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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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충만하면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가?

 

이민규 교수(한국성서대학교), 뉴스미션, 2015-11-01

   

우울증에 관한 일반 기독교인들의 오해는 정말 끝이 없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너무 많은 우울증을 앓는 기독교인이 추가로 고통을 받는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다.

 

의학적으로 우울증(Depressive Episode)이란 증상을 표현하는 용어이고 정식 명칭은 우울장애 혹은 주요우울장애다(Depressive Disorder, 혹은 Major Depressive Disorder). 이 글에선 대중적인 명칭인 우울증으로 통일하겠다. 여기서 우울증은 스트레스 방어기제가 정상인 사람도 현실의 괴리 속에 자주 겪는 우울감이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치료가 가능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병리적 우울 장애를 뜻한다.

 

중증 우울증 환자가 겪는 고통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식욕도 사라지고 잠도 안오고 모든 것이 귀찮은 수준의 아픈 실연을 당해본 적이 있는가? 그래서 너무 고통스러워 그냥 죽어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가? 그런 고통이 밤낮으로 수십 년 혹은 평생 계속된다고 생각해보라. 그게 수많은 우울증 환자가 겪는 현실이다.

 

한마디로 아무리 모든 이가 부러워하는 것을 다 가졌다 해도, 이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 땅에서 지옥을 사는 이가 우울증 환자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률이 매우 높은 이유다. 그런 상황에서 자살하지 않고 버텨온 사람이 대단한 것이다. 의지가 약한 사람이 아니다. “힘들지 않은 사람 어디 있다고, 왜 자살을 해?”란 질문 자체가 참으로 우울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일반인들은 절대로 우울증 환자의 사고체계를 이해할 수 없다. 끊임없는 마음의 고통이 지속되면 그 사람의 세계관과 사고체계가 정상인이 이해할 수 없는 상태로 변한다. 고통으로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래서 어리석은 말이나 행동을 하고 그 일 때문에 가뜩이나 고통스러운 마음은 더 큰 상처를 입는다.

 

예전에 한 어머니가 필자에게, 우울증에 시달리던 어느 날 사랑하는 어린 두 자녀를 고층 베란다에서 던져 버리고 같이 죽으려다 베란다 끝에서 정신이 들어 멈추었다는 말을 했다. 한편 다행이지만 솔직하게 그때 필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어머니란 사람이 저럴 수가 있지?” 그게 우울증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이해할 수 없는 사고를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한다. 환자 본인조차 치료받은 후에는 과거에 자신이 왜 그랬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정도다. 주변에 보면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소한 말이나 일이 우울증 환자에겐 우주의 재앙같이 큰 사건처럼 느껴진다. 어떤 사람은 모르는 이가 길에서 자기에게 언성을 높였다는 일로 심각하게 고통 받고 평생 그 동네를 피해 다닌다. 면접에 떨어진 것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다. 이상하다고? 그 사람에겐 그 일이 죽을 만큼 괴로운 일이다. 계속 머릿속에서 연상이 되기 때문이다. ? 스트레스 방어기제가 고장 났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고 동기부여가 안 되는 것은 이 때문이지, 그 사람의 의지가 약하거나 신앙심이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란 말이다.

 

현대의학이 밝혀낸 우울증에 관한 진실을 모르는 기독교인들이 우울증에 관해 오해하는 몇 가지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울증을 신앙 없음과 결부시키는 것이 아마 가장 큰 오해일 것이다. 우울증은 믿음이 없어서 생기는 질병이 아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트레스 방어기제가 고장 나서 생긴 질병이다. 성령 충만하다면, 예수님을 진실하게 인격적으로 만났다면 절대로 우울증에 걸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다면 역사 속에서 루터, 스펄전, 그리고 헨리 나우엔이나 옥한흠 목사님은 진실하게 예수님을 믿지 않은 사람인가? 신앙이 좋은 사람도 우울증을 앓는다. 신앙이 없어도 우울증이 없는 이도 많다. 우울증을 믿음이 부족한 현상으로 보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둘째, 물론 귀신이 들려서 우울증이 나타날 때도 있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이다.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대체로 귀신들린 현상의 결과로 나타나진 않는다. 대부분의 우울증은 빙의가 아니기에 귀신추출로 고칠 병이 아니다. 많은 기독교인이 우울증을 귀신들린 것으로 오해하여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병이 심각하게 악화되어 뒤늦게 병원을 찾는다. 우울증은 귀신이 아니라 인간의 연약함과 관련된 것이다.

