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통합 마타그라볼리지렌
WCC 바로알기 19
1. 독일어 ‘마타그라볼리지렌’은 헛된 글쓰기 시도를 뜻한다. 마타-마타이온(헬라어로 헛됨을 의미하는 접두어). 그라-그라페인(글쓰기), 볼리지렌(물 깊이재다)의 합성어이다. ‘말짱 꽝,’ ‘말짱 황,’ '굿포낫싱'(good for nothing)에 해당한다. 통속적인 용어로는 '쓰레기'라는 뜻이다.
2. 예장 통합 2021년 제106회 총회는 “WCC에서 탈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과 함께 <복음과 에큐메니칼 신앙: 대한예수교장로회(PCK)의 뿌리와 정체성>(2021)이라는 소책자를 공식 채택했다. 이 책은 WCC를 변론적으로 설명하는 글 모음집이다. 이 결정은 WCC 제11차 총회(2022)를 1년 앞 둔 시점에 이루어졌다.
3. 위 책은 에큐메니칼위원회가 작성하고 총회가 받아들였다. 예장 통합의 여러 노회들이 “WCC와 NCCK의 정체성에 관한 입장 정리와 도움이 되지 않을 시 총회가 이 단체들에서 탈퇴해 달라”는 헌의안들에 대한 답변을 담고 있다.
4. 예장 통합은 동시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탈퇴하지 않기도 결정했다. NCCK는 WCC 회원 단체이며, 한국 지부 역할을 하고 있다.
5. 한국의 기독교 언론사들은 예장 통합이 WCC에서 탈퇴하지 않기로 결정한 소식을 보도했다. 신임총회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WCC-NCCK, 동성애 전면 내세우면 바로 탈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CC는 동성애를 2013년 부산총회에서 다루었지만 극적으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2022년에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회집하는 WCC 제11차 총회가 동성애, 동성결혼 지지 아젠다를 통과시킬 가능성이 크다.
6. 예장 통합이 WCC 안건과 관련하여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손해를 많이 봤다”고 하는 말이다. 신도들의 WCC에 대한 오해 때문에 교단 산하 교회를 떠나 다른 교단의 교회로 옮겨갔다는 말인듯 하다. 2013년 부산총회 이후 예장 통합의 신앙의 순수성을 의심하면서 WCC 회원 교단이라는 이유로 상당수 신도들이 떠났다는 것이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관련 어느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 교단의 멤버는 2020년까지 6년 동안 50만 명이 줄었고, 2019-2020 한 해에 10만 명이 줄었다고 한다.
7. 에큐메니칼 위원회는 예장 통합의 "손해" “교인수 감소”가 주로 WCC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위 소책자는 신도 이탈을 억제할 목적으로 WCC의 정체성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정리한 한 것이다. 5명의 쓴 단편 글들로 구성된 모음집이다. 전국 교회에 발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8. 논문이나 글을 발표하거나 책을 출간함은 기꺼이 비평적 논의를 수용하겠다고 하는 학문적, 사회적 약속을 전제로 한다. 예장 통합의 에큐메니칼 신앙에 대한 설명문, 해명문은 신성불가침 영역의 문서가 아니다. 세심한 분석, 진위(眞僞), 정사(正邪), 의도 등을 가려내는 비판을 자청한다. 이 책 때문에 예장 통합의 신뢰도가 추락되고 신도 수가 더 감소될 수 가능성이 없지 않다. 책은 널리 보급되었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9. 위 소책자의 핵심 개요는 8가지이다. 다음과 같다. 첫째, 손윤탁 박사(남대문교회)의 글 “우리 교단의 신학과 정책”은 예장 통합의 복음적인 신앙을 지향한다는 요지이다. 마치 예장 고신의 선교선언문 같은 인상을 준다. 그렇다면, 손윤탁의 말대로 예장 통합의 신학과 정책이 복음적이라면, 왜 이 교단은 비복음적인 WCC에 가담하고 지원하는가? 손윤탁은 이 중요한 주제를 다루지 않는다.
