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폭력
(원제: 설교언어의 폭력성)
1. 설교자로 살아가면서 설교에서 상처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고통스럽다. 프란시스코 페레(Ferrer Guardia, Francisco)는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마라"고 했는데 설교로 위로와 치유, 회복은커녕 회중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은 설교자에게는 가장 가슴아픈 순간이다. 그러나 실제로 강단에서는 말씀으로 회중을 때리는(?)설교폭력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설교의 폭력성은 일방적이라는 측면에서, 종교의 옷을 입고 자행된다는 측면에서 여타의 폭력에 비해 더 교묘하고 위선적이다. 또 설교폭력이 한 목회자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회중 역시 이런 언어폭력에 익숙해지게 되어 언어폭력을 일상에서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즉 가르침과 모범의 위치에 있는 설교자에 의해 자행되는 설교언어의 폭력성이 회중의 언어사용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결국 설교언어의 가벼움, 폭력성은 기독교전체의 저급한 문화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2. 회중은 일방적으로 들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이미 고통스럽다. 그러므로 상식을 넘어선 의미 없이 긴 설교(긴 설교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는 어떤 의미에서 폭력적이다. 끝까지 앉아서 긴 설교를 들어야 하는 회중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무조건 설교를 길게만 하는 설교자는 자신의 설교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듣는 것이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이 되도록(막12:37_백성이 즐겁게 듣더라), 듣는 것이 종교적 강요가 아니라 신자로서 제대로 된 목회적 돌봄을 누리고 있다는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설교자는 전해야 하는 고통이 있지만 동시에 회중의 들어야만 하는 고통도 헤아려야 할 것이다. 설교준비의 마지막은 자신이 준비한 설교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외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다.(고전10:23)
3. 설교 시에 회중을 향하여 거침없는 반말을 시전하는 설교자를 만나는 것은 회중에게는 가장 큰 재앙이다.(고전 14:40, 모든 것을 품위 있게 하고) 이보다 더 고통스럽고, 이보다 가혹한 폭력은 없을 것이다. 회중은 설교자와 동일한 형제된 자요, 함께 수고하는 군사요,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이며 가족인데 설교자라는 미명하에 강단에서 아랫사람들에게 훈시하듯이 강론하는 것은 이미 설교의 자리를 벗어나 버린 설교폭력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 동시에 자신이 강론하는 성경의 위엄과 고상한 가치를 시장의 언어로 수욕을 보이는 것이요, 자신을 설교자로 부르신 하나님의 소명을 비웃는 행위이다. 만일 이런 설교자의 설교폭력이 어떤 제지 없이 지속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강단의 폭력범은 현장에서 제압해야 한다. 이 교회의 시무장로는 당회에서 이 문제를 신중하게 제기해야 하고 거룩한 강단을 폭력으로부터 지켜내야 할 것이다.
4. 또한 설교본문을 떠나 삼천포로 직행하는 설교자 역시 설교의 규범에 익숙해진 회중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회중들은 속히 설교자가 본문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교자는 본문을 버리고 일상사와 정치사, 스포츠사를 배회하고서야 겨우 제자리로 돌아온다. 설교자가 말하는 것에 달인이라면 회중은 듣는 것에 달인이다. 첫마디만 들어도 준비된 설교인지를 알며, 이 설교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알고 있다. 준비되지 못한 설교자가 34번째 동일한 예화를 할 때 회중은 34번째 절망을 느끼고 있다. 더군다나 말씀을 간절히 사모하는 회중에게는 더할 수 없는 고통의 순간이다.
5. 설교 시에 성적인 언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아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설교자, 설교 시에 특정한 정치적 발언을 늘어놓아 11시 예배를 저녁9시 뉴스로 만드는 설교자, 설교를 시작하면 일단 10분은 자기 자랑으로 시작하는 설교자, 감정이 설교에 그대로 드러나는 설교자, 특정 신자를 거명하여 무참하게 짓밟는 설교자, 설교를 시작하면서 교회청소상태나, 강단에 물이 없다는 둥, 강단의자에 먼지가 많다는 둥, 교인들의 인사를 잘하지 않는다는 둥하며 설교자에서 교장선생님으로 변신하는 설교자...모두가 강단의 폭력이요, 설교의 폭력이다.
임종구 목사 (임종구 페이스북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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