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터 스탠달 박사(하버드대학교)
새 관점학파와 유대인 장학금
바울과 관련하여 20세기 후반에 신약신학계에 등장한 이른바 '새 관점'은 크리스터 스탠달 박사(Krister Stendahl, 1921-2008)가 쓴 “사도 바울 그리고 서방의 자기 성찰적 양심"(The Apostle Paul and the Introspective Conscience of the West)이라는 한 편의 논문과 <유대인과 이방인 가운데 바울>(Paul Among Jews and Gentiles and Other Essays, 1977)이라는 한 권의 책과 직결되어 있다. 스탠달은 스웨덴 출신 신학자로, 하버드대학교 신학부의 신약신학 교수로 재직했고, 나중에는 보스턴의 유대인계 학교 브랜다이즈대학교에서도 가르쳤다.
스텐달은 마르틴 루터와 어거스틴의 개인 경험이 서구 신학을 주도했다고 비판했다. 바울 신학에서 칭의 이해가 로마서와 갈라디아서에 지엽적으로 등장한다고 했다. 칭의를 구원론에서 교회론 논의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위터스, <바울에 관한 새관점>, 배종열 역, 서울: CLC, 2012, 47-71). 유대교 연구와 기독교와 유대교 간의 대화를 주도했다.
스탠달은 진보계, 자유주의계 신학자이다. ‘오소서 성령이여 새롭게 하소서’라는 주제로 모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캔버라 총회(제7차)에서 성령을 서물들 안에 내재하는 정령 개념으로 해석하는 글을 발표한 적이 있다. 정현경 박사가 초혼제를 지내고, WCC가 하나님의 구원에 제한을 둘 수 없다고 하는 곧 기독교에만 하나님의 구원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공식 천명한 '바아르선언문'을 받아들인 바로 그 총회였다.
스탠달은 신약신학자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의 주인공이다. 그가 유대인 부호로부터 어머어마한 액수의 장학금을 받고서 유대인, 유대민족을 선호, 우대하는 관점의 신학 작업을 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유대주의를 거부하는 경향을 가진 개혁신학 관점을 버리고, 유대인이 아브라함의 언약 덕분에 하나님과의 관계를 가지게 되었고 이제는 율법을 지키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다는 신학 공식을 계발하고 펼친 것으로 알려진다.
김세윤 박사(풀러신학교)는 위 공식 곧 언약적 율법주의(covenantal nomism)와 관계적 칭의론이라는 것을 고스란히 기독교 칭의론과 성화론에 도입하여 '유보적 칭의론'이라는 것을 주창한다. 왜 유대주의 구조를 기독교 신학에 고스란히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새 관점학파의 상당수 신학자들이 유대인 부호들로부터 거액의 장학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돈다. 유대인은 나치에 의한 민족의 수난을 현대 유대인을 위한 구속사건으로 이해한다. 그 참극이 오늘날의 유대인의 지위와 신분을 보장해 주는 선물을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한다. 영리하고 돈 많은 유대인들은 반유대주의가 다른 아닌 해 묵은 기독교 신학에 있다고 생각하고서 이를 바꾸려고 개신교 신학자들에게 천문학적인 액수의 장학금을 주고 사상의 흐름을 바꾸도록 했다는 것이다. 신약신학자들 사이에 공공연히 떠도는 이 소문이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다면 새 관점학파는 수상한 동기로 출범한 것이 분명하다.
