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년 대에 교회의 미래가 있는가?
아래는 한스 큉 <가톨릭 교회>(서울: 을유문화사, 2006) 의 서평이다. <가톨릭의 역사>(2012)로 재 출간되었다.
한스 큉 <가톨릭 교회> 가톨릭(catholic)이라는 말은, '전체와 연관된' 혹은 '보편'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카톨리코스(kathoikos)에서 유래한다. 이 용어는 보통 오늘날 천주교회를 가리킬 때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가톨릭 교회는 말 그대로 전체적, 보편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을까? 생존해 있는 20세기 최고의 가톨릭 신학자인 <가톨릭 교회>의 저자 한스 큉은 이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는 가톨릭 신자들조차 자신들의 교회를 '로마 가톨릭'이라고 부른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말하는 '로마'라는 수식어가 가톨릭(보편적)이라는 말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모순어법에 지나지 않음을 꼬집는다.
저자가 보기에 지금의 가톨릭 교회는 피임 금지, 성직자 결혼 금지, 여자 사제 서품 금지 등으로 여성을 차별하고 유산, 동성애, 안락사의 문제에 대한 비타협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황은 결코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교황 무류성의 태도로 인해 보편과 포괄은커녕 세계적으로 사회 정치적 분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가톨릭 교회의 권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태도는 과거에 저지른 지성의 탄압, 종교 재판, 마녀 사냥과 화형, 유대인 핍박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와 같은 가톨릭 교회의 지난날 범죄들에 대해 큉은 이 책의 서문에서 역사적 문맥에서 이해할 수는 있으나 용서할 수 없다는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그는 가톨릭 신학자이면서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교회에 대해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던 탓에 당시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979년 가톨릭 교수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그러한 바티칸의 감시와 탄압이 끊이지 않았지만, 큉은 자신을 키운 교회를 떠나지 않고 가톨릭 신부직을 유지하면서 칠십 세가 넘은 고령의 나이임에도 누구보다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의 이러한 교회 비판은 교회의 잘못만을 들추어 무분별하게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라 가톨릭 교회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나온 고언(苦言)이다. 진정으로 보편적인 교회로 나아가기 위하여 성서의 복음 정신에 충실하여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이 책은 무려 1070쪽(국판)에 달하는 그의 방대한 저서 <그리스도교-본질과 역사>를 보다 대중적으로 간명하게 요약한 것이다. 그는 여기에서 가톨릭 교회의 복잡다단하고 기나긴 역사 전개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가톨릭 교회의 지난 20세기 역사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비판, 그리고 가톨릭 교회가 무엇이며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네 가지 개혁의 큰 틀을 제시한다. 비록 교회사가는 아니지만, 오랜 신학 연구를 통해 얻은 해박한 신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대가다운 자신의 독특한 통찰력으로 교회의 과거를 속도감 있게 정리하고 있다.
그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교회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 꼬였는지,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 어떤 시도와 노력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가톨릭 신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비록 이 책이 가톨릭 교회를 말하고 있지만 유대교, 정교회, 개신교까지 분열의 역사를 극복하고 하나될 수 있는 방향을 훌륭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독자들에게도 기독교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수준있는 교양서로 추천할 만하다.
결말에 이르러 큉은 3천 년대에 교회에 미래가 있으려면 다음의 네 가지를 충족해야한다고 말한다.
1. 기독교의 기원에 뿌리를 내리고 현대의 임무에 집중하는 교회
2. 고착된 가부장주의를 타파하고 모든 면에서 여성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교회
3. 배타적 신앙 고백, 관료주의를 극복하고 교회일치운동 실천
4. 유럽 중심적 로마 제국주의 교회가 아니라 언제나 더 큰 진리에 존경을 나타내는 포용적이고 포괄적인 교회
한스 큉 지음, 배국원 옮김, <가톨릭 교회>, (을유문화사), 값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