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친일파 전통』과 개혁신학

by reformanda posted Apr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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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성 수상회 2002.jpg


 한국교회 친일파 전통과 개혁신학


김영한 박사 (숭실대학교 교수, 한국개혁신학회 회장)




고신대학교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역사신학을 가르치는 최덕성 교수께서 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수여하는 신학자대상(大賞)-학술상을 받으신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축하한다.


최덕성 교수는 종교개혁사와 기독교교리사를 전공했고, 미국 리폼신학대학원과 예일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에모리대학교에서 역사신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래, 고신대학교-고려신학대학원에서 가르쳐 온 중견 신학자이다. 그동안 한국교회사에서 아직도 취급되지 않은 중요한 사건들을 학문적으로 밝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빛나는 논지와 신나는 논문쓰기, 일본기독교의 양심선언, 개혁신학의 활력등 주요 저서를 출간했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복음주의 신학을 추구하는 20여 개의 신학대학과 대학교들과 수 백 명의 신학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신학회이다. 이 신학회는 지난 200110월에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덕성 교수께 그가 저술하신 저서들 가운데서 특히 한국교회 친일파 전통이라는 책의 학문적 탁월성과 공헌을 인정하여 신학자대상을 수여했다. 내가 학회장으로 봉사하고 있을 때 수상식을 가졌다.

      

최덕성 교수의 한국교회 친일파 전통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숨겨놓았던 과거사, 특히 신사참배의 수치스런 역사에 대하여 자세히 서술하고 한국교회의 과거청산 작업을 요청하는 새로운 시각의 역사해석서이다. 여태까지 한국교회사가 주로 교권을 가진 자들의 입장에서 쓰여진 것이라면, 위 저서는 이러한 교권에서 소외된 자들의 시각에서 출발하여 한국교회사를 신앙고백적, 신학적 입장에서 해석하고 서술하는 바 지금까지 시도된 바 없는 매우 독창적인 접근방법이다.


한국교회의 주요 사건들과 신사참배에 대한 부분적인 기존의 연구들은 있었다. 그러나 이것들은 대부분 일제의 신사에 참배하고 일제에게 협력함으로써 교회와 신학교의 운영을 오도(誤導)한 자들의 입장에서 쓰여졌다. 교권에서 소외된 교단과 그 지도자들의 입장은 주류적 한국교회사에서 배제되었다. 그리하여 이들 교권을 가진 자들의 역사적인 과오 그리고 신사참배를 조직적으로 대항한 교회지도자들과 성도들의 순교적인 행동은 분리주의적이고 독선적인 행동으로 왜곡되어 왔다. 최덕성 교수의 수상작은 복음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이 사건들을 서술함으로써 잊혀진 한국교회사의 일부분을 재건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있다.    

수상패 복음주의신학회.jpg



최덕성 교수는 신사참배가 단순히 정치적인 의식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을 배교하는 우상숭배 의식이요 기독교와 신사의식을 혼합하는 혼합종교 의식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제의 신사참배강요에 너무나 쉽게 굴종해버린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의 배교적 행위에 관하여 명료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모두 신사참배를 한 것이 아니라 주기철, 주남선, 이기선, 한상동 목사 등이 조직적인 신사참배거부운동을 국내에서 전개한 것에 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만주 할빈지역의 교회에서 신사참배 거부운동의 일환으로 장로교인 언약”(1940)이 작성되어 선언된 것도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언약이 나치 하에서 독일고백교회가 공포한 바르멘 신학선언에 상응하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덕성 교수는 한국교회의 친일파 전통에 대하여 고신교단의 견해로 서술하면서도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차 문헌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여태까지의 한국교회사의 서술이 주로 진보주의자들에 의하여 기술된 탓으로 신사참배와 같이 한국교회의 정체성, 즉 교회가 서고 넘어지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간단하게 언급하고 지나가거나, 민족주의적으로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최덕성 교수는 개혁주의적이고 복음주의적 정통신학의 입장에서 명료하게 그리고 서구 교회사의 비슷한 사건들에 대한 박식한 지식을 가지고 서로를 비교하는 작업을 통하여 지나간 한국교회의 역사에 대한 왜곡된 해석을 명료하게 수정해 주고 있다.  


