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마녀사냥 식 정치

by reformanda posted Apr 2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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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마녀사냥 식 정치

 

우리는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이 부끄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대장동 건 수사를 지휘한  송경호 검사는 현재 진행 중인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국정조사 청문회"를 기획된 연극이며진실을 차단한 상태라고 지적한다. 구구절절 국회의원이 부끄러운 직임을 말한다. 대한민국의 불행한 역사의 한 장을 기록한 글이다.

 

송경호 검사는 국정 조사 청문회를 연극으로 묘사하며, 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마녀사냥식 정치를 강력히 비판한다. 이번 국조특위가 명칭부터 이미 '조작기소'라는 결론을 내린 채 시작된 편향된 기획 조사이며, 일부 위원들이 전략 회의를 거쳐 특정 대상을 겨냥한 여론전을 모의한 것은 진실 탐구라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특히 위원들의 구성과 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조사 대상 사건의 변호인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이해충돌의 구조적 결함이 심각하며, 이들이 청문회장에서 증인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겁박하거나 발언권을 봉쇄하는 행위는 법치주의의 최소한의 예우조차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한다. 과거 수사 기관의 행태를 비판하던 국회가 오히려 현재 위력적인 조사와 허위 주장을 자행하며 법치 시스템을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국민의 대표라는 권위 뒤에 숨어 행하는 이러한 정치적 공세는 반드시 국민과 역사의 엄중한 판단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아래는 송경호 검사(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성명문이다.

 

제목: 사법 시스템의 파괴와 마녀사냥 식 정치를 규탄하며

 

청문회의 참뜻을 아십니까? 많은 분이 듣고 질문하다(聽問)’로 알고 계시지만, 법적 의미의 청문은 청취하여 듣다(聽聞)입니다. , 판단의 기초가 되는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증인을 출석시켜 그 증언을 경청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지난 2주간 국민 여러분께서 마주한 국회 청문회의 모습은 어떠했습니까?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증인의 입은 막아서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할 증인에게만 발언권을 독점시키지 않았습니까

 

위원들은 증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본인들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목청 높여 쏟아냈습니다. 그 맞은편, 카메라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는 이른바 쇼츠에 쓰일 자극적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위원들의 고압적인 순간을 촬영하기 바쁜 보좌진들만이 가득했습니다.

 

제가 목도한 청문회는 실체적 진실을 찾는 자리가 아니라, 사전 대본에 따라 치밀하게 기획된 한편의 연극이었습니다. 이에 그 연극 무대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진실과, 이번 청문회가 우리 사회 시스템에 남길 치명적인 폐해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듣지 않는청문회, 그곳에서 차단당한 진실

 

1. 절차적 요건의 충족이 결코 실체적 정의를 담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헌법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8조는 국정조사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한계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확정되지 않은 재판에 단정적으로 '조작 기소'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사법부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는 위헌적 시도입니다.

 

일부 위원들은 국회 의결을 거쳤으므로 적법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절차적 적법실체적 적법이 별개라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간과한 주장입니다. 특히 정당 간 최소한의 합의조차 생략된 채 강행된 일방통행식 의결은, 다수결의 원리를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인 협치와 합의보다 우선시한 절차적 독단에 불과합니다. 모든 절차를 거친 계엄이라도 그 내용이 법치국가의 원리에 반한다면 위헌, 위법한 것과 마찬가지로, 국회 의결이라는 형식적 절차가 내용적 위헌, 위법성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국회 의결만으로 실체적 위헌,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믿는다면, 특정 피고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법 집행 공직자들을 근거 없이 죄인으로 몰아가는 소모적인 '청문회 연극'은 이제 중단되어야 합니다. 차라리 국회 입법을 통해 '공소 취소'라는 목적을 직접 달성하시기 바랍니다.

 

국정조사 결과 조작 기소가 확인되면 법사위원장이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는 법안을 만들고,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조작 기소라는 답안지에 맞춰 그 권한을 직접 행사하십시오

 

스스로 역사적 책임과 비판을 감내하기는 두려워 특검이라는 우회로를 찾는 것이 아니라면, 당당히 본인들의 이름을 걸고 법적·정치적 책임을 직접 결행하시길 바랍니다.

 

2.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은 조작 기소가 가능한 허술한 구조가 아닙니다.

 

검찰이 수많은 인력을 투입해 수백 번의 압수수색을 강행했다는 주장은 사법 실무의 현실을 도외시한 왜곡된 주장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압수수색은 사법부의 엄격한 영장주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영장 한 건을 발부받기 위해 수사팀이 기울이는 법리적 준비와 법관의 심층적인 심리 과정을 고려할 때,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를 내세우는 것은 국민의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입니다.

