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눈물겨운 노력을 보면서

by dschoiword posted Dec 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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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의 눈물겨운 노력을 보면서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습니다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인데 어떤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로 쓰입니다이 말은 무책임한 사람이 많은 시대에 꼭 필요한 말이고 좋은 말입니다그런데 이 말은 성도의 삶에 있어서는 사소한 부분에서만 맞고 근본적인 부분에서는 맞지 않는 말입니다성도가 자기가 잘못을 저지르고 자기가 책임지지 않는 것은 교회를 허무는 악행입니다그래서 바울은 갈라디아서 6장 4절과 5절에서 각각 자기의 일을 살피라라고 했고 또 각각 자기의 짐을 질 것이라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저지른 것 중에 정말로 큰 문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그 죄 값을 치르려면 자기 목숨을 내어 놓아야 하는 큰 죄는 무슨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그래서 우리에게는 은혜가 필요한데 이상하게 사람들은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 앞에 나아가기를 즐겨하지 않습니다하나님을 못 믿어서일까요내 문제는 내가 해결한다는 자존심 때문일까요이유가 무엇이든지 그래봐야 자기만 더 고생할 뿐입니다.

 

야곱은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큰 죄를 지었습니다어머니 리브가와 짜고 노안(老眼)으로 눈이 먼 아버지 이삭을 속여서 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것입니다또 어머니가 기지(奇智)를 발휘하여 외삼촌 집으로 피신해서 20년간 살면서 가정도 이루고 많은 재산도 형성했습니다그런데 외삼촌 집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자 자기 형의 분노가 두려웠습니다창세기 32장에는 형의 분노를 풀거나 피해를 최소화해 보기 위한 야곱의 필사적인 노력이 나열되어 있습니다야곱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로 눈물겨운 노력입니다.

 

야곱은 먼저 에서에게 전령을 보냈습니다에서에게 가서 자기에게 너그러운 사랑을 베풀어 주기를 바란다고 전하라고 했습니다그런데 전령이 돌아와서 전한 소식은 에서가 400명이나 되는 사람을 거느리고 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답답한 야곱은 자기 재산을 두 떼로 나누었습니다재산이란 주로 가축들인데 에서가 한 떼를 공격하면 나머지는 도망하겠다는 작전이었습니다그런데 이게 말이 안 됩니다에서가 오면 야곱을 공격하지 가축을 공격할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님께 기도도 드렸습니다에서의 손에서 자기를 구원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다음날 야곱은 에서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아마 밤새 궁리한 아이디어였겠죠그 선물은 암염소가 200마리이고 숫염소가 20마리입니다암양이 200마리에다가 숫양도 20마리입니다낙타가 30마리이고 낙타의 새끼도 30마리였습니다암소가 40마리이고 황소가 10마리입니다암나귀가 20마리이고 새끼나귀가 10마리입니다이게 다 몇 마리이며 값으로 치면 얼마나 될까요이 정도면 전쟁에 패한 왕의 공물만큼 많습니다.

 

야곱은 이 선물들을 한꺼번에 보내지 않고 세 떼로 나누어 종들에게 맡겼습니다가다가 에서를 만나면 공손하게 말하라고 당부를 했습니다에서가 이 많은 선물을 보고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렸을 때 두 번째 선물을 만나고 기분이 좋아지고 마지막 선물을 받고 완전히 마음이 풀리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도 야곱은 안심이 되지 않았습니다그래서 아내들과 자녀들만 보내고 자신은 얍복 나루를 건너지 않고 남았습니다사람이 자식이 하나라도 죽으면 따라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더구나 명예를 중히 여기던 고대에는 가족을 보호하지 못한 남자는 살았어도 죽은 목숨이었습니다그런데 그는 혼자라도 살겠다고 처자식만 보내고 혼자 남았습니다.

 

이 얼마나 눈물겹고 인간적인 모습입니까잘 살아 보겠다고 아버지를 속여 형의 축복을 가로채기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지 방법을 모르겠습니다야곱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보면 얼마나 가엽습니까살고 싶은 야곱은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실 이런 일이 있기 전에 야곱은 천사의 군대를 만났습니다천사가 하나도 아니고 천사의 군대를 만났습니다그 천사를 보고 야곱은 하나님의 군대라고 불렀습니다그 정도 군대이면 에서의 군대 400명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야곱은 하나님의 군대를 만난 것에 대해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마치 길 가다가 모르는 사람 몇 명을 지나친 것처럼 그걸로 끝입니다.

 

야곱의 이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계시던 하나님은 결국 그 밤에 야곱을 찾아 오셨습니다그리고 야곱을 붙잡고 씨름을 시작했습니다그 씨름이 그레코로만형 씨름인지 일본식 스모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알 수 있는 것은 마지막에 하나님이 야곱에게 놓아 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그때 야곱은 당신이 나에게 축복해 주셔야 놓아드리겠다고 한 것입니다하나님이 야곱을 축복하고 떠나시자 야곱은 그 장소를 브니엘(하나님의 얼굴)이라고 불렀습니다.

 

야곱은 자기를 찾아와 씨름한 그 사람이 하나님인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습니다그리고 죽을힘을 다해 하나님을 붙들고 놓지 않았습니다지금 자기가 사는 길은 하나님을 붙잡는 그 길 뿐임을 알았던 겁니다날이 새고 나서 야곱은 400명을 거느리고 오는 에서를 맞이했습니다그런데 에서는 더 이상 살기등등한 형이 아니었습니다달려와서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애틋한 형제 사이였습니다모든 문제는 이미 다 해결되었습니다야곱의 눈물겨운 노력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하나님을 붙들고 놓지 않았더니 하나님이 해결해 주셨습니다.

 

최광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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