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룡 목사
강원룡 목사와 WCC의 용공성 시비
밴쿠버총회 후유증 앓는 진보교회
보고회서 뒤늦게 강원룡 목사 비난벽보사건 등 드러나
중앙일보
입력 1983.09.29 00:00
한국 진보교회들이 제6차 세계교회협의회(WCC) 밴쿠버총회(7월 24일∼8월 10일)참석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후유증의 병인은 중앙위회장단에 출마했던 강원룡 목사 비난벽보사건과 WCC의 용공성시비-
이같은 후유증은 최근 봉동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정의희(KNCC)의 WCC총회 보고회를 계기로 열린 공방과 함께 밖으로 노출됐다.
밴쿠버총회의 한국교회 여성대표였던 이태영 박사는 보고회에서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 같아 이 자리에 섰다”고 전제한 후 총회참석자들의 자국이익우선주의, 한국대표들의 자세, 미국단죄 일변도의 흐름 등과 같은 WCC의 문제점등을 신랄히 비판했다.
남북분단의 책임이 강대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못하고 돌아온 한국대표단의 자세는 앞으로의 WCC총회 참석에는 진실된 국철도모의 치밀한 사전전략을 가지고 나가도록 시정돼야한다고 지적됐다.
이 박사는 “WCC의 용공성시비는 실력자들의 발언에 좌우되는 흐름 속에서 미국만이 지구상의 죄악을 저지를 국가라고 단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소련에 상대적 이익을 주게 되고 급기야는 용공단체로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 비판했다.
보고회 참석자들의 강 목사 비난벽보사건 질문은 한국교회의 뜨거운 자생을 채찍질했고 KNCC를 중심한 진보노선의 험·수파간 갈등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WCC 총회 「벽보사건」의 골자는 한국교회를 대표해 회장단에 출마한 강 목사를 “한국정부 체제의 지지자 자문위원”이라고 비난한 벽보가 총회장 곳곳에 나붙었던 사건이다.
선거결과는 당초의 강 목사 우세를 뒤엎고 22대 7로 인도의 「그레고리우스」목사에게 참패했다. 따라서 질문은 이 벽보사건에의 일부 한국교회대표 관련여부와 벽보가 강 목사의 참패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데로 초점이 모아졌다. 이같은 분석이나 주장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게 없지만 이미 교계에서는 널리 설왕설래해 왔다.
KNCC측의 답변은 “회장단선거가 가열되자 강 목사를 「국정자문위원」, 인도입후보자를 「KGB 앞잡이」라고 비난하는 벽보들이 나붙었지만 그것이 당낙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고 했다.
강 목사의 패인은 교파 안배라는 WCC총회 원칙과 사전 선거정보의 부족 때문이라는 것.
어쨌든 이 사건은 강 목사 자신이나 한국교회 WCC 총회참석자들이 일체의 국내 거론을 원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공개됐고, 강 목사 소속교단인 기장에서는 개운치 않은 메아리의 뒷공론을 남기도 했다.
WCC의 용공성 시비는 총회의 성명서들이 미국의 중남미정책과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을 다루는데 불공평했다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즉 니카라과·과테말라·엘살바도르·온두라스 등에 대한 미국대외정책 비판 성명은 “중남미인민들의 여망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의 대외국 군사개입은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일체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아프가니스탄 문제에는 “전반적인 정치적 해결에 도달할 때까지 소련군의 주둔이 허용돼야하며 반공반군에 대한 원조는 중단돼야한다”는 성명을 채택했다.
아프가니스탄 대표 「알렉산더·말릭」주교의 격렬한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이 같은 반미친소 성명채택은 WCC 탈퇴위협으로까지 맞선 소련대표들의 자국규탄 반대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KNCC보고회는 이를 “WCC의 성명은 당해국 교회가 반대하면 채택하지 않는게 상례이고 동구교회의 미묘한 입장을 서연교회가 충분히 이해해 주다보니 결국 반서방 친공산 경향을 보이게됐다”고 설명했다.
보고회는 또 “미국교회는 자국정부를 꾸짖어주기 바라지만 소련회원교단은 자국정부비판을 삼가주기 바라기 때문에 이큐메니컬 정신의 회원교단 의사존중을 따르다보니 일어난 현상”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WCC총회는 이밖에도 정부의 교회탄압에 대한 구원을 호소한 소련기독인들의 진정 2건을 묵살해 버렸다는 것이다.
어쨌든 WCC의 “반미 친소한계성”은 이번 총회에서도 용공의심을 해소하지 못한채 『타임』 『뉴스위크』지 등과 같은 세계 언론들의 비판을 받기까지 했다.
<이은윤기자>
▶ 아래의 SNS 아이콘을 누르시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