 

더욱이 국정조사 등에서 제기되는 주요 증거에 대한 조작 의혹은 이미 사법부의 철저한 심리와 교차 검증을 거쳐 객관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대장동 사건'과 같은 대규모 부패 범죄 수사를 위해 적정 규모의 전담 인력이 투입되는 것은 정당한 공무 수행입니다.

 

수사팀은 결코 외부의 의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조작에 가담할 수 있는 폐쇄적 조직이 아닙니다. 검사, 수사관, 실무관으로 구성된 각 팀에는 저마다의 다양한 정치적 성향과 가치관을 가진 구성원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상호 견제와 감시의 눈이 되어 움직입니다. 보는 눈이 도체어 존재하는 개방된 수사 현장에서, 이들 모두가 사실관계 왜곡을 묵인하거나 동조한다는 것은 실무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법 통제와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 수사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특정인을 향한 전면적인 조작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우리 사회의 민주적 근간인 선거 시스템을 부정하며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의혹을 신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극단적인 비합리주의입니다. 국가 시스템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이러한 발언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할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시스템은 결코 그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3. ‘정영학 녹취록(녹음파일)’내 주요 인물 부재 주장은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는 명백한 허위입니다.

 

일부 국조특위 위원들은 대장동 사건의 핵심 증거인 정영학 녹음파일에 이재명, 정진상, 김용의 이름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전체 기록 중 극히 일부만을 선택적으로 인용하여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는 명백한 사실 왜곡입니다.

 

의도적으로 가려진 ‘4년의 시간적 공백’ (2015~2018

 

먼저, 정영학 녹음파일이 가진 '시간적 공백'을 직시해야 합니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자료는 2012~2014, 그리고 2019~2021년 사이의 대화일 뿐입니다. 정 회계사는 법정에서 “2015년 초 별건(변호사법위반)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녹음파일이 압수될 것을 우려해 2018년까지 약 4년간 녹음을 중단했다고 명확히 진술한 바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공백기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수익 배분 구조 확정, 사업협약 체결 등 민간업자들에게 막대한 특혜를 안겨준 핵심 의사결정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시기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범행 시기의 기록이 물리적으로 부재함에도, 이를 악용해 이름이 없다며 무관함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판단을 흐리는 기만적 행태입니다.

 

객관적 기록에 남아있는 실명 언급과 구체적 정황

 

기록이 존재하는 기간의 녹취록(녹음파일)만 보더라도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측근들에 대한 언급은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1,300여 쪽에 달하는 녹취록에서 '이재명' 또는 '시장님'이라는 단어는 무려 21차례나 확인됩니다.

 

20129월경: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유동규, 이재명, 최윤길 세 사람이 처음부터 각본을 짜서 진행한 것"이라며 사업 기획의 주체를 명확히 언급했습니다.

 

20134~7: 유동규 전 본부장이 "내가 시장님을 다 설득할 수 있다", 남욱이 "알아서 구조를 짜오면 시장님한테 보고하겠다"고 언급한 대목은 이재명 당시 시장이 사업 진행 상황을 보고받는 정점에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2014629: 전날(28) 김만배, 유동규, 정진상, 김용 4인방이 모여 이른바 '의형제'를 맺고 사업권을 민간업자들에게 부여하기로 논의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2020324: 김만배가 정영학 회계사에게 "영학이, 나중에 이재명 님 청와대 가면은"이라고 말하며 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전제로 노골적인 존칭('')을 사용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선택적 맹맹(盲盲)'을 멈추고 객관적 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

 

이처럼 정영학 녹취록(녹음파일)’은 이미 수사 및 재판 과정을 통해 그 내용이 공개되었으며, 이재명 전 성남시장 측의 관여 정황을 보여주는 객관적 물증으로 법원에서도 채택되었습니다. 20211월 녹취에서 김만배 씨가 정진상이 20억 원을 요구하는데 지금 당장 돈이 없다고 말한 최측근의 불법 자금 요구 정황까지 추가로 확인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명과 기록을 무시한 채 "이름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허위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려는 '선택적 맹맹(盲盲)'이자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이제라도 정파적 이해를 떠나 공개된 기록 앞의 진실을 마주해야 할 것입니다.

 

. 청문회의 외피를 쓴강압 조사여론 가공의 실태

 

1. 결론을 미리 정해둔기획 국정조사는 위력에 의한 강압 조사의 전형입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명칭부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조특위로 명명되었습니다. 이는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조작 기소라는 예단(豫斷)을 기정사실화했음을 의미합니다. 진실 규명을 목적으로 하는 국정 조사가 특정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설계된 기획 조사로 변질된 것입니다.

