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고신 총회(총회장 권오헌)가 미래정책연구위원 손현보 목사가 청원한 SFC(학생신앙운동) 폐지 청원의 건을 1년간 연구하기로 했다. 70여 년간 학원복음화운동을 펼쳐온 SFC를 폐지하자는 안건은 총회를 앞두고 교단 안팎의 뜨거운 이슈였다. 캠퍼스 선교의 위기의식을 그대로 드러낸 사안이기도 했다.
부산 포도원교회에서 열린 고신 제72회 정기총회 셋째 날인 22일 오후 회무처리 중 손 목사의 청원 안건이 상정됐다. 총대들은 치열한 토론 끝에 원안인 “학원선교 강화와 대안 제시를 위해 전국학생신앙운동 지도위원회의 상임위원과 위원 및 각 노회 SFC 지도위원장에게 맡겨 1년간 연구”하는 것을 허락했다.
이 사안은 손현보 목사가 총회를 앞둔 7월 초 경주에서 열렸던 각 노회 SFC 지도위원장들과의 연석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손 목사는 SFC의 전도율이 극심하게 저조하고 조직은 방대하다는 점을 들어 폐지 혹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교단에선 이를 두고 두 달여 간 찬반 양론이 오갔다.
손 목사는 청원에서 “지난 10년간 SFC 전도 보고와 통계에 따라 시대에 맞지도 않고 저조하고 효율적이지 않은 SFC의 폐지를 청원한다”며 “한 교회보다도 전도의 성과가 더 없지만 조직은 너무나 방대한 SFC 조직의 존속 가치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대로의 사역으로는 효과나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다. 시대가 변하면 조직도 변해야 하고,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조직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정책연구원은 SFC 본부 자료에 근거해 지난 10년(2012~2022년) SFC 운동원 1명당 전도 인원은 0.02~0.03명 수준인 반면, 100명이 넘는 간사들과 운동원들이 10년간 총회와 노회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100억 이상이라고 했다.
연구원은 “학원 복음화를 가치로 내걸었던 전도의 수치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조직이 생존할 수 있겠는가”라며 “운동원도 거의 없고 전도도 0%가 80%을 차지한다. 그런데도 모여서 세미나한 자료밖에 없다. 세미나도 성경 해석이 대부분이고, 한 강사는 <진화론적 창조론>을 강의해 간사들이 ‘새로운 눈’이 열렸다고 극찬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면서도 간사라는 사람들이 극좌파들이 하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시위하고 있으니 우리가 알고 있는 SFC가 맞나.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 교회 중심이 맞나. 지난 총회때 SFC는 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그렇게 하면 전도가 안 된다’고 답했다. 이것이 인본주의와 자유주의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했다.
또 “한정된 재원으로 둘 다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면 SFC 간사들 몇몇만 모여 세미나하는 것보다 고신교단 전체 부교역자들이 세미나에 참석해 교육받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며, 개선의 기회를 주자는 의견에는 “지금까지 해마다 그렇게 해 왔다.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는데 논란만 벌이다 기회를 놓치면 통탄할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정책연구원은 대안으로 총회장 직속 총회 목회자훈련원(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고신 교단 전체 다음세대 담당 목회자들이 1년에 1주일씩 세미나를 의무 참석해 새로운 교육을 받고 전도와 영적 동력을 얻게 한다는 취지다.
연구원은 “현재 우리 교단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면 더 이상 목회자 재교육이 사실상 없고 더 이상의 체계적인 목회정보도 얻기 어렵다”며 “교단의 젊은 목회자들이 서로 도전받고 확산시키면 새로운 활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손 목사의 주장에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총회 SFC 상임위원 안병만 목사(열방교회)는 코람데오닷컴 기고를 통해 “성도의 수가 줄어들거나 혹은 현상 유지만 하는 교회는 문을 다 닫아야 하는가. 성과와 수치로만 따진다면 가임 가정의 아이 출생률이 0.87%인데 그렇다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가정제도를 폐지하고 젊은이들이 가정을 이루지 않아야 한단 말인가”라고 했다.
안 목사는 “SFC는 교단 초창기부터 교회의 개혁주의 신앙의 기치를 들고 많은 목회자와 선교사 국가 지도자를 배출하는 못자리 역할을 해 왔다”며 “전도의 열매가 없는 교회를 폐지하고 전도의 성과가 없는 선교사와 선교지는 폐지해야 한다면 어떤 교회만 이 땅에 존재해야 할까. 수치의 결과를 두고 따지면 (12명 혹은 70명 제자를 삼은) 예수님의 공동체도 폐지했어야만 했을 것”이라고 했다.
고신대 황대우 교수는 “자료에 있는 도표들이 어디서 어떻게 도출된 자료인지 전혀 밝히지 않았다. SFC의 전도에 대한 자료 역시 무엇에 근거한 분석인지 알 수 없고, 정확도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며 “비록 지도자들의 눈에 단점이 아무리 커 보이고 아쉬워도 폐지가 답은 아니다. (다만) SFC도 학생선교단체의 역할과 역량을 얼마나 잘 감당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고, 개선할 것은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총회 현장에서는 “고신교단 소속 주일학교 학생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꼭 SFC를 폐지해야만 하는가. 오히려 더 많은 간사들을 투입시켜 미래세대를 교육시키자”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SDC가 고신 총회 산하 기관이 아니기에 총회서 폐지를 논할 권한이 없다는 의견, 재정적 지원 중단만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치열한 논쟁을 펼치다 지도위원회 상임위원, 및 각 노회 SFC 지도위원장에게 맡겨 1년간 연구하자는 안건을 표결 끝에 가결했다.
크리스천투데이, 2022.09.2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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