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교회 세운다는 명목으로 교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 없어야”
한국기독교개혁시보의 글/ 손재익 목사
최근 우리 주위를 보면 개혁주의 혹은 개혁교회를 말하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한국교회에는 늘 그런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교회에 속한 대부분의 장로교회는 개혁주의 신학을 모토로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장로교회는 모두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대소요리문답을 신조로 받아들인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예수교 장로회로 표명하고 있는 교단에 속한 교회들의 홈페이지나 주보나 요람 등에는 대부분 이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내용인즉 “우리교회는 개혁주의 신학을 중요하게 여기는 교회입니다. 우리교회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받아들입니다”라는 내용들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모토일 뿐이요, 겉으로 표방한다고 말할 뿐이지 실지로는 그렇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요즘에는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기존에 개혁주의를 표방한다고 하는 교회보다는 좀 낫지만, 여전히 기존교회의 부조리한 면들을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스스로 개혁교회라고 말하는 교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배나 직분, 교회질서 등에서 전혀 개혁주의 교회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개혁교회로서의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은 교회질서에 관한 것입니다. 교회의 질서를 허무는 행위를 하는 개혁교회 혹은 개혁파 목사라 자칭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변질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교회의 질서가 허물어졌기 때문이라 할 것입니다. 아무렇게나 교회를 옮기고, 아무렇게나 교회를 개척하고, 아무렇게나 교인을 받아주다 보니 교회질서가 완전히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현실 가운데 정말로 기존교회와는 다른 바르고 참된 개혁교회라고 한다면 교회의 질서를 바르게 지키려 해야 합니다.
교회 질서의 여러 가지 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교회와 그 지역교회에 속한 성도의 관계 문제입니다. 성도 혹은 교인이라면 반드시 하나의 지역교회에 가입해야 합니다. 구원받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교회에 가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가나안 교인’, 즉 신앙은 있으나 교회에 나가지는 않는 신앙이라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신앙, 즉 지역 교회에 가입되어 있지 않는 사람, 교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신앙은 사도신경에서 고백하는 바 ‘거룩한 보편교회’를 믿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역교회에 가입되어 있다는 것은 그 교회의 치리 아래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지역교회의 치리 아래에 있는 사람은 소속된 지역교회의 공예배에서 선포되는 말씀과 그 외에 그 교회의 목사의 가르침과 장로의 권면 등을 통해 배우는 자의 위치에 서게 됩니다.
이 때 성도는 반드시 자신이 소속된 교회의 설교와 가르침을 받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교회가 정한 공예배와 여러 모임을 통해서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 지역교회에 속한 회원으로서 마땅히 이행해야 할 의무입니다.
그렇기에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신이 속한 교회가 아닌 다른 모임에 자주 참석한다거나 다른 교회나 모임을 통해서 가르침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물론 오늘날 교회의 비성경적인 상황 속에서 부득불 그렇게 하는 일들이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당회의 허락이나 목사의 지도를 받아서 참석해야 합니다. 이것이 기본적인 교회의 질서입니다.
특히 비정상적인 교회나 목사들이 그러한 일을 조장하고 그로 인해 많은 덕을 보았다 할지라도 개혁교회나 개혁파라 자칭하는 목사들이라면 그러한 일들을 피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기 교회의 성장을 위해서 ‘평신도 신학강좌’나 혹은 ‘성경적인 신앙상담’들과 같은 유사한 이름을 빙자하여 교회 외적인 모임들을 만들어서 다른 교회에 속한 성도들을 자유롭게 참석하도록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실 그 내면을 보면 결국에는 참석자들을 자기 교회로 오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물론 직접 대화해 보면 그러한 의도가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기존 교회에 있는 성도들을 빼오는 것을 목적으로 그러한 모임들을 만들고 다른 교회의 성도들이 참석하도록 강조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닙니다.
기존 교회에 있던 분들이 개인적인 사정이나 하나님의 섭리에 의한 이유로 그 교회를 이탈하여서 개혁교회로 올 때에 받아들이는 것이야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의도적으로 고의적으로 그러한 일들을 꾸미는 것은 썩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양심을 속이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바른 교회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교회의 질서를 무시하고 무너뜨리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은 한국에서 소위 개혁교회라 하는 교회들의 상당수가 ‘수평이동’을 통한 성장이라는 점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점과 그 괘를 같이 합니다. 물론 수평이동 자체가 아예 없을 수는 없습니다. 수평이동이라고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년이 흐른 교회에서 대다수가 수평이동에 의한 성장이었다면 심각하게 그 교회의 본질을 고민해야 합니다.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서 개혁교회를 말하고 개혁주의 신학과 교회를 말하는 이들이 그러한 무질서한 행위를 조장하는 일들은 특별히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신자들은 그러한 사람들의 유혹에 미혹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또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을 가장 성경적인 신앙고백으로 여기는 분들이라면 의당히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을 지향하는 교회에 소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