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민/ 사진 An SueYe
성공한 구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
미얀마의 군부가 쿠테타로 정권을 잡았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군경은 실탄을 발포하여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은 쿠테타 세력으로 불리지만 법개정을 통하여 합법성을 부여받으면 어떤 이름으로 불리게 될까? 미얀마 국민과 국제사회가 인정해주는 정당한 정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미얀마는 법에 의해서 통치되는 법치주의 사회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물론 불량한 정부일지라도 국민의 안전과 질서, 생명을 지키기 위한 범위 내에서는 그들의 통치 행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세력을 공고히 하기 위하여 국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억압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합법성은 물론이고 정당성 또한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미얀마 군부의 강경 진압은 후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
1995년 서울지검 공안 1부 장윤O 검사는 전두환 노태우를 고발한 시민단체에게 이러한 입장을 밝히며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내린다. 군사 쿠테타로 정권을 잡고 합법적인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을 개정하고 그 개정된 헌법에 따라서 국가를 통치했기 때문에 그 통치의 정당성이 인정되는바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검찰의 판단에 대해서 대법원과 헌재에서는 쿠테타로 정권을 잡고 헌법을 개정해서 국가를 통치했다고 해도 군사 반란과 내란을 통해서 폭력으로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 상태에서 헌법을 개정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헌법 질서 아래에서는 헌법이 정한 민주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의 대상이 되며...이는 정의의 관념과 형평의 원칙에도 합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나라의 대법원과 헌재에서도 법조문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법의 정신, 법의 목적인 정의와 같은 자연법을 더 앞세웠다. “모든 개별의 법조문보다 강한 법적 근본 명제가 있으니, 이에 반하는 법률은 명백히 그 효력을 잃는다. 이 근본 명제를 사람들은 자연법 혹은 이성법이라고 부른다.” 독일의 유명한 법철학자 라드부르흐의 말이다. 법률 그 자체보다 더 강력한 법원칙이 있다는 말이다.
이 법원칙에 어긋나는 법률은 아무리 헌법에 의해서 합법성을 득한다고 해도 그 정당성까지 인정받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합법성과 함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헌법 상위에 존재하는 자연법 즉, 정의와 선, 평화의 원리를 내용으로 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법의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이 자연법의 원리에 상응하는 헌법과 법률만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 유신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면서 헌법 상위에 있는 인간의 존엄성과 천부인권이라는 자연법의 원리를 강조했던 자칭 민주화세력이 자연법의 원리보다 법률 자체를 더 앞세우는 퇴행적 행보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들은 법치와 법치에 의한 정의를 구현한다고 주장하나 실상은 권력을 가진 자신들을 위한 합법한 시스템을 하나씩 구축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합법성이 헌법 상위에 있는 자연법의 원리에 의해서 결코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자신들이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치라는 허상의 만능키를 앞세워 사상누각을 세우려고 한다.
바이마르공화국의 사회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지낸 후 법무장관을 역임한 후 다시 강단으로 돌아왔다가 나치에 의해서 자유주의자라는 이유로 강단에서 퇴출당했던 라드부르흐는 현실정치에 몸담고 있었을 때 자기 아내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지금 이 순간에 본연대로 존립하고자 하는 임무와 시도도 없이 순전히 관조만 하는 교수로서 존재함은 한번 생의 현실에 섰었던 사람에게는 얼마나 끔찍하고 모멸적인지 이제 비로소 분명해져 옵니다.”
순전히 관조하는 교수로서 존재함이 얼마나 끔찍하고 모멸적인가? 아무런 사명감이나 그 사명감을 이루기 위한 어떤 몸부림도 없이 지켜만 보면 육신은 편할 수 있으나, 양심이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몸부림쳐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자유와 민주를 외치며 거리로 맨 몸으로 뛰쳐나온 미얀마 국민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김대운 (경성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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