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주의는 자유주의 신학의 온상이다

 

 

경건주의는 자유주의 신학의 온상이다

 

 

독일의 17세기 경건주의는 자유주의 신학의 온상이었다. 신앙체험, 종교적 체험을 강조하는 현대 자유주의의 선구자였다.

 

 

경건주의가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의 형성에 미친 영향은 두 가지였다. 첫째, 자유주의 신학의 형성 배경 역할을 했다. 자유주의 신학은 현대사상, 특히 계몽사상에 적응하려는 신학적 노력의 산물이다. 계몽주의, 경건주의, 낭만주의 온상에 자랐다.

 

 

경건주의는 계몽주의의 대표적 철학자 칸트의 신앙과 종교관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독일 낭만주의 운동의 발전에도 이바지했다. 낭만주의는 감정의 직접성을 강조했다. 경건주의는 임마누엘 칸트의 사상과 낭만주의 사상을 거쳐 자유주의 신학 태동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했다.

 

둘째, 직접적으로 자유주의 신학에 영향을 미쳤다. 자유주의 신학이 주관적, 경험적, 윤리적인 성격을 지녔다. 이것은 경건주의에서 온 것이다. 경건주의는 자유주의 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슐라이에르마허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슐라이에르마허는 헤른후트의 모라비안 공동체를 통해 경건주의를 접했다. 거기서 회심을 체험했다. 그리고 모라비안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에서 경건주의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성장했다.

 

 

슐라이에르마허가 졸업한 할례대학교는 한 때 경건주의의 총 본산지였다. 그는 경건주의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슐라이에르마허는 종교의 정서적인 면을 강조했다. 종교의 본질을 하나님에 대한 절대 의존 감정이라고 했다. 진리, 교리, 신학이 아니라고 했다. 임마누엘 칸트의 인식론의 화살을 비켜가면서 기독교의 존재 근거를 인류의 모든 종교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 곧 신적 직관에서 찾았다.

 

 

경건주의자들이 ‘자유’를 강조하면서 기독교 신앙의 최종 권위를 성경이나 문자가 아닌 개개인의 내적 체험에서 찾았다. 경건주의의 성경에 대한 비판적인 자세, 기독교 진리에 대한 느슨한 생각이 자유주의 신학의 역사 비평적 방법에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교회의 생명력을 앗아가는 적에게 성문을 활짝 열어 준 셈이다.

 

경건주의는 루터파 정통주의가 교리와 신학에 치중한 나머지 신앙의 생동감을 잃게 되자, 실천적 신앙과 체험 그리고 생동감 있는 삶에 역점을 두었다. 하나님의 주권적 활동보다 인간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경건주의는 영적 체험이 깊은 관심을 가졌다. 부흥을 일으키는 신앙의 심리학적 형태학(morphology)에 열중했다. 과도할 정도로 인간적인 수단에 의존했다.

 

 

일부 경건주의자들은 기독교 교리나 신학적 신념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종교적 감정과 신앙 체험만을 집중했다. 경건주의는 신앙의 균형을 깨뜨린 채로 인본주의와 자유주의 신학의 도래에 한 몫을 했다.

 

 

경건주의는 현대 복음주의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건주의자들을 하나로 결집시킨 것은 회심과 중생 체험이었다. 새로운 사람, 새 인간성, 인간 변화를 통한 세상의 변화에 초점을 두었다.

 

 

경건주의의 이 전통은 믿는 자의 회심, 기독교적 삶의 실천 등을 역설하는 것으로 복음주의에 영향을 미쳤다. 지성주의적인 신학에 몰두하면서 건조해지고 활기를 잃어가던 정통주의 교회에 뜨거운 개인적 신앙과 종교 체험, 종교적 경험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

 

 

경건주의는 18세기 복음주의적 부흥운동과 그 후 전개된 개신교 신앙운동의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복음주의의 본질을 종교적 체험으로 생각하여, 교리보다 경험을 강조했다.

 

17세기의 경건주의 운동은 18~19세기 웨슬리 부흥운동과 미국의 대 각성운동 그리고 20세기 성결운동과 오순절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종교개혁신학자 존 칼빈의 지성적 신앙을 계승한 17세기 개혁파 정통주의는 18세기 청교도신학과 20세기 근본주의 신학으로 이어지면서 교리를 강조했다.

 

경건주의는 특히 미국에서 꽃을 피웠다. 기도회와 성경공부, 음주와 흡연 금지, 회심과 회개 강조, 열정적 신앙을 구원의 토대와 중생의 증거로 간주하는 전통, 불신자의 지옥 고통에 대한 경고 등으로 나타났다.

 

 

 

경건주의는 오늘날의 복음주의 권에서 회심, 중생, 거룩하고 경건한 삶 등을 강조하는 특징을 계승하고 있다. 회심을 통한 하나님의 은총의 체험을 강조하는 것이 복음주의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회심 체험과 천적 과제를 지향하는 복음주의 신학의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건주의는 교리나 신념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종교적 감정과 신앙 체험만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자제력을 잃었다. 신앙의 균형을 깨뜨린 경건주의는 인간 중심적 자유주의 신학의 도래에 이바지했다. 멧돌 주으려 하다가 집 돌을 잃은 격이었다.

 

 

경건주의는 마냥 경건한 특성을 만을 가진 기독교 흐름이 아니다. 기독교 신앙에서 결핍된 면을 채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기독교 세계에 가져온 것은 실로 비극적이다. 교회를 궤멸시키는 자유주의 신학과 성서비평학의 진입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교의학 교수

 

▶ 아래의 SNS 아이콘을 누르시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