10. 둘째, 금주섭 박사(장로회신학대학교 특임교수)는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지 않는다고 한다. 종교 간의 대화는 지향하지만, 종교다원주의 곧 모든 종교가 동일하며 하나님의 구원의 길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한다. "WCC는 종교 간의 대화를 지향합니다.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지 않습니다"(50쪽)고 한다. 금주섭은 동영상 강의에서도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종교 간의 대화를 시도한다고 '종교다원주의'인가 하는 말로 항변한다. 금주섭의 주장은 사실호도이다. 거짓말이다. WCC는 여러 가지 공식 문서들에서 "하나님의 구원에 제한이 없다"는 말로 종교다원주의를 분명하게 표방한다.
11. 정병준 박사(서울장신대학교 교회사 교수)도 WCC의 모든 회원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에 외에 다른 구원이 있다고 말하는 종교 다원주의를 반대합니다"(67쪽)라고 한다. 정병준은 WCC가 '무당신학자' 로 일컬어지는 정현경 박사가 이 에큐메니칼 단체의 제7차 총회에서 행한 초혼제(招魂祭)와 무관하다고 잘라 말한다. 정현경 개인의 일탈이었다고 한다. 정병준이 자기 주장의 전거로 삼은 WCC 문서는 초혼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글이다(68쪽).
12. 셋째, 예장 통합이 자신을 '복음적 에큐메니칼 운동 지향한다‘는 말이다. 과연 이 말은 신뢰할 만한가? 복음적이라고 하면서 복음적이지 않은 에큐메니칼 운동에 앞장서고 WCC에 적극 가담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과연 예장 통합이 복음적 에큐메니칼 운동'을 지향하는가? 진정으로 '복음적 에큐메니칼 신앙'을 추구한다면 왜 비복음적이고 탈기독교적인 성향을 가진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자로 자처하는가?
13. 넷째, '에큐메니칼 운동'이라는 용어를 개념 없이 사용함으로써 ‘진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에큐메니칼 운동을 혼동하게 한다. 에큐메니칼은 교회들의 연합일치운동을 지칭하는 보통명사이다. 한국의 예장 고신, 예장 합동, 예장 합신,예장 대신 등도 ‘복음적 에큐메니칼 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개혁신앙을 지향하는 교회들, 복음적인 교회들이 추구하는 '진리 안에서의 일치' 운동을 에큐메니칼 운동이라고 한다. 한기총, 한교연, 한교총, 한장연은 ‘복음적’ 에큐메니칼 단체이다. '에큐메니칼'은 WCC 중심의 진보계 교회연합일치운동이 독점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니다.
14. '에큐메니칼'은 신약성경 헬라어 본문에 15 차례 등장하는 '오이쿠메네'(oikumene)에서 연유한 단어이다. '세상'을 뜻한다. 로마제국, 세상 전체, 심판을 받을 세상, 마귀가 다스리는 세상, 구원받아야 할 세상, 장차 올 세상 등을 일컫는다.
15. 초대교회는 광범위한 지중해 연안의 동방지역과 서방지역 교회들의 전체 모임을 '에큐메니칼' 공의회라고 일컬었다. 제1차 에큐메니칼 공의회는 325년에 모인 니케아공의회이다. 제2차 에큐메니칼 공의회는 381년 콘스탄티노플에서 모였다. 제3차 에큐메니칼 공의회는 431년에 에베소에서 모였다. 제4차 에큐메니칼 공의회는 451년에 에베소에서 모였다.
16. 나는 교회론을 가르치는 ‘에큐메니스트’이다. 고신대학교 고려신학대학원에서 20년 동안 여러 차례 <에큐메닉스>(교회연합일치학)라는 과목을 가르쳤다, <에큐메니칼 운동과 다원주의>라는 책을 저술했다. 프로테스탄트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의 일치 방법도 모색하는 에큐메니칼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로마가 성경과 초기 기독교로 돌아가고, 교리와 제도를 개혁하면 재결합이 가능하다고 본다.
