 일, (28) 한국교회가 일제 말기의 사건과 관련하여 자신을 단지 일제의 피해자로만 생각한 일, (29) 반세기 동안 공적 참회고백을 지연한 일, (30) 친일파 전통의 고착을 묵과하고 친일파 인사들의 착종논리를 용납하며 또 교회의 성격적 좌표 설정에 무관심한 일 등이다.
나는 한국교회가 이러한 악행들과 우상숭배의 죄를 범한 것만이 아니라 광복 70년이 넘도록 현재까지도 합당한 참회를 하지 않았으며, 부당한 자기변명과 침묵으로 일관해 온 사실에 침담함과 비통함을 느낀다. ‘신사참배’와 ‘신사참배 거부’ 사건이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죄들과 연결되어 있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교회 지도자들의 역사관 부재는 사태를 악화시켜왔다. 교회사를 성도들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대부분의 성도들은 이 같은 사실을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 무지하여 깨닫지 못한 상태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아킬레스건은 신사참배(우상숭배)이며 여러 해 동안 지속한 그 행위를 회개하지 않은 사실이다.
한국교회는 과거사를 올바로 청산하지 않았다. 그 결과로 오늘날의 한국교회가 교회론적으로 매우 중요한 표지 하나를 상실했다. 기독교 친일 지도자들을 치리하지 않은 탓으로 오늘날의 교회가 권징을 정당하게 실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과거사에 대한 권징 시행의 부재가 한국교회의 ‘원죄’이다. 나는 위 책을 읽으면 이 사실에 놀랐다.
한국교회 친일 지도자들은 해방 후 교회 권력을 장악하려고 참회는 하지 않고 기득권을 행사했다.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고 과거사를 덮어버렸다. 참회글 거부한 이러한 행위는 결국 한국교회에 ‘친일파 전통’이라는 죄의 뿌리를 남겨둔 셈이 되었다.
비기독교인들은 한국교회의 모순과 부패와 타락을 조롱하며 비웃는다. 그리스도인들조차 한국교회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덕성 교수의 위 책은 한국교회에 신앙적인 바른 길을 제시하는 길라잡이이다. 이 시대에 필요한 참으로 중요한 책이다. 한국교회 병폐와 모순과 불신앙의 ‘원죄’ 곧 근본적인 까닭을 정확하게 집어주고 있다.
신사참배는 우상숭배이다. 우상숭배는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는 죄이다. 하나님은 이 죄를 용납하지 않는다. 구약성경의 이스라엘 역사가 그것을 말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체험했으면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잊고 우상숭배를 하였다. 하나님을 떠난 이스라엘 백성들은 비통한 대가를 치렀다.
이스라엘 민족은 국가 없이 2000년 동안 세계를 떠돌았다. 유대인은 1948년에 비로소 팔레스타인 지역에 자기들의 국가를 세웠다. 약속의 하나님은 다시 유대인들에게 영토를 주셨다. 아직까지는 유대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들이 기다리는 메시아가 예수라는 것을 깨닫는 날, 모든 유대인이 다시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다. 예수를 그리스도 곧 메시아로 믿는 은혜 아래 있게 될 것이다.
개신교회는 1800년대 말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1907년의 대부흥운동으로 크게 성장하고 신도 수가 증가했다. 그러나 일제통치 기간에 여러 해 동안 우상숭배와 배교를 하고 민족배신 행위를 했으며, 해방 후 과거사 청산과 참회권징에 실패했다. 이 실패는 한국교회 안에 불순한 전통을 남겼다.
대한민국이 남북으로 분단된 것은 공적 참회 결여 때문일 수 있다. 이스라엘 역사가 그 본보기이다. 왜 하나님은 6.25 전쟁을 허락했는가? 민족상잔의 비극이 공적 참회를 하지 않은 탓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6.25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은 기독교인들이었다. 북한군들이 기독교인들을 미제 앞장이라는 이유로 포로로 잡아가거나 죽였다. 회개하지 않는 한국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가 아니었을까? 교회가 바로 서지 않으면 나라도 희망이 없다.
