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영화 '신데렐라' 스틸
신델렐라의 자기 자신 되찾기: 시기 7
― 시기에 대한 한 편의 묵상 (칠거지악, 2-7)
『신데렐라』(Cinderella)는 부당한 학대와 시련 속에서도 주인공 신데렐라가 고난을 이겨내고 초자연적인 원조자의 도움을 받아 결국에는 행복한 삶을 맞는다는 유럽의 민담 구잔설화(口傳說話)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널리 퍼진 이야기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ㄴ다.
『신데렐라』의 메시지는 시기(envy)가 만들어낸 인간의 어두운 정원을 보여주는 오래된 거울과 같은 이야기 책이다. 이 이야기 속에는 화려한 무도회와 수정구두의 반짝임보다 훨씬 더 깊은, 시기와 상처, 그리고 사랑의 침묵이 깃들어 있다.
신데렐라는 원래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나 그녀의 맑은 마음과 숨길 수 없는 아름다움은 계모와 두 의붓언니들의 눈에 거슬리는 빛이었다. 시기의 눈은 언제나 밝은 것을 찾아 어둠으로 덮으려 한다. 그녀가 웃을 때마다 언니들의 마음속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불꽃이 일었고, 그 불꽃은 사랑이 아니라 시기의 열기였다. 시기는 타인을 미워하는 감정보다는 타인의 존재를 견디지 못하는 감정이다.
신데렐라로 말미암아 언니들의 마음은 불편해졌다. 그녀가 더 나은 옷을 입지 않아도, 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녀의 존재 자체가 비교의 거울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기하는 자들이 눈에 비친 신데렐라는 이미 적이었다. 그 결과 그녀는 부엌의 그늘로 쫓겨나 재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이름조차 재투성이(‘Cinderella’)로 불렸다. 시기는 이처럼 존재의 이름을 바꾸는 폭력이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신이 보고 싶은 그림으로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순간 신데렐라는 한 사람의 인격체가 아니라 불편한 상징으로 전락했다.
시기의 구조는 언제나 부조리하다. 상대의 잘못이 아니라, 자신 안의 결핍에서 비롯된 분노 때문이다. 신데렐라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정했고, 인내심이 있었으며,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언니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시기하는 자에게는 타인의 선함이 공격처럼 느껴진다.
언니들은 신데렐라의 착함을 미덕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결핍을 드러내는 거울로 여겼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신데렐라를 시험하고 비난했다. 부당한 일을 시키고 마음을 상하게 했다.
신데렐라의 인내는 그들에게 불편했고, 그녀의 침묵은 그들의 양심을 거슬렸다. 시기는 타인을 무너뜨려야만 자신이 안정을 얻는다고 믿는 병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언니들이 신데렐라를 억누르려 하면 할수록 그녀의 존재는 더욱 빛났다. 재 속에서도, 먼지 속에서도 신데렐라의 내면은 한 송이 꽃처럼 빛을 냈고, 그 빛은 어떤 장식보다도 눈부셨다.
시기는 칼보다 조용하고, 독보다 오래 남는다. 신데렐라는 자신이 왜 미움을 받는지 그 까닭을 몰랐다. 다만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하는 질문을 되뇌며 하루하루를 견디었다. 이것이 시기의 가장 잔인한 점이다.
시기의 피해자는 이유를 알 수 없고, 가해자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시기는 말로 설명될 수 없는 감정이다. 용서받을 수도, 바로잡을 수도 없는 감정이다. 시기하는 자는 자신이 시기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의와 도덕의 언어로 자신을 포장한다.
시기심으로 가득 찬 언니들은 터무니없는 말을 쏟아냈다. “그녀는 너무 요행을 바란다.” “그녀는 겉만 번드르르하다.” 그들은이런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신데렐라의 내면을 조금씩 무너뜨린다. 시기는 비난의 옷을 입은 폭력이다. 그 화살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가장 깊숙이 박힌다.
이 잿빛 이야기 속에도 한 줄기 빛이 있다. 신데렐라에게는 자신의 고통을 바꾸어 줄 초자연적인 구원자가 등장한다. 요정은 단순히 마법을 부리는 존재가 아니라, 신데렐라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순수와 희망의 형상이다. 요정이 나타난 것은 그녀가 완벽했기 때문이 아니다. 끝까지 시기의 불길 속에서도 타인을 미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데렐라의 승리는 복수의 결과가 아니다. 사랑의 인내가 낳은 결실이었다. 그녀는 시기와 증오의 언어 대신 침묵과 기다림으로 응답했다. 그 침묵이야말로 인간의 영혼이 지닐 수 있는 가장 깊은 저항이었다.
신데렐라가 무도회에서 왕자의 사랑을 받는 순간, 언니들은 자신들의 시기가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를 깨닫는다. 그들이 짓밟으려 했던 것은 신데렐라가 아니라, 자신들 안의 불안과 공허였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시기의 불은 이미 그들의 마음을 태워버렸다. 시기는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해 되돌아오는 부메랑이다. 남을 향한 시선으로 시작되지만, 끝내 자신을 상처 입히고 사랑을 잃게 하며 평화를 빼앗는다.
『신데렐라』는 단순한 신화적 성공담이 아니다. 시기라는 무서운 죄에 대한 인간학적 비유다.
신데렐라는 세상의 시기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영혼의 상징으로 남는다. 그녀는 우리에게 “남의 시기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말라”고 말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시기를 불러일으키지만, 그 아름다움을 지키는 힘은 사랑과 인내다. 신데렐라는 증오의 언어 대신 침묵과 선함으로 자신을 지켜냈다. 결국 그녀의 재 속에서 빛나는 순수는 모든 시기의 어둠을 녹여버렸다.
시기는 세상을 어둡게 하지만, 사랑은 그 어둠 속에서도 길을 밝힌다.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결국 왕자를 얻는 이야기보다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녀는 왕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되찾음으로써 행복해진 사람이다. 시기는 그녀를 짓밟으려 했지만, 오히려 그녀를 더 빛나게 했다. 그 빛은 오늘도 말없이 우리에게 속삭인다. “시기받는 자여, 어둠 속에서도 빛나라. 그 빛이 너를 구원하리라.”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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