 

실제로 일부 위원들이 비공개 전략 회의를 통해 특정 사건에 화력을 집중하고 여론전을 펼치기로 모의했다는 사실은, 이번 국정조사가 중립적인 진실 탐구가 아닌 특정 대상을 겨냥한 정치적 공세였음을 방증합니다.

 

실제 청문회 현장의 모습은 더욱 우려스러웠습니다. 과거 수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엄격히 비판하던 이들이, 정작 청문회장에서는 증인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고함을 치고 일방적인 주장을 강요하며 발언권을 원천 봉쇄했습니다. “위증 처벌을 각오하라”, “특검 수사를 대비하라”, “누가 책임을 전가할지 잘 생각하라는 등의 발언은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공연히 가해진 위력과 겁박에 다름없었습니다. 나아가 증언이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업 총수 소환을 언급하며 압박하는 장면에서는, 우리 사회가 지켜온 법치주의의 최소한의 예우조차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합니다. 특위 위원 중에는 조사 대상 사건 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 법정에서 검사와 공방을 벌였던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고, 정당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했던 이들도 있습니다. 객관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국정조사 위원이 사실상 이해당사자로 활동하는 구조적 결함이 노출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법정 진술을 왜곡한 허위 주장이 난무하고, 국회 밖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공직자에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비속어를 내뱉는 위원까지 등장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기획된 결론에 맞춘 위력적인 조사는 과거의 수사 기관이 아닌 현재의 국회에서 자행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대표라는 권위 뒤에 숨어 행해지는 이러한 행태는 반드시 역사와 국민의 엄중한 판단을 받게 될 것입니다.

 

2. 편향된 미디어와의 부적절한 유착을 통한 여론 호도를 중단하십시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 과정에서 우리는 사법 정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실태를 목격했습니다. 피고인 측은 자금 수수 날짜의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 일정을 꾸며냈습니다. 이후 법정에서 증인이 위증을 자백함에 따라, 이 거짓말을 공모하고 지시한 측근들은 위증교사증거위조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되었습니다.

 

더욱 경악스러운 점은 이 과정에서 드러난여론 조작 단체 대화방의 실체입니다. 피고인의 변호인과 일부 전·현직 기자, 유튜버들이 모인 이 폐쇄적인 텔레그램 방은 사실의 전달이 아닌 재판 개입여론 선동을 목적으로 운영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오간 대화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이거 기삿감입니다. 저희가 가공해서 잘 보도하겠습니다.”“조국은 못 구했지만 이재명은 꼭 구해냅시다!”“이번엔 협업에 나선 변호사님이 계셔서 (보도 양상이) 다를 겁니다.”

 

언론 윤리의 붕괴를 보여주는 참담한 기록입니다. 언론 보도의 본령은 오직 객관적 사실의 전달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 취재가 아닌 가공을 선택했고, 보도가 아닌 유착을 자행했습니다. 이는 이미 언론이라 부를 수 없는,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선전 선동에 불과합니다.

 

최근 해당 대화방의 구성원들이 다시 연명으로 대북송금 사건을 조작으로 몰아가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과거 위증교사 사건 때와 동일한 인물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모습에서조직적 여론 조작의 재현을 의심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공정(公正)”이라는 언론의 사명을 참칭하며 여론을 왜곡하는 일부 세력의 배후에는, 사법 정의의 근간을 흔들려는 고도로 기획된 의도가 숨겨져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눈과 귀를 부릅뜨고, 무엇이 투명한 진실이며 무엇이 가공된 허구인지 냉철하게 통찰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 이번 국정조사가 남길 치명적인 폐해

 

1. 특권층을 성역화하고 공정한 법 집행을 무력화하는 치외법권의 전례가 될 것입니다.

 

이번 청문회의 일차적 목표가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는 최고 권력자 관련 수사를 조작으로 규정하여 특검 발족의 명분으로 삼고, 종국에는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를 무력화하여 면죄부를 주려는 데 있다는 점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본질은 이러한 위헌적 시도의 최종 수혜자가 결국 권력층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직자를 국회로 소환해 온 국민 앞에서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광경이 반복된다면, 향후 어느 공직자가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법의 엄중함을 바로 세울 수 있겠습니까?

 

이제 권력자들은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지위를 남용해 약자 위에 군림해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이번 청문회는 진실을 규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권력자들에게 정치적 영향력만 확보하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끔찍한 권력층의 성역화과정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2. ‘사법 질서의 근간을 흔들어 공동체의 안전과 평온을 위협하는 행위입니다.