17. 다섯째, 예장 통합이 ‘에큐메니칼 신앙’을 지향한다고 천명하면서 ‘복음적’이라는 조건을 붙이는 것은 기독교가 배척해야 할 포용주의, 신앙무차별주의, 다원주의적 특성을 담아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복음적 에큐메니칼 운동을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천명하면서도 진보계 에큐메니칼 운동에 적극 가담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모순이다. 예수와 결혼하고 부처와 동침하고 알라와 놀겠다는 식의 신앙무차별주의, 포용주의, 다원주의 태도를 대변한다.
18. 여섯째, 위 소책자가 말하는 ‘복음적 에큐메니칼 신앙' 곧 예장 통합이 복음적이라는 표현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1959년의 교단 출범이 WCC와 직결되어 있다. 이 때 미국북장로교회 ‘에큐메니칼 선교부’의 재정적인 도움을 받았다(Doug Choi, Korean Christianity, 2012, 마지막장에서 상론한다).
19. 무엇보다도 예장 통합은 에큐메니칼 신학자 이형기 박사(전 장로회신학대학교)의 영향 아래 있다. 이형기는 예장 통합의 에큐메니칼 신학 확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신학자이다. 그는 WCC 신학을 예장 통합 안에 정착 확대시켰다. 동일한 시각, 입장을 가진 많은 제자들을 양육해 왔다. 위 책자의 핵심적인 글을 쓴 금주섭 박사, 정병준 그리고 예장 통합 다섯 지역의 신학대학교들에서 가르치는 다수의 신학교수들과 특히 선교학 교수들은 이형기에게서 사사하고 에큐메니칼 사상을 배웠을 것이 자명한다.
20. 이형기는 자신이 ‘복음적 에큐메니트’가 아님을 명확히 한다. 저서 <나의 신학사상의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자신이 종교개혁 개념의 정통신학에서 신정통주의신학으로, 이른바 바르트신학에서 다시 에큐메니칼 신학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 한다.
21. 이형기는 자신을 '복음적 에큐메니스트'라고 하지 않는다. 더 이상 역사적 기독교 신학을 따르지 않으면 복음적 에큐메니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WCC 중심의 진보계 에큐메니칼 신학을 자신의 신학적 정체성으로 천명한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모 교수가 이형기의 신학사상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비판하는 글을 발표한 적도 있다.
22. 예장 통합은 이형기가 작성을 주도한 독자적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신앙고백서를 가지고 있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와 불일치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정통주의, 신정통주의, 진보계 에큐메니칼 사상이 혼재되어 있는 고백문이다.
23. 이형기는 복음적 에큐메니칼이 아닌 진보계 에큐메니칼 노선을 따르고 있다. 현재 예장 통합의 에큐메니칼 신학과 운동을 이끌어가고 주창하는 인물들, 예컨대 금주섭 박사, 정병준 박사와 장로회신학대학교의 교수들, 에큐메니칼위원회 위원들은 복음적 에큐메니칼을 지향하지 않는다. 진보계 에큐메칼 신앙과 노선을 지지하고 있다.
