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과 사회주의 국가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전염병 예방·통제보다는 공권으로 사회 불안을 막으려 하다가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초래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못하는 사태를 몰고 왔다. 전체주의 를 지향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한계를 보여준다.
중국 경찰은 ‘우한 폐렴’ 발병 초기에 이 사실을 위챗 모바일 채팅 온라인으로 알린 의사 8명을 유언비어 혐의로 체포하여 형사처분했다. 2019년 12월 30일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을 경고한 중국 후베이(湖北) 성 우한 중심병원 안과의사 리원량(李文亮·34) 등이 “후베이성 우한에서 ‘새로운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출현했다,” “화난 수산시장에서 사스 환자 7명이 나왔다”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의대 동기 단체 방에서 자신의 환자들이 사스와 유사한 병을 진단받고 격리 중이라는 소식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화난 시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지목되는 곳이다.
우한 경찰은 의사 8명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며 체포했다. 반성교육·자기비판 등의 형사 처분을 했다.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조사를 받은 뒤 ‘침묵하겠다,’ ‘나의 행동을 되돌아보겠다,’ ‘다시는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라는 요지의 문서에 서명한 뒤 겨우 풀려났다. 사망한 리 씨는 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소식을 다른 이들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의사 리원량 씨가 지난 3일 공안 파출소에서 서명한 '훈계서' [리원량 웨이보]
리원량 씨는 확진 판정 후 집중치료실에서 투병 생활을 해 왔다. 병상에서 진행한 미 CNN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당국으로부터 침묵을 강요당했던 정황에 대해 설명하며 중국의 미진한 초기 대응을 강력히 비판했다. 인터뷰는 심한 기침과 발열로 통화가 어려워 위챗으로 진행됐다.
리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웨이보 등을 통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유언비어 아니냐. 믿고 싶지 않다”며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그의 부모와 임신한 부인도 감염됐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지난 달 28일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우한의 8명의 의사들이 올린 글이 “완전히 날조된 것은 아니며 악의적이지도 않다. 이런 소문이 자기 보호 의식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염병에 희생된 의사 리원량 씨의 생전의 생생한 모습
우한은 공포 가득한 황량한 도시로 변했다. 어느 동영상은 텅 빈 거리를 행보하는 세 명의 바이러스 방지 복으로 무장한 감시자들이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소총을 소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시민 폭동을 대비한 모습과 같았다. 질병 통제를 총으로 하려 함은 나치즘에서 볼 수 있는 전체주의 발상이다. 한편 중국 정부 관리들은 배기통이 달린 특수 마스크를 쓰고 의료진을 만나고 의료진은 값싼 일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었다.
우산에 고립된 시민들 사이에는 정부 관리들이 구호 물품을 빼돌린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우한 시에 여러 나라에서 거액의 지원금이 도착한다고 한다. 누가 그 돈을 어디에 사용하는 지 공개하라고 아우성이다. 시민들이 공산당 관리들을 불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국민들의 반발로 정치 권력자들은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정부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1월 28일 뒤늦게 위 사실을 인정했다. 시민들은 “당국이 그의 경고를 제 때 귀담아 들었다면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의사들의 용기를 칭송했다.
정부는 체제 유지에 과민하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을 알렸던 ‘영웅’을 ‘내부고발자’로 체포하여 처벌했다. 사회주위 국가는 정치권력 유지에 연연했지, 중국을 강타하고 전 세계에 공포를 가져다 줄 전염병의 초기 단계 진압과 통제 노력은 하지 않았다.
슈퍼 바이러스가 사회주의 국가에서만 창궐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대책이 생명중심이 아닌 정권의 권력유지에만 신경쓰는 모습이다. 수백명의 목숨이 사라졌는 데도 대책이 정부중심이다 보니, 운영에 한계가 있고, 정보를 자세히 공개하지도 않는다. 생명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미진하고, 개개인의 사회참여도 저조하다. 위기 대처에는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사회주의보다 더 효과적이다.
중국 공산당 통치는 사멸의 기로에 서 있다. 공산당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와 국민 보호를 위해 목숨을 바치면 국민들의 원성이 줄어 들 것이고, 사멸을 면할 수 있다. 중국에는 8956만 명(2018년말 기준)의 공산당원들이 있다. 모택동(毛澤東)이 살이 있다면 “중국 정부는 공산당 당원들을 폐렴 바이러스 치료와 혼란 수습 현장에 즉각 전원 투입하라”고 할 것이다. “의료진은 뒤로 물러나고 공산당원들이 일선으로 뛰어들라”고 외칠 것이다.
공산당원들은 국민의 이익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서약한 자들이다. 그 말이 입술에 발린 말이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가 왔다.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공산당 통치는 끝장이다. 이 위중한 시기에 말로만 하던 충성과 헌신을 직접 보여라. 뒤로 물러서지 말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는 전제주의(totalitarianism)적 사회주의 국가의 한계를 드러냈다.
