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에 대한 비판, 한국기독교의 수치

by dschoiword posted Dec 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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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베리타스>에 게재된 것이다. 박충구 전 감신대 윤리학 교수의 글이다. 역사 자료로 삼을 목적으로 옮겨 저장한다. 리포르만다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이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목사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렸다. 개신교계 전반은 물론 한기총 내부에서 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지만, 전 목사는 오히려 기세등등한 모습이다. 감신대에서 기독교 윤리를 가르쳤던 박충구 전 교수는 12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한국 기독교의 수치'라는 제하의 글로 전 목사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전 교수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한국 기독교의 수치]


1.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교회 평신도가 새 목사가 온 후 교인이 배나 늘었다고 내게 자랑스럽게 전했다. 교인이 줄어드는 것보다 교인이 느는 것이 자랑스러웠던 모양이다. 교인이 느는 것과 줄어드는 것에 민감한 이들은 신앙생활을 마치 경영자적 입장에서 하는 이들이다. 교회의 크고 작음은 사실 신앙의 내적 성숙이나 깊은 신학적 이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성찰이 없으면 그의 내적 성숙은 없고, 책을 읽지 않으면 그의 신학적 사고가 절로 자랄 리 없기 때문이다.


교회가 커지면 허세를 부리는 이들이 많아진다. 오래전 어느 목사는 설교에서 "우리 교회 이름을 파는 사람이 많아요"라며 은근히 자기 교회에 나오는 것 자체로도 사회적 크레딧이 생긴다는 듯 설교했다. "나 ○○ 교회 나가는 사람이야"라고 하면 저절로 사회적 공신력을 인정받고, 신앙과 품위가 있는 사람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지는 나로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강단에서 그런 설교를 했던 목사는 은퇴하면서 무수한 사람의 반대를 다 물리치고 자기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었다. 성직 세습의 선구자가 된 인물이다. 나는 교회가 커지면 그 교회는 커진 만큼 타락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헌금 액수가 많아지고 권력이 커지면, 돈과 권력에 민감한 소수에게 장악되기 때문이다. 교회가 커지면 신앙생활이 무엇인지, 교회란 무엇인지, 그리고 기독교자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왜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더 깊이 묻고 배울 기회가 없어진다. 그런 질문 자체가 제기될 수 없는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2. 오래전 춘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데 두 여자가 대화하는 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주변에 누가 있는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신이나 이야기를 나눈다. 큰 목소리의 주인공, "우리 교회 목사님 정말 대단하셔. 우리 목사님이 부흥회 가시면 다른 강사 목사님 모실 때보다 헌금이 세 배 네 배 나온대. 왜 그렇겠어, 은혜를 받으니까 그러지. 그래서 우리 목사님은 주마다 집회를 다니셔. 삼 년 동안 일정이 꽉 차 있으시데. 어지간해서는 우리 목사님 모시기가 그렇게 어렵데." 이런 ‘카더라 통신'을 듣고 있던 옆의 여자가 부러운 듯 "정말 대단하시다. 우리 목사님은 한 번도 집회 나가는 일이 없으셔. 오신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교인이 안 늘어. 나도 그 교회로 옮길까 봐...."


우연히 광화문 근처 ○○○교회에 들렀을 때, 서울 지역 여성들의 지역 집회에 초대된 그 목사의 반말 투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어느 교회 집회에서 일어난 일을 빗대 농담 반 진담 반투로 여신도들에게 주의를 주는 소리였다.


"야, 이 미친× 같은 것이 목사에게 대들면 너 어떻게 되는지 알아! 성경도 안 읽었니? 주의 종을 향해 ‘대머리여 대머리여‘ 놀리다가 어찌 되었지? 곰이 나와서 찢어 죽였어!!, 찢어 죽였어어!!"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도 여성들의 "아멘" 소리가 교회에서 합창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그 교회 목사에게 은혜를 받고 있을 여성 신도들을 생각해 보았다. 여성들만 모이는 집회에 그 유명한 목사를 불러 놓고 쌍소리를 섞어가며 늘어놓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아멘, 아멘" 하던 이들과 다름없이 살겠지 싶었다. 어느 교회에서는 목사가 "속옷을 내리라 하면 내릴 태세가 된" 충실한 여성들이 우글거린다. 기독교적 순종이 무엇인지 정말 알기나 하는지.


3. 내가 군대 가기 전, 다니던 교회에 기도를 청산유수로 하는 젊은 전도사가 있었다. 그 교회 담임자는 나이가 많은 여자 전도사님이셨다. 나와 몇 친구들이 오랫동안 다니던 교회 목사가 해외 선교 기관에서 보내주는 구제품을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나 실망하여 차라리 조그만 교회를 도우며 신앙생활 하겠다는 생각으로 그 교회에 나가던 때였다.