최덕성 교수는 위 책의 말미에서 민족비극의 끝에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절반이라도 되찾은 것은 눈물로 과거의 범죄를 참회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본다(566쪽). 출옥성도들과 고려신학교의 박형룡, 박윤선 교수를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시각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해석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 전란 중에 피난지 부산에서 일부 교역자들이 우상숭배의 죄를 눈물 흘리며 참회하고 고백했다. 피난 온 교역자들은 민족적 재앙이 신사참배의 죄를 참회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여겨 통회하고 자복했다(565-566쪽). 교회론과 직결된 이 교회사적 사건의 중심에 고려신학교(현 고신대학교 고려신학대학원)가 있었다.
하나님은 참회를 기뻐하신다. 피난 교역자들의 참회는 한국과 한국교회의 꺼져가는 등불에 다시 기름을 부어 소생시키는 행위로 여겨진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전쟁의 잿더미에서 발전하여 세계의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교회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부흥하여 선교국가가 된 것은 일면 민족과 조상의 죄를 자기의 죄인 것처럼 회개한 지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북한군에 의해 무고하게 죽임을 당한 순교자들의 피의 호소를 들으신 결과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과거사와 관련하여 일본에 대하여 지속적인 사과와 사죄를 요구한다. 그러나 정작 친일파에 대한 민족적인 심판은 흐지부지하게 진행되어 왔다. 친일 행위를 하였던 친일파 인사들이 전 국민을 향하여 참회하고 용서를 구한 일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 아닌가? 한국교회의 거목 한경직 목사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개인적으로나마 신사참배를 한 죄를 회개했다. 그러나 다수 친일파 기독교인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그리고 교회라는 조직체가 공적으로 교회의 권징 규례에 따라 신사참배의 죄를 회개했다는 이아기는 들리지 않는다.
죄는 언제나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옳다. 한국교회는 역사가 더 흘러 후손들의 신랄한 비판을 받기 전에, 지금이라도 과거사 청산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회가 하나님께 너무나 부끄러운 행위에 대하여 아직까지 정당하게 회개, 권징, 역사청산을 하지 않은 사실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선다.
우상숭배의 죄에 대한 공적 참회와 권징 시행은 교권주의, 인본주의, 물질주의, 윤리와 도덕성의 타락으로 점점 위축되어 가고 있는 한국교회의 갱신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참회하지 않는 한국교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종교기구로 전락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찔한 생각이 든다.
하나님은 사랑과 공의의 하나님이시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죄 값을 지불하는 공의로 완성되었다. 한국교회가 비록 신사참배의 죄로 하나님을 배반하였지만, 소수 기독인들의 기도와 헌신을 기쁘게 받으시고 지금까지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
한국교회는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공의의 하나님 앞에서 긍휼을 구하는 사죄하는 것이 옳다. 진정성 없는 참회나 입술이 발린 말이 아니라 진정으로 한국교회 전체가 하나의 마음이 되어, 공적으로 한국교회의 죄를 고백하고 그에 따른 치리가 이루어진다면 하나님은 한국교회를 열방을 향한 복음의 도구로 더욱 귀하게 사용할 것이다.
<한국교회 친일파 전통>이 준 충격 덕분에 교회사를 교회론의 시각으로, 한국교회사를 개혁교회론으로 분석하는 안목을 가지게 되고, 우리 자신의 수치스런 역사도 알게 되었다. 신학적 안목으로 보면 우상숭배와 배교와 친일행각이라는 과거사를 회개하고 이를 솔직히 인정, 반성, 청산해야 하는 과제는 한국교회 앞에 놓인 참으로 중차대한 일이다. 한국교회사를 개혁교회론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바람직한 평가를 할 수 있고, 한국교회가 그리스도께서 기뻐하는 건전한 신앙공동체로 발돋움할 수 있다.
최미현 (브니엘신학교 신학원 2학년)
편집자 주: 브니엘신학교 신학원 목회학 석사(Master of Divinity) 과정, 최덕성 교수의 <교회론> 과제로 제출한 '학술 에세이'이다. 하나의 명료한 주장-논지를 가지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거들을 차례 차례 제시한다. 브니엘신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신학수업, 비평적 사고훈련, 학술 에세이 쓰기, 목사후보생 교육의 단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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