 

범죄자 몇 명을 처벌하지 못한다고 해서 국가가 당장 존립 위기를 맞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정인을 비호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정의를 지탱해 온 사법 시스템자체를 파괴한다면 이는 차원이 다른 재앙이 될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교차로에서 신호 위반 차량을 단속한 경찰관이 만취 상태의 권력자를 적발했습니다. 법 앞에 평등한 단속 행위는 공직자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런데 이 권력자는 반성 대신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길을 택합니다. 전국의 모든 신호등을 오로지 황색 점멸등으로만 작동하게 개악(改惡)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화풀이성 시스템 파괴의 혜택은 법을 무시하고 내달리는 거대한 권력자들이 누리게 될 것입니다. 반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신호를 지키며 살아가던 평범한 시민들은 교차로를 지날 때마다 신변의 위협을 느껴야 합니다

 

사법 시스템이 붕괴되면 법의 보호가 가장 절실한 서민들이 가장 먼저, 가장 처참하게 피해를 입게 됩니다. 대한민국이 오랜 세월 쌓아 올린 형사사법 시스템의 근간이 지금 청문회라는 명목하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3. 시스템이 무너진 자리에 남은 것은사법 불신이며,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입니다.

 

국가 운영을 책임지겠다는 정치권이 수사 기관을 흔드는 것을 넘어 사법부의 최종 판단마저 노골적으로 부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사법적 결정에 불복하고 이를 냉소하는 일이 일상이 된다면, 진정으로 보호받아야 할 범죄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는 영영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사법 불신의 원인에 법조인들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현재와 같은 무분별한 선동을 일삼는 정치권의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합니다

 

오늘날의 검찰은 과거보다 훨씬 더 권한이 분산되었고 투명해졌습니다. 소위 검찰 선배라는 명예를 발판 삼아 정계에 진출한 분들이 현재의 검찰을 질타하는 것은 자기모순입니다. 검찰 후배들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작태에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4. 헌법상 권리인 자기부죄거부권을 조롱하며 인권을 후퇴시켰습니다.

 

우리 사회는 오랜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며 헌법상 권리를 쟁취해 왔습니다. 이번 청문회가 남긴 치명적인 폐해 중 하나는, 국회가 앞장서서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피고발인의 자기부죄거부권(증언 및 선서 거부권)’ 행사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는 점입니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공직자가 선서를 거부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정당한 방어권입니다. 권리의 행사는 주체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위원들은 자신 있으면 왜 말을 못 하느냐며 고압적으로 질타하고 인격적 모욕을 가했습니다.

 

그들이 애써 외면하는 명백한 사실이 있습니다. 대장동 사건 재판 당시 이재명 증인은 출석조차 거부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정진상 피고인은 법정에서 모든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박상용 검사를 맹비난하던 특위 위원들 중 당시 단 한 명이라도 이들을 향해 왜 법정에서 떳떳하게 말을 못 하냐고 질타한 적이 있습니까?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정치적 표변(豹變)을 멈추십시오. 원칙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적용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지니는 것입니다.

 

. 마치며: 대본대로 움직이는 기획 연극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청문회를 검색하다 보면, 지난 2022년 출판된 세월호, 우리가 묻지 못한 것 재난 조사 실패의 기록이라는 책의 한 구절이 눈에 띕니다. 이번 국정조사 현장을 지켜본 저로서는 가슴 아프면서도 씁쓸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기에, 이를 인용하며 글을 맺고자 합니다.

 

청문회는 추궁하는 쪽에만 대본이 있는 일종의 연극이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청문회에서 조사관들이 써준 대본을 읽기만 한 위원들도 있었다. ... 국회 보좌관들은 국회의원들을 위해 언제 삿대질을 해야 하는지까지도 지시문으로 넣는다.

 

이 글이 쓰인 지 수년의 시간이 흘렀고 조사 대상은 달라졌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은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진실을 경청하는 청문(聽聞)’ 본연의 장이 시나리오에 따른 형식적인 무대로 변질된 현실에 참담함을 느낍니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을 책임지는 이들이 정파적 이익을 위해 국가의 근간인 형사사법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을 부정하며, 헌법상 보장된 정당한 방어권마저 조롱하는 행태는 이제 중단되어야 합니다. 사법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제물로 삼아 특정 권력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려는 기획된 시도는 결코 역사의 정당성을 얻을 수 없습니다.

 

요란한 고성과 인격적 모독 뒤에 숨겨진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형사사법 시스템의 파괴라는 이 비극적인 연극의 결말이 결국 누구의 피해로 돌아가게 될지, 현명하신 국민 여러분께서 냉철하게 직시하고 엄중히 판단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2026. 4. 22.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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