 

셋째, 우울증은 죄가 아니다. 진짜 부끄러운 죄는 돈 사랑, 간음, 위선, 차별, 교만, 비굴함 같은 것이다. 우울증을 앓는 이보다 오히려 당신이 더 사악한 죄인일 가능성이 높다. 우울증은 의지가 약하거나 영적이지 못해서 생기는 질병이 아니다. 절대로 부끄러워 숨겨야할 병이 아니다. 하나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는 목회자나 선교사 중에도 우울증을 앓는 이가 있다. 제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대해 수군대거나 비난하지 마라.

 

넷째, 성경에서 두려워 말라. 염려하지 마라, 하나님을 신뢰하라등을 우울증의 치료 구절로 뽑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런 명령들은 스트레스 방어기제가 고장 나지 않은 정상인들에게 하는 말이다. 마음에서 두려움과 염려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은 복잡하다. 우울증 환자는 이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방어기제가 고장 난 상태다.

 

예수님은 고통당하는 자들을 사랑하시고 그들을 치유하신다. 하나님이 도와주실 것이다. 그러나 치유에는 신유의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신유는 사실 일반적이지도 못하다. 그러니 병원의 도움을 받으라는 것이다. 본인이 많은 기독교 정신과 의사들에게 들은 바 신앙은 분명히 환자의 치유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신앙만으로 해결하려 들지 마라. 우울증에 관한 병원치료는 신앙과 모순된 것이 아니다.

 

우울증 환자는 무자비하게 고통당한다. 사실 아직까지는 신앙도 현대의학도 우울증을 해결하기엔 터무니없이 미약하다. 우울증은 불치병이라 부를 정도로 완치율이 매우 낮고 재발률은 엄청 높다. 그러나 다행히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으며 꾸준하게 관리를 잘하면 상태가 호전되고 유지될 수 있다. 조심하고 잘 관리하면 자살을 막아 천수를 누릴 수 있고 일상생활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건강한 신앙생활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 문제는 무지한 주변 사람들이다. 쓸데없는 말과 관심으로 그들을 괴롭히지 마라.

 

교회에 다니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는 "하나님 사랑을 받아들여라, 신앙으로 치유 받을 수 있다, 그럴수록 더 기도하라"고 강요하는 신앙인들 때문에 더 심하게 고통당한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의도인 것은 안다. 그러나 막상 상대는 가시채찍을 아픈 상처에 내리치는 말로 느낀다. 지금 가뜩이나 허덕이며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겨우 신앙을 통해 도움 받고자 몸부림치는 이에게 그런 조언들은 "여기서 어떻게 더하니? 안 되는 걸 어떻게 하라고! 지옥 같은 내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 때문에 죽을 것 같아. 제발 그만해!"와 같은 부정적인 마음만 더 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언들은 그들을 더 외롭게 만든다.

 

"하나님이 고쳐주실 거야, 조만간 좋아지겠지!"와 같은 말은 빈말이라도 쉽게 하지 마라. 그건 희망고문일 뿐이다. 그렇게 쉽게 고쳐지지 않을 병인 것을 그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들도 하나님께 간절히 도움을 요청한다. 절망 가운데 하나님의 사랑을 간구한다. 그렇기에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교인들에게 상처받으면서까지 교회에 나온 것이다.

 

정말 어렵게 용기를 내 힘들게 교회에 나온 이들에게 율법적인 접근은 금물이다. 신앙이란 이름으로 잔인하게 하나님의 사랑을 강요하지 말고 어설픈 지식으로 그들을 가르치려 들지 말란 말이다. 그런 당신이 그들에겐 진짜 스트레스다.  

 

저작권자(c) 뉴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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