그 전도사는 이름 모를 신학교 신학생이었는데 설교도 어지간한 목사 뺨치듯 잘하고, 특히 그가 기도하면 온 회중을 사로잡는 열정적인 기도를 하여 온 교인들이 은혜를 받곤 했다. 그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가 교회 여자 청년 중 미모가 있는 한 사람을 데리고 며칠 여행을 다녀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이후 그 여자 청년은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사정을 아는 교인들은 그 여자 청년을 비난했다. 교회 여론은 당연히 남자 전도사 편이었다. "아니, 어디 여자가 조신하게 지내지 못하고 주의 종을 따라다녀...." 나와 몇 친구들은 사실을 확인해야겠다 싶어 그 전도사를 만나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 전도사는 눈을 꼭 감은 채 아무 소리도 안 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교회를 떠났다. 신도들은 여전히 그에게 받았던 ‘은혜'를 더 못 받게 된 것을 아쉬워할 때마다 그 전도사와 여행을 갔던 처녀를 비난했다. 그들에게는 하나님의 은혜와 전도자의 윤리적인 삶은 별로 상관이 없었다.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믿음만 있으면 된다고 쉽게 생각한다. 사랑의 교회 목사나, 김삼환 목사 부자나, 요즈음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이상한 목사나 모두 부실하기 짝이 없는 교인 덕에 떵떵거리며 산다는 생각이 든다.


4. 히틀러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독일인의 허세를 이용했다. 그는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아 사회 경제적 정의 실현을 위하여 보다 세계 시민적 연대 의식을 부추기고, 민족주의를 희석시키는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를 혐오했다.


그는 또한 순수한 아리안 민족의 혈통을 지키는 것이 그의 전략이요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헌법과 법률보다 더 강력한 수상의 명령이라는 방법으로 살인적 공포정치를 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견 자만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열등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이들을 인간 이하, 살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간주하여 도태시키려 했다. 이런 히틀러에게 동조했던 이들이 있었다. 그의 수하들과 독일 민족의 우수성이라는 허세에 감격해 하던 우둔한 독일 기독교인이다. 이들은 독일 민족에게 위해를 끼치는 집단을 선별하고, 그들에게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저주를 선언하는 일에 동의했다.


교화되지 않는 무수한 동성애자들이 수십만 잡혀 죽었고, 사회적 기여가 없다고 여겨진 부랑아나 집시들도 제거의 대상이었다. 당연히 장애인, 말기 환자, 돼지처럼 욕심이 많다고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던 유대인도 그들 눈에는 살 가치가 없는 존재, 하나님의 섭리에서 이탈한 자들이었다.


무려 6백10만 이상의 사람들이 그들의 저주를 받아 죽임을 당했다. 희대의 살인마 히틀러를 지원한 세력은 지금도 인구의 90% 정도가 신·구교 기독교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독일 기독교인들이었다. 이들의 정신세계를 장악한 논리는 하나님이 아리아(독일)인에게 시대적 해방의 과제를 주었다고 믿게 한 허세와 과장과 오만의 신앙이었다. 그들은 히틀러를 하나님이 내신 주의 종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들의 믿음은 너무나 강고하여 동료 인간 600만 명 이상을 죽이는 일까지 수행할 정도였다.


히틀러가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들은 소수였다. 다수는 대중의 흐름과 심리를 따랐고, 어떤 이들은 비정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대중의 힘이 너무 커서 그 세력에 거스를 용기를 가질 수 없었다. 오직 소수의 지식인, 양심적 군인 등이 모여 히틀러 제거 계획을 세웠다.


당시 목사였던 디트리히 본훼퍼도 이 일에 참여했다. 그가 맡았던 일은 히틀러가 제거된 후 독일과 세계와의 관계망을 신속히 복원하는 과제였다. 본훼퍼는 "미친 자가 거리에서 마차를 마구 몰아 사람들을 치어 죽게 하고 있다면 그 마차의 바퀴에 몸을 던져 마차를 멈추게 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 일에 참여했다. 이런 본훼퍼를 자신과 같은 인물이라고 하는 자가 나타났다. 독재자 이승만을 숭상하고, 군사혁명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헌법을 정지시켰던 전직 일제 장교 독재자 박정희를 최고의 인물로 치켜세우는 자다. 이런 자의 흰소리에 멍청하게 "아멘"을 연호하는 영혼 없는 자들이 적지 않다.


5. 본훼퍼와 뜻을 같이하던 이들이 1934년 독일 고백 교회 운동을 제안하며 불의한 히틀러 세력을 지지하는 영적 오류를 지적하고, 이에 복종해서는 안 될 것을 선언했다. 소위 바르멘 선언문이다. 이 선언문은 그리스도의 이름을 정치 수단화하거나, 정치 수단을 그리스도의 것으로 여기는 정치적 우상숭배를 그 시대의 악이라고 선명하게 표명함으로써 히틀러를 하나님의 종으로 여기는 오류, 그리고 히틀러에게 대한 복종을 하나님에 대한 복종으로 오인하는 기독교인의 어리석음을 명료하게 지적했다.


전광훈 목사 처럼 하나님의 교회를 자신의 지배 수단에 복속시키고, 하나님의 교회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으려는 행위는, 바르멘 선언문에 의하면 그리스도에 대한 배반이자 우상 숭배 행위다.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의 정신을 거역하는 히틀러 정권에 대한 복종은 신앙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정의와 평화의 정신을 위배하는 권력에 대해서는 양심적 저항을 해야 한다는 선언을 실천한 사람이 본훼퍼였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예찬하며 평생 공안 검사로 살아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다음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면서 스스로 예언자임을 참칭하는 전광훈 목사나, 그를 지지한다는 서경석 목사는 ‘양의 탈을 쓴 이리'라 해도 무방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내가 모르는 ‘본웨퍼'라는 인물이 따로 있는지는 몰라도, 전광훈 같은 자를 앞세우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단의 기독교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한국 기독교의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