끝
아래의 글은 청년연구소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글이다. 놀랍다. 리원양이 우한교회 성도였다고 한다. 리원량은 세상을 위한 하나님의 입이었다고 한다. 국민 영웅으로 부활한 중국 우한의 의사 리원량(李文亮, 1985~2020), 그의 아내 푸쉐제(付雪洁)가 정리한 남편의 마지막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동이 트지 않았지만 나는 갑니다! 가야 할 시간, 나루터는 아직 어둡고, 배웅하는 이 없이 눈가에 눈송이만 떨어집니다. 그립습니다. 눈송이가 눈시울을 적십니다.
캄캄한 밤은 어둡고, 어두움에 집집마다 환하던 등불조차 떠올릴 수 없습니다. 일생 빛을 찾았습니다. 스스로 반짝인다 자랑했습니다. 온힘을 다했지만 등불을 켜지는 못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어젯밤 눈바람 무릅쓰고 나를 보러 왔던 여러분! 가족처럼 저를 지키며 밤새 잠 못 이루던 여러분 감사합니다. 하지만 연약한 인간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본디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사람입니다. 어느날 하나님이 나에게 그의 뜻을 백성에게 전하라 하셨습니다.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 나에게 태평한 세상에 소란피우지 말라며, 도시 가득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이 보이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가 지금의 안녕을 계속 믿게 하기 위해 나는 단지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습니다. 선홍색 인장으로 내 말이 모두 동화 속 꿈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왕관을 쓴 치명적인 황후는 반란을 위해 속세에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천하는 다시 북적거렸습니다. 누구도 몰랐습니다. 거대한 비극이 곧 성문을 잠그리라고는.
이후 하늘이 대노하고 산하는 시들고 나는 병들었습니다. 내 가족까지 모두 병들었습니다. 우리는 천 송이 만 송이 눈보라처럼 송이송이 흩날렸습니다.
봄이 오고 강물이 녹으면 가족과 만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 때가 되면 노란 유채꽃밭에 앉아 흩날리는 꽃 송이 송이 새며 하루 일 분 일 초를 보내리라 여겼습니다.
기다렸습니다. 어젯밤 눈 내리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나님이 내 머리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착하지, 나와 같이 가자. 인간은 가치가 없어! 이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비록 인간은 빈한하고 하늘은 따뜻한 곳이더라도 말이죠. 저승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기 두렵습니다. 고향을 떠올려도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사실 나의 기개는 보증서 한 장으로 죽었습니다. 나는 계속 햇볕이 비치듯 살아 생명을 노래하고 소나무 잣나무를 찬미하고 싶었습니다. 이 나라 이 땅을 깊이 사랑했습니다. .
이제 내 육신은 죽지만 한 줌 재가 되기 전에 조용히 고향의 검은 땅과 하얀 구름을 떠올립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니 바람은 마음껏 춤추고 눈은 새하얗게 티 한 점 없습니다.
삶은 참 좋지만 나는 갑니다. 나는 다시는 가족의 얼굴을 쓰다듬을 수 없습니다. 아이와 함께 우한 동호(東湖)로 봄 나들이를 갈 수 없습니다.
부모님과 우한대학 벗꽃 놀이를 할 수 없습니다. 흰구름 깊은 곳까지 연을 날릴 수도 없습니다. 나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이와 만나기를 꿈꿨습니다. 아들일지 딸일지 태어나면 뜨거운 눈물을 머금고 사람의 물결 속에서 나를 찾을 것입니다.
미안하다, 아이야! 나는 네가 평범한 아버지를 원했음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평민 영웅이 되었구나.
하늘이 곧 밝습니다. 나는 가야합니다. 한 장의 보증서를 들고서, 이 일생 유일한 행낭입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의 모든 나를 이해하고 나를 동정하고 나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 나는 당신들이 모두 동트는 새벽을, 내가 산마루 건너기를 기다릴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합니다.
이번 생애 태산보다 무겁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새털처럼 가볍기를 두려워 하지도 않았습니다. 유일한 바램은 얼음과 눈이 녹은 뒤 세상 모든 이가 여전히 대지를 사랑하고 여전히 조국을 믿기를 희망합니다.
봄이 와 벼락이 칠 때 만일 누군가 나를 기념하려는 이가 있다면 나를 위해 작디작은 비석하나 세워주기 바랍니다! 우람할 필요 없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왔다 갔음을 증명해 줄 수만 있으면 됩니다. 이름과 성은 있었지만 아는 것도 두려움도 없었다고.
내 묘지명은 한 마디로 충분합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하여 말을 했습니다(他爲蒼生說過話).”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1989-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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