24. 일곱째, 예장 통합은 자신이 ‘장자교단’이 아니라 ‘어머니교단’이라고 한다. 에큐메니칼위원회의 보고를 받음으로써 더 이상 장자 교단이 아니라 어머니 교단이라는 것을 공식화 했다. '어머니 교단'은 제106회 총회가 WCC에서 탈퇴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등장한 말이다. 장자교단이 아니라 어머니 교단이라고 함은 들과 딸들을 품는 어머니처럼, 복음적 신앙과 진보계 WCC 에큐메니칼 운동을 동시에 아우르겠다는 뜻이다. 포용주의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여전히 대표성을 지닌 교단이라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25. 어머니 교단이란 용어를 동원하여 복음적 신앙을 버리지 않으면서 진보계 에큐메니칼 운동을 지향하겠다고 함은 결혼은 예수와 하고 동침은 부처와 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두 신랑을 동심에 섬기겠다는 의미이다. 신앙무차별주의 노선을 계속 지향하겠다는 뜻이다. WCC 에큐메니칼 신앙을 계속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26. 어머니 교단이라는 용어는 예장 통합 에큐메니칼 위원회가 핵심 비켜가기와 위기 모면 용으로 대표성을 가진 교단이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등장시킨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신학자들의 모임인 점을 고려하면, WCC가 2000년대에 들어서서 읊조리고 있는 "이중 소속"(dobule belonging)을 반영한 것 같기도 하다. WCC가 불교 기독인( Buddhist Christian), 힌두교 기독교인(Hindu Christian), 기독교 신도교인(Christian Shintoist) 등 이중 종교 소속을 용인하는 것과 직결되어 있어 보인다. 하나의 종교만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영적인 '홈'(home)을 지니는 풍토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WCC, Religious Plurality and Christian Self-Understanding, 2006, para 10).
27. 여덟째, 예장 통합이 '복음적 에큐메니칼'을 강조하면서도 WCC에 적극 가담하겠다고 함은, 자신이 WCC를 복음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WCC 초대 총무 비셔트 후프트가 실패하고, 이 단체의 출범과 발전에 기여한 레슬리 뉴비긴도 성사시키지 못한 것을 예장 통합 신학자나 지도자가 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예장 통합 안에 어느 신학자가 그것을 가능케 할 것인가? 금주섭 박사가 오랫동안 유급직원으로 제네바에서 근무하면서, 특히 선교전도위원회 총무였음에도 이 단체를 복음적으로 바꾸지 못했다. WCC 신학을 옹호하는 금주섭과 정병준이 이 단체의 신학을 바꿀 것인가? 이 교단 안에 WCC의 신학을 복음적으로 바꿀 강한 의지와 능력을 가진 신학자가 있는가?
28. 예장 통합이 주도하여 WCC의 신학을 바꾸고 흐름을 복음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가능한가? 과연 WCC가 복음주의 메시지를 수용할 것인가? 신학의 흐름을 바꾸는 것을 용납할 것인가
29. 예장 통합의 공식 문서 <복음적 에큐메니칼 신앙>을 읽은 뒤 내 머리에 독일어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마타그라볼리지렌’이다. 이 단어는 마타-마타이온(헬라어로 헛됨을 의미하는 접두어). 그라-그라페인(글쓰기), 볼리지렌(물 깊이재다)의 합성어이다. 마타그라볼리제(프랑스어)는 16세기 프랑스 작가 프랑스와 라분레의 소설 <가르장티아>에 처음 등장한다. 마타그라볼리제(프랑스어), 마타그라볼리지렌(독어)은 헛된 글쓰기 시도라는 말이다. ‘말짱 꽝,’ ‘말짱 황,’ '굿포낫싱'(good for nothing)에 해당한다. 통속적으로는 '쓰레기'라는 뜻이다.
30. '마타그라볼리지렌'은 독일인 요한 게오르게 하만이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평가하면서 사용한 용어이다. 칸트가 10년 공을 들인 글쓰기가 쓸모 없는 헛수고라고 평했다. <순수이성비판>에 대한 최초의 논박서 <메타비판>은 칸트가 문제제기는 했지만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한다. 칸트가 아는 것 너머에 무엇이 있다고 한다.
31. 구약성경 전도자는 예장 통합 교단을 향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 1:2). 에큐메니칼 위원회와 금주섭 박사와 정병준 박사를 향하여 말한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 12:8).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교의학 교수, ,BREADTV-유유미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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