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하는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으로 보복전에 들어갔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난민촌과 학교, 병원 등 민간인 밀집지역에 무차별 폭격으로 많은 민간인과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에 가슴이 아픕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기도해야할지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일부 극우 기독교인의 주장처럼 이스라엘의 회복을 집단적 회심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이스라엘을 지지하거나 전쟁을 옹호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 관점은 다음 세 가지 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첫째, 성경 계시의 점진성과 통일성을 놓치고 있습니다. 하나님 말씀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진적으로 완성되고, 구약과 신약은 일대일로 연결되기보다는 유기적인 통일성을 갖습니다.
즉, 구약의 선민 이스라엘은 신약시대인 오늘날 이스라엘 민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택자로 구성된 교회, 곧 영적 이스라엘을 가리킵니다.
둘째, 하나님의 구원역사 가운데 줄기차게 흐르는 "언약사상"을 놓칩니다. 첫 사람 아담은 하나님이 명하신 행위언약(창 2:17)을 깨뜨렸습니다. 그러나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은 복음을 준비하시고(창 3:15), 당신의 언약백성을 통해 은혜언약을 이어가십니다(노아- 아브라함- 모세- 다윗).
마침내 이 언약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성취되고, 모든 신자에게 유효하도록 성령께서 적용하사(엡 1:13) 재림의 때에 완성됩니다(계 21:5). 이스라엘의 집단적 회심(롬11:26)은 이스라엘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에 동참하게될 유대인을 말하는 것입니다.
셋째, 언약의 통일성이 내포하고 있는 언약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놓칩니다. 신약시대의 영적 이스라엘은 혈통의 원리를 따른 표면적 유대인이 아니라, 믿음의 원리를 따르고 마음에 할례를 받은 이면적 유대인입니다(롬 2:28,29).
약속의 땅은 더 이상 지리적 가나안땅이 아니라, 천성을 향해 순례하는 하나님의 교회입니다. 회복해야 하는 것은 이스라엘 민족 왕국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통치하시는 하나님 나라입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것만 받아들여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우를 범하기 쉬운 부류 중에 하나가 종교집단입니다. 이들의 신념이 똘똘 뭉쳐져서 그 사안에 종교적 신념과 헌신이 장착될 때, 끔찍하고 무서운 결과가 초래됩니다. '십자군 전쟁'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금도 이슬람권의 선교사님들은 십자군이 준 상처와 오해를 씻기 위해 오랜 시간의 수고를 하고 있습니다.
시온이즘은 흩어진 이스라엘을 똘똘 뭉치게도 하였지만, 2천년동안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팔레스탄인을 상대로 제1차(1948), 제2차(1956), 제3차(1967), 제4차(1973) 중동전쟁을 촉발시킨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인스타인들에 대한 인종청소를 감행했습니다. 가자지구를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으로 만들었습니다. 약 230만 명이 물자도 식량도 차단된 곳에서 갇힌 신세로 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나치에게 당한 끔찍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학살)를 복수나 하는 듯이 팔레스타인에게 분노를 쏟아 붓고 있는 듯합니다.
독일인 신학자 칼 바르트는 "한 손에는 성경, 한 손에는 신문을 들고 기도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일 뿐 아니라 온 우주의 하나님이십니다(골 1:20).
공공신학이란 온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통치를 증언하는 교회의 신학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믿는 바가 맹목적인 종교적 신념에 기초한 것인지, 아니면 건전한 신학과 하나님의 성품과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것인지 돌아볼 수 있는 유연한 균형감과 겸손한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 대하여 우리는 복잡한 국제정세와 다양한 역학관계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관점도 얘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도합니다. 하나님, 이스라엘과 하마스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아야 한다는 국제법적 조약, 어린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인도적 차원에서 전쟁을 중단하게 하소서. 우리는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하나님이여, 전쟁을 그치게 해 주소서.
피는 피를 부르고 불행이 거듭되지 않게 하소서. 복수가 복수로 이어지는 고리가 끊어지게 하소서. 전쟁이 군수물자를 팔아 돈벌이를 하는 기회가 되지 않게 하소서.
하나님,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는 저 불행한 땅에 주께서 은혜와 긍휼을 베풀어주소서. 관련된 각국의 정상들이 자국의 이익을 넘어 세계시민으로서 화해와 공존을 도모하게 하소서. 세계의 기독교회가 힘을 합쳐 그 땅의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게 하소서. 필요한 자원들이 난민들에게 신속히 공급되도록 기도합니다.
원제: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황경철
한국대학생선교회 사역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목회학 전공 목회학석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철학박사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공 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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