유대인 장학금 소문은 신약학자들 사이에 오래 전부터 회자되었다. 이신칭의 복음을 사실상 부정하고 행위와 윤리실천을 칭의의 조건으로 보는 '새 관점'이라는 것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전부터 나돌았다. 만약 스탠달이 유대인으로부터 거액 장학금을 받았고, 새관점학파의 신학자들이 이러한 동기로 유대인에게 우호적인 신학공식을 만들어내고 유대인을 지지하는 논문을 저술, 발표한 것이 사실이면, 스탠탈과 새 관점학파 신학자들의 학문적 노력과 소신은 거액 장학금을 준 유대인 부호들의 의도에 의해 이런 저런 형태로 통제된, 장학금 신학이 분명하다. 새 관점이 의혹과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소문의 성질이 본래 그러하듯이 사실(fact) 확인이 쉽지 않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날리 없다는 속담이 있지만 말이다. 확실한 것은 세 가지이다. (1)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 장학금 루머가 신약신학자들 사이에 있었다는 점, (2) 유대인 가운데는 부호들이 많으며, 그들이 머리가 좋아서 반유대주의를 개선할 방법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것, (3) 떠도는 루머를 뒷바침하듯 20세기 후반에 새 관점학파 신학자들이 유대주의에 우호적인 이론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스탠달 이후, 1990년대에 새 관점학파의 주역을 맡은 샌더스 박사(E. P. Sanders)는 노스캐롤나이나 더함 시에 있는 듀크대학교 신학부의 교수로 재직했다. 샌더스는 감리교회 출신이며 아르미니우스주의자이다. 유대인이 선호하는 이론인 '언약적 율법주의'를 도식화 했다. 바울이 이해한 '언약적 공로주의'는 이방인 선교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곡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샌더스 이후, 새 관점학파 학자들은 줄기차게 유대인에게 우호적이고 유리한 신학 이론들을 펼쳐 왔다. 전통적 기독교의 구원론, 칭의론을 포기하면서까지 유대주의에 편승했다. 스탠달에서 샌더스, 톰라이트, 김세윤까지, 새관점학파가 유대주의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오늘날 바울신학과 관련된 새 관점은 진보계 신학계를 휩쓸고 있고, 한국의 최갑종 교수, 권영경 교수, 김영한 교수도 이 대세에 편승하는 듯, 구원의 탈락가능성, 칭의의 상실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새 관점학파의 시각은 한국교회 목회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
김세윤은 <칭의와 성화>(2013)에서 새 관점과 현대 유대인들의 관련성을 언급한다. 새 관점의 배경인 시대정신(Zeitgeist)를 언급하고, "새 관점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저질러진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깊은 반성을 받고 있는 20세기 후반의 시대정신을 반영한다"(21쪽),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유대교를 긍정적으로 보고, 유대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자는 것이 오늘날의 시대정신의 한 면"이라고 한다. 유대인 대학살 이후의 신학 전반에 걸쳐 반영되는 바, 바울 신학에 대한 '새 관점'도 그러하다. 이러한 친 이스라엘, 친 유대교 정신을 반영하여 과거에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가 유대교를 율법주의적 공로 종교로 지나치게 비하했으므로, 이제는 그것이 은혜의 종교라는 것을 강조하기에 이르렀고, 심지어 '두 언약 이론'까지 대두하게 된 것"(22쪽). 이라고 한다.
김세윤은 바울이 가르친 유대인의 '언약적 공로주의'가 옳지 않다고 하면서, 샌더스의 '언약적 율법주의'라는 신학구도를 받아들인다. 이 공식을 유대가 아닌 기독교의 칭의와 성화에 적용한다. 유보적 칭의론, 관계적 칭의론으로 설명한다. 김세윤은 유대인 율법주의를 매우 우호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새 관점학파의 주장을 비판해 온 김세윤은 그 학파의 일원인 것도 사실이다. 김세윤이 근년에 주창한 유보적 칭의론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새 관점은 김세윤에게서 옛 관점(1547)으로 회귀한다. 다시말하자면 종교개혁운동과 그 신학을 반대한 트렌트공의회(1547)의 칭의론과 일치한다. 현대 로마가톨릭교회는 트렌트공의회 칭의론을 고스란히 수용한다.
김세윤은 자신의 새 관점 칭의론으로 종교개혁운동이 완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칼빈과 웨슬레가 성경보다 위에 있느냐고 항변하면서 자신의 칭의론을 위해 목숨을 걸고 순교할 자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때에, 그는 로마가톨릭 칭의론을 가지고 프로테스탄트 칭의론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일을 위해 순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세윤은 루터와 칼빈이 명확하게 정리한 이신칭의 교리를 미흡한 것으려 여긴다. 김세윤은 트렌트공의회 칭의론 곧 로마가톨릭교회 칭의론을 대변한다. 새 관점이라고 하는 유대인 선호 신학 시류에 편승하여 종교개혁운동의 유산인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은혜'(sola gratia)를 사실상 쓰레기로 취급한다. 힌국교회를 로마가톨릭교회로 '귀정'(歸正)시키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교의학 교수,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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