독일교회는 스튜트가르트에 모인 총회(19451018-19)에서 나치 통치하에서 독일교회가 나치에 협력한 사실을 인정하고 회개하면서 지난날의 과오에 대하여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청산을 했다. 이런 의미에서 독일교회는 한국교회 보다 열려있고 양심적이고 윤리적이다고 말할 수 있다. 독일교회가 명백히 공개적인 과거청산을 하였기 때문에 독일사회와 정치인들도 명백한 과거청산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 결과로 1989년 동서독이 통일되는 것에 관하여 서구 이웃 나라들이 동의해 주는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일본교회도 1995년 패전 50주년을 기하여 신사참배를 명백한 우상숭배로 규정하고 그것이 국민의례라는 일제의 주장이 기만책이었고 또 그것이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는 일제의 주장이 궤변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것은 일본교회의 양심선언이다. 일본교회는 오늘날의 일본정부가 옛 군국주의 일본으로 복귀하려는 경향에 대하여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리하여 일본교회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의 교회들과 궤를 같이하는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전례 없는 획기적인 일이요 수적으로 적은 일본교회의 내실적인 면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어떠한가? 양적으로 엄청나게 팽창했으나 신사참배 행위에 대하여 공적인 회개와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현금 한국과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외교와 정치의 영역에서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저지른 만행, 한국과 아시아에 대한 침략과 위안부 강제 징용에 대하여 공개적인 사과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회개할 줄 모른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바로 과거의 과오를 뉘우칠 줄 모르고 은폐하는 한국교회와 그 지도자들의 잘못된 의식에 가해져야 할 것이다. 1938년 장로교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가결한 총회장 홍택기 목사가 신사참배에 대한 회개와 청산을 각인이 하나님과의 직접관계에서 해결할 성질의 것이라고 선언한 이래 한국교회는 과거사에 대한 공적인 참회고백을 회피해 했고 지금도 침묵과 은폐로 일관해 오고 있다. 한국교회는 과거사를 호도(糊塗)해 온 비신앙적이고 비양심적인 태도에 대하여 깊이 자성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경직 목사가 템플턴상 수상 축하연에서 나는 신사참배를 한 죄인입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한국교회는 역사적인 중대한 배교행위에 대한 이 같은 참회의 정신과 자숙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부끄러운 과거사를 청산하고 이제는 미래의 연합을 향하여 나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최덕성 교수가 수상작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한국교회는 앞으로 친일파 전통과 이러한 자기 잘못을 호도하고 오히려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비양심적 윤리의식과 결별하는 새로운 쇄신운동을 가져야 한다.


최덕성 교수의 신학자대상 수상을 축하드리면서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앞으로도 한국교회 안에 숨어 있는 교회사의 과오와 문제들을 학자적 양심에서 드러내면서 한국교회의 발전을 위하여 교회의 잘못된 전통 그리고 계승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전통을 들추어 내어달라는 것이다.


최덕성 교수가 봉사하고 있는 고려신학대학원은 교정을 부산에서 수도에 가까운 천안으로 옮겼으며, 한국교회의 신앙과 신학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역사적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최덕성 교수의 이러한 학문적 업적과 열정은 고신대 교수들의 학문적 저력을 대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정통 개혁주의 신학을 전통으로 지닌 고려신학대학원 교수들의 학문적 활동도 기대하여 본다.


정통 개혁신학은 역사와 동떨어져 과거로만 회귀하는 닫힌 복고신학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적 현실에 복음적인 정신과 구체적인 실천으로 참여하여 우리의 부조리한 현실을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이 드러나는 광장으로 변혁시키는 역동적이고 열린 신학이다. 이제 한국교회와 신학계에 신사참배거부 운동의 너무나 값진 신앙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고신교단 교회와 신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사적 사명 감당을 기대한다.


(김영한 박사, 20021125일,  최덕성 교수 신학자대상수상축하회에서 발표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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